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2년 12월 29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212] 북한 무인기 사태,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 개 뻥!
1. 허둥지둥 합참
1) 서울 하늘이 뚫렸다
12월 26일 오전, 서울과 경기도 일대 하늘이 북한 무인기들에 무방비로 뚫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의 무인기 소식이 언론에 처음 공개된 것은 26일 오후 4시 반. 합동참모본부(아래 합참)는 이날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적 수 개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 이북에서 내려오는 항적을 포착해 무인기로 판단하고 무인기 조작 인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을 향해 경고 방송을 하였으며 한강과 지상 남측 지역에 경고사격을 여러 차례 하였다.
총 5대의 무인기는 경기도 김포, 파주와 강화도 일대로 넘어왔으며 1대는 3시간 동안 서울 상공까지 들어온 후 북한으로 돌아갔다. 시속 100킬로미터, 고도 3킬로미터 정도로 비행한 이 무인기는 레이더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해 정확한 동선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촬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나머지 4대는 총 5시간에 걸쳐 레이더에 차례로 나타났다가 사라진 뒤 더 탐지하지 못하였다. 무인기들은 총 7시간 정도 한국 영공을 머물다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전투기와 공격헬기, 경공격기를 투입해 격추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오전 11시 39분 공군 원주기지에서 KA-1 경공격기가 이륙하다가 인근 성남초등학교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추락해 폭발하는 아찔한 사고가 나기도 했다. 또 교동도 서쪽 해안에서 무인기를 레이더로 포착하고 헬기의 20밀리미터 기관포로 100여 발 사격을 가했지만 격추에 실패했다. 조준사격은 아니고 레이더 항적을 향해 발사했다고 한다. 군은 또 국민 피해를 고려해 민가와 도심지 상공에서는 사격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결국 다음날인 27일 합참의 강신철 작전본부장은 “어제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하였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 추적하였으나, 격추하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라며 “결과적으로 군의 대비 태세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2) “망치로 파리 잡으려다 허점만 노출”
27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종대 전 국회의원은 “파리 한 마리를 망치로 잡으려는 식의 대응으로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작은 무인기를 상대할 때는 전투기나 공격헬기 같은 “압도적으로 엄청난 항공 자산을 투입”하는 게 오히려 효과가 없고 “정확하고 가벼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이 26일 작전에 투입한 항공기는 F-15K 슬램 이글, KF-16 필승 보라매, KA-1 경공격기, AH-64E 아파치, AH-1S 코브라, MD 500 등 5종 약 20대다. 이 가운데 KA-1 경공격기의 경우 최저 속도가 시속 130킬로미터다. 이보다 느리면 추락한다. 그런데 북한 무인기는 시속 100킬로미터로 날았다고 한다. 그래서 KA-1 경공격기가 무인기를 찾아냈지만 차분히 직선으로 쫓아가지를 못하고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고 한다. 초음속 전투기인 F-15K나 KF-16은 말할 것도 없다. 아예 무인기를 상대하기에 부적절한 대응을 한 것이다. 그나마 헬기는 제자리 비행도 가능하기 때문에 유효했는데 실제로 100발을 발사한 것도 헬기였다.
원래 북한 무인기는 기본적으로 지상의 국지방공 레이더와 벌컨포 운용 대공 방어부대에서 상대한다. 그러나 이들 부대는 자체 탐지를 못해 일절 대응을 못했다. 군은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사격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은 탐지를 못 해 사격을 못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연합뉴스 27일 자 보도 「北 무인기 영공 침범때 대공포는 못 쐈다…자체탐지 못해」는 “전투기의 기본 임무는 제공권 확보에 있고 경공격기는 근접항공지원(CAS), 공격헬기는 화력 지원 등인 점을 고려하면 지상에 방공망을 깔아두고도 활용하지 못해 다른 곳에 써야 할 전력을 동원한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군은 2000년대 중반 이미 무한궤도형 30밀리미터 자주대공포인 K30 비호, 2010년대 중반엔 비호에 지대공 미사일 신궁을 추가한 K30 비호복합을 실전 배치했으며 2021년 말에는 차륜형 자주대공포 천호도 배치했다. 수도권 핵심 시설에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2019년 도입한 드론 테러 방어용 레이더 SSR이 배치되어 있어 무인기 주파수를 무력화할 수 있다. 특히 2010년대부터 전쟁에 무인기가 활발히 활용되면서 군은 비호나 비호복합이 무인기 해결사라며 띄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태를 통해 이런 무기들도 무용지물임이 입증되었다.
