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

(이어서)

 


3. 과제


1) 단결


윤석열 정권은 경제 위기로 인해 정권이 위기에 몰릴 것에 대비해 국민을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 극우화도 결국 국민을 편 가르기를 해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것이며, 공안탄압도 국민을 서로 의심하고 적대하게 만드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분열 책동에 맞서 국민은 단결의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독재,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검찰을 앞세워 반윤석열 세력을 탄압하고 있다. 노동자·농민, 진보 진영, 야당, 언론 등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만 나오면 어디든 거침이 없다. 간첩 사건, 비리 사건, 명예훼손 사건 등 방법도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고, 혐의가 입증되면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며 ‘탄압’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법 절차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야당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 시도에 대해서도 불체포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거 역대 독재정권이 휘두른 정치탄압, 공안탄압도 당시에는 법원이 유죄를 선고해서 마치 탄압받은 인물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인식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군부독재 치하에서는 중대 범죄자로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따라서 실제 범죄를 저질렀느냐를 기준으로 탄압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애당초 실제 범죄를 저질렀느냐 여부를 일반인은 알 수 없으며, 사법부 판단이라고 해서 100% 신뢰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재판에서 황당한 판결이 이루어지는지 온 국민이 보고 있지 않는가. 

유럽의회에는 ‘푸무스 페르세쿠티오니스(Fumus Persecutionis)’라는 원칙이 있다. ‘탄압의 징후’라는 뜻인데, 의원에 대한 체포나 기소가 해당 의원에게 정치적 손상을 입히려는 의도가 있는지가 탄압의 기준이라는 의미다. 즉, 혐의가 있는지 혹은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거 기간에 수사하는 경우, 익명의 인물이 고발하는 경우, 같은 사건의 다른 피의자는 놔두고 특정 정치인만 수사하는 경우 등은 정치탄압의 정황으로 본다. 

이런 기준을 가지고 지금 정권의 행태를 보면 거의 모든 게 명백한 ‘탄압’이다. 

예를 들어 형법 제126조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기소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수사기관은 대놓고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껏 어느 검사도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지난해 9월부터 국가정보원은 여러 진보 단체 관계자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체포, 구속했다. 그러면서 관련 내용을 언론에 매우 자세히 공개했다. 심지어 3월 28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을 구속할 때는 기자단에 문자로 혐의 내용을 알려줬다. 

국정원은 “범죄 사실 중 국가기밀 탐지·수집과 국가기간망 마비와 같은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에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간첩’ 활동을 일반 국민에게 자세히 알리는 건 공공 안전과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아직 수사망에 없는 공범이나 다른 ‘간첩’이 만약 있다면 그들에게 도움을 줄 뿐이다. 이걸 보면 국정원은 애초에 간첩을 잡으려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 진영을 국민에게서 떼어놓고 탄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검찰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온갖 정보가 조중동 언론을 통해 자세히 소개된다. 대장동 사건, 백현동 사건, 성남FC 사건, 쌍방울그룹 사건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사 정보가 줄줄 흘러나왔다. 민주당이 항의하고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발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많은 이들은 ‘아무리 수사를 해도 결정적 증거가 안 나오니 언론 공작을 통해 혐의를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윤석열 정권의 명백한 탄압을 두고 ‘사실이라면 문제다’, ‘일단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는 식의 태도는 탄압에 동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정권의 탄압에 위축되거나 분열하지 말고 단결해서 서로를 지켜주어야 한다. 

특히 노동탄압에 맞서 온 국민이 함께 싸워야 한다. 지금 윤석열 정권은 화물차 업무개시명령, 타워크레인 월례비, 노조 회계장부 등 온갖 시빗거리를 꺼내 들고 노동탄압을 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건폭’이라는 망언을 하며 건설노동자를 집단 괴롭힘과 왕따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950여 명의 건설노조 조합원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15명이 구속되었다. 급기야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는 건설노조 간부 한 명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신까지 하였다. 노동탄압에 맞서 노동계만 싸울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이 지지·지원하며 함께 싸워야 한다. 

