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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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할 수 없는 중국의 소비 시장

 

경제는 생산, 유통, 소비의 순환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생산, 유통,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미국과 같은 나라들의 기업들은 중국에 생산을 위탁하거나 유통을 통해 14억 인구의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생산된 것들을 싼값에 수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중미 관세전쟁을 통해 이러한 중국을 꿇어앉히고,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이전했던 생산시설을 다시 자국으로 이전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로써 기업들이 중국에 의존하는 경향을 줄이고 자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며 지역 경제를 부양하고자 했다.

하지만 실상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1%에서 2024년 14.7%로 낮아졌다. 이에 미국이 관세를 매겨도 그다지 큰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은 지난해 기준 약 4,389억 달러(약 601조 원)로 미국 전체 수입에서 13.8%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의 미국산 수입은 1,435억 달러(197조 원)로 중국 전체 수입의 약 6%에 그친다.

중앙일보 5월 21일 자 보도에 따르면,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 수출에서 미국 비중이 1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관세전쟁으로 중국에 치명타를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미국이 관세전쟁을 감행한 지난 4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미국으로의 수출량은 21% 감소했지만, 동남아시아 10개국(21%)과 유럽연합(8%) 수출이 대폭 늘어서다.

해관총서가 6월 9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5월까지 중국의 상품무역 수출입 총액은 17조 9,400억 위안(약 3,390조 6,6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 늘었다. 1~4월보다 0.1%P 늘어난 규모다. 그중 수출은 10조 6,700억 위안(2,016조 6,300억 원)으로 7.2% 늘었다. 수입은 3.8% 감소한 7조 2,700억 위안(1,374조 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뤼다량 해관총서 통계분석국 국장은 “중국 대외무역이 5월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라면서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미 경제무역 고위급 회담이 열린 이후 확장세에 탄력이 붙었다”라고 짚었다.

5월까지 첨단기술 제품과 전기 기계 제품의 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1%, 8.1% 증가했다.

미국 수출액은 8.1% 줄었지만 아세안에서 9.1%, 유럽연합에서 2.9%, 일대일로 협력 국가들에서 4.2%, 아프리카에서 12.4% 늘어났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 면제를 요청하거나 중국 공장 생산을 검토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3월 12일 펩시코·콘아그라·JM스머커 등 미국 식품 대기업들이 무역 단체인 소비자브랜드협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 원료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커피와 코코아, 귀리, 향신료, 열대과일부터 가정용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주석용 강판 등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수입품이 대상이었다.

이들은 서한에서 “미국에 꼭 필요한 원료와 수입품을 신중하게 선별하는 것이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소비자물가를 낮추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톰 마드레키 소비자브랜드협회 부사장은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면제에 대한 논의를 위한 것”이라며 “세금 부과는 제조업체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CNBC 방송 4월 14일 자 보도에 따르면. 주요 공급망 기업 38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공급망을 미국으로 다시 이전하기보다는 관세가 낮은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일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미국 상공회의소, 전미제조업협회, 전미소매업연맹, 미국 의류·신발협회, 미국 신발 유통 및 소매업 협회, 공급망 관리 전문가 협의회, ITS 로지스틱스 회원사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안 하는 이유로 74%가 ‘비용’을 꼽았으며, 21%는 ‘숙련된 노동력을 구하기 어렵다’라는 점을 들었다.

제조시설을 미국으로 다시 옮길 경우 비용이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18%였고, 두 배 이상으로 뛸 것이라는 응답은 47%였다.

또 응답자의 61%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기업의 89%가 주문 취소를 겪고 있다고 답했으며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예상도 75%에 달했다.

공급망 관리 전문가 협의회의 마크 백서 최고경영자는 “현재 관세의 가장 즉각적인 영향은 주문 취소와 소비 지출 감소 위험”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류·신발협회의 스티브 라마 대표는 “미국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와 소비자에게 저렴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공급망이 파괴적인 관세 정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라면서 “대통령이 잘못된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한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 제품 부족, 기업 파산 등은 미국 경제가 겪는 어려움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관세를 통해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와 미국 내 생산을 이끌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때문에 생산시설을 옮기느니 소비시장이 더 큰 중국 같은 곳을 겨냥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실익이 없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로 미국 물류 산업과 항구 주변 상권도 하락세를 겪고 있다.