12월 중순 군은 유튜브 채널 국방TV의 ‘군사특기 스페셜T’ 비호복합 반장 편을 공개해 비호복합이 드론(무인기)을 잡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10여 일 만에 무인기 사태가 터지자 이 영상은 이른바 ‘성지순례’ 대상이 되었고 수많은 네티즌이 찾아와 조롱 섞인 댓글을 달자 결국 군은 하루 만에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해버렸다.
군이 허세를 부린 무기가 비호복합만 있을까? 핵무기 버금가는 괴물 미사일이라던 현무가 10월 4일 강릉에서 발사했을 때 날아가던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와 발사 ‘원점’을 타격한 걸 보면 다른 무기도 다 이런 식이지 않을까 의심이 간다.
2. 이‘적’행위자 윤석열
1) “핵 두려워 말라”, “확전 불사”, “압도적 전쟁 준비”
무인기 사태가 터지고 윤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28일 오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첫 번째 북한 무인기가 내려왔을 때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한 대에 대해서 우리는 2대, 3대 올려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 “필요하다면 격추도 하고 관련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확전의 각오로 임했다”라고 하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확전 각오하고 무인기 침투하라”라는 윤 대통령 지시가 사실이냐는 설훈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또 2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참모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라고 발언하였다.
29일에는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확고한 응징과 보복만이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상대에게 핵이 있든, 어떠한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도발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하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면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 “적에게 범접할 수 없는 두려움을 (줘야 한다)”라고 하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에라도 전쟁할 것 같은 기세다.
2) 실제로 보인 모습
‘전쟁 불사’를 외치는 모습과 달리 실제 군의 대응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군은 민간 피해를 우려해 사격하지 못 한 것처럼 설명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때와 넘어갈 때는 얼마든지 사격할 수 있었다. 특히 넘어올 때는 넘어오기 전부터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넘어오자마자 바로 격추를 시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인기가 넘어올 때 한강과 남측 땅에 대고 경고 사격한 것 말고는 없다. 혹시라도 탄이 북한으로 넘어갈까 우려한 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조심할 이유가 없다.
또 7시간이나 무인기가 영공을 떠다녔다면 민간인을 대피시키고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할 여유도 충분했지만 아예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그나마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할 수 있는 게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무인기 2대를 투입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투입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군에서는 더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무인기가 북한에 들어갔다고 해도 애초에 윤 대통령이 2~3배로 보내라고 했는데 북한 무인기 5대의 2~3배라면 10~15대가 가야 했지만 고작 2대만 보낸 것도 이상하다.
이렇게 보면 윤 대통령이 겉으로는 ‘확전 불사’를 외쳤지만 뒤로는 ‘확전 불가’를 외쳤다고 밖에 볼 수 없다.
3) 결과적으로 이‘적’행위
겉으로는 배짱을 부리지만 실제로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북한은 윤석열 정권과 군을 우습게 여길 것이다. 거기다 윤 대통령의 ‘확전 불사’, ‘압도적 전쟁 준비’라는 말은 북한이 군사력 강화와 적극적인 군사 행동을 하는 좋은 명분이 된다.
마치 윤 대통령이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바람에 북한이 선제 핵공격을 법으로 정해도 항의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14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이 전날 북한의 방사포 사격을 두고 “선제타격할 수 있느냐”라고 묻자 “무슨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라며 ‘선제타격’이란 말도 못 꺼내게 하였다. 자신이 괜히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바람에 자기 발등을 찍었음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차라리 이번 무인기 사태 때 “확전을 막기 위해 대응을 자제했다”라고 했으면 영공이 뚫렸다는 비판은 받을지언정 북한이 군사 행동을 확대할 명분은 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영공도 뚫리고 ‘확전 불사’ 발언으로 북한에 군사 행동 확대의 명분까지 주었으니 이는 ‘꿩도 주고 알도 준 꼴’ 아닌가 싶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선제타격’에 이어 ‘확전 불사’ 발언으로 윤 대통령은 이‘적’행위자임을 확고하게 드러냈다.
