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2년 01월 12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160] 새해를 맞이하는 북한과 미국
2022년 새해가 밝았다. 2022년을 맞이하는 세계의 풍경은 가지각색이다. 그중에서 가장 대비되는 나라는 북한과 미국이다.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북한과 미국은 서로 가장 대척점에 있는 나라다. 그리고 그만큼 새해를 맞는 모습도 대조적이다.
1. 북한
1) 전원회의
북한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로 새해를 맞았다. 지난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4박 5일 동안 전원회의를 연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지도자가 된 후 열린 전원회의 중 가장 긴 전원회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 이전엔 1973년 제5기 제7차 전원회의가 11일 동안 진행된 적이 있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2021년 평가와 2022년 계획을 논의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고를 한 후 분과별로 3일 동안 연구 및 협의회를 진행해 세부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당규약 개정과 2021년 당중앙 지도기관 성원에 대한 평가, 당 임원 선출 등을 논의·결정했다.
북한은 전원회의 결과로 ‘2022년도 당과 국가의 사업방향에 대하여’와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 발전의 위대한 새 시대를 열어나가자’를 채택했다. 이 두 가지 결론이 신년사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부터 신년사를 발표해 1년 방향과 계획을 공표해왔는데 2020년부터는 전원회의 결과가 신년사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전원회의 결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고를 한 뒤 집체적인 토론 모임을 거쳐 나온다는 점에서 이전 형식과 차이가 있다. 전원회의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전체 집단의 의사를 모아 한 해 평가와 전망을 발표한다. 그러면 전체 집단이 토론을 통해서 그 계획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새해를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전원회의로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이다.
2) 새해맞이 행사
연말에 전원회의를 한 북한은 1월 1일 0시를 경축공연과 국기게양식, 불꽃놀이를 하며 북한 국민과 함께 새해를 맞았다.
새해맞이 경축공연은 화려한 무대에 국가 정상급 가수들이 총출동해 대규모로 진행됐다. 경축공연은 음악 수준이 높고 힘있게 진행됐다. 공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선노동당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한 해 성과를 축하하고 북한 청년들을 축원하며 번영하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다지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전체적으로 약동하는 북한의 모습을 과시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공연을 보는 북한 국민도 형광봉을 흔들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과 밝은 표정에서 힘이 느껴지고 새해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이 엿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 0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김일성광장에 장중하게 울려 퍼졌다. 종소리가 그치자 북한 국가가 연주되며 북한 국기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 게양되었다. 로동신문에 따르면 국기를 게양한 사람은 평양의 모범적인 노동자, 농민, 지식인, 청년, 학생소년이라고 한다. 북한의 새해 국기게양식은 한국으로 치면 보신각 타종행사라고 할 수 있는데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의장, 서울시 교육감, 서울경찰청장 등 고위 인사와 함께 여러 분야의 유명인들이 타종에 참여한다. 그런 면에서 북한 국기게양식을 고위인사들 대신 평범한 이들이 나라를 대표해 진행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국기 게양을 지켜보는 평양시민의 눈빛에 새해를 맞는 의지가 깃든 듯했다. 이어 진행된 불꽃놀이는 북한 국민의 환희와 희열을 북돋아 주는 듯 화려하게 평양 밤하늘을 수놓았다.
최근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 대규모 새해맞이 행사가 흔하지 않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단순히 규모가 큰 공연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한다. 하지만 북한의 새해맞이 행사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공연이다. 북한의 대규모 공연이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내용과 문화에 있다.
일반적인 다른 나라의 새해맞이 공연은 주제가 없다. 유명한 가수들이 대거 등장해 유명한 노래를 부르며 함께 노는 것으로 그친다. 반면 북한은 정치적 주제가 뚜렷하다.
참가자들의 마음가짐도 매우 다르다.
한국에서 있었던 대표적인 정치문화제로는 과거 전대협·한총련 출범식, 범민족대회를 들 수 있다. 전대협·한총련 출범식은 나라의 자주, 민주, 통일을 실현하려는 대학생들의 의지가 분출하는 장이었다. 범민족대회는 통일을 이루려는 국민의 염원이 집결되는 자리였다. 이런 행사들은 일반공연, 예컨대 지난해 12월에 가수 나훈아 씨가 서울, 부산, 대구에서 진행한 공연과 비교해서 성격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 11월 5일 ‘아스트로월드’라는 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 도중에 300명 이상이 상처를 입고 8명이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다. 참가자들이 가수를 보기 위해 무대 앞쪽으로 몰려들다가 압사당한 것이다. 사람이 죽고 있는 상황에 응급차까지 출동했지만, 가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을 이어갔다. 관객들도 길을 비켜주지 않아 응급차가 옴짝달싹 못 하기도 했다. 심지어 응급차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관객도 있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전대협·한총련 출범식이나 범민족대회의 경우 10만 명이 대형운동장에 가득 운집해 대규모 정치행사를 벌이는 와중에 경찰이 최루탄을 쏘아가며 행사장을 침탈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참가자들이 혼란에 빠져 압사사고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왜 미국 공연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상황에서도 압사사고가 나는 반면, 출범식이나 범민족대회에서는 아수라장이 될 법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질서를 유지할까?
