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11월 29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154] 윤석열과 김종인 갈등의 배경
1. 현상
최근 윤석열 선거대책본부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두고 윤석열 국힘당 대선 후보와 김종인이 갈등을 빚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안하자 김종인은 전권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윤석열 후보가 거부하고 있다.
김종인은 11월 23일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라며 총괄선대위원장을 거절할 듯 선을 그었다. 같은 날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에 대해서 “그 양반 말씀하는 것은 내게 물어보지 말라”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이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린 건 아니다. 윤석열 후보는 ‘그 양반’이라고 부르고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 김 박사님께서 며칠 생각하신다 하니까 저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김종인도 11월 24일 “아직은 내가 거기(총괄선대위원장 제안)에 대한 확정적인 얘기는 안 했다”라면서 여지를 남겼다.
지금도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사이에 이런 ‘밀당’(밀고 당기기)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는 통에 윤석열 후보는 큰 손해를 봤다.
윤석열 후보는 11월 5일 국힘당 후보로 선출된 후 지지율이 상승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11월 5일부터 6일까지 여론조사한 결과 윤석열 후보 43%, 이재명 후보 31%로 나타났다. 두 후보 사이에 10%포인트의 큰 지지율 격차가 발생했다. 그런데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헤럴드경제 의뢰로 11월 23일부터 24일 동안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후보 42%, 이재명 후보 40%로 나타났다.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이 3주 넘게 밀당을 벌이는 사이에 이재명 후보에게 따라잡힌 것이다.
윤석열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고자 한다면 지지율이 크게 앞서나갈 때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를 고착화시켜야 했는데 기껏 잡은 승기를 허무하게 놓쳤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1월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지난 3주 동안 오로지 김종인, ‘김종인 바라기’였다”라며 “완전 백해무익한 밀당이었고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한 달”이라고 꼬집었다.
서로 요구조건이 맞지 않아 합의가 안 되면 갈라서서 각자 갈 길을 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은 둘 다 손을 잡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아예 갈라서지도 않는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2. 원인
1) 축소된 보수의 입지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영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보수세력의 입지가 그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보수세력은 민주개혁세력보다 우위에 있었다. 과거 총선 결과를 보면 민주개혁세력이 우세했던 지역은 호남뿐이었다. 민주개혁세력은 자기 힘만으로는 보수세력을 이길 수 없었다. 그래서 정권을 쥐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노무현 대통령은 정몽준과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개혁세력은 서울과 경기·인천, 충청을 차례로 석권했다. 현재 보수세력이 확고히 우세인 지역은 대구·경북 정도다. 부산·울산·경남도 시장·도지사를 민주당에게 빼앗기는 등 안정적이지 않다. 이제는 보수세력이 단독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가 없어서 중도세력과 연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리고 민주개혁세력이 호남을 기반으로 다른 지역에 세를 확장했듯이 국힘당도 대구·경북을 토대로 호남을 차지해야 살길이 열린다.
보수세력은 중도와 호남을 공략하기 위해서 오래 공을 들였다. 그 사례로 문국현과 안철수를 들 수 있다. 문국현은 2007년 청렴한 기업가 이미지를 내세워 정치에 뛰어들었다. 문국현은 자신을 진보로 포장해 수도권과 호남 공략을 시도했다. 그러나 문국현은 실패했고 곧 정계에서 사라졌다. 안철수는 2016년 총선에서 호남 석권에 성공했으나 보수세력과 합당하는 등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호남을 잃었다.
윤석열 후보도 호남공략에 애를 쓰고 있다. 광주를 여러 차례 방문했고 5.18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며 호남에 구애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 자신도 원래는 국힘당이 외연 확장을 위해 영입한 외부 인사다. 윤석열 후보는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후 보수와 중도, 일부 진보층까지 아우르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외부인사인 윤석열이 국힘당 대선 후보로 된 것 자체가 기존 국힘당 인물로는 민주개혁세력을 이길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김종인 영입도 중도층과 호남을 공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김종인은 국힘당 비대위원장도 맡는 등 사실상 국힘당에 몸을 담근 인물이지만 여전히 중도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국힘당과 부딪혔을 때 소신을 밀어붙이는 강단 있는 이미지이고 정책적으로도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진보인 듯한 인상을 준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정치인 김종인을 만든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종인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소득의 재분배와 기업의 무분별한 활동을 제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종인은 자신이 박정희 정권 때 의료보험을 도입했고 노태우 정권 때 대기업 규제를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김종인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복무했는데도 진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진보의 탈을 쓴 보수라고 할 수 있다. 문국현, 안철수도 양의 탈을 썼다가 실패했는데 김종인은 아직 책사로서 살아남아 있다. 자기가 직접 선거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영입 외에도 김병준 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선대위 소속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민주개혁세력에서 변절한 사람을 끌어들여 중도·호남 외연확장을 도모했다. 하지만 김병준과 김한길은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는 더더욱 김종인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 김종인이 전권을 달라고 하는 건 대선 후보인 자신보다도 위에 서려는 일종의 횡포 아닌가? 그런데도 윤석열 후보는 삼고초려 하면서 김종인을 영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김종인을 내쳐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 원 주류세력의 신 주류세력 견제
국힘당의 전통적인 주류세력은 주호영, 나경원 같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박근혜 탄핵촛불로 몰락하게 되었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국힘당의 원래 주류세력으로는 부활할 수 없다는 걸 재차 확인했다.
