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11월 01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273] 북중, 북러관계의 변화와 우리의 과제 ⑩
(이어서)
다. 북·중·러와 관계를 개선하고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 한러관계
먼 옛날 일인 것 같지만 윤석열 정권 이전에는 한국과 러시아가 매우 우호적인 관계였다.
2021년만 해도 한-러시아 교역량은 265억 달러(1~11월 기준)를 기록했다. 2021년 기준 러시아는 한국의 교역 국가 순위에서 10위이며, 한국은 러시아의 교역 국가 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에서 한국 제품은 매우 인기가 많다. 스마트폰의 경우 아이폰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더 많이 팔리고 많은 가정집에 삼성전자나 LG의 가전제품이 하나씩은 있다. 경동 나비엔은 러시아 국민브랜드로 3년 연속 선정되었고 도로에도 한국 자동차가 흔하게 돌아다닌다. 마요네즈와 초코파이도 오래전부터 인기를 누렸고 팔도 도시락 컵라면은 한국보다 러시아에서 50배나 더 많이 팔린다. (Korsun Vlada, 「한국과 러시아의 국제무역 구조 분석」,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제통상물류학과, 2022, 4쪽.)
또 한국도 러시아에서 다양한 물품을 수입했다. 특히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순서별로 살펴보면 나프타, 석유, 팔라듐, 농축 우라늄 등이며 석탄, 천연가스도 대량 수입했다. 수산물 의존도도 높아서 대게는 100%, 명태, 대구, 북어는 9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2021년 기준)
또 1990년대 중반부터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 무기를 도입해 한국의 무기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막대한 무기를 판매하면서도 기술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며 한국의 무기 개발을 오히려 방해하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나로호 우주발사체 기술 역시 러시아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이랬던 한러관계가 이념만을 내세운 윤석열 정권 때문에 최악으로 떨어졌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사즉생 생즉사’를 외치며 러시아를 적으로 돌렸고,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 국가 명단에 포함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를 적으로 돌릴 이유가 없다. 시급하게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 한중관계
한국 경제는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수출 대상국 가운데 1위는 중국으로 1,629억 달러에 달했으며 전체 수출액의 25.3%나 차지했다. 여기에 홍콩 375억 달러를 더하면 무려 2천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2위인 미국은 959억 달러에 그쳤다. 또 수입 대상국 가운데 1위 역시 중국이며 1,386억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22.5%를 차지했다. 2위인 미국은 732억 달러로 중국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처지에서 중국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교역국인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 미국의 대중 경제 봉쇄에 앞장서면서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으로 돌리는 바람에 한국 경제가 나락에 빠지고 있다. 하루빨리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사실 한국만 아니라 세계 경제도 중국을 등지고는 성장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세계 경제성장에서 중국의 비중을 34.9%로 보았다. 2위인 인도(15.4%)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비중이다.
미국도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주창하다가 결국 중국 없이는 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위험 제거(디리스킹)’로 한발 물러섰다.
최근 호주도 중국과의 탈동조화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주는 중국에 대한 경제·무역 의존도가 커지면 중국의 압박에 취약해진다는 미국의 경고에 따라 지난 8년 동안 세 차례나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2015년, 2020년, 2022년에 진행한 연구 결과 “어떤 시장도 호주 제품 수출 대상국으로서 중국을 대체할 수 없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022년 말 중국과 무역을 재개하였다. (「호주 정부, 3대 정부에 걸친 기밀 연구 끝에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불가” 결론 내려」, 한국무역협회 통상뉴스, 2023.10.6.)
이런 호주의 움직임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도 미국과 오커스라는 안보협정에 묶여있지만 자국 경제 현실상 어쩔 수 없다며 미국의 대중 경제 봉쇄에서 빠져나왔다. 한국도 한미동맹에 얽혀 있지만 한국 경제의 현실을 명분으로 내세우면 미국의 대중 경제 봉쇄에 꼭 동참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성장을 선도하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다는 것은 매우 유리한 점이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이른 시간 안에 회복해야 한다.
● 남북관계
북·중·러 가운데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남북관계의 전망은 매우 어두운 것이 사실이다. 교류·협력은커녕 당장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상존한다. 모두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을 적으로 대하며 강경 정책을 편 결과다.
그러나 남북은 하나의 민족이고 언젠가 통일해야 한다. 한국에 보수 정권이 들어서서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지만, 우리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전향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서울로 답방을 오면 서울 시민들이 크게 환영할 것이라는 말에 “내가 아직 서울에서 환영받을 만큼 일을 많이 못 했다”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북한이 한국 국민들과 상생, 공영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이 관계 개선 의지만 있다면 남북관계에서 충분히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전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한국에서도 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동맹을 통해 전쟁을 막겠다고 하지만 잦은 한·미·일 연합훈련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 오히려 전쟁 위기를 키우고 있다. 전쟁은 한반도에 끔찍한 핵 참화를 부를 것이며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될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전쟁 위기가 계속되고 고조되면 정치도 불안정해지고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되며 사회 혼란도 커질 수 있다.
