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6.


북한이 1월 1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아래 정치국 회의)를 열었다. 이 결과는 북미대결과 한국 대선에 상당히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1.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80돌’을 맞는 북한의 구상

 

1) 정치국 회의 



정치국 회의 안건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안건은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아래 태양절)과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80돌(아래 광명성절)을 성대히 경축하는 것이다. 북한은 역대 최대로 성대한 경축행사를 열 것으로 보인다. 경축 분위기는 태양절과 광명성절 당일로 그치는 게 아니라 2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안건은 대미 대응 방향이다. 그 결과 북한은 신뢰구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했던 조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북한이 말한 선제조치란 2018년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유예하기로 한 조치다. 핵시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안건은 서로 다른 별도의 안건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북한에 있어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제로부터의 독립부터 국가를 건설하고 사회주의를 발전시켜온 역사 그 자체이다. 그래서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기념하는 건 북한의 ‘혁명과 건설’의 승리를 과시하고 또 앞으로의 발전을 결의하는 의미가 있다.

이 가운데 ‘혁명’은 미국을 향한 투쟁, 다시 말해 반미반제 투쟁이라고 할 수 있고 ‘건설’은 사회주의 건설, 특히 경제건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태양절과 광명성절에 경제발전상을 과시하는 것과 대미 행동이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 북한이 올해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더욱 특별히 기념하려는 이유

 


북한은 평소에도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성대히 기념하며 5년, 10년 단위의 해에는 더욱 특별히 기념한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를 특히 성대히 기념하려는 이유는 단지 10의 배수에 해당하는 해이기 때문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은 2021년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새롭게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그리고 그 첫해였던 2021년을 북한은 “엄혹한 난관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에로의 거창한 변화의 서막을 열어놓은 위대한 승리의 해”라고 평가했다. 

이 말에서 북한이 5개년 계획에서 세운 목표가 ‘거창한 변화’라고 부를 만큼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거창한 변화’는 세계 최정상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한은 그 5개년 계획의 첫 해인 지난해에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1년에 이룩한 대표적인 ‘혁명’의 성과물인 극초음속미사일을 보자. 극초음속미사일은 세계초강대국이라는 미국조차 개발하지 못한 무기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을 본 후 “우리의 군사 개념을 무력화하는 초현실적인 무기”라며 북한을 “군사적으로 완성된 나라”라고 높이 평가했다.

대표적인 ‘건설’의 성과물인 삼지연시를 보자. 삼지연시는 북한이 혁명의 성산이라고 일컫는 백두산 기슭 산간도시로 2018년에 착공해 2021년에 완공된 것으로 보인다.

삼지연시는 세계적 수준의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콜린 쥐르크 BBC 북한 전문기자는 삼지연시에 대해 “깔끔하고 훌륭한 외관이다”, “아주 독특하고 아주 화려하다”라고 평가했다. 박원호 우인엔지니어링 대표는 2019년 저서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에서 “규모도 설계도 상상을 초월한다”라며 놀라워했다. 시내 중심부만이 아니라 10여 개의 동, 리까지 모두 같은 수준으로 건설했다고 한다. 

백두산 기슭은 북한 중에서도 북부 국경지대에 있는 춥고 교통 환경도 나쁜 산골 오지라고 할 수 있다. 삼지연시 개발 중에 연료가 얼어 자동차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대책을 세워야 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극심한 제재를 받으면서 자력갱생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북한은 모든 농촌 마을을 삼지연시 수준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은 12월 전원회의에서 “삼지연시 꾸리기 3단계 공사가 마무리됨으로써 전국의 지방들을 개변시키는 장기적인 대건설을 확신성 있게 밀고 나갈 이상적인 본보기, 산 경험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삼지연시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농촌, 산골 마을도 충분히 세계적인 수준으로 전변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북한은 그동안 사회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토대를 쌓아왔다.

예컨대 북한은 2017년 세포등판을 준공했다. 세포등판은 약 500㎢로 서울시(605㎢)와 맞먹는 넓이의 대형 축산기지다. 세포등판을 만들면서 북한은 많은 농축산물을 북한 국민에게 생산,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게 됐다.

