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1.

최근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해당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연일 부실 급식 논란이 터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가 있는 나라로 대부분의 남성이 군대에 갑니다. 이렇기에 군대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에 대해 군대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범죄를 비롯해 갑질 횡포, 부실 급식, 사건 축소·은폐 등으로 군대에서 장병들의 인권침해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군대 안의 올곧은 민주주의 구현과 장병들의 인권 개선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이에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지난 2월 1일 국방부 판결문 열람 서비스에 공개된 판결문을 바탕으로 기획 글 5편을 연재합니다. 

 

 

 

 

 

4. 부실급식 논란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최근 휴가 복귀 후 의무 격리하는 장병들에 대한 ‘부실급식’ 논란이 계속되면서 ‘군인 밥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실 부실급식 논란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던 지난해 2월, 자가격리 중인 병사에게 부실한 식사가 제공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국방부가 수습에 나섰으며, 격리 장병에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그렇게 논란이 묻힌 후 1년 2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결국 지난 2021년 4월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51사단의 부실급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촉발됐다. 격리 장병에게 제공된 밥상은 ‘김치 약간, 오이 한 조각’이 전부였다.

다수의 누리꾼이 병역의무를 이행 중인 장병에게 ‘교도소만도 못한 개밥 품질의 밥을 먹인다’며 분노했다. 군 장병의 인권을 침해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까지도 12사단·11특전공수여단·공군 방공포 3여단 부대에서 ‘오징어 없는 오징어국’, ‘먹다 남은 토마토에 고등어 한 조각’ 등 부실급식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17일에는 역차별 논란도 생겼다. 격리 장병에게 푸짐한 양의 삼겹살을 준 반면에, 일반 병사들에게는 ‘닭 없는 닭볶음탕’이 제공됐다.

국방부는 이번 사태가 예산부족, 배식실패, 부식수령불량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군대 내 고질적인 군납비리에 있다.

이는 2016년~2021년까지 고등군사법원의 ‘군납비리’ 관련한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건1. ‘2017고2 업무상횡령,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4.8.1.부터 2017.1.16.까지 B부대 반장으로서 위 B부대 C회관 주·부식류 납품 및 검수, 금전관리 등의 업무에 종사하여 왔다. (중략) 총 63회에 걸쳐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합계 73,989,240원을 임의로 송금함으로써 업무상 보관 중이던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라고 한다.

 


◆사건2. ‘2017고10 군기누설, 뇌물수수’

 


이 사건은 시설계획 담당 장교가 폭발물처리용 기폭 시설제조 설치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업체의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사건이다.

판결문에는 판결 이유에 대해 “H보다 비용 측면에서 저렴한 업체가 입찰에 참가하여 H가 입찰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H가 위 사업의 수주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011.8.3. K로부터 피고인의 아버지인 P 명의의 Q은행 계좌(69960104116***)로 2,000만 원을 송금받아 금품을 수수하였다”라고 쓰여 있다.

 


◆사건3. ‘2016고45 뇌물수수’

 


이 사건도 육군에서 일반물자조달품 검사를 담당하는 장교로 일해 온 피고인이 군납품업체의 청탁을 받고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사건이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은 2013.6.경 서울 H에 있는 D의 ‘I’ 사무실 부근에 있는 같은 구 J 노래방에서 D로부터 그가 E 명의로 납품한 세탁망에 대한 품질검사와 관련하여 D가 원하는 장소와 시기에 품질 검사를 해 주고, 부적합 의견을 내지 않고 통과시켜 주는 등 편의를 제공하여 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현금 2,000만 원을 수수하였다”라고 적혀 있다.

이번에는 고등군사법원 외로 눈을 돌려보자.

2008년, 1~2년 이상 된 냉동닭 135t(6억6,000만 원)을 도축 6개월 이내의 ‘생닭’으로 속여, 축협을 통해 군부대에 납품한 혐의로 A영농조합 대표 박모(55)씨와 직원 신모(33)씨 등 2명이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이전에도 <2002년 10월 불량 고춧가루 군납 대가로 농협 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예비역 육군 중령 함모씨 구속>, <2004년 8월 대장균과 세균이 허용치보다 14~22배 이상 들어 있는 불량 식품을 납품해 온 군납업체 적발>, <2005년 6월 청량음료를 군에 납품하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은 군납업자 현역 장교 28명 무더기 체포> 등 군납비리는 차고 넘친다.

2014년에는 군납업체가 군부대 매점(PX)의 품목 판매가를 부풀린 허위 영수증과 거래 실적 자료를 국군복지단에 제출해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비리 관련자 11명이 구속된 일도 있었다.

YTN에 따르면 최근 5월에는 병사들이 생일에 먹는 떡 납품 과정에서 뒷돈을 챙겨온 전방부대 간부 2명이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구속된 간부들은 이런 비리를 잡아내야 할 군사경찰이었다.

군 간부, 군납업체들이 이리저리 떼어먹으니 책정된 예산보다 항상 적은 물품이 공급된다. 장비, 보급품, 특히 식료품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다 보니 군대 급식에 사용되는 식자재로 시중에 유통되는 다른 닭보다 질기고 맛이 떨어지는 폐계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군납비리와 관련해 2009년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납품비리를 고발한 후 2011년 6월 말께 전역한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은 2016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납입찰에 대한 실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대부분 방위사업청의 국방전자조달시스템 등을 통해 공개 입찰하는데, 특정 기관을 조사한 결과 ‘공개경쟁을 가장한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이 전체의 약 3분의 2에 달했다’고 한다. 수의계약이란 공개적으로 입찰을 벌이지 않고 ‘임의로 선택해 계약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군 관계자가 고르고 싶은 업체를 고른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방부 예산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다”라는 농담까지 나왔겠나.

더욱이 국방부는 단 한 번도 국세청에서 예산에 대해 전체적인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보안상의 이유라고 하지만 감시가 불투명하다.

군인 범죄에 대한 낮은 기소율과 관대한 처분도 문제다. 군사재판은 검사와 판사 모두 관할 부대와 국방부 손안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비리를 저지른 범죄자는 일단 사건이 터져도 ‘기름칠을 잘해서’(일을 잘 처리하도록 미리 손을 써서) 비호받기 쉽다. 또한 일이 터져도 ‘옷 벗으면’ 그만이다. (군인) 연금을 보전해주고 불기소 처리하는 경우가 흔하다.

결과 군납비리는 병사 인권침해로 이어진다. 만연한 군납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부실급식 문제도 끊임없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국방부가 장병들의 인권 상황과 복무 환경을 챙기지 않은 책임이 크다.

장병들을 위해 적재적소에 써야 할 군 재정, 우리 세금이 부정부패 때문에 제대로 못 쓰인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한균 자주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