2024. 10. 4.

 

▲ 2024년 8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대통령실]




윤석열은 뉴라이트다

 



“인사와 관련해 뉴라이트 얘기가 나오지만, 솔직히 저는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위처럼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왜냐하면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이 요직을 장악한 ‘뉴라이트 정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윤 대통령의 또 다른 기자회견 발언은 “뉴라이트를 언급하는 분마다 정의가 다른 것 같다”, “뉴라이트에 대해 언론에서 제가 그동안 본 거하고는 다른 정의가 나와서”이다.

이는 윤 대통령 본인이 뉴라이트에 관해 잘 알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뉴라이트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니 내가 임명한 인사는 뉴라이트가 아니’라는 식의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뉴라이트를 잘 모른다”라는 윤 대통령의 말은 뉴라이트 인사를 대거 임명한 책임을 회피하려 둘러댄 것이다.

윤 대통령과 뉴라이트의 연결고리를 알 수 있는 과거 행보를 더 짚어보자.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까지 친일 문제와 관련해 이렇다 할 본인 생각을 드러낸 적이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한일협정 반대 투쟁(1964~1965년) 당시 일본 문부성(한국의 교육부에 해당) 1호 장학생으로 일본에서 유학했으며, 윤 대통령도 이러한 ‘친일파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의혹이 있었다.

그 와중에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처음에 이를 지켜본 국민은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출마 연설을 하는 거면 윤석열도 일제강점기와 친일파를 싫어하나 보다’라고 여겼을 듯하다.

그런데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상징적인 장소였음에도 윤 대통령은 항일 독립투쟁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출마 연설에서 뉴라이트가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를 8번 언급했고,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몰았다.

자유민주주의와 ‘적의 위협’을 강조하는 색깔론은 전형적인 뉴라이트식 사고방식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출마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념 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 (한일관계가) 여기까지 왔다. 수교 이래로 한일관계가 가장 열악해 회복 불가능한 정도까지 망가졌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위 발언은 거짓인데, 한일관계가 나빠진 건 전적으로 일본 정부 잘못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일본 전범기업을 향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 배상하지 않는다면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재산을 강제로 몰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 대법원판결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며 내정에 간섭하려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러자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을 향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부품과 핵심 소재를 한국에 수출하지 말 것을 강제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횡포로 한일관계가 급격히 나빠졌음에도 윤 대통령은 출마 연설에서 일본 정부를 전혀 규탄하지 않았다.

국힘당 대선 후보가 된 윤 대통령은 잇따른 공개 발언에서 뉴라이트, 일본 극우세력의 시각과 유사한 사고방식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2021년 8월 4일, 부산일보 보도)”,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2022년 2월 26일, 중앙선관위가 주관한 2차 대선 후보 TV 토론)” 등의 발언이다.

한국의 역대 대선 후보 가운데 이처럼 친일매국 뉴라이트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후보는 또 없었다.

그래서인지 일본 언론도 윤 대통령의 행보를 조명하며 ‘한국의 정권교체’를 기대한다는 식의 주권침해성 보도를 쏟아냈다.

정리하면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를 기점으로 뉴라이트 본색을 드러냈고, 일본도 윤 대통령의 당선을 환영했음을 알 수 있다. 

당선된 뒤 윤 대통령은 2023년 4월 24일 공개된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대담에서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인들이) 무조건 무릎 꿇어야 한다는 건,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일본의 관점에서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정권 초반 시기부터 곳곳에 뉴라이트 인사들을 꽂아 넣었다.

올해 10월 3일 기준 윤석열 정권에서 요직에 앉은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는 다음과 같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김영호 통일부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차기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강규형 EBS 이사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 
박이택 독립기념관 이사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


언론, 사학, 교육, 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적어도 25군데가 넘는 요직을 뉴라이트 인사가 장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을 비롯해 윤석열 정권 자체를 뉴라이트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과 윤석열의 ‘짝짜꿍’

 

 

 

▲ 2024년 8월 12일, 윤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 관저로 초청해 같이 식사했다. [사진 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정권의 뉴라이트 색깔이 강한 또 하나의 이유는 윤석열세력과 ‘이명박 뉴라이트 잔당’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을 앞둔 인수위 시절 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장제원 전 국힘당 의원은 친이명박계 인사며, 동시에 뉴라이트부산연합 공동대표 출신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초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과 정무수석을 지낸 한오섭 역시 친이명박계 인사로 뉴라이트전국연합 기획실장 출신이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권과 연이 있는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시민소통비서관을, 김성회 뉴라이트전국연대 집행위원장은 종교다문화비서관을 지냈다.

10월 3일 기준 현직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김영호 통일부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하나 같이 친이명박계 뉴라이트 인사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어째서 친이명박계 뉴라이트 인사 임명에 이렇게나 ‘집착’하는 것일까?