3. 실전 상황
1) 1983년 중국 민항기 불시착 사건
1983년 5월 5일 선양에서 출발해 상하이로 향하던 중국 민항기가 갑자기 평양을 거쳐 한국 영공에 들어오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중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중공(중국 공산당)이라 부르던 시절이었다. 수교는 당연히 하지 않았고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은 중국을 ‘적성국’으로 대했다. 그런 나라의 비행기가 북한 방향에서 남하해 들어왔으니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즐겁게 보내던 시민들은 오후 2시 갑자기 전국에 발령된 공습경보 사이렌에 질겁했다. 모든 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뉴스 속보를 내보내고 신문들은 호외를 발행하였다. 전투기들이 연이어 발진하며 전쟁 분위기를 돋웠다.
알고 보니 대만으로 망명하려던 무리가 여객기를 점거한 납치 사건이었고 사건은 무사히 해결되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지도 벌써 40년 가까이 흘렀다. 그런데 경보 체계는 오히려 당시보다도 더 후퇴했다. 많은 이들이 이번 무인기 사건을 두고 ‘왜 사건 발생 6시간이 지나서야 공개하는가’, ‘왜 곧바로 경보를 울리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만에 하나 무인기에 폭탄이라도 실려 있어서 서울 도심에서 터졌다면 어떡할 뻔했냐는 것이다.
27일 오전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 지역 주민에게 제때 안내하지 않은 점을 두고 “북한 무인기가 실시간대로 움직이면서 거기에 저희가 추적과 감시를 하다 보니 문자 등으로 알리지는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니 북한 무인기가 자꾸 움직이니 그걸 쳐다보느라 국민에게 알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전쟁이 나도 북한군이 자꾸 움직이니 그걸 쳐다보느라 국민에겐 알리지 않을 작정인가.
같은 날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주민 공지 부분은 관련 규정과 절차를 확인해보겠다”라고 답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돌아다니는데 규정과 절차를 몰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말이다. 전쟁이 나도 규정과 절차 확인하느라 국민에겐 6시간 후에나 알려줄 것인가.
그런데 사실 군이 민간에 전혀 통보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당일 항공 당국은 합참의 요청에 따라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이륙을 각각 오후 1시 8분, 오후 1시 22분부터 일시 중지시켰다가 오후 2시 10분 일괄 해제했다. 또 인천해양경찰서는 오후 1시 21분께 해군 2함대의 연락을 받고 1시 28분 강화도에서 조업하던 어선 4척과 인천에서 연평도로 향하던 여객선 1척을 안전 해역으로 이동시켰다가 오후 3시께 운항을 재개시켰다. 작전에 필요한 항공기, 여객선 등은 조치를 한 것이다.
정작 강화도 주민들은 총소리가 나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서야 사태를 알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러니 물어보면 알려주지만 물어보기 전까지는 국민에게 따로 공지하지 않은 것이다.
이걸 보면 민군 연계가 엉망이며 지휘 체계도 다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
2) 작전에서 왕따당한 윤석열
북한 무인기 보도가 나온 후 일각에서는 자작극설이 떠돌았다. 무인기가 애초에 없었다는 주장부터 국군의 무인기를 북한 무인기로 둔갑시켰다는 주장까지 다양했다. 이런 음모론이 나온 배경에는 대통령실과 합참의 부자연스러운 대응이 있다. 특히 당일 4시 반에 북한 무인기 소식이 언론에 나와 나라 전체가 발칵 뒤집혔는데 약 20분쯤 후에 윤 대통령이 집무실에 개를 데리고 출근해 수석비서관들에게 인사시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많은 국민이 어리둥절해졌다.
