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11월 22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276] 전쟁으로 치닫는 한·미·일 삼각동맹 ③
(이어서)
예측
전쟁이 절실한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미국이 그리는 전쟁은 일반적인 전쟁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1) 미국은 대리전을 원한다
이라크전부터 최근 아프간전까지 미국이 직접 전쟁을 진행해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일단 서둘러 승전을 선언했다고 해도 그 뒤로 점령지 민중들의 계속된 저항으로 주둔 미군의 피해가 속출해 결국 철수하기 일쑤다. 또 기껏 친미 대리 정권을 세워도 그 나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결국 반미 정권으로 뒤집어진다. 전쟁으로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인데 몸 성히 제대한 경우도 전쟁 후유증으로 심각한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받아 사회문제가 된다. 미국 내 여론이 좋을 수 없다. 전쟁을 기피하는 병사들 때문에 갈수록 고가의 무기를 사용하다 보니 전쟁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치솟는다.
이처럼 미국이 직접 전쟁을 수행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은 대리전을 선호하게 되었다. 시리아 내전, 리비아 내전도 미국이 키우고 지원한 반군이 반미 정부와 싸운 사실상의 대리전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미국을 대신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싸우는 대리전이다. 미 터프츠대(Tufts University)의 모니카 토프트 교수는 우크라이나전을 “대리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형적인 대리전이다」, 민중의소리, 2022.10.25.)
미국은 대리전을 위해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를 무장시켜 유럽 최강의 군사력으로 키웠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전차 2,596대, 자주포 1,067대를 보유하게 되었는데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전차 266대, 406대, 자주포 121대, 109대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임을 알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진보네오콘의 대리전이다」, 프레시안, 2023.2.18.)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역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싸우는 대리전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안보조약을 맺고 있으며 전쟁 발발과 동시에 핵항공모함 전단을 급파했다.
미국이 민간인 보호나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이스라엘을 자제시키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그저 미국 책임론에서 빠져나가려는 연극에 불과하다. 또 이스라엘의 공격이 너무 과도해 주변 아랍국가가 참전할 것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만약 이란 등 주변 아랍국가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대리전 구상이 깨지는 것이다. 미국은 ‘나는 열심히 말리는데 이스라엘이 말을 안 듣는다’는 모양새를 만들면서 중동 전체로 전쟁이 확대되는 것을 적절히 통제해 가며 대리전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이 유엔에서 휴전 결의안을 반대한 것만 봐도 미국은 전쟁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 전쟁도 그러할 것이다.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 무기로 무장한 한국이 미국을 대리해서 북한과 전쟁을 하는 양상이 될 수 있다.
2) 상대방이 전쟁을 일으키는 그림을 원한다
가. 우크라이나 전쟁, 팔-이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일방적 공격으로 발발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전쟁은 진행 중이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저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사계절출판사, 2023)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2년 2월 24일 바로 그날 출발선에 서서 신호 소리에 따라 일방이 다른 일방을 공격하며 시작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13년 11월 21일 미국이 깊숙이 개입한 유로마이단 쿠데타로 반러시아 세력이 우크라이나를 장악하자 돈바스 지역의 여러 주와 도시들이 유로마이단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이에 2014년 4월 13일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을 공격해 돈바스 전쟁이 시작되었다. 즉, 우크라이나전이 발발하기 8년 전에 이미 전쟁이 시작된 상태였으며 다수의 전문가는 우크라이나전을 돈바스 전쟁이 확전된 형태로 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을 ‘전쟁’이라 하지 않고 ‘특수군사작전’이라 부르는 것도 돈바스 전쟁에서 러시아인을 지키기 위해 돈바스 지역의 독립 국가들을 지원하는 성격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돈바스 전쟁에 만족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선동해 러시아가 공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결정적인 요인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이었다.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미국은 소련에 “나토는 1인치도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하며 안보 불안을 불식시켰다. 동시에 우크라이나는 어떤 군사동맹에도 참가하지 않는 항구적 중립국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1997년 나토-러시아 관계정립 조례에도 나토가 당시의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그러나 러시아 국력이 약해지자 나토는 동진을 시작했다. 1999년 헝가리, 폴란드를 가입시켰고 2004년에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를 끌어들였다. 유로마이단 쿠데타로 반러·친미·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후 우크라이나도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2019년에는 아예 개헌으로 나토 가입을 국가 주요 목표로 못 박아버렸다. 나토 가입이 헌법에 명시된 이상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2021년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나토 가입 문제가 논의되었으며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이는 취지의 정책을 표방했다.
러시아는 자국 코앞까지 나토가 접근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해 계속해서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무기 지원을 했으며 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 연습을 하면서 러시아를 자극했다.
