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8.

(이어서)


3. 민심은 핵보유 찬성?


지난해 10월 18일 시사저널이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핵무장 찬성이 61.7%, 반대가 36.2%로 나왔다. 특히 ‘매우 찬성’이 36.7%나 되었다. 또 자신이 보수층이라고 답한 이들의 찬성은 85.8%, 중도층은 59.5%, 진보층은 44.4% 순이었다. 과반의 국민이 핵무장을 찬성하며, 이 가운데 특히 보수층의 찬성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뿐만 아니라 그 이전 여론조사에서도 대체로 비슷하게 나왔다. 

아마 윤 대통령이 핵개발 발언을 한 배경에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도 한몫했을 것이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12일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들의 핵무기에 대한 열망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이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모든 대통령이 국내 유권자들에게 전념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전문가들 “윤석열 핵보유 언급, 한국 여론 반영…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으로 한국 우려 해소해야”」, 미국의소리, 2023.1.13.) 윤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핵개발 발언을 했다는 해석이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 담당 특보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지지자들을 달래거나,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도록 자극하거나,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확장 억지력 증진에 더 큰 역할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尹(윤)핵무장 발언 미국 반응…“박정희 이후 처음”」, 노컷뉴스, 2023.1.13.)

이것만 보면 윤 대통령이 핵개발을 주장할 경우 지지율이 올라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로 나타났다. 1월 11일 윤 대통령의 핵개발 발언 전후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 한국갤럽 1월 10~12일 조사 
지지율 37% → 35% (보수층 66% → 61%)

■ 리얼미터 1월 10~13일 조사
지지율 40.9% → 39.3% (보수층 67.4% → 68.9%)
일간 변화: 10일 41.1% → 11일 39.5% → 12일 38.3% → 13일 38.0%

■ 미디어토마토 1월 9~11일 조사
지지율 44.0% → 38.3% (보수층 72.2% → 71.1%)

1월 11일 이후에만 조사한 경우가 없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체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보수층의 하락세가 주목된다. 리얼미터의 경우 보수층 지지율이 오히려 올랐는데 이는 리얼미터만 정치 성향을 진보/보수로 나누고 나머지는 진보/중도/보수로 나누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리얼미터 조사에서 보수층에는 중도보수가 포함되는 반면 다른 조사기관의 조사에서 보수는 중도보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보수층에서 주로 핵무장을 찬성했는데 정작 윤 대통령이 핵개발 발언을 하자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 이유는 한미 관계 때문으로 보인다. 핵개발은 좋지만 미국과 마찰을 빚어가면서까지 하는 건 반대라는 것이다. 원래 보수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강약약강’의 심리가 있다. 보수의 시각에서 미국은 ‘절대 강자’이므로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자는 보수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만약 이 문제로 한미 간 갈등이 계속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지금 진보, 중도층은 이미 윤석열 정권에 등을 돌렸고 보수층만 그나마 지지를 유지하고 있는데 보수층마저 등을 돌리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4. 북한의 한미 이간질에 충실한 윤석열


독자 핵개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박정희다. 박정희의 핵개발 배경에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1969년 7월 25일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미국이 더 이상 아시아 국가들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며 아시아 각국은 스스로 자기를 지켜야 한다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1970년 7월 5일 미국은 주한미군 7사단을 철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정희가 강력히 항의했지만 닉슨은 철수를 강행했고 주한미군 수는 6만 명에서 4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973년 3월 말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군이 모두 철수했고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이 사이공을 점령하였다. 그리고 1976년 11월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 공약으로 내건 지미 카터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곧바로 주한미군 철수 3단계 방안을 발표했다. 박정희는 한국이 남베트남처럼 몰락할까 봐 공포에 떨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이 한국을 지켜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은 박정희는 핵개발을 추진한다. 핵개발은 1972년쯤 시작되었으며 1977년에 기술 개발을 마치는 게 목표였다. 미국은 1973년 처음 이 사실을 파악하고 당장 핵개발을 중단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박정희는 197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해 미국을 안심시켰고 1976년 핵개발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을 안심시키기 위한 위장이었고 뒤로는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었다. 1970년대 말 핵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박정희 정권 핵개발 책임자 오원철 전 수석, 30년 만에 입 열다」, 주간조선 2089호, 2010.1.18.) 미국도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고 이것이 박정희 암살에 개입한 이유 중 하나라는 게 통설이다. 