진 세로카 로스앤젤레스 항만청 전무는 “5월 들어 항만 작업량이 급감하면서 지난 2주간 하역 노동자의 절반이 사실상 일손을 놓았다”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항은 롱비치항과 함께 연간 2천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미국 최대 항만이다.

5월 처리 화물량은 예상보다 25% 적었고, 전월 대비로도 18% 줄었다. 입항 취소 선박만 17척에 달하며, 하루 입항 선박 수는 평균 5척으로 줄어 예년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역 작업도 위축됐다. 1,575명의 부두 노동자 가운데 실제 일할 수 있었던 인원은 733명에 불과했다.

세로카 전무는 “해고는 아니지만 근무 시간이 줄었다”라며 “관세 이후 물류가 뚜렷하게 위축됐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항구지역의 소규모 사업체와 식당들에서 고객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라며 “코로나19 대유행 때를 제외하면 내가 일하는 동안 가장 크게 줄었다”라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6월 2일 자 보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희토류 공급에 차질을 빚자 관세를 감수하고서라도 중국 공장 생산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용 전기모터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거나 미완성 모터를 중국으로 보낸 뒤 희토류 자석을 부착해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6월 9~10일 런던에서 중국과 회담을 통해 희토류를 공급받고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용 등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영구자석과 희토류를 우선 공급하고, 우리는 우리 대학·대학원을 이용하는 중국 학생들과 관련된 것을 포함한 합의 사항을 중국에 제공하는 것으로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라며 “미중관계는 매우 우수하다”라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국 제조업체들은 희토류 수출 재개를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중국은 여전히 6개월이라는 기한을 설정, 향후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시진핑 주석이 언제든 다시 제재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무역 전쟁은 상호 파괴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수출 통제는 중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기업에도 피해를 입혔다”라고 평가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첨단기술


중국 인공지능업체 딥시크(DeepSeek)는 올해 초 딥시크-V3와 딥시크-R1 모델을 잇달아 공개했다.

단 558만 달러의 저렴한 학습 비용, 세계 2위 인구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 기업들이 수천만~수억 달러를 들여 훈련한 모델들과 맞먹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오픈AI의 챗GPT 개발 비용은 1,4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앤스로픽 최고경영자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1월 자신의 블로그에 “딥시크가 최신 GPU 5만여 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회사들과 비용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딥시크-V3는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되었지만 기술 발전 추세에서 벗어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는 이 추세를 따르는 모델이 중국에서 등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딥시크의 행보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딥시크가 챗GPT 등과 달리 자사의 인공지능 모델을 오픈소스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오픈소스란 전 세계 누구나 소스 코드를 자유롭게 수정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일반에 공개한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많은 기업과 개인이 AI 기술을 학술적, 상업적 용도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AI를 더욱 효율적인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

딥시크의 성공에는 미국이 따라잡을 수 없는 인구 정보는 물론이고 중국 대학교의 풍부한 인재망이 바탕에 있다. 창립자인 량원펑은 저장대학교를 졸업했고, 해당 기업의 구성원 중 다수가 청화대학교와 베이징대학교 출신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대학과 기업 간의 협력이 모든 측면에 걸쳐 이루어져, 인공지능에 대한 최첨단 이론 연구부터 실제 응용 시나리오 개발까지 혁신적인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에 있으며, 막대한 인재 양성 시스템과 정책 지원을 통해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에 세계 최고의 인재가 많다고 하지만, 특허와 오픈소스 혁신 분야에서는 중국이 앞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비야디)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를 추월해 실적을 내고 있다.

비야디의 1분기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 대비 58% 증가한 98만 6,098대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순수 전기차는 41만 6,388대(순수 전기차 기준 39% 증가)였다.

비야디는 2022년부터 내연차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만 생산하고 있다.

반면, 순수 전기차만 생산하고 있는 미국 테슬라의 1분기 판매량은 월스트리트 증권가 등을 통해 34만~37만 7천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1분기 38만 7천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테슬라가 시장 전망치를 달성했어도 BYD 판매량보다 4만 대 이상 뒤처지는 셈이다.

올해 테슬라 판매 전망치가 지난해보다 낮은 배경으로 유럽 각국에서 1~2월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였다는 점이 꼽혔다.

실제 테슬라의 3월 프랑스와 스웨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83%와 63.9% 줄었다.

