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2.

북한이 2022년 12월 31일 밤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신년 경축 대공연을 하였다. 

북한이 새해를 맞으며 대규모 공연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18년에도 신년 경축 공연 ‘조선의 모습’을 했지만 지금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 신년 경축 대공연은 2019년부터 진행해온 공연들에 비해서도 상당히 규모가 크고 새로운 모습이 많아 눈길을 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북한의 정신 상태를 가늠할 수 있어 자세히 분석해본다. 

 


공연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국기 게양식
애국가 제창
서곡 「종소리」, 「설눈아 내려라」
설화시 「당이여 그대 있기에」

노래 「당이여 그대 있기에」, 「높이 날려라 우리의 당기」
빙상무용 「고백」
노래 「전사의 길」, 「그 정을 따르네」
아동 대중창과 합창 「원수님 먼길 다녀오셨습니다」, 「세상에 부럼없어라」
노래 연곡 「우리 어머니」,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그대는 어머니」
노래 「황금나무 능금나무 산에 심었소」, 「사회주의 너를 사랑해」, 「당을 노래하노라」, 「이 하늘 이 땅에서」, 「우리를 부러워하라」
여성 독창과 민족무용 「흥하는 내 나라」
노래 「불타는 소원」, 「영원히 한길을 가리라」, 「당이여 그대 있기에」, 「인민은 우리 당에 영광드리네」
종곡 「우리의 국기」

 

1. ‘일심단결’이 부각되었다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심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준 대공연


이번 공연의 알맹이는 ‘일심단결’이라고 할 수 있다. 설화시 「당이여 그대 있기에」도 “그 무엇도 깨뜨릴 수 없는 / 이 일심단결의 불가항력으로 / 도도히 전진 또 전진해온 조선의 2022년”이라고 노래했다.

단결은 중심이 필요한데 북한의 ‘일심단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한다. 공연에 오른 노래 중에는 노동당을 찬양하면서 동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가 많았다. 예를 들어 후반부에 나온 「불타는 소원」의 가사를 보면 “우리 운명 우리 행복 /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 달려있기에 / 아침저녁 소원은 하나 / 원수님의 안녕입니다”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녕’이 바로 ‘불타는 소원’이라고 노래하였다. 

공연 시작을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람석에 들어서자 폭풍같은 환호 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참을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지만 환호 소리와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일어나 인사를 했고 양 옆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따라 자리에 앉았던 간부들도 다시 일어나 박수를 치는 모습이 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함성과 박수 속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퇴장하자 관객 속에서는 ‘결사옹위 김정은’이라는 구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구호를 잘 들어보면 한 군데에서 작게 시작한 구호를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는 사전에 준비해 외친 구호가 아니라 관객 속에서 자연스레 터져 나오기 시작한 구호라는 점을 말해준다. 

또 공연 중간중간 무대 화면에 선대 지도자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나올 때마다 관객 속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특히 아동 대중창과 합창 순서에 3대 지도자 사진이 함께 나오자 모두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이번 공연은 북한 국민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일심단결’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2) ‘당이여 그대 있기에’


이번 공연의 공식 제목은 ‘신년 경축 대공연’이지만 ‘당이여 그대 있기에’가 제목처럼 자주 쓰였다. 일단 공연 시작에 부른 서곡이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설화시(시낭송)의 제목이 바로 「당이여 그대 있기에」였다. 설화시는 이번 공연의 주제가 집약된 순서로 보인다. 또 설화시와 같은 제목의 노래를 공연 초반과 후반에 두 번이나 불렀다. 한 공연에서 같은 노래를 두 번 부르는 것은 이례적인데 이것만 보아도 이번 공연의 핵심 주제가 ‘당이여 그대 있기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설화시 「당이여 그대 있기에」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2022년에 북한이 겪은 여러 일을 소개하며 “정녕 그 누가 아시느냐 / 지나온 수십 성상의 투쟁행로에 / 이렇듯 다사다난했던 시련의 해를”이라고 하여 지난해에 북한이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힘든 시련을 모두 극복했다면서 “우리의 잠재력 우리의 전진에 대한 / 자부와 확신을 더욱 굳게 가진 해! / 조선의 정신 조선혁명의 견결성을 / 세계 앞에 명명백백히 보여준 해!”라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동당을 더욱 믿게 되었다면서 “설사 하늘이 무너지고 / 땅이 꺼진다 해도 / 그 품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 그 믿음 하나만을 안고 산 마음들이 / 스스럼없이 터치는 심장의 고백 / 당이여 그대 있기에!”라고 노래하였다. 

