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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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올해 4월,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굽신대는 모습을 보여 세계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일본 측 관세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4월 16일 관세 협상을 하러 갔다가 백악관 집무실로 불려가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일이 있었다.

미국 백악관이 3일 뒤인 19일 이 사진을 공개하자 일본에선 ‘굽신 외교’라는 반응과 함께 아카자와의 이름을 빗대 ‘마가(MAGA)자와가 됐느냐’는 조롱까지 나왔다. 그리고 아카자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설명하며 자신을 낮춰 부르는 ‘가쿠시타(格下)’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알려져 일본에서 ‘저자세’ 논란이 불거졌다.

일본 일간 닛칸겐다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기뻐하는 모습은 일본 정부가 ‘MAGA 실현’에 힘쓰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평가했다.

5월에는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 국채’를 협상 카드로 쓰려고 했다. 다만 위협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실제 국채 매각까지는 가지 않았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5월 2일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쉽게 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이 있냐’라는 질문에 “(협상) 카드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가토 재무상은 미국 국채 보유 배경에 대해 “미국을 지원하기 위해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차하면 (환율) 개입을 위한 유동성을 고려하며 운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카드를 사용할지 말지는 별도 판단”이라고 했다.

일본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이다.

재무성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약 1조 2,533억 달러다. 그리고 환율 개입 재원 등으로 갖고 있는 유가증권 대부분이 미국 국채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월 기준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1조 1,259억 달러로, 2위인 중국(7,843억 달러)보다도 44%가량 많다.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거 팔 경우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져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 국채값이 폭락하자 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가토 재무상은 미국의 압박을 받아서인지 입장을 번복했다.

가토 재무상은 5월 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제28차 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미국 국채 보유분을 팔겠다고 위협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발언은 일본이 미국 국채를 쉽게 매각하지 않겠다는 점을 미국에 명확히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라며 “국채 매각을 시사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은 때때로 미국 국채 매각 등을 언급하며 미국에 완전히 끌려가지 않고 경쟁 상대인 미국을 향해 칼을 갈고 있다.

5월 이후로 미일 관세 협상이 잘 되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6월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현재로써는 (관세 문제에) 두 나라 간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남아 전체 패키지로서 (관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관세 협상으로 상호 이익이 실현되는지가 중요하며 우리나라(일본)에 있어 자동차는 정말 커다란 국익이 걸려 있다”라며 “국익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는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반발하며 다음 달 초 개최할 예정이었던 미일 외교·국방부장관(2+2) 회의를 취소했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최근 일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기존 요구액인 3%보다 더 높은 3.5%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일본의 2025년도 방위 관련 예산은 GDP 대비 1.8% 수준이다. 일본은 2027년도에 방위비를 GDP의 2%로 올릴 계획이다.

즉 미국은 관세에 이어 방위비 증액 요구까지 하며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에 고개를 숙이는 듯 완전히 끌려가지 않는 이런 일본의 모습은 과거 사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쇄국 정책을 펼쳐 온 일본은 1853년 함선으로 무력 시위를 한 미국과 1854년 조약을 맺고 정식으로 개국했다. 하지만 개항과 미국과의 통상조약은 일본 사무라이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사무라이들은 존왕양이(尊王洋夷, 천황을 받들고 외국을 물리침)를 외치며 무력 행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인사들을 암살, 테러한 데 이어 외국인, 외국 선박 등을 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의 연합함대 공격에 사무라이들의 활동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막부 시대가 끝나고 1868년 메이지 유신 시대와 일본 제국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미국에 굴복한 일본은 자신들의 힘을 키워 미국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았다.

1941년 7월 일본군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의 수도를 장악한 데 이어 네덜란드가 지배하던 동인도제도를 정복하고자 했다.

이에 미국은 7월 25일 미국 내의 모든 일본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하고, 8월 2일 일본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다.

도조 히데키가 이끌던 일본 군부는 “협상을 할 바엔 전쟁을 확대하자”라고 주도했고, 이는 1941년 12월 7일 하와이 진주만 기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1945년 항복 이후에도 일본은 미국을 넘어서고자 했으나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1985년 플라자 합의는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겪게 한 원흉이다.

1985년 9월 22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서독), 일본 등 5개국 재무부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여 달러를 평가절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물가 인상과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무역 상대국들을 불러 강제로 달러 가치를 내리고자 했다.