미국이 러시아를 계속 자극해 전쟁을 유도한 것은 ‘침략자 러시아’라는 그림을 원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쳐들어와야 미국 책임론이 나오지 않고 국제 사회가 러시아를 비난하며 대러 제재에 동참하도록 만들 수 있다.
팔-이 전쟁도 마찬가지다. 앞선 글에서도 소개했듯 미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쟁 발발 전에 이미 팔-이 사이에 수백 건의 무장 충돌이 발생해 2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는 등 팔레스타인에서는 사실상 전쟁 혹은 학살이 진행 중이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러시아나 팔레스타인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대리자의 공격에 반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 미국은 북한의 공격을 바란다
미국은 한반도에서도 북한이 먼저 공격하는 모양새를 원할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전단 금지법을 만들자 미국은 의회에서 청문회까지 열어 이 법을 없애라고 압박했다. 워낙 내정간섭에 익숙한 한미관계지만 남의 나라 법을 두고 만들라 말라 하며 청문회까지 여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이 대북 전단 금지법에 발작적 반응을 한 것은 대북 전단이 북한을 자극해 전쟁을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자 단체가 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미국이 직접 전단을 날리는 경우도 있다. 2015년 1월 19일 미국의 인권재단(HRF) 관계자들은 박상학이 대표로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함께 대북 전단을 날리고 다음 날 함께 기자회견도 했다. 이들은 대북 전단에 GPS 장치를 장착해 북한으로 제대로 넘어가는지를 확인했다. 또 앞으로는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대북 전단을 살포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도 하겠다고 하였다.
대북 전단을 전쟁 행위라고 하면 ‘풍선에 종이 좀 넣어 날리는 걸 가지고 무슨 전쟁이냐’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북 전단은 엄연한 심리전 수단이다. 미군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6월 28일에만 1,200만 장에 달하는 전단을 살포했고 전쟁 기간을 통틀어 25억 장 이상의 전단을 살포했다. 당시 미군은 전단을 ‘종이 폭탄’이라 불렀다.
지금 뿌리는 대북 전단도 마찬가지다. 무려 길이 12미터나 되는 대형 풍선을 이용해 한 번에 수십만 장의 전단을 뿌린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탈북자 단체는 총 94회 2천만 장의 대북 전단을 날려 보냈다. 규모만 놓고 보면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한다. 또 전단에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지도자와 체제를 공격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해에는 대북 전단을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반도가 정전 상태임을 고려할 때 군사분계선 너머에서 무언가 날아온다면 군사적 대응을 하는 게 당연하다. 이는 국군도 마찬가지다. 북한 쪽에서 정체불명의 풍선이 날아오면 당연히 격추를 시도할 것이다.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군사 행동이 벌어지면 무력 충돌 가능성이 생긴다.
2014년 10월 10일 대북 전단을 향해 북한이 고사총을 발사한 사건이 있었다. 10월 10일이면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로 국가 명절이다. 일부러 북한의 경축일에 맞춰 대북 전단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발사한 고사총 총탄은 남측 군부대와 면사무소까지 날아와 떨어졌다. 이에 국군이 중기관총으로 북한 감시초소(GP)를 향해 사격했고 북한도 대응 사격을 해 연천군 일대에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었다.
이처럼 대북 전단 살포는 얼마든지 국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대북 확성기도 마찬가지다. 과거 대북 확성기를 가동할 때 접경지에 가면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게 된다. 심지어 접경지 주민들이 소음 공해가 심각하다며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북한도 대북 확성기에 민감한 반응을 하며 2015년 8월 20일에는 확성기를 향해 사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도 있었다.
만약 북한이 대북 전단이나 확성기에 군사적 대응을 한다면 기존에 했던 것처럼 대북 전단이나 확성기를 직접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낸 곳이나 확성기를 운용하는 부대를 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북 전단이나 확성기를 이유로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미국이 대북 전단이나 확성기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쏙 빠지고 남북이 서로 싸우게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이다.
미국은 윤석열 정권이 9.19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려는 움직임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 지난 13일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공식 의제는 아니었고 미국은 한국의 주장을 ‘경청’했다고 한다. 즉, 9.19군사합의를 파기해 군사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미국은 책임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윤석열 정권에는 합의를 파기해도 된다(혹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결국 윤석열 정권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이유로 22일 9.19군사합의 일부 효력을 정지했다.