둘 사이엔 정치문화행사와 일반행사라는 차이점도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에 있다. 집단주의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바탕에 있다. 그러나 개인주의에 기초하면 공연장에서 남이 죽든 말든 나만 즐거우면 된다.
이런 것을 보면 수많은 사람이 군집했다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다. 그래서 북한 공연이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공연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북한 공연은 집단주의에 기초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격의 대규모 공연이다. 나 자신만을 위하자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서로를 위하는 집단주의에 기초한 공연이다 보니 공연을 관람하는 북한 국민의 표정도 밝고 희망찼다.
3) 전국으로 퍼지는 전원회의 결과
새해를 맞는 북한 국민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한 보고와 전원회의 결론에 대한 대대적인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1월 7일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주철남 평안북도당위원회 비서는 “지금 우리 도의 모든 일꾼들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의 사상을 깊이 체득하기 위하여 시간을 쪼개가며 학습하고 또 학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철남 비서는 “새해의 첫 시작부터 잡도리를 완전히 새롭게 해나가려는 우리 일꾼들의 정신세계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학습 열기의 의미를 해석했다.
평양시와 황해북도, 자강도, 함경북도 등 북한 전역에서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궐기대회도 열리고 있다. 1월 5일에 열린 평양시 궐기대회에서 김영환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는 “사명감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당중앙위원회를 정치사상적으로, 목숨으로 결사옹위”하자고 강조했다.
학습 열풍과 궐기대회에서 지도자가 내린 결론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해서 관철하겠다는 북한 국민의 결의와 북한을 발전시키겠다는 포부가 느껴진다. 보도 사진을 보면 일부 궐기대회에서는 북한 국민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참여하는가 하면 농악대도 함께 해 잔치 분위기가 났다. 궐기대회라고 해서 무거운 분위기만 있는 게 아니라 즐거운 기운으로 흥성인 것이다.
4) 극초음속미사일
북한은 전원회의 보도에서 대미, 대남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사다변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하였다”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원회의에서 대미·대남 분야가 논의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영철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성남 조선노동당 국제부상, 리선권 외무상이 참여한 대외분과 회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즉, 대미·대남·대외분과에서 한 해 계획과 전략전술을 수립했는데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대미·대남 계획을 짐작게 하는 일이 있었다. 1월 5일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 시험 발사로 비행조종성과 안정성을 확증하고 측면기동기술의 능력을 평가했으며 700km 거리에 설정된 표적을 명중하였다고 보도했다. 연료앰플에 대한 신뢰도도 검증했다고 한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은 1월 10일 자주시보 기고글에서 이번 시험발사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낮은 고도에서 수평으로 비행하는 수평비행 능력 ▲약 50km의 낮은 고도에서 700km를 날아가는 저고도 비행능력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기동과 좌우 우회기동을 배합한 변칙 기동 능력 ▲700km 밖의 표적에 명중하는 정밀타격능력 ▲임의의 시각에 즉시 발사할 수 있는 신속발사능력을 선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한호석 소장은 발사대차를 통해 미사일 크기를 비교하면 이번 극초음속미사일은 중국이 2019년에 실전배치한 극초음속미사일 둥펑-17보다 더 크다며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사거리를 2,500km 이상으로 추산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월 7일 SNS에 “상하로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좌우로도 상당 거리 비행하면서도 목표에 정확히 도달했다는 것”이라고 특징을 설명하며 “과연 방어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라고 극초음속미사일의 위력을 지적했다.
새해 벽두에 날아오른 극초음속미사일은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2022년 대미·대남 노선을 보여준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며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올해 북한의 대미·대남 정책은 군사가 우선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이나 리선권 외무상 등 주요 외교 수장도 군인 출신이다.
북한은 2020년 6월 8일 대남사업 부서 사업 평가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판단을 바꿀 만한 변화가 없었다. 그러니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보는 북한의 정책관점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협상은 필요하면 하겠지만 기본은 군사가 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수차례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한국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굳이 협상에 목을 매지는 않을 것이다.
