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6월 24일
기사 제목 : [되돌아본 한미정상회담] 1. 미사일지침 종료, 정말 기뻐할 일인가?
[되돌아본 한미정상회담] 1. 미사일지침 종료, 정말 기뻐할 일인가?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열렸습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공동성명을 잘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성과만 강조하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들이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마치 남북관계에 적극 협력할 것처럼 오도되고 있습니다.
이에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한미정상회담 한 달을 즈음해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위험성과 허구성에 대해 7회에 걸쳐 기획 글을 연재합니다.
1. 미사일지침 종료, 정말 기뻐할 일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국내 언론에서는 일제히 “42년 만에 되찾은 ‘미사일 주권’”, “최대 성과”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정말 미사일지침 종료가 기뻐할 일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
먼저 미사일지침의 배경부터 살펴보자.
1978년 9월 26일 한국은 ‘백곰’ 미사일(지대지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한다. 백곰 미사일의 사거리는 200km에 이른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7번째로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나라가 됐다.
당시 박정희는 ‘기술주권에 의한 자주국방’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비밀리에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다. 한국이 백곰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자, 주변국들은 백곰을 핵무기 운반체로 보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은 한국의 미사일 개발은 “핵개발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소련도 “한국의 핵 개발을 경고한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핵개발을 우려해 백곰 미사일 급 이상의 미사일 개발 중단을 요구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지침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1979년 9월, 존 위컴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에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권고 서한을 보냈다. 위컴의 요구에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동의했다. 이렇게 한미 미사일지침은 시작됐고, 한국의 미사일 주권은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 지침에는 미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신 한국 내에서 개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를 180km, 탄두중량은 500kg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미사일지침은 미국의 의도에 따라 2001년(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 2012년(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 2017년(사거리 800km, 탄두중량 완전 해제), 2020년 (사거리·탄두중량 이전 동일,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 총 4차 개정을 거친다.
한국은 미국의 최전선 방호기지
어떤 사람들은 한국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과 전략적 타격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미사일지침 종료를 환영한다. 또한 우주 공간으로부터의 위협(전자파, 미사일 등의 군사적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미국의 압박으로 수십 년 동안 한국 국방력 강화의 길이 막혔던 것을 생각한다면 기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은 다르다.
여기에는 동북아시아 패권 장악을 위한 미국의 전략이 숨어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에 따라 중국, 북한과 대결구도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 홍콩문제 등으로 중국과 군사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북한과는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하면서 군사적 갈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특히 북한 정권 붕괴 목적을 두고 있는 선제타격 작전계획 5015까지 상정했다.
이처럼 미국에 의해 언제든 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대비해 미국은 중국,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최전선 방호기지’로 삼으려 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사일지침 종료와 관련해 BBC 코리아에 “한국이 미사일 주권을 찾은 것과 별개로, 미국이 주한미군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알아서 중거리 미사일을 만들게 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정말 전략적이지 못했다”라며 한국 정부가 자화자찬하며 포장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중국의 국익을 상하게 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며 “미국이 모든 힘을 동원해 중국을 억압하거나 탄압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미사일 개발은 무용지물, 전작권은 미국에 있다.
미국은 아직도 한국에 전시작전권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 최대급 탄두중량을 자랑하는 현무-4(현무는 1986년 백곰을 개량한 미사일) 탄도미사일을 보유 중이다. 현무-4는 사거리 800㎞일 때 탄두중량을 2t 이상 장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천억 원의 돈을 들여 개발한 미사일은 군사주권을 쥐고 있는 미국을 위해 쓰일 뿐이다.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 회복’이라고 자랑하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결국 미사일지침 종료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한 ‘기만술’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보면 준 것도 없는데 자화자찬하는 꼴 보면 배꼽 잡고 웃겠다”라고 한 누리꾼의 말이 씁쓸할 뿐이다.
박한균 자주시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