또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0년대부터 CNC화(컴퓨터화, 자동화)를 추구했다. 북한은 CNC화를 통해 금속을 정밀가공하며 생산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각종 첨단 미사일 대량생산도 CNC가 있어서 가능하다. 또, 2013년에는 첫 무인공장인 ‘326전선공장’이 건설됐고 2016년에는 무인화된 버섯공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북한의 무인공장시설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2017.03.22., <북한의 4차산업혁명 ‘온나라 CNC화’>


하지만 이렇게 쌓은 토대 자체가 북한이 추구하는 국민생활향상 자체는 아니다. 세포등판 목장도 거기서 고기와 유제품이 생산되어야 의미가 있고 CNC도 거기서 일반인이 사용하는 제품이 생산되어야 의미가 있다. 이제 북한은 지금껏 쌓은 토대에 기초해 실제 국민생활을 급속히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렇게 쌓아온 토대로 북한은 세계최정상급으로 발전하겠다는 웅대한 계획을 세웠다. 2021년 ‘위대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거창한 변화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북한이 남은 4년도 승리할 수 있겠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그래서 북한은 이번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주체 110년대를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이룩하는 승리자의 연대로 빛내이려는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의 드높은 열의와 혁명적 기상을 만천하에 과시하는 중요한 정치적 계기”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은 태양절과 광명성절을 역대 최상의 경축의 장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 삼지연시

 

 

▲세포등판

 

 

3) 전망

 


그렇다면 북한이 이번 태양절과 광명성절 때 무엇을 보여줄까? 

‘혁명’ 영역에서는 신무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전략무기 분야에 5대 과제*를 설정했다. 그중 북한은 핵무기도,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아닌 극초음속미사일을 선보인 상태다. 이번에 정치국 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이 선제조치를 중단하면 나머지 4개의 전략무기를 시험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전략무기 분야 5대 과제: ▲초대형핵탄두 생산 ▲15,000㎞ 사정권 안 타격명중률 제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의 보유


‘건설’ 영역에서는 북한이 다양한 성과를 과시할 수 있다. 

어떤 것을 보여줄지 알 수는 없지만 한번 상상해보자. 혹시 북한이 류경호텔을 개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류경호텔은 105층 호텔로 1987년 공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세계 최고층 호텔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경제난에 공사가 중단됐다. 2008년 이집트 회사 오라스콤의 투자로 공사가 재개되었지만, 제재 문제로 다시 중단됐다. 류경호텔이 완성되면 자력갱생으로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하려는 의도에 부합하는 상징적인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우주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은 1998년, 2006년, 2009년, 2012년, 2016년에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그동안에는 시험위성 및 지구 관측 위성을 쏘아 올렸는데 다시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보다 큰 위성이나 정지위성 등 다양한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유인우주선을 발사할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성과물을 선보일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경축행사를 방해하려 들 수 있다. 2009년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했을 때 미국이 이를 요격하려 시도한 적이 있다. 북한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2009년 당시 북한은 미국의 방해공작에 맞서기 위해 반타격사령부를 꾸려 대응했다. 당시 반타격사령관이 바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적들이 덤벼든다면 원수들의 함선 집단과 요격체계를 가차 없이 짓뭉개버리라”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인공위성을 발사한 후엔 “적들이 요격에로 나오면 진짜 전쟁을 하자고 결심하였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선중앙TV, 2012.1.,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하시여> 중에서, 통일뉴스, 2012.1.16., <김정은 영도체제 1개월, “계승과 조기 안정화”>에서 재인용


북한은 이번에도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다. 조선신보는 1월 15일 “구태의연한 적대시정책에 매달린다면 미국은 함정에 빠져든다”라고 보도한 적 있다. 미국이 방해공작을 펴면 북한은 이를 저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미군사행동을 할 명분을 확보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미국을 굴복시키려 시도할지 모른다.

 

2. 미국의 대응

 


북한이 대미 군사행동을 하면 미국은 어떻게 할까?

 

1) 제재 추진

 


미국은 북한을 규탄하며 제재를 추진할 수 있다. 