2. 미국
미국은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가.
1) 정치
미국은 작년엔 시위대가 미 의회의사당에 난입하면서 새해를 시작하더니 올해엔 정초부터 바이든 탄핵론이 터져나왔다.
1월 5일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올해 11월에 열릴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취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실제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위태롭다. CNBC 방송이 공개한 12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이 56%, 지지율은 44%다. 역대 대통령 취임 1년 지지율 중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 이대로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치가 안정되지 못하다 보니 작년 1월 6일에 있었던 미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이 머잖아 재발할 거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미연방의회 경찰서장 토마스 맨거는 1월 5일 상원 청문회에서 “지난해 연방 의원에 대한 위협이 9,600건 접수됐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도 “폭력 행위와 위협이 국민 생활에 스며들어 일상화될 위험이 있다”라며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에도 매우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신시아 밀러-아이드리스 아메리칸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글에서 “미국인은 점점 더 정치적 폭력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오늘날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에 가장 시급한 위협은 외국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국민”이라고 지적했다. 1월 5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인 57%가 미 의사당 난동과 같은 일이 수년 내 다시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한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시작했다.
2) 경제
미국 경제는 언제 공황이 올지 모른다는 공포에 잠식되어 가고 있다.
미국은 현재 물가상승이 심각하다. 작년 미국 물가를 보여주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작년 10월 5.0%, 11월 5.7%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983년 9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작년 11월 소비자물가지수도 6.8% 급등했다. 1982년 이후 최대폭이다.
미국은 2008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생긴 경제위기인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달러를 대량으로 찍어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지속해왔다. 10여 년이 지나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그동안 뿌린 돈을 회수하려던 찰나,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미국은 풀었던 돈을 회수하긴커녕 되려 엄청난 금액을 추가로 공급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지금까지 너무 많은 돈을 풀었다. 그래서 시중에 달러가 많아지자 달러의 값어치가 떨어지면서 물가상승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푼 돈에 비해선 미국 경제가 그만큼 살아나지도 않았다. 비정상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언제 미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지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년부터 미국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물가가 상승하면 돈의 값어치를 올리기 위해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를 인상하며 그동안 풀었던 돈을 회수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지난 11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테이퍼링은 ‘가늘어지다’, ‘뾰족하게 하다’라는 뜻인데 매달 시중에 공급하던 돈의 규모를 점차 줄여나간다는 조치를 말한다. 미국은 올 3월까지 테이퍼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테이퍼링에 이어서 돈을 회수하는 양적긴축을 하려고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2월에 한 연방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조기 인상하고 풀었던 돈을 회수하는 양적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져 증시가 급락했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미국 정부가 뿌려대는 돈으로 버텨왔다. 미국이 양적긴축에 들어가면 그걸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지 않겠냐는 공황에 대한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3) 코로나19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도 심각하다. 워싱턴포스트 9일 보도에 따르면 1월 첫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70만 5,620명이다. 1월 8일에는 무려 90만 832명이 확진되고 2천 명이 사망했다. 작년 초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하게 기승을 부렸을 때 하루 20만 명 안팎으로 감염자가 나왔었다. 지금은 그야말로 엄청난 위기 상황인 것이다.
지난 12월 30일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학 전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앞으로 5∼6주간 미국 전역에 걸쳐 바이러스의 눈폭풍과도 같은 전염을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가 동시에 확산하며 미국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일상이 붕괴되고 있다. 의료진까지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환자를 치료할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버지니아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타이슨 벨 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로 격리되고 탈진해서 일을 그만둔 사람도 있어 미국이 2021년과 같은 수준의 진료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등 10개 주에서 주 방위군을 의료현장에 배치했다. 뉴욕 시내 코로나 검사소 20곳이 일손 부족으로 문을 닫았으며 뉴욕 지하철 일부 노선이 일시 중단되고 공공도서관 상당수도 문을 닫았다.
미국은 코로나19에 완전히 속수무책이다.
