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8월 30일
기사 제목 : [한·미·일 정상회의] ② 미국이 설계한 군사동맹…전쟁 위기 격화
1. 한·미·일 군사 협력 진척시킨 미국
한·미·일 군사동맹의 ‘총지휘자’ 미국의 70여 년 숙원이던 한일 군사 협력이 중대한 진척을 봤다.
지난 8월 18일(현지 시각)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정신’ 등 3건의 문서(아래 문서)가 발표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미·일 군사동맹과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한국군과 자위대를 통솔하는 미국이 총지휘자, 미국을 대신해 중국을 겨누는 일본이 부지휘자, 한국은 최전선에서 미국과 일본의 지시를 수행하는 돌격대로 비유할 수 있다.
미국은 왜 이런 합의를 밀어붙인 것일까.
그 이유는 북·중·러의 공세를 막기에 급급한 미국으로선 한·미·일 군사동맹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군사동맹 수준이 아니었다보니 지금까지 한·미·일 군사 협력의 한계가 뚜렷했다.
위키리키스가 폭로한 미 기밀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06년부터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시키려는 시도를 노골화했다. 그러나 국내 민심의 반대가 거셌고 좀처럼 미국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 시기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부승찬 씨가 쓴 책 『권력과 안보』에 따르면 한미 국방부 장관과 일본 방위상은 2021년 3월 초에 한·미·일 국방 수장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국방부의 보고를 받은 청와대에서 회담을 거부하며 최종 무산됐다고 한다. (부승찬, 『권력과 안보』, 「해요미디어」, 2023.2.3.)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어떻게든 한일관계를 개선해 한·미·일 군사 협력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던 중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고 밝힌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의 구상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윤 대통령이 한·미·일 군사동맹에 방해가 될 걸림돌을 직접 치워준 셈이다.
정리하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문서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해 자위대가 한반도로 들어올 길까지 터줬다.
2. 한·미·일 군사동맹이 미칠 파장
문서는 한·미·일이 “3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출범시키기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 모였다”라면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3국 안보 협력 수준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 매년 한·미·일 연합훈련 실시를 정례화하면서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고 “대응 조치를 조율”하겠다고 규정했다.
문서에는 한·미·일이 올해 내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경보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를 갖추고, 북한을 겨눈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한·미·일의 연합훈련 정례화, 미사일 경보정보 훈련 등으로 한반도에는 그동안 본 적 없는 ‘새로운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 전문가 김종대 전 국회의원은 한·미·일의 미사일 방어 협력을 두고 올해 3월 15일 유튜브 채널 ‘김종대TV’에서 “(단순한) 정보 공유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한·미·일 삼국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건 소극적 미사일 방어인데, (앞으로는) 적극적 미사일 방어로 들어가게 됐다”라고 예측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최종적으로는 단일 지휘관이 삼국의 군대를 지휘하게 되는 거다. 이런 동북아판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완결되는 구조가 애초 (한·미·일 연합 미사일) 훈련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다면서 “(미국의) 최종 목적지에는 한·미·일 삼국 공동미사일작전사령부”가 출범하게 되리라고 내다봤다.
김 전 의원이 언급한 한·미·일의 ‘적극적 미사일 방어’는 방어 차원에서 북·중·러를 미사일로 먼저 공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여기에 한·미·일 공동미사일작전사령부까지 생긴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격화하게 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정상회의 이후 ‘경술국치일’인 8월 29일 제주도 남부 공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에서는 합의에 따라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 점검이 병행됐다. 이는 한·미·일의 적극적 미사일 방어 개념과 공동미사일작전사령부가 구체화되는 과정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한·미·일이 한반도 주변에서 미사일 방어훈련뿐만 아니라 고강도 전쟁훈련을 벌일 가능성도 커졌다. 애초 한·미·일 연합훈련이 북한을 겨눈 것인 만큼 한반도가 아닌 미국이나 일본에서 훈련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김준형 사단법인 외교광장 이사장은 8월 21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한·미·일이 문서에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명시해 “신냉전이 본격화”됐다면서 “한반도가 (이전보다) 훨씬 위험해졌다”라고 비판했다.
문서에는 한·미·일과 아세안, 태평양 섬나라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는 미국이 한·미·일을 중심으로 아세안과 태평양 섬나라들까지 끌어들여 ‘동아시아판 나토’의 덩치를 키우려는 노림수다. 그동안 아세안 소속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태평양의 섬나라들은 대체로 북·중·러와 적대하지 않고 원만하게 지내왔다. 미국의 목적은 이들을 북·중·러에서 떼어 내 한·미·일 군사동맹에 편입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신냉전을 부채질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중·러 또한 미국의 노림수를 모르지 않는다. 문서가 발표되자 북·중·러는 각각 공식 입장을 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해치고 진영 간 대결을 부른다며 한·미·일을 향해 강하게 경고했다.
앞으로는 한·미·일의 군비 증강에 따른 위기도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정권 출범 후 1년 동안 미국산 무기 18조 6,725억 원가량을 수입하고, 윤 대통령이 직접 미국의 요구에 맞춰 북·중·러를 겨눈 적대적 발언을 쏟아내며 위기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 주변에 시시때때로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와 공격·정찰용 무인기를 들이는 미국이야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미국의 승인을 받은 일본도 부쩍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8월 22일 산케이신문 등은 일본 방위성이 내년도 방위비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7조 7,380억 엔(약 70조 9,000억 원)을 편성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방위성은 2023~2027년도 기간에 방위비로 약 43조 5,000억 엔(약 400조 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전 기간보다 1.5배나 늘어난 금액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미국산 무기를 대거 수입하고, 미국을 대신해 지상 배치형 미사일 요격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를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은 8월 13일 이지스 어쇼어의 건조 비용은 1척당 3,950억 엔(약 3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북·중·러에 대응하는 요격미사일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합의했다. ‘공동 개발’이라지만 방위비를 크게 늘린 일본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8월 18일 일본 ANN뉴스는 「일·미·한 정상회담 대통령 별장에서 개최한 이유 포인트는?」 보도를 통해 한·미·일 정상회의에 따른 일본의 주요한 성과로 ▲한·미·일 삼국이 안전보장 연계를 위한 한·미·일 정상 간 핫라인(직통 전화) 설치 ▲미사일 탐지 정보의 실시간 공유(올해 안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3개국의 공급망 강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ANN은 일본에서는 윤 대통령은 믿을 수 있지만 앞으로 있을 한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일 정상회의 합의가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일본으로서는 가장 좋은 상황으로 고정시켜둬야 한다고 짚었다.
이는 윤석열 정권 이후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한·미·일 군사동맹을 돌이킬 수 없도록 한·미·일 합의를 아예 조약 수준으로 굳혀버려야 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한일 양국이 미국의 요구로 한국군과 자위대가 물자와 부대의 이동이 가능한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게 되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중·러가 한·미·일의 군사 행동에 강하게 맞대응하면 한반도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닥뜨리게 된다.
패권이 쇠락해가는 미국은 한국에 한반도와 동북아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신냉전의 돌격대를 맡겼다.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애꿎은 한반도의 주민들이 희생될 것이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