플라자 합의 결과 일본 엔화는 달러당 235엔에서 1년 후 120엔으로 떨어졌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건 가격이 거의 두 배로 올랐으니 사실 관세 100%를 부과한 효과가 있는 셈이었다.

이렇게 보면 1985년 플라자 합의나 2025년 관세 폭탄이나 효과는 똑같은데 다만 환율을 조작하느냐, 관세를 조작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일본 반도체가 몰락한 것도 미국과 관련이 있다.

모리타 아키오 소니 공동창업자와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1989년 공저한 책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에는 당시 일본 반도체의 자신감이 뚜렷이 드러난다.

1980년대 NEC, 도시바, 히타치, 후지쓰, 마쓰시타(현 파나소닉) 등 일본 5대 기업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고 있었다. D램 시장 일본 기업 총 점유율은 80%에 근접했다.

이에 이시하라는 책에서 “중거리 핵무기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건, 그러한 무기의 정확도는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아주 작고 고도로 정밀한 컴퓨터에 의해 판가름 난다. 만일 일본 반도체가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 정확도를 보장할 수 없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일본 반도체가 없으면, 미국의 산업은 움직이지 않게 된다. 미국이 일본에 난제를 뿌리면, 반도체를 팔아주지 않는다고 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은 미국에 일본이 자신들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를 불렀고 미국은 보복 관세와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을 꿇어앉혔다.

미국 반도체 업계는 1980년대 중반 ▲일본 시장 진입 장벽 ▲외국산 반도체 차별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부 주도의 반도체 투자 및 생산설비 확대 등을 문제 삼으며 일본 반도체 기업들을 덤핑(자국 내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외국에 판매하는 행위) 혐의로 미국 무역대표부에 제소했다.

말콤 볼드리지 미국 상무부장관은 직권 조사로 일본을 압박했다.

결국 일본은 자국 반도체 몰락을 촉발한 미일 반도체 협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당시 10% 수준이던 일본 내 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1992년까지 20%로 높이고 반도체 덤핑 수출을 중단했으며, 미국의 일본 반도체 직접 투자 금지도 철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정 체결 후에도 미국은 일본의 협정 미준수를 운운하며 통상무역법 제310조에 특별조항을 붙인 ‘슈퍼 제301조’를 토대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일본 반도체 산업을 감시하는 등 압박을 이어갔다.

협정의 연장을 거쳐 1996년 협정 종결 당시 미국은 목표한 점유율을 이뤄냈지만 일본 반도체는 이미 회생 불능 상태였다.

이후 이시하라는 1998년 『선전포고,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경제』라는 책에서 “(우리가 이런 꼴이 된) 최대의 원인은 바로 전후 미국이 일본을 의식의 밑바닥까지 철저히 해체시키고, 무엇이든 미국에 의존케 하는 의타성을 길러온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본이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고, 미국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기가 더 좋은 것은 일본에서 매년 돌아오는 돈으로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의 금융 지배에 대해, 일본은 ‘미국의 국채’라는 형태의 반격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 그것이 미국의 몰락으로 가치가 없게 되면 깡그리 없어지게 되는 것이므로, 그렇게 되기 전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에 번번이 당해온 일본은 미국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미국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며 언제든 미국을 버릴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없는 세계 질서


나이리 우즈 옥스퍼드대 블라바트니크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이 4월 22일 미국 외교협회가 발행하는 격월간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5·6월호에 「미국 없는 질서 - 국제 시스템이 적대적인 워싱턴에게서 살아남는 법」을 기고했다.