민주당 내 이른바 ‘개딸’ 논란도 문제다. 민주당 내 이른바 ‘수박’ 세력은 개딸의 활동이 도를 넘어 민주당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게 만든다고 비난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당원이나 지지자가 ‘수박’을 비판하기만 하면 ‘수박’ 측에서 반사적으로 ‘개딸이 문제다’는 반응을 보이며 심지어 ‘민주당은 개딸과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하지만 정작 ‘수박’을 비판하는 당원, 지지자 모습을 보면 20~30대 여성이 거의 없다.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수박’들은 일단 개딸을 ‘강성 문제아 집단’으로 매도한 다음 자기를 비판하는 이들을 무조건 개딸로 몰고 가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개딸이란 말이 오염되었으니 다른 표현을 찾아보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애초에 정치인은 국민 위에 군림해 권력을 누리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뜻을 따르는 사람이다.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도 지지자와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할 의무가 있다. 자기를 비판한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역으로 공격한다면 나중에 집권했을 때 언론을 통제하고 시위를 진압하는 등 독재자와 똑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자신이 개혁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 제대로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지지자를 포용하고 단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2) 진보


경제 위기는 민심을 진보에 쏠리게도 하지만 역으로 극우가 성장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극우 세력은 경제 위기로 민심이 흉흉한 틈을 이용해 자기 영향력을 키운다. 보수 정치권에 기대다가 극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국민에게 자기 정치적 무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국민은 총선에서 180석을 몰아주며 제대로 개혁하라고 힘을 실어주었지만 시종일관 국힘당에 끌려다니며 허송세월하다 정권을 빼앗겼다. 대선 패배 후 상대적으로 개혁성이 강하다는 이재명 의원을 당대표에 세웠지만 8개월이 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낸 것이 없다. 이쯤 되면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온갖 실정으로 지지율이 30% 안팎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힘당과 비슷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은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도 싫지만 민주당이 더 낫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국민의 뜻을 따라 철저한 개혁과 적폐 청산을 할 수 있는 세력은 진보 세력이다. 진보 세력은 기득권층도 아니고 기득권층과 결탁하지도 않았기에 기득권층을 대변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전주을 재선거에서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중요한 의의가 있다. 

전주을은 민주당의 텃밭이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이 공천하지 않았다. 그러자 임정엽 후보가 당선 후 복당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민주당에서 탈당해 출마하였다. 박지원 민주당 고문이 임 후보 지지 선언을 하기도 하였다. 사실상 민주당 후보였던 셈이다. 특히 임 후보 측은 선거 막판에 위기에 몰리자 색깔론으로 강 의원을 공격하는 야비한 수를 쓰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이지만 국힘당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도 강 의원은 3천 표 이상의 표 차로 당선되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이 얼마나 진보 세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민주당의 한계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났다. 


3) 북·중·러


윤석열 정권은 미국, 일본에 철저히 의존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동북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대립 구도가 갈수록 강화되는 속에서 한국이 미일에 의존할수록 북·중·러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 일본에 기대서는 한국 경제에 미래가 없다. 당장 미국만 놓고 봐도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규모가 천문학적인데 미국은 한국에 별다른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손해를 입히고 있다. 

반면 중국, 러시아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최근 국제 사회에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는 모습을 주목해야 한다. 

사우디-이란 화해를 중재하는 중국의 모습은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4월 5~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큰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을 왕따시키려는) 탈동조화와 망 단절에 반대한다”라며 “우리는 중국과 상업적 관계를 계속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4월 12~15일 중국을 방문한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도 “왜 모든 국가가 달러로 결제를 해야 하는가”라며 “모두 달러화 사용이 익숙하겠지만 우리는 21세기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인도는 미국과 쿼드를 통해 안보동맹을 맺고 있지만 우리와 달리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인도처럼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늘렸다면 난방비 폭탄을 예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사태도 피할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러시아와 가스관을 연결하면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 미일 의존을 강화하면서 중러와 멀어지고 있으니 경제 전망이 암울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의 탈중국 요구에 맞춰 중국과 거리 두기를 하였고 그 결과 올해 1분기 대중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28.2%나 감소했다. 이는 중국 해관(세관)이 주요 국가 및 지역으로 분류하는 23곳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반면 미국은 1.7%만 감소했다. (「1분기 대중국 수출 28%↓…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어」, KBS, 2023.4.30.) 한국이 미국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중러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면 남북관계를 잘 풀어야 한다. 남북 사이에 평화와 협력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국이 중러에 더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당장 러시아 가스관을 연결하려고 해도 남북관계가 안정적이어야 하며, 남북관계만 잘 유지되면 중국을 육로로 연결해 물류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남북관계의 발전은 단순히 중러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의미만 갖는 게 아니다. 남북경제협력 자체가 한국 경제에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었던 개성공단을 통해서도 이미 남북경제협력이 가진 거대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내리막 경제권, 그리고 이와 달리 성장 가도를 달리는 북·중·러 경제권으로 점차 갈라지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양쪽에 걸쳐 있지만 어느 한쪽에 설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우디,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미국에서 북·중·러 경제권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만약 한국이 남북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북·중·러 경제권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는 것은 물론 세계의 중심이 될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한국 경제가 어디로 나아가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