박정희는 미국을 속일 수 있다고 여겼을까? 아니면 미국의 반대를 이겨낼 수 있다고 여겼을까? 

1977년 6월 말 뉴욕타임스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청와대를 도청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청와대까지 미국에 도청당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눈을 피해 핵개발을 할 수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의 지원 없이는 유지되기 힘든 박정희 정권이 미국의 반대를 이겨낸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러나 박정희는 오랜 군부독재를 하면서 현실 감각이 무디어졌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기 말 한마디에 생사가 결정되는 수준이었으니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될 것이라 여긴 것이다. 사실 이런 모습은 많은 독재자에게서 나타난다. 이라크의 후세인, 파나마의 노리에가 등 미국이 키운 독재자가 자기 처지를 잊어버리고 미국에 반항하다가 결국 미국의 손에 최후를 맞는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통령 권좌에 앉아 검찰을 자기 수족으로 부리고 언론도 자기를 찬양한다. 이들이 정적을 제거해주니 세상이 자기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눈으로 미국을 보니 북한에 저자세를 취하는 게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북한을 응징하지 않고 오히려 ‘조건 없는 대화’만 반복한다. 급기야 북한 무인기가 집무실 상공을 날아다녀도 방치한다. 자기는 북한을 향해 연일 ‘선제타격’, ‘원점 타격’, ‘압도적 전쟁 준비’, ‘확전 불사’ 같은 말을 쏟아내는데 미국은 북한 눈치만 보니 미국이 우습게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조선일보가 12일 공동 주최한 비공개 외교 안보 관련 토론회에서 한 미국 인사는 “미국이 핵을 써야 할 상황이라면 이미 한반도에서 6·25 전쟁, 9·11 테러, 진주만 등을 모두 합한 것 이상의 미국인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를 외면할 미국 대통령은 없다”라고 했다. (「한국측 “美, 호주엔 핵잠까지 주면서…” 미국측 “尹 핵무장 언급 놀랍다”」, 조선일보, 2023.1.13.)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공식 사망자는 3만 6,913명이다. 9·11 테러 사망자는 3천 명 이상, 진주만 공습 사망자는 2,437명이다. 모두 합하면 4만 명이 훨씬 넘는다. 사망자만 이 정도니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이 넘을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 있는 미군은 3만 명을 넘지 않는다. 미국인 희생자가 10만 명 이상 나오려면 미 본토 증원군까지 포함해야 한다. 결국 미국은 주한미군이 전멸하고 증원군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어야만 핵우산을 작동한다는 말이다. 미군이 이 정도 타격을 입었다면 한국군은 그 전에 훨씬 큰 피해를 당할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웬만한 상황에서는 핵을 쓰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런 미국의 핵우산을 믿느니 차라리 미국의 핵을 자기가 직접 운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슬쩍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흘려보았는데 미국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미국을 향한 불신과 분노에 가득 찬 윤 대통령은 마침내 핵개발 발언을 꺼냈다. 이 정도 발언을 하면 미국이 핵 공동운용 정도는 승인하지 않을까 하는 타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실제로 핵개발을 해버리면 그만이고. 

1월 5일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 출연한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최근에 들리는 얘기가 있는데 이거는 사실 확인 중에 있지만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본국에 호출돼 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이 보기에 ‘한국 대통령 왜 저러나. 도대체 불안해 죽겠다’ 아마 이런 이유로 필립 골드버그 대사가 본국으로 호출된 배경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주한 미국대사를 미국이 호출한 게 사실이라면 미국이 윤 대통령의 상태를 심상치 않게 여기는 징후일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바탕에는 북한의 대미 강경 정책이 있다. 북한이 미 본토를 향해 전략핵미사일을 배치하고 선제 핵공격을 법제화하며 연일 신무기를 공개하면서 미국의 대화 요청에는 답변도 하지 않는데 미국은 북한의 눈치를 보며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걸 본 윤 대통령은 미국을 우습게 여기며 들이받는다. 이는 한미 사이의 갈등으로 나타난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한미 동맹이 북한을 겨냥한 침략 동맹이라며 해체를 주장해왔다. 그런데 오늘날 윤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한미 동맹 훼손을 앞장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끝)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