우즈 학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다. 미국의 지도력을 부정함으로써 트럼프 정부는 미국 패권의 종말을 선언하는 듯 보인다”라며 “미국의 주도 없이도 국가 간 협력이 효과적으로 지속될 수 있으며, 오히려 미국의 일방적 행동을 견제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후 질서의 핵심 나라들이 선제적으로 힘을 모아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가 다자간 규칙, 규범, 제도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면서 미국 주도로 형성된 전후 질서가 사라지고 있다”라며 “이러한 격변 속에서 부상하는 질서는 지난 80년 이상 유지되어 온 미국 주도의 질서와는 다를 것이다. 새로운 위험이 존재할 것이며, 국제질서에서 벗어난 패권국의 존재는 광범위한 도전을 부를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유럽에서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중동에 이르는 광범위한 국가들이 국제질서와 다자주의를 계속 지지한다면 전 세계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며 상당한 군사력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이들은 세계 안정을 유지하고, 국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로부터 회원국을 보호하는 데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중동 특사였던 데니스 로스는 3월 4일 타임지와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에 기고한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아닌 이유」에서 “미국은 여전히 경제적, 기술적, 군사적으로 세계 최강의 강대국이지만, 이제 우리는 제약에 직면한 다극화된 세계에서 활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약은 국제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내적인 문제이기도 한다”라고 평가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22일 한겨레에 실은 칼럼에서 “미국이 도모하고 있는 세계 경제 질서의 전복은 결국 자기 발등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국까지 관세로 위협하면서 미국 없는 국제 질서에 대한 구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달 취임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첫 순방지로 미국을 택하던 전통을 깨고 프랑스와 영국을 먼저 방문했다. 유럽연합은 남미공동시장(MERCOSUR), 포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미국이 빠진 거대경제 블록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은 발 빠르게 중국과 접촉하여 공급망 협력을 약속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발맞춰 전략적으로 협력 상대국을 찾아야 한다.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입장국’을 넘어, 트럼프 정부의 관세에 함께 영향을 받는 ‘유사상황국’들과 적극적 연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 없는 경제 질서’를 위한 논의는 미국 역시 그 체제에 참여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토마스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4월 12일 르 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매년 생산되는 상품, 서비스, 장비의 실질적 양을 의미하는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측정한 중국의 국내 총생산(GDP)은 2016년에 미국을 넘어섰다. 현재 30% 이상 높은 수준이며 2035년에는 미국 GDP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은 미국이 세계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무역 적자가 누적되면서 미국의 공공 및 민간 대외 부채가 전례 없는 수준(2025년 GDP의 70%)으로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금리가 상승하면 미국은 국제 금융 체제에 대한 지배력 덕분에 지금까지는 피할 수 있었던 막대한 이자를 다른 나라에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보았다.

 

중국과 다시 손을 잡은 베트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4일 편집위원회 명의의 칼럼 「미국 관세 조치는 시진핑에게 축복」에서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경제적 유대 강화를 노력했던 국가들은 (관세 조치로) 이제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미국과 거래를 늘려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는 바람에 다시 중국과 거래를 늘리게 됐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에 높은 관세를 매겨 중국에 있는 생산 시설이 베트남으로 넘어가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여겼다.

미국은 인건비 등 물가가 너무 높아 중국에 있던 공장이 미국으로 넘어가기 쉽지 않다. 미국 국민 처지에서도 미국에서 만든 제품은 비쌀 수밖에 없으니 베트남에서 값싸게 만든 생필품을 사는 게 더 이익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 대신 베트남을 미국의 생산 기지로 만들 구상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미국 처지에서는 중국보다 베트남이 다루기 쉬울뿐더러 그렇게 해서 중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베트남에도 무려 46%의 고율 관세를 매겼다. 베트남을 생산 기지로 삼는 것으로도 부족하고 그냥 모든 공장이 미국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시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월 14일 베트남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며 관계를 다시금 정립했다.

시진핑 주석은 또럼 총비서와 르엉끄엉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또럼 총비서, 팜민찐 총리, 쩐탄민 국회의장과 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가 중국과 베트남 수교 75주년이자 중국-베트남 인문 교류의 해이다. 양국은 과거를 이어받고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며 우정, 동지, 형제라는 전통적인 친선을 이어가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략적 결의를 강화하고 미국의 일방적인 압력에 공동으로 반대하며, 국제 자유무역 체계와 산업망, 공급망의 안정을 유지할 것 ▲육지와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상호 발전 전략의 연계를 강화하고, 산업 협력의 잠재력을 발굴할 것 ▲다자간 무역 체제를 확고히 수호하고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공평하고, 균형 잡힌 방향으로 경제적 세계화를 공동으로 촉진할 것 등을 제안했다.

