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1.

▲ 2023년 8월 18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사진 출처: 대통령실]

 

 

한·미·일 삼각동맹 완성: 미국의 전략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해 동북아시아지역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 국내 뉴라이트세력 역시 미국을 추종하며 한·미·일 삼각동맹 완성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일 삼각동맹을 밀어붙이는 뉴라이트세력의 목적을 알려면 먼저 미국의 목적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이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상한 건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이 끝나고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새 판’을 짜기 위해서였다. 원래 미국은 미일 군사협력만을 염두에 뒀으나,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는 한국까지 더해 북·중·소(훗날 러시아)를 겨눈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상했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동맹과 관련해 동북아에 ‘공산주의로부터 자유주의 세계를 지킬 방파제’를 만들겠다는 명분을 댔다. 그러나 미국의 진짜 목적은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동북아에서 군사 패권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있었다.

유라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였다. 미국은 이러한 한반도를 발판 삼아 동북아에서 군사 패권을 유지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지미 카터 정부에서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2000년에 펴낸 책 『거대한 체스판』에서 한국을 미국이라는 독수리가 내려앉을 수 있는 “횃대”로 묘사했다.

횃대는 새가 내려앉는 받침대로, 브레진스키는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섬이 아닌 ‘육지’에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을 이렇게 바라봤다. 

 

 

▲ 유라시아 지도. 초록색이 한국. [사진 출처: Ksiom]

 

 

 

브레진스키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한미군이 한국에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반도가 통일되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한반도의 분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일본과 손잡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유엔군사령부 후방 기지를 연계해 북·중·러를 적대하며 동북아에서 군사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시도했다.

즉 한국을 미국과 일본 아래에 편입시켜 동북아에서의 대결 구도를 지속하는 전략이 미국의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쟁 위기 국면에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이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한·미·일 삼각동맹 구상은 80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전범국 일본의 군사력 사용이 제한된 이유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한일관계가 나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삼각동맹의 물꼬를 터야 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의 구상대로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협정에 따라 한일 양국은 국교를 수립했지만, 그 뒤에도 한일 간 군사협력은 지지부진했다.

한국과 일본을 군사적으로 엮으려는 미국의 시도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냉전 체제 해체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1990년대와 비교하면 2000년대는 동북아에서 북·중·러의 입지가 점점 커져가는 시기였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아시아로의 귀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다.

두 전략의 핵심은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장기 말’로 써먹으며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결 구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한·미·일 삼각동맹 완성: 미국의 전략을 수행한 뉴라이트

 

 

2000년대는 한국에서 뉴라이트세력이 급속히 세를 불려 정권을 잡은 시기이기도 했다. 뉴라이트세력이 미국 네오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 흐름 속에서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시기 미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밀어붙이는 등 ‘한일관계 개선’을 무리하게 시도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지소미아를 졸속 추진하다가 들통나 민심이 분노했다. 여기에 더해 이명박을 이어 집권한 박근혜까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해 미국의 구상이 어그러졌다.

그러다 민심을 무시하며 미국과 일본의 앞잡이를 자처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섰고, 미국은 비로소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집권 초기부터 미국의 의도에 맞춰 ‘한일관계 개선’에 나선 윤석열 정권은 2023년 3월, 강제동원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 배상과 사죄를 요구하지 않는 이른바 ‘강제동원 제삼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윤석열 정권은 사상 첫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한·미·일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올해 6월 한·미·일은 사상 처음으로 다영역 군사 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실시했다. 이어 올해 7월 28일에는 도쿄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이하 한·미·일 협력각서)가 체결됐다.

한·미·일 협력각서에는 ▲삼국 국방부장관 회의 정례화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 운용을 위한 삼국 간 소통·협력 강화 ▲다년간 삼자 훈련 계획에 바탕을 둔 프리덤 에지 등 3자 훈련의 정례적·체계적 시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한일 국방부장관은 따로 양자 회담을 통해 ▲한국 국방부장관과 일본 방위상의 상호 방문 활성화 ▲육해공 참모총장과 일본 자위대 막료장(한국군의 참모총장에 해당)의 상호 방문 재개 ▲육군과 육상자위대, 해군과 해상자위대, 공군과 항공자위대 간 정례 협의체와 부대 교류, 한일 수색구조훈련 재개 등을 합의했다.