유럽 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비야디의 유럽 판매량은 작년 동월 대비 169% 늘어난 7,231대였다. 반면 테슬라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49% 줄어든 7,165대에 그쳤다.

지난 3월 말 실적 발표에 따르면, BYD의 2024년 전체 매출은 7,771억 위안(약 156조 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이는 달러 기준 1천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테슬라가 977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것보다 많았다.

테슬라의 경우 신차가 부재할 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내 활동으로 인한 소비자 반감이 수요를 끌어내린 걸로 분석되고 있다.

비야디는 대부분 모델에 자율주행 기술을 추가 비용 없이 적용했으며, 5분 만에 400킬로미터 주행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기술도 공개했다.

중국의 자율주행은 크게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 성능으로 나누곤 하는데, 판매가격대 20만 위안(약 4천만 원) 이상의 저탄소 신에너지 자동차 중에서 65%가 고속도로 자율주행 L2를 탑재하며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도심 도로에서 운전자가 내비게이션과 연동하여 목적지를 설정하면 옆 차선 변경, 앞 차량 추적, 추월, 회전, 신호등을 자동으로 인식해 제동·출발·통과하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동 주차까지 완료하는 등 스스로 완벽하게 주행하는 자동차가 중국 전역에서 최소 44만 대가 존재한다.

특히 중국 인구수와 영토 면적만큼 많은 교통 관련 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는 데서 장점이 있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은 “차 한 대의 정보가 물 한 방울이라면 비야디는 바다와 같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방대한 실제 도로 주행 정보를 활용한 인공지능 학습의 우위를 강조했다.

 

갈수록 벌어질 격차


중국 화웨이는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H100 성능에 맞먹는 첨단 인공지능 반도체인 ‘어센드 910C’를 중국 고객사들에 5월부터 공급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을 겨냥해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 가운데,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낸 것이다.

중국산 인공지능 반도체인 ‘어센드’ 시리즈는 화웨이가 설계하고 중국 국영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가 생산한다. 이로써 중국산 지식재산권(IP), 중국산 반도체 공정 설비, 중국산 위탁생산으로 기술 자립에 성공한 것이다.

또 화웨이는 최근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인 ‘어센드 920’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올해 하반기 양산 계획이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중국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 수는 1,158만 명이었고 반도체 관련 분야 졸업자 수는 약 23만 명이었다.

딥시크-V3만 해도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을 비롯한 중국인 연구자·엔지니어 150명과 데이터 자동화 연구팀 31명이 개발을 이끌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연구원만 1,200명이 있는 것과 비교되는 점이다.

그리고 딥시크 연구 인력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 없이 중국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석·박사 과정 중에 있으며 경력도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대도 20대~30대 초반으로 젊으며 팀 지도자급도 대부분 35세 미만이다.

량원펑은 2023년 5월 중국 매체 36Kr와의 대담에서 딥시크 개발자 대부분이 대졸 신입이거나 인공지능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량원펑은 “우리의 핵심 기술적 역할은 대부분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1~2년 정도인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과학원 반도체 연구소는 2024년 초 ‘우수 청년 과학 청년 기금’ 프로그램 지원자를 모집했다. 이 기금은 중국 과학기술부가 관리하는 국가자연과학재단이 해외 우수 인재를 중국으로 유치하는 목적으로 조성된 기금이다.

해외 대학·연구개발 기관·기업연구소 등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경력이 조건이며,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우 우대한다. 대우는 교수로 근무하며 3년간 최대 총 20억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즉 연구비 900만 위안(약 16억 5천만 원)에 75만 위안(약 1억 3천만 원)의 연봉이 책정됐다.

이 밖에도 생활비 100만 위안(약 1억 8천만 원)과 특별 보조금 150만 위안(2억 8천만 원)을 챙겨준다. 사무실과 주택도 제공하며 베이징에서 자녀 학교 입학도 지원한다. 프로그램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배우자의 구직 활동까지 지원해 준다.

중국 리에핀빅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베이징 반도체 업계 평균 연봉은 30만 위안(약 5,500만 원)으로, 중국의 지난해 1인당 연평균 소득 3만 9,218위안(약 740만 원)의 7배가 넘는다.