그러고는 윤 대통령이 ‘확전 불사’를 외친 다음 저녁 6시 반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대동하고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참고로 그날 저녁 6시 10분에는 군이 무인기를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보냈다는 보도가 나왔고 술자리가 시작된 저녁 6시 30분에는 헬기로 100여 발 사격을 가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물론 윤 대통령을 향해 ‘무지’, ‘무식’, ‘무능’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알코올 중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며 국정운영이 수준 미달이라는 주장이 여당 내에서 나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북한 무인기가 서울 하늘을 휘젓고 다닌다는데 어떻게 저런 기괴한 행보를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음모론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 무인기가 서울 하늘을 날아다닌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체 윤 대통령은 왜 저런 기괴한 행동을 한 것일까?
일단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사건 당일 낮 12시 12분에 윤 대통령에게 전화로 보고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집무실 개 사진은 오전 9~10시에 찍은 것이라고 하였다. 즉, 북한 무인기가 넘어오기 전에 찍은 사진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언론에 북한 무인기 사태를 공개한 직후 집무실 개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따라서 가장 자연스럽게 세울 수 있는 가설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 상태에서, 혹은 사태는 전해 들었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굳이 관여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평소 하던 일들을 했던 것 아니냐고 추측할 수 있다. 심지어 북한 무인기 소식을 언제 언론에 공개하는지조차 대통령실은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확전 불사’ 발언 후 술자리 문제도 돌아보자. 대통령실은 북한 무인기가 돌아갔고 국군의 작전도 다 끝난 뒤라서 저녁 술자리는 문제 될 게 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확전’을 불사하고 북한 영공에 무인기를 날려 보냈는데 북한이 저녁에라도 보복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 안 되는 해명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정말 ‘확전 불사’ 발언을 했을까? 했다면 오후 4시 30분 첫 보도에서, 혹은 늦더라도 그날 중에는 공개를 했을 것이다. 그 발언을 굳이 이틀이나 숨기고 있다가 28일에야 공개할 이유는 없다. 안 그래도 여당 내에서조차 ‘북한 무인기가 서울에 들어왔는데 윤 대통령은 대체 뭘 했냐’라는 말이 나오는 판국에 굳이 늑장 발표를 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아마도 애초에 ‘확전 불사’ 발언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뭘 했나’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부랴부랴 그럴듯한 말을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확전 불사’ 같은 생각조차 한 적이 없고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른 상태에서 그냥 평소처럼 술잔치를 열었을 뿐이라고 보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이처럼 26일 당일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에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후 8시 20분이 되어서야 대통령실 소식이 처음 보도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당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김성한)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실시간 대응을 했다”라고 밝혔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열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합참에서 일괄 설명할 것이라고 하였다. 합참이 알아서 했으니 대통령실은 구체적 내용을 잘 모른다는 투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실시간 대응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서 “NSC를 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하면서 “합참에서 대응했고 안보실장과 안보실 관계자들은 대응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수시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논란이 이어지자 다음날인 27일에도 “전쟁이 벌어지는 중에는 토론을 할 게 아니라 작전을 수행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실시간 대응하느라 토론할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은 반박할 가치조차 없다. 폭탄이 실렸는지 뭐가 실렸는지 모를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에 나타나 용산 집무실 위를 거쳤는지 아닌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NSC가 안 열렸다는 것은 이 사태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완전히 배제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 한국군을 평시에도 지휘하는 주한미군
그렇다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제쳐놓고 합참이 알아서 작전을 수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쿠데타에 준하는 사건이다. 현재 합참이 윤석열 정부와 갈등을 빚을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국군을 지휘해 이번 대응 작전을 수행한 존재는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바로 주한미군이다.
이와 관련해 전 민언련 이사장이었던 고승우 주권방송 이사는 28일 폴리뉴스에 기고한 칼럼 「윤 대통령이 확전 각오하고 대북 무인기 보내라 명령했다고?」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지적했다.
첫째, 1994년 12월 1일 한국이 평시 작전통제권을 돌려받았지만 핵심적인 6개 영역은 ‘연합권한위임(CODA)’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주한미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6개 영역에는 ▲전쟁 억제와 방어를 위한 위기관리 ▲조기경보를 위한 정보관리 ▲전시 작전계획 수립 ▲연합 교리 발전 ▲연합훈련과 연습 계획·실시 등이 포함된다. (나머지 하나는 C4I 상호운용성이라고 한다.)