애초에 미국은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몬세프 슬러위 전 미국 백신 개발 프로그램 최고책임자는 2020년 11월 22일 “인구의 약 70%가 백신 접종을 받으면 집단면역이 일어날 수 있고, 우리 계획대로라면 2021년 5월 언젠가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백신접종완료율이 60%를 넘겼지만 집단면역은 요원하다. 미국 뉴욕주는 접종완료자가 72%, 1회 이상 맞은 사람은 85%이지만 1월 첫 주 미국의 주 가운데 2번째로 확진자가 많았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은 로드아일랜드주다. 로드아일랜드주는 백신 접종완료율 77%, 1회 이상 접종률 91%로 미국 내 2위다.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 계획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백신으로 집단면역을 이룰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 맞는 것보단 낫겠지’ 하는 수준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스스로 변이를 일으켜 치명률이 낮아지길 기대하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
4) 대외관계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월 2일 미국 매체 더 힐 기고글에서 “자초한 상처, 망상적 정책목표, 과소평가된 전략적 위협, 즉각적 위협에 대한 무능이 불운하게도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특징”이라며 미국 외교정책을 힐난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란에 대해 공개적 낙관주의와 정신없는 외교로 1년을 허비했고, 북한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1년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이란과 북한은 핵·탄도미사일 기술 완성에 1년 더 가까워졌다”라고 평가했다. “시간은 언제나 (핵무기) 확산자의 편이고 이란과 북한은 2021년을 잘 활용했지만, 미국은 그저 하릴없이 있었다”라는 것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2월 ‘거대한 군사력 경쟁: 중국 vs 미국’이라는 보고서에서 대만이나 중국 주변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국지전이 벌어지면 미국이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앨리슨 교수는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이 대만에 군사력을 전개하기도 전에 중국이 대만 장악을 끝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 이미 배치된 전력으로 중국에 대응하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엔 우크라이나를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월 26일 국영방송 로시야1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물러설 곳이 없는 곳까지 몰렸다”라며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안전 보장을 거부하면 군사 대응에 나서겠다”라고 천명했다. 같은 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CBS에 출연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하면 이전에 보지 못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대응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군사 지원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 지난 12월 9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정보부 국장인 키릴로 분다노프 장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공격하면 서방 국가의 도움 없이 이를 막아낼 군사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라며 “우리는 군사 지원이 필요하다. 내일, 모레, 연내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필요하다”라고 미국에 호소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렇게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 정작 미국이 내놓은 러시아 대응책은 해리스 부통령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경제제재다. 이것은 미국이 이미 군사대결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싸우기 전부터 벌써 미국이 진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공격에 미국이 경제제재로 맞서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뉴스 댓글에는 “제재는 지금도 하고 있잖아. 전면전은 자기들도 부담된다는 거네”*, “결국은 미국이 러시아의 단호한 군사적 응징 경고에 슬그머니 꼬리 내리는 꼬락서니로군”**이라는 반응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미국이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렸다.
*네이버에 올라온 동아일보 2021년 12월 28일 보도 <러 “안보보장 안되면 우크라 군사대응”… 美 “침공땐 전례없는 제재”>에 달린 댓글
**네이버에 올라온 파이낸셜뉴스 2022년 1월 9일 보도 <미. 러에 북한 수준 경제재개 경고>에 달린 댓글
미국이 하겠다는 경제제재가 러시아를 굴복시킬 만큼 위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이 검토하는 추가 대러 제재 방안은 러시아의 가스 수출을 막는 것과 러시아를 국제 결제망에서 차단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러시아 가스 수출을 막는 건 사실 러시아가 아니라 유럽을 제재하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미국이 러시아 가스 수출을 제재하겠다고 하자 러시아는 스스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가버렸다. 그러자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하루 만에 30%씩 급등하고 있다. 현재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1월보다 5배 이상 오른 상태다.
미국이 러시아를 국제 결제망에서 차단하는 것도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결제망에서 차단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국제 공용화폐인 달러로 무역 거래를 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 무역에서는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하며 러중무역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대러 추가 제재는 시작하기 전부터 파훼된 것이다.
3. 결론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2021년을 “엄혹한 난관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에로의 거창한 변화의 서막을 열어놓은 위대한 승리의 해”라고 평가했다. 2021년을 승리의 해로 평가한 북한은 2022년 새해를 “조국청사에 뜻깊게 아로새겨질 혁명적 대경사의 해로, 휘황한 미래에로 나아가는 위대한 투쟁에서 또 하나의 분수령”으로 되게 하자고 호소했다.
평양시 궐기대회에서 최희태 평양시인민위원회 위원장은 “총비서 동지께서 가르쳐주신 대로만 하면 올해에도 반드시 세상을 놀래우는 기적과 변화를 안아올 수 있다”라고 하였다. 김주형 평양시 청년동맹위원장은 “당중앙을 옹위하고 사회주의 전면적 부흥을 당겨오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에서 청년전위의 기상과 본때를 남김없이 떨치겠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북한은 새해를 맞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전면적 부흥을 해내겠다는 결의와 자신감에 넘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국민이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정치적 혼란이 극심하고 경제 공황에 대한 공포심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속수무책이고 대외정책은 아비규환의 상태에 놓여있다.
북한과 미국이 정반대의 분위기에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