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11월 24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153] 지각변동: 몰락하는 제국주의③
지금 세계정세에는 근본적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세계를 주도해 온 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였다. 그런데 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미국은 이 위기를 극복하려 북한, 중국, 러시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와 북한,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반제자주 국가 사이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한 제재와 봉쇄를 강화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내세운 ‘가치동맹’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가치동맹엔 신냉전 대결 체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에 맞서 북·중·러가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주의·반제자주 진영은 세 나라가 각각 자기 힘을 키우면서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그리고 세 나라가 서로 연대와 공조, 지원과 지지의 기운을 높이고 있다.
이 대결에선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북·중·러가 공세를 펴며 세계적 차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형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살펴보려 한다.
<몰락하는 제국주의> 차례
1편: https://615tv.net/308
1. 서론
2. 제국주의 형성
3. 신제국주의 체제의 형성
4. 신제국주의 체제의 역사
3편: 이번 글
5. 본질적 한계와 최후 위기
6. 전망
5. 본질적 한계와 최후 위기
1916년 레닌은 제국주의를 사멸해가는 자본주의이자 사회주의 혁명의 전야라고 규정했다. 제국주의가 몰락할 수밖에 없는 건 제국주의 자체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는 독점욕으로부터 출발해 형성됐다. 독점자본은 적당히 이익을 내면 만족하고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더 큰 독점을 이루려 한다. 독점자본이 독점 추구를 포기하면 그 순간 다른 독점자본에 잡아먹히게 된다. 그래서 태생부터 탐욕만을 추구하는 게 독점자본이고 승자와 패자만이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바로 독점자본주의의 세계이다.
독점자본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충분한 임금을 주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 공정하게 무역을 하는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독점자본은 독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민을 수탈하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한다.
이런 제국주의의 행태는 자기 삶을 지키고 나라의 주권을 지키려는 국민의 투쟁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래서 반제국주의 세력이 만들어지고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의 대결이 벌어진다.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의 대결은 본질상 독점과 침략 대 자주, 평등, 평화번영의 투쟁이다.
제국주의와 반제국주의의 대결은 반제국주의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다른 이를 침략하고 지배하려는 탐욕은 자기 나라와 자기 가족과 자기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애국심과 자주정신을 이길 수가 없다. 탐욕은 죽음을 각오하지 못하지만 애국심과 자주정신은 죽음마저 초월한다. 그것이 초강대국 미국이 아프간에서 슬리퍼를 신고 소총을 쏘며 뛰어다니는 탈레반과 20년 동안 전쟁을 하고서도 끝내 패배한 이유이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패퇴하듯이 제국주의는 결국엔 반제국주의에 패배하고 몰락한다. 제국주의의 몰락은 역사의 필연이다.
레닌이 제국주의가 몰락한다고 선언한 때로부터 벌써 100년이 지났다. 레닌의 선언 이후 당장 제국주의가 멸망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제국주의가 승승장구해오지도 않았다. 제국주의는 늘 몰락 위기에 놓여왔다. 다만 1, 2차 세계대전 후 구제국주의 체제에서 신제국주의 체제로 변화했듯 임기응변을 동원해 가까스로 위기를 넘겨왔던 것뿐이다.
하지만 이제 제국주의는 위기에서 빠져나갈 탈출구가 없다. 오늘날 제국주의는 수습할 수 없는 최후의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아래에서는 제국주의가 최후 위기에 몰렸다고 판단하는 근거를 세 가지로 살펴보겠다. 이번 글에서는 분량 관계상 첫번째만 다룬다.
1) 근거1: 자체 모순의 심화
제국주의가 최후 위기를 맞았다는 첫 번째 근거는 독점이 너무 극심해졌다는 점이다.
① 징표
독점이 극심해지면서 생긴 특징은 첫째 금융을 중심으로, 둘째 전 세계적 범위에서 독점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독점자본주의는 은행자본이 산업자본과 융합해 금융자본으로 성장하고, 이 금융자본이 나라의 경제, 정치를 지배하는 체제, 즉 금융과두제로 발전하면서 발달한다. 그래서 오늘날 독점이 지나치게 극심해졌다는 징표도 바로 금융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금융산업의 규모가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커졌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산한 금액은 78조 달러다. 그리고 전 세계 기업의 시가총액은 81조 달러다. 그런데 금융엔 이런 실물경제만 있는 게 아니라 가상의 경제가 발생한다. 아직 생산되지 않은 농산물의 가격을 예측해 미리 투자하고 이를 거래하는 선물 시장 등 파생상품이 바로 가상의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이 파생상품의 규모는 무려 544조 달러다.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가 실물경제 규모를 압도한다.
또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좌지우지 하는 힘이 커졌다. 국제금융협회가 9월 14일에 발간한 국제부채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부채는 85.7조 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 기업 시가총액보다도 더 크다.
금융시장이 전 세계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좌우하는 것이다.
실물경제에서도 전 세계 범위에서 독점이 형성되었다. 미국은 90년대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세계 각국의 무역장벽, 금융장벽을 낮춰 기업을 진출시키고 자본을 침투시켰다. 다국적 기업을 키워 전 세계 범위에서의 독점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2021년 8월 기준 시가총액 2조 달러인 미국 애플을 비롯하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12개 회사가 세계 시가총액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소수 기업이 세계적 범위에서 독점을 형성하게 되었다.