모두 미군의 지휘 아래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의 연계를 강화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10월 10일 윤 대통령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새로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지난해 3월 일본을 방문한 이후 한일관계는 긍정적으로 발전해 왔다”, “셔틀 외교를 포함한 활발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일관계 발전을 함께 도모해 나갔으면 한다” 등의 말을 했다.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크게 발전시켜 온 한일관계를 온전히 계승해서 잘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라면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역시 불법적이라는 데 (양국 정상이) 공감을 나타냈다”라고 전했다.

윤석열 정권 초기부터 미국, 일본의 관점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해 온 김태효 1차장이 나선 점이 주목된다.

윤석열 정권을 장악한 뉴라이트세력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완성시키려는 미국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숭배 사회

 

 

뉴라이트로 대표되는 국내 친일매국세력의 특징은 일본을 숭배한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의 친일매국세력이 미국의 ‘한일관계 개선’ 구상을 따르는 과정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1960년대 들어 한일 양국은 미국의 의도대로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친일매국 고위 인사들은 일본을 우러러봤다. 일본 고위 인사들은 그런 한국 인사들을 우습게 여기며 ‘식민지 시절 부하’ 대하듯 했다.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 1961년 11월 기시 노부스케 일본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선배님들, 우리를 좀 도와주십시오. 일본은 분명 우리보다 앞섰으니 형님으로 모시겠소. 그러니 형 같은 기분으로 우리를 키워주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관동군 장교를 지낸 박정희로서는, 관동군과 밀접한 만주국에서 경제 개발 책임을 맡은 A급 전범 기시 총리를 까마득한 선배라고 여겼을 만하다. 

이후 1963년 12월 17일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 참석에 앞서 오노 반보쿠 자민당 부총재는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과는 서로 부자지간을 자인할 정도로 친한 사이”, “아들의 경축일을 보러 가는 일은 무엇보다 즐겁다” 등의 막말을 했다. 

일본 자민당의 이인자가 박정희를 향해 ‘아들’이라고 말했음에도 박정희 정권은 일본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았다. 

1964~1965년 한일 간 국교정상화와 관련한 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한국 고위 인사들은 시나 에쓰사부로 외무상 등 일본 고위 인사들을 깍듯이 대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지만 뉴라이트가 장악한 윤석열 정권의 분위기는 박정희 정권 때와 다르지 않다.

 

 



“(일본은) 선진국답게 아름다웠다.”, 
“일본인들이 무슨 일이든 정직하다는 것을 느꼈다.” 

 

 


위는 2023년 3월 1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대담 보도를 통해 알려진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식민침탈 반성을 거부하는 일본이 선진국답지 않고, 정직하지도 않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일본 숭배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인 박정희 정권 당시 윤 대통령은 일본에서 유학 중인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지낸 적이 있다. 

윤기중 명예교수는 국내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투쟁이 거세게 일던 시기 ‘문부성(한국의 교육부에 해당) 1호 국비장학생’ 자격으로 일본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며 유학했다.

이렇게 볼 때 일본에 ‘환상’을 가진 윤 대통령의 일본관은 아버지, 그리고 박정희 정권 당시 친일매국세력이 권력을 잡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지금도 ‘일베’ 같은 극우 사이트나 웹툰 작가 윤서인 등이 인터넷 공간에서 친일매국 논리와 일본 숭배 사상을 퍼뜨려 우려가 큰 상황이다.

여기에 윤석열 정권이 친일매국 행보를 강화하자 3.1절 당일 아파트 베란다에 버젓이 일장기를 내건 집도 나왔다. 

2023년 3.1절 당일, 광복회 회원들과 주민들이 일장기를 내건 세종시 아파트의 한 가구를 찾아 항의했다. 그런데 해당 집 주인인 젊은 부부는 문을 걸어 잠근 채 “(당신들은) 3.1절에 뭐 했느냐?”, “유관순이 실존 인물이냐?”, “간첩으로 신고하겠다”, “미개하다 미개해 이놈아”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집주인이 실제로 경찰에 신고해 광복회 회원들과 주민들이 쫓겨나는 상황도 있었다.