한국경제 2024년 3월 28일 자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소재 대학 이공계 학과 교수 이 씨는 “10년 전만 해도 박사 졸업생들은 중국 반도체 회사보다 대부분 미국 회사 취직을 원했는데 연봉이 뛰면서 지금은 중국 내 반도체 회사 취업을 선호하고 있다. 정말 시대가 많이 바뀐 것 같다”라고 전했다.

2021년부터 2024년 말까지 미국 애플 본사에서 고성능 저전력 CPU 설계를 담당한 왕환위는 최근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집적회로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나서고 있다.

또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에는 우융후이 딥마인드 전 부사장이 합류했다. 딥마인드는 구글 산하 인공지능 연구 기업으로 우융후이는 2008년 구글에 입사해 머신러닝과 자연어 이해 분야에서 17년간 일했다.

중국 채용 플랫폼 즈롄자오핀이 발표한 「2024 중국 귀국 유학생 취업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돌아와 구직 활동을 한 유학생 수는 2023년 대비 20% 증가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2배 많아진 규모다.

이들이 유학한 국가는 영국이 39.7%로 가장 많았고 호주(17.1%), 미국(8.6%)이 그 뒤를 이었다. 학력 분포에서는 석사가 79.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학사는 18.0%, 박사는 2.7%다. 이들이 주로 취업하는 분야는 인공지능, 우주·항공, 제약·바이오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 인재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과학기술 인재들이 모이는 곳으로 익히 여겨져 왔다.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과학·기술·공학·수학 박사 학위 이상 인력의 45%가 해외 출신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대학과 연구소에 지원하는 수십억 달러 연방 예산을 깎고 연구 대상 분야를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강경한 이민정책으로 외국 출신 연구자와 유학생들을 내쫓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3월 1,600명을 조사한 결과, 미국 박사와 박사후연구원(포스트닥터) 4명 중 3명이 “트럼프 정부 정책 때문에 미국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첫 몇 달 동안 미국 과학자들이 해외 일자리를 찾는 일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캐나다 구직은 41%, 유럽 구직은 32%, 중국 구직은 20%, 다른 아시아 나라들 구직은 39%씩 각각 늘어났다.

반대로 미국 일자리를 찾는 해외 지원자는 캐나다에서 13%, 유럽에서 41%씩 각각 줄었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최근 하버드대학을 대상으로 40억 달러(약 5조 5천억 원) 규모의 연방 보조금과 연구 계약을 취소한 데 이어 전체 학생의 27%(6,800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쫓아내겠다고 통보했다.

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선 59%가 유학생이며, T. H. 챈 공중보건대학원에선 40%, 경영대학원에선 35%를 차지한다.

미국 악시오스 6월 7일 자 보도에 따르면, 마샤 맥넛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장은 이런 상황을 두고 “이는 과학 강국이 되려는 경쟁이며, 절대로 완전히 되돌릴 수 없다”라며 “60년 후까지 다시 연구 속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다른 나라들이 앞서 나가는 동안 멈춰 섰던 그 세월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정부는 제도 개편을 통해 과학의 전성기를 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학생 퇴출로 생긴 빈자리를 미국 지원자들로 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학생들 내에선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과학기술 분야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 임피 애리조나대학교 천문학 교수는 악시오스에 “순수과학, 천문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는 외국 연구자들을 대신할 만한 수준의 미국 지원자로 그 빈자리를 채울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임피 교수는 “낙관론자들은 과학이 한 정부 정책을 뛰어넘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고, 나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지만, 젊은 연구자들이 받는 타격은 과학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라며 “마치 과학계 전체 밑바닥에서 깔개를 확 빼버리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미국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매크로폴로가 2022년 기준 ‘우수 인공지능 연구원(상위 20%)’의 국적별 비중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4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미국 18%, 유럽 12%, 인도 5% 순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당시 중국 29%, 미국 20%, 유럽 17%, 인도 8%, 캐나다 5%였던 점과 비교하면 3년 새 미국·유럽·인도·캐나다 등은 줄고 중국만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상위 2%에 해당하는 ‘최고 우수 인공지능 연구원’의 국적별 비중에서도 중국은 2019년 10%에서 2022년 26%로 급증했다. 반면 미국은 2019년 35%에서 28%로 감소했다.

맷 시핸 매크로폴로 연구원은 “올해 중국의 기술 생태계는 성숙해져 역동성, 혁신 등 여러 방면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선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