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18.

예상을 뛰어넘는 선거 결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로 충격을 주었다. 이번 선거는 직전 구청장이었던 김태우가 범법 행위로 쫓겨난 후 치르는 선거에 김태우가 다시 출마하는 유례없는 황당한 선거였다. 그리고 이런 황당한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우를 사면·복권해서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강서구민이 윤 대통령을 신임하느냐 불신임하느냐를 묻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 게다가 민주당, 국힘당 모두 지도부가 직접 선거를 챙겼고 대다수의 국민이 이 선거에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단순히 강서구민만의 선거가 아닌 전국구 선거의 양상까지 보였다.

투표일인 10월 11일 뚜껑을 열어보니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56.52%, 국힘당 김태우 후보가 39.37%로 무려 17.15%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직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며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대다수가 예상했지만 이렇게 큰 표 차가 날 줄은 미처 몰랐다. 윤 대통령을 향한 민심이 얼마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국힘당이 참패한 것이며 윤 대통령도 심판받았다고 할 수 있다.

 

 

선거 직후 열린 국힘당 최고위 회의. [출처: 국민의힘]


윤 대통령과 국힘당이 큰 타격을 입자 일부 언론은 투표의 의의를 깎아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언론은 지난 지방선거보다 투표율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유권자들이 별 관심을 안 보이는, 특별한 것 없는 선거인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보궐선거는 평일에 진행하고 공휴일 지정도 안 되기 때문에 정규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건 당연하다. 오히려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반윤석열 의지가 폭발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율은 최근 몇 달 동안 민주당, 국힘당이 둘 다 30% 초반대를 유지해 왔다. 여기에 무당층이 30% 가까이 된다. 무당층은 보통 중도층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선거 때는 자기가 미는 정당이 정해진 경우가 3분의 1 정도는 된다. 따라서 선거에서 민주당과 국힘당을 지지하는 비율은 기본적으로 둘 다 40%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20% 가운데 진보당, 정의당을 찍은 3% 정도를 뺀 17%는 중도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민주당 후보가 대략 57%, 국힘당 후보가 대략 39%를 얻었으니 중도층은 모두 민주당을 찍었고 국힘당 후보는 원래 지지층의 표나 겨우 얻은 셈이다.

이번 선거를 두고 여러 언론은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맞붙는 선거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론이 먹혔으며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정권의 극우파쇼, 전쟁책동을 심판하는 선거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이념 공세, 정치 탄압에 몰두했으며 친미·친일을 넘어 종미·종일로 내달렸다. 이런 극우·사대 행보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이는 보수 세력에 양날의 칼로 돌아갔다.

일단 윤 대통령의 극우·사대 행보는 보수 ‘집토끼’ 40%를 결집하는 효과를 내었다.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세계가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북·중·러가 부흥하고 단결하고 있으며, 나라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국민의 주권 의식이 급격히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집토끼가 동요하지 않고 40%를 유지한 것은 저들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만약 이 40%마저 무너지면 한국 사회의 종미·종일·기득권 세력은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극우·사대 행보가 민주 시민을 총결집시키는 효과도 내고 있다. 민주화의 시계를 되돌리고, 민생을 파탄 내고, 전쟁 위기마저 고조시키는 현 상황은 민주·진보·개혁 시민들이 반윤석열 기치 아래 총단결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선거에서 중도층이 모두 반윤석열 표인 민주당 표를 찍은 것이다.

‘사법 리스크’는 ‘윤석열 리스크’


국민이 윤 대통령과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음은 그들 자신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총선을 앞두고 이를 뒤집기 위한 필승의 작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이른바 ‘이재명 사법 리스크’ 혹은 ‘민주당 사법 리스크’였다. 검찰은 727일 동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376회의 압수수색을 하며 기어이 구속하려 했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민주·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던 언론들도 이른바 ‘사법 리스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보도를 매일 같이 쏟아 냈다. 민주당 내 이른바 ‘수박’들도 여기에 장단을 맞춰 자기 당 대표를 열심히 흔들었다. 정의당도 당론으로 이재명 체포에 동의했다. 이것이 윤석열식 필승 공식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과 언론, ‘수박’을 총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력은 미국밖에 없다. 따라서 윤석열식 필승 공식은 사실 종미·종일 세력의 한국 사회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미국의 필승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필승 작전이 성공하려면 민주당 지도부가 여기에 휘말리거나 국민 여론이 영향을 받아 동요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 특검 사건을 돌아보자.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의 성과를 뒤집기 위해 미국과 국내 반통일 보수 세력은 ‘대북 송금’ 사건을 조작해 특검을 실시하라고 노무현 정부를 압박했다. 전방위적인 공세와 압박이 들어오자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특검 요구를 받는 게 유리하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설득했고 결국 청와대는 보수 세력의 공세에 굴복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반북 성향도 여기에 일조했다.

