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12월 08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155] 20대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①
1.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한다
20대 민심이 국힘당으로 쏠리고 있다. 구체적인 정당 지지율은 여론조사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2021년 상반기를 거치면서 20대의 국힘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앞지르는 모양새다. 2021년 11월 4주 여론조사에서는 20대 민주당 지지율과 국힘당 지지율이 10%포인트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20대는 국힘당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인터넷에선 2030세대가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다양한 창작물을 쏟아냈다. 다양한 그림 창작물은 물론이고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말을 만들어 퍼트리기도 했다. 시사인은 2021년 11월 22일자 기사에서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에 대한 2030의 높은 지지는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여기에 ‘인터넷 밈*’도 큰 역할을 했다. 처음엔 ‘놀이’였다가 ‘응원’으로 바뀐 듯하다”라고 평했다.
*인터넷에서 모방 형태로 유행하는 사진, 그림, 비디오 등의 다양한 창작물
정치권은 20대 민심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광주 대전환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18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임명하고 1차 인재 영입을 2030세대에 초점을 맞추는 등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힘당 윤석열 후보도 37세 노재승이란 사람을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이준석 국힘당 대표와 함께 후드티를 입고 청년들과 셀카를 찍으려 하는 등 청년층 공략에 힘을 쓰고 있다.
정치권에서 20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20대 민심이 이전과는 다른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원래 20대~40대는 진보, 60대 이상은 보수 성향을 띠었다. 그런데 세대별로 굳어진 정치 경향을 깨고 최근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해 나서자 20대 민심은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만약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을 띄던 60대가 어느 순간 민주당 지지로 선회했다면 60대 민심이 전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정치권에서도 저마다 60대 표심을 잡으려고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2. 언제부터 바뀌었나
그렇다면 20대는 언제부터 국힘당 지지로 선회했나?
앞서 언급했듯 20대는 전통적으로 진보개혁 성향을 띄었다. KBS, MBC, SBS 3사가 각 대선에서 한 출구조사를 보면 20대의 경우 2012년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65.8%,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33.7% 투표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47.6%,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8.2% 투표했다.
위에 표로 정리된 여론조사를 보면 2018년까지만 해도 50%가 넘는 20대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그때 국힘당 지지율은 한국 갤럽 조사 기준으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20대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층이었다.
어떤 이는 2019년 조국 사태로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게 된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2019년 하반기 이후 국힘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흐름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 20대 민심이 전면적으로 국힘당을 지지해 나섰던 건 아니다.
한국 갤럽 기준으로 20대의 국힘당 지지율은 2020년 내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리얼미터 기준으로 20대의 국힘당 지지율은 2020년 동안 어느 정도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민주당 지지율을 추월하지 못했고 2020년 4월 총선에서 20대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KBS, MBC, SBS가 공동으로 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중 56.4%가 민주당에, 32%가 미래통합당에 투표했다.
20대가 본격적으로 국힘당을 지지해 나선 건 2021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2021년 초 LH 직원이 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했음이 밝혀지면서 부동산 문제가 사회를 휩쓸었다. 이 부동산 문제는 2021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국힘당에 압승을 안겨주었고 20대 속에서 국힘당 지지 흐름이 전면화되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3.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이유
그렇다면 20대는 왜 국힘당을 지지하게 되었을까?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첫째로 20대가 처한 상황, 둘째로 20대 국힘당 지지의 성격, 셋째로 20대가 국힘당을 지지하는 본질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이번 글에서는 분량 상 첫째까지만 살펴본다
(1) 20대는 지금의 4050세대와 사회생활의 출발점부터 다르다
1)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
사람이 살기 위해선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그중 옷과 음식 때문에 생존의 위협을 겪는 경우는 오늘날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집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한국갤럽이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운영하고 있다는 응답은 55%였고 부정평가의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게 부동산정책(35%)이었다.