이에 원 주류세력은 윤석열 후보와 결탁했다. 원 주류세력 인물로는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높은 외부인사를 영입해서 중도·호남을 공략해 대권을 거머쥐려는 것이다.
그런데 김종인이 들어오면 김종인, 이준석이 새로운 주류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준석 등 신 주류세력은 원 주류세력으로는 보수세력이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대대적으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여긴다. 신 주류세력이 과거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던 것도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원 주류세력은 이미 신 주류세력에게 위협받고 있다. 원 주류세력은 나경원을 서울시장 후보, 당대표 후보로 내세웠지만 각각 오세훈, 이준석에게 패배했다. 이대로 신 주류세력이 국힘당 장악에 성공하면 원 주류세력은 속절없이 밀려나게 된다. 바른미래당 계열이 90년대 신한국당 세력을 청소하게 되는 것이다.
김종인 영입에서도 원 주류세력과 신 주류세력 간의 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원 주류세력이 바라는 건 자신들이 핵심 권력을 갖는 전제하에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이미 선대위 주요 요직에 원 주류세력을 포진했다. 11월 24일 주호영, 김성태, 원희룡, 권성동, 권영세 등을 선대위 요직으로 임명한 것이다. 장제원은 윤석열 후보 경선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했으나 자녀 문제로 스스로 물러났다. 나경원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대표와 맞섰기 때문에 나경원 자신이 선대위에 나서면 필요 이상의 갈등이 조장될 수 있어서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았다. 거기에 더해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대표에게 청년위원장직을 맡기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11월 19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2030세대를 공략하는 문제에 대해 ‘이준석 대표에게 일임하겠다’라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1월 24일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 대표의 지도력을 인정하지 않고 나이가 어리다고 2030청년위원장 취급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는 권력은 윤석열 후보와 원 주류세력이 쥘 테니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신 주류세력은 보조적인 역할이나 하라는 요구와 같다. 이준석 대표를 대표로 대우하기보다는 수하처럼 여기는 윤석열 후보의 태도가 깔려 있다. 이준석 대표는 청년위원장 제안을 거부했고 윤석열 후보는 결국 자기가 직접 청년위원장을 맡았다.
그런데 김종인은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받고 전권을 달라고 고집하고 있다. 김종인이 전권을 가지면 이준석 대표와 함께 당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며 장악하려 들 것이다. 그러면 윤석열 후보는 바지사장이 되고 원 주류세력은 도태될 것이다. 이걸 막기 위해서 김종인과 이준석 대표를 견제하는 것이다.
지금 당을 장악하는 세력이 대선은 물론이고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쥐게 된다. 그래서 국힘당 입장에서 현재 권력투쟁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3) 윤석열 기질
윤석열 후보는 파쇼 기질의 소유자다. 윤석열 후보가 독재자 전두환을 찬양하는 데서도 독재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자기가 다 장악하고 주도해야 하는 파쇼적 성질상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의 전권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윤석열 후보는 바지사장이 되는 꼴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가 실력이 있으면 김종인에게 전권을 주면서도 정치력을 발휘해서 선대위를 자기 뜻대로 끌고 갈 수 있다. 그러면 김종인을 품으면서도 자기 입지를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그럴만한 실력이 없다.
윤석열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하게 해야 한다거나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어야 한다거나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는 등의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11월 23일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 리더스 포럼 2021에선 무대에 올라갔는데 프롬프터에 자기 대본이 나오지 않자 사회자가 시작해달라고 주문했는데도 멀뚱히 서서 침묵했다. 대본 없인 말을 못하는 것이다. 10월 23일 국힘당 경선 토론에서 유승민 의원이 청약통장을 만들어 봤냐고 물었을 때 윤석열 후보는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지 못했다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청약통장에 대해 모르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하고 배우려고라도 해야 할텐데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라고 오히려 제 편에서 역정을 냈다.
윤석열 후보는 어느 모로 봐도 실력이 없다. 실력이 없다는 걸 자신도 안다. 실력은 없는데 대장 노릇을 하려다 보면 속이 좁아지고 포용력이 없어진다. 그래서 윤석열 후보는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김종인을 받아들이기 싫어한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김종인이 없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러니 김종인에게 손을 내밀되 윤석열 후보 자신이 김종인보다 우위에 있기 위해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윤석열 후보와 원 주류세력 간에도 갈등 요소가 있다.
