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8월 25일
기사 제목 : [팔레스타인 연재] ③ ‘미국은 이스라엘 편’…국제사회 반응은?
머리말 올해 7월 초 이스라엘은 군대를 동원해 21년 만에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침공했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거주지역을 일방적으로 침탈, 학살하고 있다. 이는 70여 년 동안 계속된 역사이기도 하다. 세 편의 연재를 통해 팔레스타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차례 ① ‘학살자 이스라엘’…침공의 배경과 쟁점은? ② 아랍인의 땅…이스라엘의 잘못된 건국 ③ ‘미국은 이스라엘 편’…국제사회 반응은? |
1. 미국 패권의 쇠락,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국제사회
최근 21년 만에 자행된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침공은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들어온 미국의 패권이 눈에 띄게 쇠락하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각국에서 자주·탈미화 흐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침공은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려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뒤집어보려 한 ‘발악’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몇 년 새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미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쇠락하고, 중동 각국과 중국 등에서 팔레스타인의 주권국가 지위를 인정하라고 압박하자 이스라엘이 위기를 느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친미를 표방하며 미국의 눈치를 보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각국과 아랍연맹도 이스라엘을 향해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보장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라고 촉구하는 중이다.
특히 새롭게 임명된 사우디의 나예프 알수다이리 팔레스타인 대사(예루살렘 총영사 겸임)는 사우디 국영 알아크바리야 방송과 대담에서 “이번 임명은 국왕과 왕세자가 팔레스타인 국가 형제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강력히 반영한 중요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제법상 팔레스타인의 영토인 예루살렘을 불법 점령 중인 이스라엘과 이를 용인하는 미국을 향한 경고로 풀이됐다.
중국이 올해 3월 이란과 사우디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한 데 이어, 6월에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초청해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 평화협정 체결 구상에 힘을 실은 것도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올해 5월 유럽연합(EU) 팔레스타인 대표부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학교 건물을 멋대로 철거한 이스라엘 측에 “경악했다”라면서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어린이 60명이 수업을 못 받게 됐다며 이러한 행위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심기를 살피며 이스라엘을 적극 비판하지 못했던 국제사회의 바뀐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국제 학술 캠페인’의 사무총장인 람지 오데는 8월 20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국영 일간지 ‘알-하얏트 알-자디다’에 올린 기고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한 이스라엘의 범죄에 세계가 침묵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것이 우리가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오데는 ▲8월 12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루살렘 총영사를 겸하는 팔레스타인 주재 대사를 임명한 것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식민 점령을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국제사법재판소의 법적 견해를 물을 수 있는지 논의된 점 ▲미국 등 서방의 일부 팔레스타인 지지 단체에서 팔레스타인을 유엔 정회원국으로 인정하자면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이스라엘의 인종차별적 점령체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사례를 꼽았다.
네타냐후 정권으로선 팔레스타인이 유엔을 통해 정식 국가로 인정받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인 심각한 전쟁범죄가 부각되기 전에 팔레스타인 전역을 손아귀에 넣어야 한다는 계산도 했을 수 있다.
2. 팔레스타인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팔레스타인은 70여 년 동안 유엔 총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해 이스라엘의 학살 만행을 알리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줄 것을 절박하게 호소해왔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012년 11월 29일 유엔 총회를 통해 유엔의 준회원국 격인 ‘옵서버 참가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로 팔레스타인은 지금까지 유엔 정회원국이 되지 못했고, 전쟁범죄를 벌인 국가를 향한 강제력이 있는 안보리에서의 이스라엘 규탄도 미국에 의해 번번이 무산됐다.
미국의 비호를 받은 네타냐후 정권은 ‘팔레스타인의 테러리스트를 골라 죽이는 것이니 학살이 아니고 정당하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지만,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이스라엘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최근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침공과 관련해 “미국은 하마스,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다른 테러리스트 단체들로부터 이스라엘의 안보와 자국민을 방어할 권리를 지지한다”라면서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에도 신경을 쓰라며 조건을 붙였는데 이는 자신이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반대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해 그냥 하는 소리일 뿐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이 미국산 무기, 미국의 승인을 받아 자행된다는 점에서 미국 역시 ‘학살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과 학살은 국제법상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이스라엘을 비호하면서 이스라엘이 숱하게 벌인 전쟁범죄가 묻혀왔다.
팔레스타인에서 학살과 침탈을 벌여온 이스라엘은 미국의 비호를 받아 단 한 번도 국제사회의 제재와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국제사회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해를 물리치고 팔레스타인 학살의 진상규명과, 팔레스타인의 주권국가 지위 회복에 적극 나서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최소한의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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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