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5월 12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246] 미국인의 치유할 수 없는 절망 ②
(이어서)
■ 중산층이 무너진 미국, 대다수가 중산층인 중국
미국이 오늘의 심각한 상황에 내몰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을 따져보면 결국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개인주의, 이기주의, 독점욕이 문제다.
경제 분야를 보자.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려면 생산과 유통, 소비가 원활해 돈이 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좋은 물건을 아무리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그 기업은 망한다. 물건이 팔리려면 소비자가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빈부격차가 커져 극소수 부자만 돈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 국민이 가난하면 물건이 팔릴 수 없다.
자본주의 국가라면 대부분 빈부격차가 심하지만 미국은 그중에서도 특히 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멕시코, 칠레 다음으로 빈부격차가 큰 나라가 미국이었다. 또 미국의 빈부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1989년에서 2019년 사이 30년 동안 상위 10%가 소유한 자산 비율은 64%에서 72%로 늘어났으며 대부분 증가는 상위 1%에서 일어났다. 반면 하위 50%는 자산 비중이 4%에서 2%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런 빈부격차는 코로나19 사태로 더 심해졌다.
이처럼 빈부격차가 극심한 이유는 부자들이 더 많은 재산을 모으려고만 하지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 없고, 국가도 부의 편중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심할수록 미국인의 구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물건이 안 팔리니 경제가 나빠진다.
미국이 최대 경제 위협으로 느끼는 중국은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일단 중국에는 거대한 소비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 말은 중국인의 구매력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당장 세계 최고의 부자 1, 2위를 다투는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테슬라는 2022년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2%나 되었다. 또 2021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31%나 증가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비난할 때도 머스크가 적극적으로 친중 발언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중국인의 구매력은 중산층에서 나온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2020년 10월에 발표한 「글로벌 중국」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9천만 명이었던 중국 중산층 인구가 2016년엔 7억 3천만 명으로 늘었으며 2027년에는 12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2027년 중국 인구가 14억 4천만 명일 것으로 예상하므로 대략 83%가 중산층이라는 얘기다.
2020년 기준 미국 중산층이 4조 7천억 달러를 소비할 때 중국 중산층은 총 7조 3천억 달러를 소비해 중산층 소비 규모 세계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인도로 2조 9천억 달러였다.
똑같은 14억 인구를 가진 인도의 경제가 중국에 한참 못 미치는 이유 중에는 이런 거대한 중산층의 유무가 있다. 인도는 2020년대 들어 실업률이 6~12%나 되고 코로나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25%에 육박하기도 하는 등 중국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다. 같은 기간 중국은 실업률이 4.8~6.2%로 상당히 안정적 관리를 하였다.
중국의 탄탄한 중산층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교육 투자와 정부 주도의 핵심 기업 육성과 이에 따른 고급 일자리 증가 등에 기초한다.
탄탄한 중산층과 함께 균형 발전도 중국 경제의 장점이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가 펴낸 「2018 중국 소비 시장 발전 보고」에 따르면 농촌의 소비 증가율이 도시를 추월했으며, 중·서부 지역 소비 증가도 동부를 앞질러 소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중국도 빈부격차 문제가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에 따라 국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해 주요 기업을 국유화하고 중산층을 육성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수의 전문가는 중국 경제 성장의 1등 요인으로 소비를 꼽는다.
■ 대안 세력이 성공할 수 없다
민주당, 공화당 양당 어디에도 미래를 맡길 수 없음을 깨달은 미국인들은 대안 세력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두 차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민주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샌더스 의원은 정당 소속이 없는 정치인이다. 샌더스 의원은 2006년 버몬트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할 때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승리한 후 민주당 후보직을 거절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식으로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하여 당선되었다. 민주당 경선 규칙에 민주당 당원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후에도 이런 방식으로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했고 특히 2016년, 2020년 두 차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다.
사실 민주당 당원이 아닌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2016년 경선에서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켰다. 아이오와 경선에서 힐러리 후보와 0.3% 차이로 2위를 하는 등 시간이 흐르면서 샌더스 지지자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자 경선 중립을 지켜야 하는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힐러리 후보 승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당대회 직전 전국위원회 핵심 인물 7명이 주고받은 이메일 약 2만 건이 공개됐는데 여기에 샌더스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 있었다. 파문이 커지자 전국위원회 의장이 전당대회 후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성명을 발표해 사태를 무마했다.
2020년 경선에서도 부정 선거 논란이 있었다.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던 샌더스 후보가 경선 결과 인디애나주 소도시인 사우스벤드의 피트 부티지지 시장에게 패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투표 앱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고 예비 전화까지 먹통이 되면서 경선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소동이 발생했다. 한참 지나서야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부티지지 후보가 승리했다고 결과를 발표했는데 개표 결과도 오류투성이였다. 그래서 재검표를 했는데도 오류가 있었고 결국 2월 3일 진행한 경선 결과를 2월 27일에 최종 발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문제로 트로이 프라이스 아이오와 민주당 위원장이 사퇴하였다.
이후 민주당 자체 감사 보고서가 공개되었는데 투표 앱이 오작동한 사실이 없다는 황당한 결론이 담겼다. 감사를 실시한 아이오와주 민주당 변호사들은 인터뷰를 거절했고 전국위원회 대변인은 ‘평가는 나중에 하고 선거에 집중하자’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사건을 무마했다.
첫 경선에서 밀려난 샌더스 후보는 이후 1위를 탈환했다. 그러자 초반 경선 돌풍을 일으켰던 부티지지 후보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고 중도 사퇴해 버렸다. 경선은 결국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양당 체제로 굳어진 미국의 선거 제도는 대안 세력이 성장할 수 없도록 밸럿 액세스 규정을 두고 있다. 밸럿 액세스 규정이란 민주당, 공화당이 아닌 제삼당 소속이나 무소속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면 주별로 일정한 수의 서명을 받아야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려주는 황당한 규정이다. 서명이 없으면 출마해도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게다가 이 규정은 주별로 달라 여간 번거롭고 까다로운 절차가 아니다. 민주당, 공화당이 아니면 사실상 출마가 불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2000년 대선 당시 랄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는 51개 주 가운데 7개 주에서 서명을 채우지 못했고 그 가운데 아이다호주에서는 서명 용지를 도둑맞는 일까지 있었다. 그래서 7개 주의 투표용지에는 네이더 후보 이름이 빠졌다.
이처럼 체제 한계를 절감한 미국인들이 대안 세력을 선택하려 해도 주류 세력의 방해로 성공할 수가 없다. 미국의 주류 세력은 대안 세력이 성장할 수 없도록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러니 체제 한계에 봉착했음에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총기 난사와 마약으로 사회가 안에서부터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끝)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