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4년 03월 03일
기사 제목 : [3월이 위험하다] 북한은 전면전 능력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그래도 전쟁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그중 하나는 북한이 전면전을 할 능력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널리 퍼져 있는 인식이다.
신원식 국방부장관도 2월 26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전면전 도발은 현시점으로 볼 때 능력이 제한된다”라며 국지전은 날 수 있어도 전면전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전면전 능력이 제한된다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하나는 군사력이 약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경제력은 결정적 변수로 보기 어렵다.
장기전이 아닌 단기전을 생각하고 있다면 큰 변수가 아닐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보아도 한국전쟁 당시 미국과 북한의 경제력은 비교 불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군사력이 과연 전면전을 할 정도의 수준인지만 따져보겠다.
전면전을 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에서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무기 수준
첫째는 무기 수준이 우수해야 한다.
현대전에서는 갈수록 무기 수준이 전쟁의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무기 수준에서 중요한 것은 파괴력, 정확도, 신속성이다.
먼저, 파괴력은 적을 직접 제거하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적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어 전쟁 의지를 꺾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현재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는 핵무기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재래식 폭탄인 ATBIP의 폭발력이 TNT 44톤인데 북한의 소형 핵탄두인 화산-31형의 폭발력은 그 100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무기의 파괴력을 논할 때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북한은 이런 핵무기를 여러 장·중·단거리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순항미사일에 탑재하며 군함이나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은 핵잠수함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저비용 첨단화 전략’에 따라 재래식 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한 새로운 개념의 전술핵공격잠수함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또 바닷속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장거리를 이동하는 핵 무인 잠수정 ‘해일’도 여러 종류로 개발하여 전쟁 발발 시 군항이나 함대를 선제타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확도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을 타격하는가 하는 문제다.
과거에는 벙커 하나를 공격하기 위해 수십, 수백 개의 폭탄을 무더기로 떨어뜨렸지만 지금은 단 한 발의 미사일이면 충분하다.
최근 북한은 240밀리미터 방사포(다연장로켓포)에 유도 기능을 더한 조종 방사포탄을 개발하였다.
정확도가 떨어져 넓은 면적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무기인 방사포에조차 유도 기능을 넣어 정확도를 극도로 끌어올린 것이다.
전술 탄도미사일(사거리 300킬로미터 이하의 탄도미사일)을 대량 생산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했으며 올해 3개를 추가로 발사할 계획이다.
끝으로, 신속성은 무기 사용을 결정하고 실제 적을 타격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느냐의 문제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때 사용할 핵무기는 대부분 단거리 탄도미사일인데 흔히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화성포-11나형의 경우 평양에서 발사하면 서울까지 2분도 걸리지 않는다.
북한은 지휘부의 발사 명령부터 실제 발사까지 시간을 단축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어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단 몇 분 사이에 국내 주요 목표물들에 핵미사일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이나 일본이 전쟁에 참전한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북한은 일본은 물론 미국 본토 전역을 겨냥한 여러 종류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여 실전 배치한 상태며 이들 미사일에는 전술 핵탄두보다 파괴력이 훨씬 큰 전략 핵탄두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북한에서 미국 본토 전역에 날아가는 시간은 30분 정도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무기만 살펴봤는데 재래식 무기의 경우에도 전차, 자주포, 무인기, 개인화기, 군함, 잠수함 등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음을 열병식, 진수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전자전, 사이버전 전력 역시 한미 당국이 북한의 해커 부대를 공포의 대상으로 묘사하듯 상당한 수준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병사와 무기 수
둘째는 병사가 많아야 하며 무기를 빠르게 생산하고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병사 수, 무기 생산력과 보유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러시아의 포탄 생산량, 보유량은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아 충격을 주었다.
북한은 일단 국방부 추산 현역 군인이 100만 명 이상이며 예비군 700만 명 이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방부 추산이 비현실적이며 실제 군인과 예비군이 각각 70만 명 정도일 것으로 보지만 이 역시 전면전을 하기에 충분한 수다.
특히 항공육전대(공수부대), 저격여단, 경보병, 정찰병 등 특수부대가 10~20만 명으로 추산되며 예비군의 훈련 수준이나 무장 수준 역시 정규군 못지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 분석하는 세계 군사력 지수(GFP)는 주로 양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데 이에 따르면 북한은 준군사조직 평가 2위, 전차·잠수함 2위, 병력·방사포 4위 등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국방부가 발간한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남북 무기 보유량은 아래 표와 같다.
북한의 무기 보유량이 전면전을 하기 충분할 정도로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을 보면 핵탄두 화산-31이나 미사일 발사대차를 대량 생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의지와 사기
셋째는 지휘부의 의지가 강하고 병사의 사기가 높아야 한다.
물질 위주의 사고방식으로는 군대 규모나 무기 종류, 양 등을 중요한 요소로 따지지만 사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부의 의지와 병사의 사기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끝내 패배한 요인은 무기가 부족해서도 아니고 첨단 무기가 없어서도 아니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는 지휘부와 명분 없는 전쟁에 억지로 동원되어 사기가 바닥인 병사가 진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탈레반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미군을 몰아내겠다는 강한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에 장기간의 항전 끝에 끝내 승리하였다.
그렇다면 북한 지휘부의 의지와 병사의 사기는 어떨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물리적 충돌에 의한 확전으로 전쟁이 발발할 위험은 현저히 높아지고 위험단계에 이르렀습니다”라고 하면서 “일단 전쟁이 우리 앞의 현실로 다가온다면 절대로 피하는 데 노력하지 않을 것이며 자기의 주권 사수와 인민의 안전, 생존권을 수호하여 우리는 철저히 준비된 행동에 완벽하고 신속하게 임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 “만약 적들이 전쟁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공화국은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수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이라고 하면서 “전쟁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고 끝나게 만들 것”이며 “미국에는 상상해 보지 못한 재앙과 패배를 안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이 공개하는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이 아니라 노동당의 입장이며 결론이라고 봐야 한다.
북한 지휘부는 전쟁을 피하지 않고 압승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병사들의 사기는 북한의 거의 매년 개최하는 대규모 열병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우수한 병사들을 선발하여 열병식에 세우겠지만 그들의 기세나 질서는 보는 이를 압도하여 나머지 다른 병사들의 사기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현역 병사뿐 아니라 입대 전 청년들이나 예비역의 기세를 알 수 있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3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북한에서는 단 3일 만에 140여만 명이 입대, 복대(제대 후 군대로 복귀하는 것)를 탄원하였다.
이런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희귀한 현상이다.
이처럼 지휘부의 의지와 병사의 사기를 볼 때 북한은 전면전을 회피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가차없이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북한은 전면전을 하기에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무작정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선입견에 빠져 전면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오류를 범하면 안 되겠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