또럼 총비서는 “베트남과 중국은 모두 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베트남의 객관적인 요구이자 전략적 선택이며 최우선 순위다. 베트남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지지하여 대만 독립을 위한 모든 분리주의 활동에 단호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트남은 중국이 제시한 인류 운명공동체 개념과 중국과의 협력, 조율을 강화하고 다자주의, 평화 공존 원칙을 고수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 무역 규칙을 수호하면서 양국이 서명한 협정을 준수할 것이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해상 분쟁을 적절히 해소하고 해상 안정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양국이 서명하고 발표한 협력 내용에는 인공지능, 세관 검사 및 검역, 농산물 무역, 문화 및 스포츠, 민생, 인적자원 개발, 미디어 등 45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즉 다방면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6월 13일 브릭스(BRICS)의 10번째 파트너국으로 승인받았다.

팜투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베트남은 브릭스 파트너국으로서 향후 개발도상국의 발언권과 역할 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국제 연대와 국제법 존중에 기반한 포용적 다자주의 증진에 중점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베트남의 브릭스 파트너국 합류는 그동안 유엔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7개국(G7) 및 주요 20개국(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자간 협력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것과 더불어 독립과 자주, 평화와 대외관계 다각화라는 일관된 베트남의 외교 정책 재확인과 동시에 친구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국제 사회에서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구성원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중국은 베트남이 브릭스 파트너국이 된 것을 환영한다. 베트남의 브릭스 협력 참여는 베트남의 발전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브릭스 국가들과 남부 국가들의 공동 이익에도 부합한다. 나는 베트남이 브릭스 체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평가했다.

 

서방에서 반트럼프 정권 집권


올해 호주와 캐나다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반트럼프 성향의 정당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두 나라 모두 안보에선 대미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캐나다에서는 4월 28일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의 자유당이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국가별·품목별 관세를 부과했다가 유예하거나 예외를 두는 조치가 반복되자 캐나다에서 “미국의 황당한 요구에 맞설 지도자가 필요하다”라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카니 총리는 승리 선언에서 “미국은 우리의 땅, 우리의 자원, 우리의 물, 우리의 나라를 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부수고, 가지려고 한다”라며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오랜 인연(old relationship)은 끝났다”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총선 결과와 관련해 “몇 달 전만 해도 자유당의 승리는 불가능해 보였다”라며 “(자유당의 극적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불확실성 속에서 누가 캐나다를 가장 잘 이끌어갈 수 있는가로 (선거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주에선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의 호주노동당이 5월 3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재집권에 성공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에 철강·알루미늄 25%, 일반 10%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두고 5월 2일 “동맹국의 행동이 아니다. 가장 큰 대가를 치르게 될 대상은 미국 국민”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유권자 결집에 나섰다.

앨버니지 총리는 시드니에서 승리 연설을 하며 “호주 국민은 공정과 열망, 모두를 위한 기회라는 호주의 가치를 위해 투표했다”라며 “호주인들은 호주식 방식으로 세계적 불확실성에 맞서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 정치 칼럼니스트 숀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거의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세계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앨버니지의 지루함은 매력적인 상품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관세 정책이 불 지핀 반트럼프 정서로 인해 유권자들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유럽연합조차 손사래를 치고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으로부터 10% 기본 관세를 부과받았고, 7월 9일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관세는 50%로 올라간다. 그리고 미국은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선 50%, 자동차에 대해선 25%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3월 26일 성명을 내고 “27개국으로 이뤄진 강력한 공동체로서 유럽연합 전역의 노동자와 기업을 공동으로 지키겠다”라고 천명했다.

독일 로베르트 하벡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3월 27일 “관세에 대해서 유럽연합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30일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리겠다고 발표하고 6월 3일 포고문에 서명했다.

올로프 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대변인은 5월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유럽연합은 그에 상응하는 대응 조치를 준비 중”이라며 “이 결정은 세계 경제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대서양 양측의 소비자와 기업에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은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을 위해 보복 조치를 잠정 유예해왔으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7월 14일부터 즉시 대응에 나서겠다며, 발효 시점은 상황에 따라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철강산업협회 회장인 케르슈틴 마리아 리펠은 이날 DPA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철강 수입 관세 두 배 인상은 대서양 횡단 무역 갈등의 새로운 고조를 의미한다”라며 “50% 관세는 우리 산업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이미 위기에 처한 경제에 추가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우리 철강 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 정책은 서방에서도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건 관세전쟁으로 미국의 패권이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리고 미국을 고립하는 자충수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끝)

 

이인선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