미국은 독자제재는 할 수 있겠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를 하긴 어렵다. 그래도 유엔제재를 추진하긴 할 것이다. 올 1월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때에도 미국은 유엔 대북제재를 시도했다. 만약 유엔 대북제재에 성공하면 북한에 대한 국제포위망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엔제재를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북미대결에서 명분을 쥐고 있는 건 북한이다. 북한은 2018년 선제조치를 했지만 미국은 아무런 상응조치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이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재를 일부 완화하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지만, 미국은 숨겨진 핵시설이 있다고 트집을 잡아 결렬시켰다. 북한은 비핵화를 하려고 했는데 미국이 반대해서 못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문제라는 북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서 미국이 유엔 대북제재를 하려면 중국과 러시아를 말로 설득하긴 어렵다. 압박해서 강제로 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무역전쟁을 걸었지만 도리어 패배하고 있다. 뉴스1은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일방적 승리인 것처럼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2021년 수출 3조 4천억 달러를 기록해 2020년 대비 30% 급증했다. 중국의 2021년 대미 수출은 전년도에 비해 25% 늘어나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무역흑자의 60%를 대미 무역에서 얻었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매긴 높은 관세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미국의 물가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1982년 이후 40년 만의 최대 물가상승을 겪고 있다.

*뉴스1, 2022.1.17., <[시나쿨파]무역전쟁 4년, 중국은 최대 무역흑자-미국은 공급난>


친미국가들도 중국 제재에 미온적이다. 미국이 제재하는 대표적인 중국 기업 화웨이는 2021년에도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했다. 실력이 뛰어나니 각 나라와 기업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지속하는 것이다. 빈스 케이블 전 영국 상무장관은 최근에 열린 포럼에서 영국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화웨이 제재에 부득이하게 동참했는데, 그 결과 가장 진보된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러시아의 경우 미국이 천연가스 수출을 제재해 압박하려 했으나 역공을 당하고 있다. 러시아가 먼저 가스 수출을 중단하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1월 7일 기준 메가와트시(MWh) 당 약 2만 6천 원에서 2022년 1월 7일 기준 약 11만 7천 원으로 4배 올랐다. 유럽이 큰 피해를 보자 미국이 러시아 추가 제재에 나서면 독일, 오스트리아, 동유럽 국가 등은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압박을 당하고 있으며 미국이 구축하려는 대중·대러 연합전선이 파탄 나고 있다.

최근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미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미국은 1월 11일 일본,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알바니아와 함께 북한을 규탄하는 6개국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독일이나 캐나다, 호주 같은 친미국가도 대거 빠졌고 심지어 한국 정부조차 동참하길 거부했다. 미국이 친미세력을 규합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1월 20일 미일 공동성명 발표로 응수하는 게 고작이었다. 미국과 일본은 공동성명에서 모든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CVID)”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다지 관심받지 못했다. 모든 탄도미사일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황당하지만, 어차피 실현 가능한 소리도 아니다. 마치 종로에서 뺨맞고 그 자리에서 항의도 못하고 한강에서 눈 흘기려는데 행인들 눈치가 보여 별수 없이 방구석에 들어가 절친이랑 둘이서 소리지르는 꼴이다.
 
옛날엔 미국의 위상이 이렇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 유례없는 고강도 유엔제재를 거침없이 통과시켰다. 2017년만 해도 6월, 8월, 9월, 12월 네 차례나 유엔제재 결의안이 통과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받아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때 북한은 유엔 제재에 동참한 중국·러시아와 등을 돌린 게 아니라 그들을 포용하고 단결의 손을 내미는 원숙해 보이는 외교를 폈다. 그 결과 2018년 북중정상회담과 2019년 북러정상회담을 열어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공고히 다졌다.

북한은 관계개선만 한 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정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과 다르게 미국에 강경하게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2017년 미국이 압박하자 중국은 갈등을 피하고자 미국에 283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그런데 2018년 중국은 미국이 관세 폭탄을 매기자 상응하는 경제보복 조치로 맞섰다. 