요즘 윤석열 정권이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움직임도 특이하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0일 통일부 장관으로는 최초로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있는 유엔군사령부를 방문해 폴 러캐머라 사령관을 만났다. 통일부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유엔사 중시 정책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1일에는 한국전쟁 참전국 주한 대사들을 초청해 정책설명회도 개최했다. 국방부 장관인지 통일부 장관인지 헷갈리는 행보다. 대북 강경론자, 극우 유튜버 출신을 통일부 장관에 앉힐 때부터 예상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을 자극하는 강경 발언을 하였다. 또 남북 사이의 안전핀이라 할 수 있는 9.19군사합의를 파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신 장관은 지난 10월 23일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해 “9.19남북군사합의는 잘못된 합의”라고 주장하며 “적 도발 시 뼛속까지 후회하도록 철저하게 응징해야 다시는 도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라며 강경한 발언을 하였다. 11월 2일 대비태세 확립 작전지휘관 회의를 주관한 자리에서는 “강한 전투력은 공세적 기질에서 나온다. 공세적 기질을 갖춘 가운데, 적이 도발하면 ‘즉·강·끝’ 원칙대로 응징하라”라고 주문했다. ‘즉·강·끝’이란 ‘즉각, 강력히, 끝까지’라는 3가지 대응 원칙이다.
또 신 장관은 11월 13일 열린 한미 국방부 장관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을 없애겠다고 경고했다. 다음 날 열린 한국-유엔사 국방부 장관 회의에 참석해서는 중국, 러시아를 겨냥해 “(북한을) 돕겠다고 나선다면 그 나라들 역시 북한과 같은 국제사회의 엄중한 응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중러를 향해 ‘응징’을 이야기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아마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힘당 의원은 10월 21일 대북 전단 살포는 물론 접경지 대북 확성기 방송, 대북 시각 게시물 게시를 허용하도록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 전·현직 장관들의 활동은 한반도 전쟁을 부추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언론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이런 긴장 고조 행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이런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들이 누적되어 무력 충돌이 발생해도 기간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마치 한국은 가만히 있는데 북한이 느닷없이 공격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하마스가 평화로운 이스라엘 민간인을 기습 공격해 학살한 것처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게 미국이 원하는 그림이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 전쟁은 발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전쟁 유도 행위가 언제 전면전으로 확대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내년 총선 전이 가장 위험하다
한반도 전쟁을 필요로 하는 건 미국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에게도 전쟁이 절실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으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로 보듯 이대로 가면 여당의 참패는 기정사실이다.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회생의 계기는 없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권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겸허히 반성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민심이 어떻든 윤석열 대통령은 사상 최고 수준의 해외 순방 예산을 펑펑 쓰면서 밖으로만 돈다. 김건희 씨는 대통령실 홈페이지를 자기 사진으로 도배하며 개인 ‘인스타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권력욕, 탐욕은 끝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 정권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첫째는 탄압이다.
윤석열 정권은 야당 탄압,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 탄압에 열을 올리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간첩 사건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둘째는 부정선거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전 국가정보원이 느닷없이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해킹 가능성을 주장한 것은 부정선거 준비의 일단이라 할 수 있다. 10월 27일 국정원은 ‘사이버 안보 업무규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정원이 정부·지자체·공공기관 사이버 보안 업무를 관리·통제하는 권한이 확대되며 특히 각 기관 정보통신망의 취약 요소를 찾아내는 ‘보안 측정’은 해당 기관과 협의 없이도 할 수 있게 된다. 댓글 조작으로 이미 선거에 개입한 경력이 있는 국정원에 선관위 서버 보안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교롭게도 11월 17일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게 국정원의 사이버 보안 업무 권한 확대에 명분이 되는 등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전쟁이다.
정권 위기를 넘길 가장 강력한 수단은 전쟁이다. 일반적으로 전쟁 위기는 국민의 안보 의식을 자극해 정부·여당, 특히 수구 정당에 유리한 여론을 만든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이명박 정권이 전쟁 위기를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다 역풍이 분 것을 계기로 더 이상 전쟁 위기가 수구 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은 전쟁 위기가 아니라 진짜 전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미국도, 일본도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한국을 도와주겠다며 윤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22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다우닝가 합의’를 채택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한-영국 연합훈련 확대도 들어 있다. 이미 올해 4월 영국 해병대가 한미연합 상륙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영국도 윤 대통령을 밀어주는 모양새다. 또 미국은 유엔사 소속 국가 국방부 장관들을 서울에 불러 모아 놓고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친미국가가 윤 대통령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전쟁을 부추기는 모습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며 전쟁을 부추긴 것과 판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만 믿고 러시아를 자극했지만 정작 전쟁이 발발하자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지켜주지 않았고 지금 우크라이나는 파멸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도 똑같은 행보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
전쟁 위기는 내년 총선 직전에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대북 전단도 겨울에는 북풍이 불기 때문에 당장 북한으로 보내기는 쉽지 않고 바람 방향이 바뀌는 내년 봄에 본격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내년 총선 전에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끝)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