‘남북관계든 뭐든 특수한 상황을 봐주지 말고 무조건 투명해야 한다’는 대북 송금 특검 수용의 논리는 임기 내내 노무현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검찰이 ‘논두렁 시계’를 운운하며 자행한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었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혐의가 있으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국민은 민간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엄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정치 검찰을 비롯한 온갖 세력이 총출동해 이재명 대표를 탄압했을 때 민주 시민은 거세게 저항했다. 검찰의 사건 조작과 이른바 ‘기레기’의 광란적 왜곡 보도 행태에 민주 시민은 이미 각성하고 독자적인 이해와 판단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민주 유튜버, 촛불집회 등이 영향을 주었다. 1980년대 ‘광주 폭도들이 군경을 공격했다’, ‘북한이 댐을 만들어 물로 공격하려 하니 평화의 댐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파렴치한 거짓 선전을 대자보와 유인물, 전단(삐라)으로 극복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민주 시민의 각성과 강고한 투쟁이 있었기에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식 공작에 농락당하지 않을 수 있었고 사법부도 민심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이처럼 ‘사법 리스크’에 기댄 윤석열식 필승 공식은 깨어있는 민주 시민에 의해 ‘어리석은 자멸 공식’으로 역작용한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윤석열의 자아도취 성향


지난 1년 반 동안 윤 대통령의 언행을 지켜보면 오만과 독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일관함을 알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 어떤 결정을 할 때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국민 여론이나 정치권 반발, 심지어 여당 내의 반대도 무시하고 밀어붙인다.

대표적인 사건이 대통령실 이전이다. 하지도 않은 ‘국민과의 약속’을 명분으로 모두의 반대를 무시하고 대통령실 이전을 밀어붙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각이다보니 세간에 떠도는 ‘천공의 가르침’ 설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을 지경이었다. 국회에서 반대하는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고,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들도 마찬가지다. 대놓고 언론을 탄압하는 행태도 있다. 화물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가 하면 제1야당 대표도 ‘적’으로 인식하는지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심지어 같은 편인 여당 대표도 ‘적’으로 취급하며 쫓아내고 나경원도 주저앉혔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보면 혹시 윤 대통령은 스스로 자기 행태와 기질을 아주 만족해하고 나아가 자부심까지 가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 원래 일진이나 동네 양아치들도 보면 껄렁껄렁하며 불량하고 거친 언행을 하면서 그걸 스스로는 멋있다고 여긴다.

 

 


윤석열의 자아도취, 이른바 ‘자뻑’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관한 반작용의 성격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람들을 질리게 할 정도로 무능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사태 당시 국민들에게 긴급 재난지원금을 주는 문제 하나를 정리하지 못해 1년 내내 갈등을 빚었다. 1년 내내 시끄럽다가 통장에 고작 10만 원이 들어온 걸 본 국민들은 어이가 없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놓고 항명해도 아무 말 못 하는 황당한 모습도 있었다. 검찰개혁도 정권의 명운을 건 과제처럼 내세우더니 정작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앉혀놓고 감싸고돌아 흐지부지 만들어버렸다. 의대 정원 늘리는 문제도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하니까 바로 꼬리를 내렸다.

이런 문 전 대통령의 ‘고구마’ 정치를 보다가 윤 대통령의 안하무인 행보를 보니 상대적으로 ‘뚝심’, ‘추진력’, ‘사이다’로 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주로 40%의 보수 지지층에게 나타난다. 그러나 주권 의식이 강해진 민주 시민이 보기에는 윤 대통령의 행보는 ‘독단’, ‘독선’, ‘독재’에 불과하다.

‘자뻑’이 심한 사람은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자뻑’을 멈출 수 없다. 멈추는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서 있기조차 힘든 동물이라 계속 ‘자뻑’을 해야 하고 그것이 결국 자멸을 재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