전쟁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전쟁을 대비할 게 아니라 평화를 촉진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와 협상, 교류와 협력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또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 일단 남북이 기존에 합의했던 공동선언들을 이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존에 합의한 9.19군사합의를 파기하자는 식의 주장은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근 북러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도 다양한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동북3성과 러시아 극동 지역의 경제 협력에 적극적이다. 북·중·러가 만나는 두만강 유역이 새로운 동북아 경제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한국이 여기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다. 이를 통해 한국은 라진-하산 프로젝트에 다시 참여할 수도 있고, 두만강 유역 경제특구에 참가할 수도 있다.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연결 사업은 한국 처지에서 꿈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풍부한 경험으로 2년이면 가스관을 연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는 현재 한국이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자동차 연료와 난방에 활용하면 ‘반값 교통비’, ‘반값 난방비’가 가능하다.
또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원산-금강산으로 이어지는 관광지구에 고성-부산을 연결하는 관광 협력도 가능하다. 부산에서 출발해 연해주까지 가는 유람선(크루즈) 관광이나 철도 관광이 가능할 것이다. 남북 공동 우주개발도 실현할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한마디로 남북 협력은 우리 민족이 대번영을 이루면서 동북아와 세계를 움직이는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게 만들어 주는 핵심 열쇠다.
라. 한·미·일 관계에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현재 한·미·일 관계는 절대로 평등하지 않고 공리·공영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절대적으로 미국, 일본에 유리하고 우리는 손해를 보는 구조다.
미국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압박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8월 16일 「2,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청정 기술 프로젝트 붐」에서 지난 1년(2022년 8월~2023년 7월) 동안 1억 달러 이상의 대미 투자 계획을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이 20건으로 유럽연합 19건을 넘어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5대 그룹만 해도 100조 원 넘는 미국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은 인플레이션 방지법, 반도체법으로 한국 기업을 약탈하고 있다.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약속한 혜택을 줄이고 반도체 기업 기밀을 강탈하는 식이다. 미국은 투자도 유치하고 반도체 기술도 받아내는 일석이조의 이익을 챙겼다. 반면 한국은 조건이 나쁜 미국에 공장을 세우느라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다. 같은 공장을 중국에 세운다면 훨씬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다.
일본도 한국을 통해 군국주의화의 오랜 꿈을 실현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환영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특히 일본 주변국의 반대가 컸다. 그런데 일본에 가장 가까운 한국이 일본과 군사 협력을 하고 한·미·일 동맹을 추진하면서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가 반대하는데 정작 일본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일본을 변호하고 있으니 일본 처지에서는 횡재나 다름없다. 정작 이를 통해 한국이 얻는 이익은 전혀 없다. 오히려 어민들이 타격을 입고 국민들이 방사능 공포에 시달리는 등 큰 피해만 보고 있다.
이 모든 게 윤석열 정권이 한·미·일 동맹에 매몰되어 국익을 팔아먹은 결과다. 이제 국익을 위해서라도 한·미·일 관계를 대등한 관계, 평등한 관계, 서로 이익을 도모하는 관계로 변화시켜야 한다.
물론 미국에 함부로 이런 요구를 했다가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관해 박후건 경남대학교 교수의 주장은 흥미롭다. 2018년 10월 17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트럼프의 ‘승인’ 발언, 5.24 조치 겨냥한 것 아니다」에서 박 교수는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하는 등 경제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서 “한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는 중국이다. 한국 무역 총 액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만약 한미 FTA를 가지고 미국이 한국을 위협한다면 한국은 아예 한국 측에서 무효화시키는 카드 또는 중국이라는 카드로 맞대응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강하게 나가면 “미국은 오히려 한국을 잡아두기 위해서라도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 윤석열 정권으로는 안 된다
현재 세계는 빠르게 질적인 변화를 하고 있다. 변화하는 세계에 우리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운이 결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집권 세력인 윤석열 정권은 이런 상황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념 투쟁에 빠져서 한·미·일 동맹에만 매달리며 미국 패권 수호의 돌격대, 일본 군국주의화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정작 미국, 일본은 세계 정세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북일정상회담 의지를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러시아에 경고를 날리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권은 현재 한국의 3대 위기, 즉 전쟁 위기, 경제 위기, 민주주의 위기를 만든 장본인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은 우리나라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윤석열 정권을 더 이상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 국민 속에서는 하루빨리 윤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의지도 강해지고 있다. 윤석열 탄핵(퇴진)을 내건 촛불집회가 1년 넘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수만 명의 시민을 모으며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주요 대중단체들도 윤석열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을 공약으로 내건 정당들도 건설 중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장기간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꽃’의 지난 9월 1주 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내에서 탄핵을 거론한 것을 두고 적절하다는 응답이 52.1%로 부적절하다는 응답인 41.6%를 10% 포인트 이상 앞섰다.
이처럼 여론은 이미 윤 대통령을 탄핵한 지 오래다.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 속에는 세계가 중대한 변화를 하고 있음을 체감하며 그 속에서 우리가 나갈 길을 찾아 제시하는 국민의 현명함이 묻어 있다.
(끝)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