금융을 기반으로 전 세계적 독점이 형성되다 보니 독점자본은 너무나 손쉽게 세계경제를 독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에게 독점이 집중되었다. 이런 독점은 대부분 주식과 부동산을 통해서 이뤄져 있다. 주식과 부동산은 그 자체로는 생산적인 기능을 하지 못한다. 전 세계 범위에서 소수에게 극단적으로 집중된 독점은 생산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지 않는다.
② 현상
가.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전 세계적으로 금융을 중심으로 극소수에게 집중된 독점은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일으킨다.
흔히 지금은 1%대 99%의 사회가 되었다고 말한다. 2019년 글로벌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가 발간한 ‘2019년 글로벌 부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성인 인구의 0.9%가 전 세계 부의 43.9%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2020년 1월 공개한 부의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153명(0.00003%)이 가진 재산이 46억 명(60%)이 가진 재산보다 많다고 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해지니 중간계층이 몰락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되고, 비정규직은 알바로 전락했다. 자영업자들도 몰락했다. 일부 극소수 독점 외에는 모두 하향 평준화 되고 극심한 불안에 빠져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런 불평등은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 리서치가 발간한 ‘2021 글로벌 자산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극빈층이 8,000만 명 이상 늘었는데 대신 백만장자가 520만 명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을 두고 K자형 경제회복이 이뤄지고 있다고 일컫는다.
나. 극심한 정치적 갈등
독점이 극심해지면서 정치 갈등도 화해할 수 없을 지경으로 치닫고 정치세력의 극우화 경향도 나타난다.
한국만 해도 촛불혁명으로 국민의 진보적 열망이 높아지는 동시에 태극기부대가 창궐했다. 미국에서도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되었다. 트럼프 지지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자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프간에서 미군이 패배하는 것을 보면서 탈레반을 본받아 내란을 일으켜 트럼프를 다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런 여론에 기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도 인기가 높다.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이뤄진 하버드-해리스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및 무소속 정치인 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10%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1, 2위 격차가 무려 37%포인트나 난다. 11월 14일에 보도된 디모인 리지스터-미디어콤 여론조사 결과에선 미국 대선 격전지 중 한 곳인 아이오와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 바이든 대통령이 40% 지지를 얻었다.
트럼프 지지층은 백인 노동자 중심이다. 극우는 원래 독점자본의 이익을 대변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극빈층을 사로잡기도 한다. 노동자, 서민, 극빈층이 경제위기를 겪으며 느끼는 불만을 다른 민족이나 다른 나라, 다른 계층에 대한 분노로 전가하는 것이다. 과거 독일은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그 분노를 유태인에게 돌리고 국민을 선동해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 오늘날 미국은 국민의 불만을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이민자, 중국에 전가한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해질 때 이를 건전하게 해소하기 위해선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인 영역을 강화해 사회적 평등을 실현해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자칫 사회주의로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독점자본은 빈곤층을 속여 극우화로 이끎으로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건전하게 해결하는 걸 봉쇄한다.
다. 제국주의 간 분열과 대립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국가 간에서도 일어난다.
2020년과 2011년을 비교하면 적잖은 나라들이 경제가 성장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데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미국은 GDP가 대폭 성장했다. 미국이 패권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부를 찬탈해 자기 이익을 실현한 것이다. 이처럼 제국주의 나라 사이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갈등과 대립이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호주와 프랑스 사이의 잠수함을 둘러싼 이권다툼이다.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해주기로 하자 호주가 프랑스와 맺은 77조 원어치의 잠수함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렸다. 호주는 이 사태를 두고 책임공방을 벌이다 11월 3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고받은 문자를 공개해버리기까지 했다. 프랑스는 분개했다. 장피에르 테보 호주 주재 프랑스 대사는 “진실과 신뢰 측면에서도 전례 없는 최저치를 찍었다”라고 개탄했다.
미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을 2020년 1조 2천억 원에서 2021년 1조 5천억 원으로 단번에 13% 인상하고 미국산 무기를 강매한다. 아시아경제 1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9조 9천억 원의 무기를 강매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구매한 미국산 무기 총액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2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향후 3년 간 미국 무기를 12조 원 넘게 구매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독일이 미국의 제재를 무릅쓰고 러시아와 천연가스관을 연결하거나 이탈리아가 미국이 반대하는 중국 일대일로에 동참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애초에 미국을 정점으로 제국주의 나라들이 연대해 북한, 중국, 러시아 같은 사회주의·반제자주 진영과 맞서자는 게 신제국주의 체제다. 그런데 제국주의 나라 사이에서 신제국주의 체제가 중국과 러시아를 제압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자기 실리를 챙기겠다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이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행보가 신제국주의 체제의 균열로 볼 수 있는 이유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미국에서 벗어나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하는 건 아니고 단지 제국주의 체제 내에서의 이권다툼이라는 데서 독일·이탈리아 사례와는 성격상 차이가 있다.
제국주의 나라 사이의 갈등은 미국이 자기 이익을 포기하고 평등과 호혜를 추구해야 해소된다. 그런데 평등과 호혜를 추구하는 건 독점을 추구하는 제국주의의 특성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제국주의 나라 사이의 갈등은 조정과 완화가 불가능하다.
(이어서)
주권연구소 이형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