제목 그대로 노동당이 있기에 시련을 이겨내고 전진할 수 있었다면서 노동당을 믿고 따르겠다는 내용이다. 공연에 등장한 노래도 대부분이 노동당을 찬양하는 내용의 노래다. 한마디로 이번 공연은 노동당을 찬양하는 행사였다. 

이런 공연은 북한만이 가능할 듯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어떤 정당이 지지자를 모아서 이런 대규모 공연을 한다고 해도 정당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어떤 정당도 그 당을 찬양하는 노래를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지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 노동당만큼 많지 않다. 

또한 북한의 신년 경축 대공연은 노동당 당원이나 당 지지자를 따로 관객으로 모집한 게 아니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노동당 중앙위 8기 6차 전원회의 참가자들과 조선소년단 9차 대회 참가자들, 평양 시민들이 대공연을 관람했다고 하는데 그 규모가 십만 명을 훌쩍 넘긴다. 그런데도 공연 종목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모든 관객이 열광적으로 환호하였다. 공연 내용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으로 보인다. 즉, 북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모습은 그 어느 나라 집권당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2. “신비로움과 우아함, 장엄함”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월 11일 자 보도 「희한한 ‘바다’」에서 신년 경축 대공연을 소개하면서 “신비로움과 우아함, 장엄함의 극치를 이룬 희한한 바다의 세계가 펼쳐졌다”라고 평가하면서 황홀함, 독특함, 절묘함, 격세지감 등의 표현을 써가며 극찬하였다. 


1) 실력


예술 공연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예술 기교가 받쳐주지 못하면 관객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 이번 공연에서 북한 예술인들은 한국의 전문가들도 감탄할 정도로 높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1월 16일 자 뉴스핌 보도 「[이영종의 통일오디세이] 트로이카 시대 연 北여가수...김류경·정홍란·현예원 뜬다」에서 기자는 “뛰어난 가창력과 개성 있는 스타일”, “대형 전광판과 레이저쇼, 불꽃놀이가 이어졌고 가득 들어찬 관객들이 형광색 야광봉과 인공기를 흔들어 콘서트장을 방불”, “갈수록 화려해지고 젊은 층의 감각에 호소” 등의 표현을 써가며 무대 예술, 공연 예술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박기찬 박사는 「북한 신년음악회, 다시 화려해진 이유」(더 칼럼니스트, 2023.1.13.)에서 “장대하고 입체적인 연출이 가능한 초대형 스타디움으로 돌아옴으로써 모든 관객들이 야광봉을 흔들며 더욱 화려해진 무대와 볼거리에 열광할 수 있었다. 드론과 레이저빔, 불꽃놀이가 함께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가운데 대형 2층 무대가 설치되었다. 무대 주변을 다시 아이스링크가 넓게 자리 잡아 노래에 대한 백댄싱으로 집단 빙상무용이 펼쳐지고 피겨선수의 아이스쇼까지 펼쳐졌으니 그 규모와 혁신성에 있어서 과히 역대급이었다”라고 평가하였다. 

즉, 출연한 가수들의 노래 실력은 물론 무대 연출도 역대급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19년부터 진행한 신년 공연과 대규모 공연들의 모든 기술적 성과와 공연 경험이 총집중된 느낌이었다. 

 


이번 공연은 예년과 달리 김일성광장이 아닌 5월1일경기장에서 하였다. 이런 변화는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일단 많은 관객이 들어갈 수 있다. 5월1일경기장은 수용인원 기준 세계 2위의 초대형 경기장이다. 김일성광장보다 더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 또 관객들이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다. 게다가 계단식 관객석에서 무대를 내려다보기 때문에 집중도 잘 된다. 광장에서 높은 무대를 올려다보는 것에 비할 바 못 된다. 

바람을 막아 어느 정도 방한이 되니 무대 연출에도 자유로움이 생긴다. 예년에는 출연진이 추위 때문에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 이번에는 훨씬 얇은 옷을 꾸며 입을 수 있었다. 또 불꽃놀이와 드론을 활용해 경기장 상공과 외부까지도 무대로 활용하였다. 

 


2) 특색


이번 공연을 통해 북한 공연 예술의 몇 가지 특징을 볼 수 있었다. 