러시아는 앞서 소개했듯 미국이 가스 수출을 제재할 의사를 비치자 아예 선제적으로 가스관을 잠가버렸다. 또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려 시도하며 군사압박을 가하자 러시아는 안보를 위협하면 군사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강경하게 맞선 게 실제로도 효과가 있었다. 앞서 소개했듯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하고 있고 러시아도 천연가스 수출 제한 움직임에 아예 선제적으로 대응하니 오히려 유럽이 곤란에 빠졌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에서는 러시아가 군사대응을 천명하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월 19일 기자회견에서 “내 추측으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며 “우크라이나가 머잖은 시점에 나토에 가입할 것 같지는 않다”라며 물러섰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압박하는데 미국은 약해지고 있다. 미국은 2021년 아프간전에서 탈레반에 패퇴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미 의사당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아 점거당하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의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러다 보니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밀어붙여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유엔 내 지형이 바뀌어 버렸다.

 

2) 군사적 압박

 


미국은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거나 조기경보기를 띄우는 등 군사 압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200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반타격사령부를 지휘했던 경험을 보면 북한은 초강경조치로 맞서 미군이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막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신보는 1월 15일 “조선의 국가방위력 강화조치에 대한 미국의 대결 자세는 강대강 원칙을 작동시키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대강 국면으로 접어들면 북한과 미국, 둘 중 하나가 패배해야 상황이 끝난다. 그런 상황이 되면 북한은 자신이 이긴다고 확고히 믿고 미국이 ‘방아쇠’를 당기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조선신보는 1월 22일 미국과 일본이 공동성명을 발표해 CVID를 주장한 데 대해 “조선의 강대강 원칙을 작동시키는 방아쇠를 끝내 당긴 셈”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군사대응을 하지 못하고 성명발표에 그친 건 어떻게 보면 상당히 소극적인 행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조선신보는 ‘방아쇠’를 당겼다며 강대강을 작동시켰다고 단언했다. 이는 미국의 사소한 주권침해 행위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강대강 국면으로 접어들길 바라는 듯한 인상을 준다.

미국이 방아쇠를 당기면 이를 명분으로 북한은 군사력을 본격적으로 행사해 나설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그 누구도 다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나가”겠다며 “평화적인 환경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그 원인들을 차차 해소하고 없애버”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편 미국에선 전면대결이 펼쳐지면 북한에 밀린다는 반응이 나온다. 2017년 마크 밀리 미 육군참모총장은 북한에 대해 “북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매우 매우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라며 “한반도의 전쟁은 끔찍할 것이다. 핵무기가 로스앤젤레스에 떨어지는 것도 끔찍할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2020년 8월 4일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관은 “우리는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미사일을 최상의 중대 위협으로 다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22년 1월 11일 극초음속미사일이 발사되었을 때 마이크 터너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북한이 우리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넘어설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평범한 미국인의 여론도 비슷하다. 미국 폭스뉴스가 1월 23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이 가장 우려하는 것 1위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68%)이 꼽혔다. 1월 21일에는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윤석열 후보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을 주장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자 미국인들은 “호전적인 미치광이”,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원하지 않는다”,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이동식 ICBM 시스템을 갖춘 북한을 미국이 선제타격을 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용감하게 어리석은 짓이다” 등의 댓글반응을 보였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라지만 북한이 자신감을 보이고 미국은 불안해하는 걸 보면, 미국이 북한에 패배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3) 미적지근한 대응 또는 무시 전략

 


미국은 유엔 제재도 못 하고 군사 대응도 못 한 끝에 1월 극초음속미사일에 대응했던 것처럼 일본과 둘이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발표 수준에 그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해 초라하게 쇠락해가고 있는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북한이 군사행동을 하든 말든 무시하는 방법도 있다. 국방력 강화는 어느 나라나 할 수 있는 주권인 만큼 미국이 대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실 잘못된 것도 아니다. 미국이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하려 한다고 해서 국제사회로부터 규탄받진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1월에 미국이 북한을 규탄하고 유엔 대북제재를 추진해버렸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북한의 군사행동을 무시했으면 몰라도 갑자기 침묵해버리면 미국이 기가 죽어 꼼짝 못 한다는 인식을 주게 된다.