윤석열 후보는 본래 국힘당 인사가 아니었다. 원 주류세력이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윤석열 후보와 결탁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도 자기 필요에 따라 원 주류세력과 결탁했다. 원래 윤석열 후보가 한동훈 같은 자신의 측근을 사무총장이나 선대위 요직에 앉혀야 비로소 당을 장악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엔 윤석열 후보의 사람이 없다. 그래서 윤석열 후보는 원 주류세력의 손을 잡아야 했다.
윤석열 후보와 원 주류세력이 한 몸이 아니라 결탁 관계라는 것은 그들 사이에서도 갈등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원 주류세력은 윤석열 후보를 자신의 기득권을 위한 장기 말로 사용하려 한다. 윤석열 후보는 여력이 없어 원 주류세력의 힘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든 윤석열 후보와 원 주류세력 간에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국힘당은 전체적으로 마음이 맞아서 똘똘 뭉쳐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끊임없이 국힘당에 혼란을 야기한다.
일례로 홍준표 의원은 대선 경선 후 곧장 결과에 승복했으면서도 윤석열 후보에 힘을 보태지 않고 있다. 10월 15일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후보가 대선 경선 맞수토론 중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의원의 어깨를 툭 치면서 “그만해라. 아 진짜”라고 말하는 일이 있었다. 홍준표 의원은 1954년생 사법연수원 14기고 윤석열 후보는 1960년생 사법연수원 23기다. 나이로 보나 기수로 보나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를 하대할 입장은 아니다. 그런데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후보의 하극상에 찍소리 못했다.
애초 홍준표 의원은 전날인 10월 14일 “내 여태 검찰 후배라고 조심스레 다루었지만, 다음 토론 때는 혹독한 검증을 해야 하겠다. 그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윤석열 후보는 말주변이나 지식과 경험이 적기 때문에 토론에서 무너질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토론을 잘한다고 평이 자자하다.
하지만 정작 판이 벌어지니 의외로 홍준표 의원이 맥을 추지 못했다. 전여옥 전 국힘당 의원이 10월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정치인 홍준표’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논평할 정도였다.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후보한테도 쩔쩔맬 정도로 토론실력이 형편 없다기보다는 봐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던 홍준표 의원이 하극상을 겪고도 봐주었다니, 왜 그런 것일까?
이에 대해 어떤 사람은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의원의 약점을 쥐고 협박한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판사들을 사찰했다. 이처럼 윤석열 후보는 주요 정치인에 대해서도 약점을 파악해놓았을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어리고 검찰 기수도 낮은 윤석열 후보가 어깨를 치며 까불지 말라고 건방을 떨어도 꼼짝 못 한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 말고도 이준석 대표에게서도 비슷한 정황이 보인다.
윤석열 후보 입당 초기에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심한 갈등을 빚었다. 윤석열 후보가 입당할 때도 이준석 대표는 지방 일정 중이어서 나중에야 입당 사실을 전해들었다. 이준석 대표는 당 일정으로 8월 4일 당지도부 및 대선 후보들 봉사활동, 8월 5일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를 진행했지만 윤석열 후보는 두 일정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안상수 의원은 “당대표를 X무시한다”라고 윤석열 후보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갈등에 8월 11일 윤석열 캠프는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를 탄핵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8월 12일 이준석 대표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에게 “저거(윤석열) 곧 정리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있었다. 9월 3일 SBS가 이준석 대표 아버지가 제주도에서 땅투기를 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 보도 후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난을 멈췄다. 9월 2일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서 “우리 당 후보의 개입이 있었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당무감사로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9월 6일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본인이 떳떳하다고 말했다며 고발사주는 정치공작이라고 윤석열 후보를 편들었다. 홍준표 의원이 이준석 대표가 지나치게 윤석열 후보 편을 든다며 문제 제기할 정도였다.
SBS가 어디서 정보를 얻어 보도했겠는가. 이준석이 당대표로 부상하자 적폐세력이 사찰해둔 정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후보에게 고개를 숙이니 이준석 아버지 제주도 땅 투기 논란도 자취를 감췄다.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홍준표 의원을 이런 식으로 길들인 게 아닌가 싶다. 홍준표 의원은 11월 20일 “경선 낙선하던 날 제 아내 첫마디. ‘이제 감옥 안 가도 되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경선에서 승리하면 윤석열의 보복공작으로 감옥에 가게 될 판이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윤석열 후보에게서 파쇼 기질을 엿볼 수 있다. 같은 편이라도 약점 잡아 협박하고 흔드는 건 전통적인 검사의 활동방식이다. 검찰은 검찰총장이라 할지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론을 통해 비리를 터트려 몰아내곤 했다.