물론,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이전에도 심각했다. 그래서 정치세력마다 자기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표를 구걸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부동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부동산 대책(8.2대책)은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장담했다. 부동산 가격이 이미 많이 치솟고 있는 상태였던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정부에서 잡을 자신이 있다”라고 재차 확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부동산 대책을 28차례나 내놓았지만 오히려 집값을 폭등시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21년 3월 2일 서울시 아파트값 시세를 분석한 결과 2017년 5월 평당 2,138만 원에서 2021년 1월 평당 3,803만 원으로 상승했다. 30평형 아파트로 치면 6억 원이었던 집이 11억 원으로, 2배가량 뛴 것이다. 실례로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래미안수유의 전용면적 84㎡ 집은 2017년 6월 3억 9,900만 원에서 2021년 6월 8억 6,990만 원으로, 가격이 2.2배 상승했다. 경실련 2020년 11월 11일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 상승액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상승한 금액의 4.5배에 달했다.
지금의 40대 50대가 사회에 진출할 때는 직장생활 등을 통해 몇 년 동안 저축해서 집을 살지 계획을 세우는 게 가능했다. 과거 주택은행이 조사한 결과 2001년 국민의 연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5였다. 2021년 9월 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서울 3분위 가구, 3분위 주택의 PIR은 18.5다. 2001년에는 5년 치 소득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8년 치 소득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과거엔 저축을 통해 집을 사는 게 가능했다. 2001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국민 49%가 내집마련 방법으로 저축을 꼽았다. 저축 외에 증여·상속 16%, 대출 14%, 부모·친척 보조 14% 등이었다. 지금은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월급보다 집값이 상승분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20대는 절망했다. ‘어차피 돈을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데, 돈을 모아서는 뭐하나. 이럴 바에는 절약할 필요도 없고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돈을 흥청망청 쓰자’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욜로(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 뿐) 문화다. 기성세대는 이런 청년세대를 한심하게 여기지만, 그렇게 볼 문제만은 아니다.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고 해서 3포세대란 말이 나온 것도 오래전 일이다. 이제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포기한다고 해서 N포세대라고 불린다. 도저히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힌 20대의 현실을 알아야 20대를 이해할 수 있고 20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집 문제는 20대의 미래를 앗아가고 20대를 절망으로 몰아넣은 결정적 요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온 주범이면서도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1월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금은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9월 8일 “부동산 문제는 국민과 정부 모두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라고 말했다.
‘아픈 손가락’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부동산 문제를 10개의 손가락 중 하나 정도로 여긴다는 의미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1월 13일 공개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부동산 문제만큼은 문재인 정부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본다”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100%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잘한 것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은 잘못했지만, 10개 중에 9개는 잘했으니 칭찬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21년 11월 17일 SNS에 부동산 문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나머지는 다 잘 하지 않았냐고 강변하며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는 부당하고 불편하다”, “마지막까지 애쓰는 대통령에게 수고한다, 고맙다 해줄 수는 없는 것인가”라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20대에게 부동산 문제는 인생의 전부를 망가뜨린 결정적인 문제다. 청년들은 부동산 문제로 희망을 잃고 좌절했는데, 자기 인생을 망가뜨린 문재인 정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뻔뻔하게 나오니 극도의 반감을 갖게 된 것이다.
2) 취직문제
지금은 취직하기가 너무 어렵다. 옛날에도 취직하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했지만 40대 50대가 사회에 나올 땐 취직난이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다.
취직난이 극심해지게 된 계기는 1997년 IMF사태다.
IMF사태 이후 한국의 시장이 외국에 개방되고 신자유주의가 극대화됐다. 정부가 IMF로부터 돈을 빌리는 대신 26%로 설정되어 있던 외국인의 종목당 주식 취득 한도를 폐지했다. 또한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합병할 수 있게 허용됐고, 외국인이 직접투자할 수 있는 분야가 확대됐다.