1956년 2차 중동전쟁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이집트를 공격한 적이 있다. 이때 미국이 전쟁을 반대했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을 무시했다. 그러다가 미국이 물자공급을 중단하고 항공모함까지 보내 영국과 프랑스를 압박하자 그제야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을 그만두고 철수했다. 세계 패권이 영국,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미국이 1월까지만 해도 북한의 군사행동을 규탄하다 돌연 침묵하게 되면, 2차 중동전쟁과 같은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이 굴복했고 한반도 패권이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4) 전향적 태도

 


지금까지 살펴본 경우의 수를 보면 미국이 북한을 제압할 뾰족한 수가 없다. 제재, 군사 대응, 무엇 하나 미국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의 대미 군사행동 예고를 접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엔 마지막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 전향적인 태도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대북제재를 철회하며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조치를 하면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만약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군사행동을 강행하면 미국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선의의 조치를 했는데 북한이 걷어찼다는 명분을 내세워 유엔을 동원해 대북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 대화가 진행되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대화하는 동안 북한의 군사행동을 연기시킬 수 있으므로 그것만으로도 미국의 이익이다.

대화가 잘 되어서 북한과 미국이 공리공영을 도모하게 되면 그것도 미국의 이익이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1월 20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대담에서 롤링스톤즈와 블랙핑크를 초청해 38선에서 큰 파티를 열어 38선을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무기와 총, 총알에 많은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다른 많은 곳에 투자하자는 것”이라며 “8000만의 인구를 가진 중국 접경지역의 국가가 되면 엄청난 성공담을 쓸 수 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서 로저스 회장은 “제가 한국사람이었다면 미군이 철수하면 알아서 자국 방위를 하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저스 회장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2020년 1월 25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 경제를 위해 조언해달라”라는 질문에 “어려울 것 없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면 된다”라고 답했다. 작년 11월 22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도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지났는데도 주한미군이 2만 8000여 명이나 한국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언급했다.

한반도에 평화번영이 이뤄지게 되면 미국으로서도 거대한 신흥 투자처가 열려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 자본가들도 좋아할 만하다.

결국 북한이 수용하든 거절하든 상관없이 선제조치를 취하고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 미국이 꺼낼 수 있는 최상의 패다. 그런데 미국 지도부는 패권을 부리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3. 한국 대선에 미칠 영향

 


북한이 정치국 회의에서 올해 가장 ‘뜻깊은 명절’이라고 강조한 2월 16일~4월 15일 기간은 한국의 대선과도 겹친다. 2월 13일부터 후보자등록 신청을 받고 2월 15일 선거기간 개시, 3월 9일 투표를 하기 때문에 북한이 ‘뜻깊은 명절’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한국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1) 한국 대선 현황

 


지금 한국 대선을 보면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힘당 윤석열 후보 모두 인간성 문제, 자질 문제, 가족 문제로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도 높아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오기까지 한다. 뉴스더원의 박현수 기자는 이번 대선은 건달과 양아치 중에 누가 낫느냐의 싸움이라며 “윤석열과 이재명, 누가 건달이고 누가 양아치일까”라고 물었다.

공약을 봐도 후보들 사이에 별 차이도 없고 특별히 주목되는 게 없다. 기껏 화제가 되는 건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같은 공약이다. 정말로 이런 게 오늘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인가?

시대정신을 두고 격돌한다면 윤석열 후보는 반북대결론을 펴고 이재명 후보는 평화, 번영, 통일을 내세우는 모양새였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자기 정체성대로 멸공, 북한 선제타격을 외쳤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평화, 번영, 통일 대신 북한에 대한 적대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예를 들면 이재명 후보는 1월 12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북한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 적이 없다. 1월 20일에도 이재명 후보는 신뢰구축을 위한 선제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북한에 결정에 “무력시위로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라며 북한을 규탄했다.

일단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 문제라는 용어 선택부터 반북적이다. 게다가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이재명 후보는 북한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북핵 문제 해결’은 북한이 가진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개념이다. 북한이 북핵 문제를 푼다는 말 자체가 엉터리다. 이재명 후보는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그리고 북한이 선제조치를 재검토한 것에 대해서도 몰이해를 드러냈다. 북한은 2018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되라고 스스로 선제적으로 한 조치다. 북미대화가 2019년 2월을 끝으로 중단되었는데도 북한은 3년 동안 선제조치를 유지했다. 이는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이 한 노력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선제조치가 종료된 책임을 물으려거든 북한의 노력을 외면한 미국에 물어야 할 것이다.