둘째,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 내의 군사행동은 유엔군 사령관 즉 주한미군 사령관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북한에 군사행동을 할 경우 유엔사 교전규칙(ROE)의 적용을 받는다. 만약 북한을 향해 무인기를 날렸다면 이는 윤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라 주한미군 사령관의 권한이다.
평시와 전시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데프콘(전투준비태세)이 있다. 데프콘은 1~5단계로 되어있는데 5단계는 평화, 4단계는 경계 태세, 3단계는 전 군에 휴가나 외출이 금지되는 단계, 2단계는 탄약이 지급되는 단계, 1단계는 전시에 돌입하는 단계다. 한국은 평시에 데프콘 4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사시 3단계로 격상됨과 동시에 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으로 넘어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데프콘 4단계인 평시에도 중요한 6개 영역은 주한미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고승우 이사의 분석이다. 그런데 이 연합권한위임은 비밀조약 규정이라서 조약 전문을 공개한 적이 없으며 국회 비준도 없었다. 6개 영역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북한 무인기 사태 대응 작전을 주한미군이 직접 지휘한 것으로 볼 때 상당히 광범위한 부분이 평상시 주한미군의 지휘 아래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한국의 대통령도 무시하고 말이다.
이렇게 보면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라는 게 국민의 눈을 속인 연극에 불과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4) ‘파이트 투나이트’ 개 뻥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직접 작전 지휘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번 대응 작전은 너무 엉터리였다. 주한미군 역시 당황한 것이다. 북한에서 무언가가 한국으로 넘어오는데 레이더에 포착된 것만으로는 무인기인지 뭔지 알 수 없고 이게 정찰용인지 공격용인지도 알 수 없으니 일단 한국군 주력 전투기인 F-15K부터 멀리 원주의 공군 8전투비행단에 있는 프로펠러기까지 다 출격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끝내 아무 성과도 못 냈고 오히려 경전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내고 말았다.
북한 무인기가 돌아간 뒤에도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에 호되게 당하고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아예 혼이 나간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합참은 27일 오후 1시께 미상의 항적을 포착하고 오후 4시께까지 추적하면서 전날 투입했던 5종의 군용기 20대를 다시 투입했으나 알고 보니 새 떼였다고 한다. 이 와중에 오후 2시 57분 인천광역시는 강화군 석모도 지역에 무인기가 관측되었다며 재난 문자를 보냈다. 3시간 동안 새 떼를 추적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같은 시각 강원도 원주, 횡성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공군은 강원도 소방본부에 무인기가 관측되었다고 통보했다. 이 무인기는 30여 분 만에 사라졌는데 확인 결과 새 떼였다고 한다.
28일 새벽 0시 40분쯤에도 미상의 항적을 레이더로 포착해 비상대기 중이던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인천과 경기 북부 상공을 훑은 결과 풍선이었다. 풍선을 레이더로 포착하려면 아마 레이더 감도를 최대로 높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새나 풍선 같은 엉뚱한 것까지 감지되어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혹시라도 북한 무인기를 놓칠까 봐 불편을 무릅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북한 무인기에 혼이 난 것 아닌가 싶다.
북한의 군용 항공기가 서울 영공을 누빈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미국과 주한미군이 잠잠한 것도 이상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무인기가 우리 영공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사실상 침략행위에 준하는 고강도 도발”이라고 하였다. 이런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미 국무부도, 주한미군도 ‘알고 있다’, ‘한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대응만 하였다. 예전처럼 북한을 강력히 규탄하지 않는다. 연일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내는 윤 대통령과 완전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게 남 일이라는 건지, 아니면 지금 북한을 규탄할 정신조차 없는 건지, 혹은 북한을 자극하면 큰일 나는 뭔가가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주한미군이 내세우는 구호는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다. 오늘 밤 전쟁이 일어나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준비를 갖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파이트 투나이트’가 다 개 뻥이라는 게 드러났다. 과연 우리 국민은 한미동맹을 믿고 안심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