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 사건이 바로 그런 사례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당시 국정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대선 때 댓글 조작을 했다는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검찰은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의혹을 언론에 흘렸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결국 스스로 사임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김태정 검찰총장의 예도 있다. 1999년 대전법조비리 사건이라는 검사의 비리의혹이 터졌다. 이에 김태정 검찰총장이 해당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검사 일부가 김태정 검찰총장에 공개적으로 항명해 나섰다. 그 과정에서 한 검사가 검찰이 1998년 의도적으로 공작해 한국조폐공사 파업 사건을 일으켰다고 언론에 흘렸다.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했지만 이 ‘파업 유도’ 사건의 책임을 지고 임명 보름 만에 사퇴했다.
이렇게 약점을 잡아 물어뜯는 식으로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건 검찰의 전통적인 방식이다.
파쇼적 기질의 소유자는 사람을 굴복시킬 수는 있어도 화합시키진 못한다. 그래서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후보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준석 대표도 윤석열 후보와 마음으로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11월 18일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유승민 계인 한기호 의원에서 윤석열 후보 측 권성동 의원으로 갈아치우는 과정에서 재차 갈등을 겪었다. 결국 윤석열 후보가 요구를 관철했고 이준석 대표는 굴욕을 맛보았다.
3. 전망
그렇다면 김종인은 어떻게 할까?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은 표면적으로 화해하면서 손을 잡을 수도 있고 그냥 결별할 수도 있다.
윤석열 후보는 전두환 찬양 발언 때 볼 수 있었듯 주변에서 비난해도 자기 고집대로 밀어붙인다. 사람들이 그런 강한 모습을 좋아할 거라고 믿는다. 그러다 지지율이 폭락하면 그제야 사과하는 척한다.
그렇게 볼 때 윤석열 후보는 지지율이 높으면 김종인이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해 자기 고집을 밀고 나갈 것이다. 그러다가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위기에 놓이면 그제야 김종인에게 무릎 꿇는 시늉을 할 것이다.
처음부터 윤석열 후보가 공을 들이지 않았다면 김종인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아도 문제 될 게 없다. 그냥 각자 갈 길을 가면 된다. 하지만 그동안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영입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이제 김종인이 없으면 윤석열 선대위는 반쪽짜리로 전락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윤석열 후보가 자초한 구도이다.
김종인이 선대위에 합류하더라도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 진심으로 결합한 게 아니라 상황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손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높을 땐 김종인이 숨죽이고 있겠지만,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떨어지면 김종인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 이는 대선 국면에서 국힘당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4. 국민이 주인이다
국힘당을 콩가루 집안 꼴로 만든 건 바로 국민이다. 국민이 보수세력을 궁지로 내몰았기 때문에 보수세력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중도·호남을 공략하려 발버둥치게 됐다. 그래서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은 마음이 따르지도 않고 주장이 엇갈리는 데도 억지로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국힘당 자체도 사분오열하기 직전으로 내몰렸다.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낮은 지지율로 곤혹스러워하다 최근 연일 사과하고 반성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겠다며 큰절을 했고 민주당 당직자와 선대위 핵심 보직자들도 줄사퇴했다.
이재명 후보의 쇄신 행보는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국민을 한 번 배신했다. 대선 정국에 돌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후보는 사회개혁과 남북관계 개선을 원칙적으로 밀어붙일 것 같은 ‘사이다’ 행보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대선 경선에 뛰어들면서 벌써 민주당 기득권 세력에 달라붙어 고구마가 됐다.
그러다 국민이 지지율로써 이재명 후보를 심판하니까 이재명 후보는 비로소 큰일 났다는 듯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궁지에 몰리니까 그제야 다시 ‘사이다’ 이재명이 되겠다고 한다.
만약 지지율이 윤석열 후보와 엇비슷했다면 이재명 후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과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다시 지지율이 올라가면 언제 그랬나 싶게 쇄신을 멈추고 상황에 안주하면서 기득권과 결탁해 권력을 추구하는 길을 갈 것이다.
윤석열 후보와 국힘당을 궁지로 내몰고 분열로 이끈 것, 그리고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보여주기식 쇄신극을 하게 만든 것은 모두 국민이 휘두른 회초리다. 이런 상황을 보면 결국 국민이 나서는 것만이 한국 정치의 희망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국힘당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 사회는 파쇼로 회귀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 정부가 연장되고 유불리와 상황에 따라 정책을 뒤집는 또 하나의 정치기득권이 탄생한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둘 다 기득권 세력이긴 마찬가지다. 이들은 기득권을 누리려고 하지 국민을 위해 헌신하려 하지 않는다.
어느 정치인을 선택해 믿고 의탁해서는 새정치를 실현할 수 없다. 국민이 직접 정치의 주인이 되어서 정치판을 갈아엎고 새정치를 실현해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나서야 한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