박식함을 자랑하는 이재명 후보가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후보가 잘못된 주장까지 하며 대북적대발언을 한 것은 적폐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색깔론 공격을 당할까 봐 평화, 번영, 통일을 외면하고 대북적대발언을 쏟아낸 나머지 엉터리 주장을 하기에 이른 것 아닐까 싶다. 이재명 후보는 작년 대장동 사태 때도 조선일보가 사회주의적이라고 할까 봐 개발이익 국민환수제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의 정체성인 김대중 평화통일 노선에서 벗어났으며 이명박근혜의 노선과 차이가 없게 됐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멸공 이야기를 했다가 미국의 제지를 받았다. 윤석열 후보가 멸공 이야기에 한창이던 1월 14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윤석열 후보가 집권하면 북한이 한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라는 보도를 낸 것이다. 

이 보도는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 지나친 남북대결 조장 행위를 중단하라는 미국의 경고로 분석된다. 이 보도 전후로 멸공 논란을 부추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사과하면서 멸공 논란은 잠잠해졌다. 

윤석열 후보는 이 과정을 보며 어리둥절 했을 것이다. 멸공이 국시가 맞는데 무엇이 잘못됐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싶어 하늘이 샛노래지는 심경이었을 것이다.

평화, 번영, 통일 대 멸공이 맞붙어야 할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멸공을 외치다 국민에게 진압되어 사그라지고 오히려 이재명 후보는 적폐의 눈치를 본 나머지 평화, 번영, 통일을 이야기하는 대신 대북적대발언을 늘어놓는 희한한 전개가 펼쳐졌다. 

시대정신이 사라지자 대선에선 서로 돈을 주겠다는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이러니 두 후보 사이에 무슨 차별성이 있겠는가. 결국 대선판은 어느 후보가 인간성에 더 문제가 있는지, 누구의 가족 문제가 더 심각한지를 두고 경쟁하는 장이 됐다.

이때 학교 회장 선거만도 못한 이 한심한 대선판을 뒤흔들 요소가 등장했다. 만약 2월 중순에 북한이 움직이면 북풍이 대선판을 뒤흔드는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 후보 행보 전망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대미 행동에 나서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어떻게 할까?

윤석열 후보는 종전에 내세우던 멸공·선제타격론을 그대로 이어나갈 것이다. 이것이 친미친일반북적폐세력의 정체성이자 기본 노선이다. 

국힘당은 이승만 정권 시절부터 미국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았으며 친일파와 결탁해 세력을 형성했다. 친미친일로 정통성이 없었던 국힘당 세력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으로 이어오면서 민중을 억압하며 정권을 유지했다.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진보적인 단체와 인물을 말살시키고 4.3 제주학살, 5.18 광주학살을 저질렀다.

그들이 학살을 자행한 명분은 다름 아닌 반공반북이었다. 빨갱이로 몰면 국민을 죽여도 되는 세상이었다. 정치적 경쟁자가 생겨났을 때도 빨갱이로 몰아 제거했다. 진보당 조봉암 선생을 그렇게 제거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집요하게 살해하려 시도했다.

이명박근혜도 정권을 지키기 위해 반공반북색깔론을 적극 활용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반이명박 촛불항쟁을 잠재우기 위해 원정화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박근혜는 2013년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했다는 대선 부정선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국힘당은 평화와 통일이라면 질색한다. 2018년 지방선거는 1차 북미정상회담 바로 다음 날 열렸다. 이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완전히 압승을 거뒀다. 광역 자치단체장은 민주당 14석 대 자유한국당 2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보수세력의 텃밭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구청장 선거에서도 국힘당은 서초만 승리하고 강남과 송파에서 민주당에 패했다.

그래서 국힘당은 평화와 통일을 방해하고 기를 쓰고 반북대결론을 조장하려 한다. 2019년 2월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미국을 방문해 “(종전선언이) 섣불리 이뤄져서는 안 된다”라며 미국 인사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같은 해 11월에도 미국을 찾아 2020년 한국 총선 전에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고 다녔다. 