시장이 개방되자 외국 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해갔다. 예를 들어 2021년 12월 2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의 51.6%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금융의 경우, 2021년 11월 28일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 중 KB의 69.4%, 하나의 67.4%, 신한의 60.3% 우리의 29.6% 지분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가 100을 벌어서 모두 자기 이익으로 가져갔다면 지금은 50은 외국자본이 가져가고 삼성전자는 나머지 50만을 갖게 되었다는 뜻이다.
국내 자본가들은 외국자본에 빼앗긴 이윤을 충당하고자 노동자들을 더욱더 쥐어짰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을 알바로 대체했다. 말하자면 노동자들이 외국자본과 국내 자본가에게 이중으로 착취당하는 셈이다.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된 것도 IMF사태 때문이다. IMF는 한국 정부에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조건으로 내세웠다. ‘노동시장 유연화’란 이전엔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없었고 노동자를 대체로 정규직으로 고용했는데 앞으로는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손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파견근로 같은 것도 IMF사태 이전엔 없었다. IMF사태로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고 정상적인 취직자리가 줄어들었다.
IMF가 한국에 시장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문한 배후에는 미국이 있었다. IMF와 한국이 협상하고 있을 때 IMF를 조종한 건 미국이었다. 당시 한국 측 협상단 단장인 임창열 부총리는 “나이스 (IMF 측 협상단) 단장이 (미 재무부 차관이 머물던 같은 호텔) 10층에만 갔다 오면 말을 바꾸는 겁니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임창열 단장은 미 재무부 차관에게 “당신들의 진의가 뭔지 우리와 직접 이야기하자”라고 제기하기까지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기환 당시 대외협력 특별대사가 집으로 찾아와 “미국은 ‘IMF 플러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라며 “정리해고제 수용, 외환관리법 전면 개정, 적대적 인수합병 허용,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고 회고했다. IMF의 뒤에서 한국에 요구조건을 내민 것도 미국이고 협상을 구체적으로 진두지휘한 것도 미국이었던 것이다.
*한국과 IMF가 1997년 12월 3일 구제금융 합의를 1차로 체결했는데 그 뒤 추가로 협상이 이뤄져 총 3차례 합의를 맺었다. IMF 플러스란 1차 합의에 더해 추가 조건을 제시했다는 뜻이다.
20대 취업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기 위해서 잠시 눈을 돌려 사교육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66.5%,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43만 원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경우 사교육비가 월 평균 64만 원이다.
사교육비가 늘어나게 된 시점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노동자의 임금이 대폭 상승하면서부터다. 1987년 6월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자 이어 노동자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대투쟁을 벌였다.
당시 노동자대투쟁을 이끈 건 현대그룹 노동자들이었다. 당시 현대는 사무직 노동자를 침투시켜 노동자들의 투쟁을 와해시키려 하였다. 투쟁이 벌어졌을 때 노동자끼리 싸우게 만들어 와해시키는 건 자본가들이 자주 써먹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때 쌍용차는 동료 노동자를 파업을 막는데 동원하곤 했는데 동원됐던 노동자들이 죄책감에 자살을 선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대는 노동자들끼리 갈등을 일으키려 사무직 노동자를 파견했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현장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면 사무직 노동자의 임금도 함께 올라 덩달아 혜택을 입는다. 그래서 파업을 와해시키려 투입된 사무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현장 노동자를 격려한 것이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결과 노동자 임금은 1987년 11.6%, 1988년 19.6% 상승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1987년 이후 10년 동안 임금이 4배 올랐다. 1992년 대선에서 당시 김영삼 후보는 공무원 임금을 국영기업이나 정부투자기관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한 일이 있다. 노동자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공무원 월급이 지나치게 박봉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이런 공약이 나온 것이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 한국 사회는 노동 중심성이 사회의 일정 영역을 차지하는 시기가 열렸다. 노동 중심성이 성장한 사회에서 국민은 1997년 IMF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10년 정도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자 사교육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자신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가 노동자대투쟁으로 임금이 올라 이제야 먹고살 만해졌는데, 어린 자식들은 자기처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녀 교육에 힘썼고 사교육비 지출을 늘렸다.