첫째는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공연에는 소년단 행사 참가자들, 즉 우리로 치면 초등학생들도 대거 관람했다. 물론 아동 대중창 순서가 있기는 했지만 다른 순서들을 즐길 수 없었다면 아마도 굳이 초등학생을 관객으로 초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역으로 아동 대중창 순서에 부른 「원수님 먼길 다녀오셨습니다」, 「세상에 부럼없어라」는 북한에서 어른들에게도 익숙한 노래로 전혀 어색해하거나 지루해하지 않는 모양새다. 

심지어 공연 영상을 잘 보면 중간에 몇 차례 화면에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남녀노소, 지도자와 국민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음악으로 하나 되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한국만 봐도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이 즐기는 음악이 천차만별이라서 한 가족이 모여 앉아 텔레비전으로 음악방송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둘째는 민족성과 현대성이 결합했다는 점이다. 

작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 정홍란은 북한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정홍란이 무대에 나오기만 하면 유독 큰 환호성이 들렸다. 한국으로 치면 방탄소년단 급의 인기다. 이런 정홍란이 공연 중반에 「이 하늘 이 땅에서」, 「우리를 부러워하라」를 연속으로 불렀다. 특히 두 노래를 매우 빠른 곡으로 편곡해 최신 대중 정서를 반영하였는데 이 때문에 행사장 분위기는 불도가니처럼 끓어올랐다고도 한다. 

그런데 다음에 나온 가수 권미화는 민요 「흥하는 내 나라」를 불렀다. 아마 한국의 어떤 무대 연출가라도 방탄소년단 공연 다음에 민요를 넣자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도망갈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연출을 거리낌 없이 하며 관객들도 민요를 흥겹게 따라 부르며 호응한다. 오히려 이 민요 순서가 공연 전체에서 열정이 가장 폭발하는 지점으로 보였다. 

 


3. 새해 희망과 자신감 보여줘


박기찬 박사는 앞선 글에서 신년 경축 대공연을 “국가 주도의 음악 예술 공연을 통하여 북한의 내부 분위기와 새해의 국정 방향을 상징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문화행사”라고 하였다. 이번 공연을 통해 본 북한의 내부 분위기는 새해를 맞는 희망과 자신감이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일단 공연이 비장함보다는 화려함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공연 규모도 훨씬 커지고 불꽃놀이와 드론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며 선곡, 편곡도 흥겨움과 화려함을 최대한 강조하였다. 빠른 편곡, 다양한 전자음 도입 등이 돋보였고 고음 부분에서 자유롭게 즉흥 부르기(애드리브)를 하는 가수 김류경의 창법도 화려함과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또 아동 대중창을 부르는 아이들 가운데는 전형적인 산타클로스 옷차림을 한 아이도 있었는데 서구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도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관객들의 모습도 희망과 자신감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관객이 형형색색 야광봉을 들고 노래에 맞춰 흔들며 공연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공연의 마지막 곡인 「우리의 국기」는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강조하는 북한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곡이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모든 관객이 하나가 되어 따라 부르며 마치 연말에 있었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모으는 자리처럼 보였다. 

박기찬 박사는 이번 공연이 예년에 비해 크고 화려해진 것이 북한의 자신감과 연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4.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봐야


1월 20일 SBS 뉴스는 미국의 38노스를 인용해 지금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래 최악의 식량 부족 상태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자료화면에는 20년도 더 된 사진을 사용하였다. 이런 식의 엉터리 분석과 보도는 대북 정책을 마련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당장 신년 경축 대공연만 봐도 한미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북한의 경제난’ 따위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의 주장과 정반대로 경제 성장과 번영의 자신감만 확인할 수 있다. 올바른 대북 정책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년 경축 대공연을 보면 북한은 올해 자신의 국가적 목표를 달성할 자신감에 넘쳐 보인다.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대회가 결정한 정비보강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경제사업의 중심 과업으로” 제시하였다. 정비보강계획이란 2021년 열린 8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5개년 계획을 말한다. 즉, 2025년까지 마쳐야 할 계획인데 올해 기본적으로 끝내겠다고 목표를 세운 것이다. 5년 걸릴 일을 3년 만에 기본적으로 끝내겠다는 게 지금 북한의 자신감이다. 

이를 고려할 때 대북 제재에 매달리며 북한 경제가 붕괴할 날만 기다리는 한미 당국의 정책은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