윤석열 후보와 국힘당도 선거를 앞두고 색깔론에 매달리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1월 초 멸치와 콩을 사는 사진을 공개해 ‘멸공’ 논란을 부추겼다. 그리고 1월 12일 북한 선제타격론을, 14일 “주적은 북한”이라고 말해 색깔론을 조장했다. 

본래 민주개혁세력의 기본 노선은 김대중 평화통일 노선이지만, 그간 행보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북한에 강경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적폐의 눈치를 보고 미국을 좇아가느라고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게 강자의 편에 서는 기회주의적인 태도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2018년 평화통일 분위기가 대세를 형성했을 때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로서 대북협력사업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당시 경기도는 2018년 11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교류협력 사업을 했다. 이때 이재명 후보는 비공개 오찬에서 리종혁 아태평화위원장에게 책을 선물했다. 그 책은 리종혁 위원장의 아버지이자 월북작가인 이기영 작가의 소설책이었다. 리종혁 위원장은 남쪽에서 아버지의 책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 무척 감동한 듯했다. 리종혁 위원장은 깊은 감회에 젖어 오랫동안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이재명 후보에게 “많이 고맙소”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이 선물은 이재명 후보가 직접 골랐다고 전해진다. 경기도는 2019년에도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북한 아태평화위를 초청해 교류했다. 

그랬던 이재명 후보가 지금은 북한에 악담을 퍼붓고 있다. 2021년 11월 북한을 “버리려고 해도 버려지지 않는다”라며 코로나 같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상대를 절멸시킬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으로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라며 북한을 절멸시켜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이재명 후보는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극에서 극으로 태도를 바꿨다. 어떻게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2018년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했던 건 이재명 후보가 민족애나 사명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평화, 번영, 통일이 대세가 되니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해 시류에 편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니까 시류에 따라 180도 태세전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걸 보면 이재명 후보는 힘 있는 자들에게 붙어서 출세하는 게 몸에 밴 사람인 듯하다. 이재명 후보는 실용주의라고 포장하지만, 이건 기회주의다. 

 

 

▲2018년 리종혁 위원장에게 책을 선물하는 이재명 후보

 

 

3) 민심

 


북한이 대미 대응을 하면 전쟁이냐 평화냐가 대선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전쟁과 평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민심이 전쟁을 택할까 평화를 택할까. 

민심은 명분과 실리,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선택할 것이다.

명분 측면을 보면 북한이 선제조치를 재검토한 건 미국이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고 적대정책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인공위성 발사 같은 북한의 행동은 주권의 영역이다. 미국도 극초음속미사일을 개발 중이고 ICBM을 발사하면서 북한의 발사만 문제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실리 측면을 보면 과연 미국이 북한과 싸워 이길지 의문이다.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됐고 그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또, 미국도 개발하지 못한 극초음속미사일을 갖는 등 최첨단무기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반면 미국은 탈레반에게도 쫓겨나는 신세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쏴도 미국은 북한을 규탄한다면서 대화에 나와달라며 저자세를 보인다. 

그러니 민심은 평화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이고 첨단무기 분야에서 앞서가는 데도 민심이 전쟁을 선택하게 되려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상당히 높고 피해의식이 강해야 한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과 싸우다 죽겠다거나 북한이 아무리 강해도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우주개발에 나서는 게 그렇게까지 분노를 자극하고 피해의식을 유발하는 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부러운 대상이다. 한국 국민도 자체 기술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최첨단 무기를 개발할 능력을 갖추고 싶어 한다.

북한이 한국에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다. 국민 속에서도 북한이 동족을 죽이기 위해 무기개발을 하는 건 아닐 거라는 인식이 많아졌다. 일례로 일본이 독도 도발을 하면 북한이 일본에 핵무기 하나 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린다. 북한이 동족의 편을 들 거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전쟁은 쉽게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실제 전쟁이냐 평화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국민은 현실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이길 수 있고 피해를 안 볼 수 있다면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패배할 수 있고, 엄청난 사람이 죽을 것이라면 전쟁을 반대하게 된다. 

민심은 반전평화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가 어떻게 할지 지켜보자. 이재명 후보는 대선 후보로서 했던 대북강경발언을 뒤집고 눈치 빠르게 변신해서 평화를 외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후보는 대북적대를 정체성으로 하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