그런데 1997년 IMF사태로 노동 중심성이 커지던 사회가 자본 중심의 사회로 바뀌었다. 노동 중심성이 성장한 사회에서는 노동과 임금이 경제를 굴리는 주축이었다면 자본 중심 사회에서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되었다. 노동 중심성이 민생을 질적으로 향상시켰다면 자본 중심성은 민생을 붕괴시켰다. 앞으로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려면 한국 사회를 다시 노동 중심의 사회로 바꿔야 한다.
IMF사태로 국민의 소득이 사실상 줄어들었다. 소득이 줄면 지출도 줄여야 한다. 그런데 국민은 자녀의 인생을 위해 사교육비 지출을 늘렸다. 사교육을 줄이면 자녀가 경쟁에서 도태될 텐데, 부모로서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003년 2월 발표한 ‘2003년 연간 도시 근로자 가구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도시 노동자 가구의 한달 평균 실질소득은 2002년에 비해 1.6%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사교육비는 2002년에 비해 40.8%가 늘어났다.
소득은 줄었는데 지출을 줄이지 않으니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맞벌이가 늘어나게 됐다. 앞서 소개한 ‘2003년 도시 근로자 가구 가계수지 동향’을 보면 배우자의 근로소득이 2002년에 비해 14.3% 증가했다. 국민은행이 2003년 12월에 발표한 ‘2003년 주택금융실태조사’를 보면 가구주 연령별 맞벌이 비율은 40대가 37.2%로 가장 많았고 50대는 29.5%, 30대 이하는 26.2%였다. 중앙일보 2003년 12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국민은행 관계자는 “40대 부부의 맞벌이 비율이 높은 것은 자녀 사교육비 부담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IMF사태 이전까지는 남성이 돈을 벌고 여성은 출산 후 가정주부로 사는 것이 일반적인 양태였다. 여성이 대학을 나오고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었어도 결혼과 출산을 하면 경제생활을 잘 하지 않았다. 그런데 IMF사태 이후 여성들이 맞벌이에 나서자 한국에 노동하려는 사람이 급증했다. 일자리가 늘어난 게 아닌데 노동자는 대량으로 증가하니 취업문은 더욱더 좁아졌다.
극우세력은 이런 상황을 왜곡해 여성 때문에 일자리가 줄었다는 주장을 퍼트려 남혐, 여혐을 조장한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여성의 탓이겠는가. 앞서 살펴봤듯 취업난이 극심해진 원인은 외국 자본과 한국 자본이 이중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또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이 도입된 데 있다. 따라서 청년들이 취업난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야 할 대상은 외국 자본과 한국 자본가다. 하지만 극우세력은 20대의 진보적인 분출을 막고자 남녀갈등을 조장함으로써 현실을 가린다.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결과적으로 20대는 심각한 취업난에 몰려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는 없고 있는 거라고는 비정규직, 파견직, 기간제, 알바뿐이다. 이게 바로 IMF가 이야기한 외국 자본이 판치고 노동시장이 ‘유연화’된 사회의 모습이다. IMF사태 이전까지 정규직이었던 일자리가 이제 물류 알바, 배달 알바 같은 하루짜리 초단기 알바로 변했다.
또한,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지 못해 대부분 학자금대출을 받는다. 이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후 힘들게 취직해도 몇 년동안 일을 해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학자금대출을 갚으면 그제야 0부터 시작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 2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첫 출발선부터 현재의 40대, 50대가 젊었을 때와 전혀 다르다. 40대, 5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희망이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자기 인생을 설계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20대는 극도의 경쟁 속에 학창 생활을 끝냈더니 사회에 들어서자마자 넘지 못할 벽을 마주하고 절망감에 빠진다.
20대는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박근혜, 최순실에게 맞서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며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20대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러니 20대 속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이어서 계속)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