일장기를 내건 젊은 부부를 취재한 JTBC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윤 대통령이) 일본이 협력 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점을 밝혔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옹호의 입장을 표시하는 표식으로 봐 달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3.1절 일장기 파문’은 윤석열 정권이 뉴라이트 정책을 펼치면서 자신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현대판 친일파’가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홍범도 장군 등 독립투사 깎아내리기, 뉴라이트 성향 국정교과서 채택, ‘독도 지우기’ 등 윤석열표 뉴라이트 정책이 한국에 자리 잡게 된다고 생각해 보자.

이렇게 되면 우리 국민의 정체성과 사고방식 전반이 빠르게 뉴라이트화 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현재 한국 국민 사이에서는 ‘독도는 일본 땅 다케시마’라고 하는 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뉴라이트 정책이 지속되면 ‘독도는 한국 땅’ 목소리에 반감을 터뜨리며 일본을 편드는 이들이 대다수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잊고 일본을 숭배하게 되는 등 악영향도 심각할 것이다.

그동안의 행보를 보건대 윤석열 정권은 한국이 일본 숭배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는 듯하다.

 

                                                                          

친일 기득권 합리화

 

 

정권을 잡은 뉴라이트세력은 ‘한국 사회의 뉴라이트화’를 통해 자신의 친일매국 기득권을 합리화하려 했다. 대다수 국민이 친일매국 논리를 거부하는 상황을 억지로 뒤집으려 시도해 온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뉴라이트화 시도를 살펴보자. 

이명박 정권은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인 이동관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에 임명하는 등 언론 장악을 통한 뉴라이트화 시도를 노골화했다. 

2009년 7월 22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미디어 관련 3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환영한 해당 법안은 조중동 같은 친일 성향 언론과 삼성 등 재벌이 종합편성채널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과 시민사회 각계에서는 뉴라이트세력이 방송을 통해 친일매국 논리를 전파할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한 바 있다. 

이명박 정권에 이은 박근혜 정권은 2013년 9월 23일 뉴라이트 인사인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를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했다. 

박근혜 정권은 이를 통해 친일매국 논리와 박정희 미화가 담긴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채택을 강행하려 했다. 

하지만 박근혜가 촛불국민의 힘으로 탄핵당해 쫓겨나면서 뉴라이트 교과서 채택은 무산됐다. 

박근혜 탄핵 이후 뉴라이트세력의 시도는 친일매국세력 청산 등 적폐청산을 열망한 촛불 민심에 밀려 한동안 중단됐다. 

그러다 등장한 윤석열 정권은 ‘한일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삼국동맹을 강조하며 다시 뉴라이트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권에서는 단순한 우연으로 넘기기 미심쩍은 ‘독도 포기 행태’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8월 27일 정춘생 조국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원총회에서 한 발언에 따르면 그 흐름은 다음과 같다. 

▲2022년 9월과 2023년 7월 독도 부근에서 일본 자위대와 함께 한·미·일 연합훈련 진행 ▲2023년 6월 국가안보 전략 책자에서 독도 관련 내용 일괄 삭제 ▲2023년 12월 국방부 정신전력 교육 기본 교재의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재 ▲2024년 1월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서 독도를 대한민국 재외 공관으로 표기 ▲2024년 5월 행정안전부 민방위 교육 영상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했다가 비난이 일자 정정 ▲2024년 5월 서울 지하철 광화문 역사 독도 조형물 철거 ▲2024년 8월 서울 지하철 잠실, 안국 역사 독도 조형물 철거 ▲2024년 8월 용산 전쟁기념관 독도 조형물 철거 ▲2024년 8월 독도 방어 훈련인 동해영토수호훈련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 등 다수다.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 독도를 넘기려 한다는 의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교육부는 올해 8월 30일 뉴라이트 성향 사설 출판사인 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대상 역사 교과서를 처음으로 검정에 통과시켰다. 이는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역사 교과서의 채택 마감일인 10월 25일에 앞서 이뤄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또 다른 특징은 대통령이 직접 뉴라이트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가리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아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치켜세웠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2023년 104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가 식민침탈로 나라를 빼앗은 일본이 아니라 선조들을 탓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유지되는 한 ‘친일매국 논리가 판치는 한국’을 만들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계속)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