추정을 해보자면 검찰 출신으로 정치 기반이 없던 윤 대통령으로서는, 권력을 안정되게 유지하려면 이명박 정권의 뉴라이트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여기에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한 장본인인 윤 대통령이 박근혜세력을 국정운영에 끌어들이기엔 부담스럽다는 점 또한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권의 성격은 뉴라이트 중에서도 ‘왕년의 이명박 잔당’을 긁어모은 ‘잡탕밥’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안보실 1차장 꿰찬 김태효

 

 

▲ 왼쪽부터 윤 대통령과 김태효 1차장. [사진 출처: 대통령실]

 

 

윤석열 정권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인사는 대일·대미 관계를 조율하며 ‘용산 밀정’으로 지목받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아래에 안보전략비서관실, 외교비서관실, 통일비서관실을 두고 있으며 국가안보실 내에서도 대외 분야를 다루는 자리다.

김태효 1차장은 이명박 정권 시기 청와대 비서관을 지내면서 북측 인사에게 ‘돈봉투’를 주며 남북정상회담을 요구하려다가 북한으로부터 공개 비난을 받은 전력이 있다.

게다가 2012년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졸속 추진하다가 민심의 규탄을 받고 비서관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김태효 1차장은 일본의 관점에서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을 두둔하는 논문을 낸 학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친일매국 논란을 자초한 인사에게 윤 대통령이 정권 초반부터 지금까지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맡기고 있단 점이 눈에 띈다.

김태효 1차장은 윤석열 정권 들어 자신의 직속상관인 국가안보실장이 여러 번 교체되는 와중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 김태효 1차장은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등, 윤석열 정권의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친일매국·숭미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김태효 1차장은 지난 8월 16일 KBS 뉴스에 출연해 식민침탈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두둔하면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을 향한 김태효 1차장의 평소 생각을 알 수 있는 발언이다.

이후 9월 19일 김태효 1차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한 체코 방문 공식 환영식에서 한국 인사 가운데 혼자서만 손을 내리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아 큰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김태효 1차장이 체코 순방 공식 환영식에서 애국가 연주 시 가슴에 손을 얹지 앉은 이유는 우측 전방의 국기를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착오”라며 상식 밖의 ‘대리 해명’을 해줬다.

또 대통령실은 김태효 1차장을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를 담당하는 공직자”라고 치켜세우며 오히려 김태효 1차장을 적극 옹호했다.

이는 김태효 1차장이 윤석열 정권의 대외 관계를 움직이는 ‘실세’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과 일본의 시각에서도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며 북·중·러와의 대결에 보조를 맞춰 온 김태효 1차장이 계속 그 자리에 있길 바랄 법하다.

김태효 1차장을 내버려두면 한반도를 둘러싼 대결과 위기가 한층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통일부장관 김영호, 독립기념관장 김형석

 

 

▲ 왼쪽부터 김영호 통일부장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윤석열 정권 들어 또 주목할 만한 요직은 통일부장관과 독립기념관장이다.

두 자리가 대북 정책, 항일 독립 정신 확립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윤석열 정권이 통일부와 독립기념관을 통해 대북 적대, 친일매국 논리를 퍼뜨릴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김영호 통일부장관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실제로 수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며,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발언과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통일부는 김영호 통일부장관 아래 체계를 재편해 남북 간 대화·협력 기구를 축소했고, 북한에 한국의 정보를 흘리는 대북 심리전 강화 등 반통일·대결 기조를 크게 강화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절을 부정하며, 이승만을 미화하고 건국절을 주장해 온 인사다. 

특히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친일인명사전이 편파적이며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독립기념관이 주도해 친일파를 옹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가보훈부는 내년 서울에 가칭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기존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이 ‘해외 무장투쟁’과 ‘인물 위주’로 돼 있어서 ‘다양한 독립운동’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윤석열 정권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신설하는 국내민족독립기념관을 통해 항일 독립운동을 깎아내리고 친일파를 미화하려는 듯하다.

교육부는 오는 10월 16일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사설 출판사의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그 뒤 수구진영은 뉴라이트 성향인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추대했다.

만약 조 전 의원이 당선되면 서울 내 고등학교에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를 채택하는 등 ‘친일매국 뉴라이트 교육’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 미래 세대의 정체성을 뉴라이트 성향으로 물들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권 들어 뉴라이트세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내부에서부터 위협하는 존재가 된 듯하다.

다만 윤석열 정권 인사들은 윤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자신이 뉴라이트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아마도 본인의 가치관이 한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어긋나고 있음을, 그래서 자신의 입으로 뉴라이트라고 밝히기에는 떳떳하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결국 “뉴라이트가 뭔지 잘 모른다”라고 한 윤 대통령의 말은 뉴라이트의 실체를 감추고 뉴라이트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을 이대로 둔다면 한국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듯하다.

 

(계속)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