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1월 08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214] 무인기 사태로 드러난 한미 관계의 실체와 윤석열의 미래①
지난 주 아침햇살212호에서 북한 무인기 사태를 다뤘다. 이후 몇 가지 정보가 추가되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사태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1. 북한 무인기 대응, 미국이 지휘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5일(현지 시각. 아래도 모두 동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북한 무인기를 탐지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추적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을 수도 있는 것에 대한 구체적 정보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라고 전제하면서 다만 “우린 확실히 역내 전체에 대한 정보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무인기 대응과 관련해 한국과 어떻게 협력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국방부에 문의하라”라고 답했고 “우리는 북한의 위협은 물론 역내 안정·안보를 위해 한국, 일본, 역내 기타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라고 덧붙였다. 또 여전히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바란다고 하였다.
라이더 대변인의 답변에는 몇 가지 정보가 들어있다.
첫째, 미국이 북한 무인기를 탐지하였다는 점이다.
자신의 군사 능력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확실히” 한반도 전체에 대한 정보 능력이 있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군사 기밀이라 대놓고 말은 못 해도 사실상 북한 무인기를 탐지하고 있었다고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무인기가 유엔사가 관리하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동맹국 수도 한복판에 들어와 대통령실 상공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다. 당연히 미군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미국은 역내 안정 유지에 신경을 썼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는데도 ‘조건 없는 대화’를 운운했다. 그것도 국무부가 아닌 국방부 대변인이 말이다. 또한 “역내 안정”을 위해 한국과 협력했다고도 말했다. 일이 커져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한국군을 관리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한국군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연합권한위임(CODA)에 따라 ‘전쟁 억제와 방어를 위한 위기관리’ 영역은 여전히 주한미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이번 무인기 대응도 주한미군이 지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라이더 대변인의 답변을 통해 이번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을 미국이 직접 지휘했음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의 핵심 목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 확전을 피하는 것이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것을 포착하고도 격추하지 않고 군사분계선 남측 땅에 대고 경고사격만 한다거나, 7시간 동안 수도권 상공을 휘젓고 심지어 대통령실 상공 비행금지구역까지 침범했지만 격추를 시도하지 않았다거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돌아가는 것도 격추하지 않고 방치한 것을 보면 미국의 작전 목표는 분명하다. 혹시라도 격추하거나 아니면 격추를 시도하다 포탄이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어갈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무인기가 먼저 군사분계선을 넘어왔으므로 이를 격추하기 위해 쏜 포탄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간다고 해도 미국에 얼마든지 명분이 있다. 예를 들어 2014년 10월 10일 북한은 대북 전단이 넘어오자 고사총 사격을 했고 이 가운데 일부 탄환이 남쪽으로 넘어온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북한에 항의는 했지만 대북 전단이 먼저 북한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한국도 정전협정 위반을 주장하지 못하였다.
북한은 대북 전단이 넘어오면 곧바로 사격한 것처럼 과거에도 영공을 침범하는 비행물체를 발견하면 곧바로 격추를 시도하였다. 1969년 4월 15일 미 해군 소속 EC-121 워닝스타 조기경보기가 동해상에서 북한 영공을 침입(북한 주장)하자 곧바로 미그-21 전투기로 격추했다. 이 공격으로 미군 승무원 31명이 전원 사망했다. 1994년 12월 17일 주한미군 17항공여단 소속 OH-58 헬기가 인제군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북한군 휴대용 대공미사일에 격추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공격으로 부조종사는 즉사하였고 조종사는 북한에 생포, 2주 후에야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였다.
이처럼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비행체를 대하는 북한과 미국의 태도는 정반대다.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을 극도로 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해도 쉽게 전면전이 나지는 않는다, 충돌이 확대된다고 해도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국지적인 충돌 정도일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지난해 9월 8일 채택한 핵무력법에 따라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9~11월 기간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한 북한의 군사 행동을 보면 수백 대의 전투기가 출격하고 수백 발의 포탄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 행동에 2~3배로 대응하라고 주문하지만 정작 북한이 한미의 군사 행동에 2~3배를 훨씬 뛰어넘는 대응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무인기가 격추된다면 북한이 어떤 보복 행동을 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만약 북한이 평택 미군기지를 핵공격한다고 가정해보자. 단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 순항미사일을 섞어 쏘면 현재 기술로 100% 요격은 불가능하다. 4만여 명의 주한미군과 군무원, 가족이 상주하는 세계 최대 미군 해외기지 상공에서 전술 핵폭탄이 터진다면 미국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후 미국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북한에 보복 공격을 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미국 본토로 전략 핵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다. 그렇다고 보복하지 않고 말로만 규탄하면 미국은 전 세계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고 그대로 몰락할 것이다.
그러니 미국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을 이번 무인기 대응 작전의 핵심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이 핵심 목표를 달성하였다. 아마 미국은 자기 의도대로 목표를 달성한 것에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을 규탄할 생각도 못 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규탄하느라 바빴던 미국이 이번에는 북한 군용기가 서울 한복판을 날아다녔는데도 이상하리만큼 규탄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곤란할 때 미국의 대변인 노릇을 하던 유럽이나 유엔에서도 규탄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한두 군데에서 우려하는 소리가 나왔을 뿐이다.
재클린 리커 유엔사 부공보실장은 12월 29일 무인기 사태와 관련한 특별조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히면서 “조사가 시작됐으므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 사안에 관해 입장문을 내거나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아예 못을 박았다.
물론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을 두려워한다고 해서 완전히 꼬리를 내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하겠다는 계획을 거두어들이지는 않았다. 아마 미국은 겉으로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뒤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2. 윤석열의 ‘날리면’ 2탄
1) ‘날리면’ 2탄
지난해 9월 21일 유엔 총회가 열리던 미국 뉴욕에서 윤 대통령은 미 의회와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날려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 문제를 풀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을 꼭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정을 급히 바꿔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하는 글로벌펀드 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했으며 이를 위해 원래 내기로 한 기부금의 4배에 달하는 1억 달러를 기부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시종일관 윤 대통령을 무시했다. 행사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무대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윤 대통령이 바이든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바이든은 계속 못 본 체하며 등을 돌리는 모습이 영상에 고스란히 찍혔다. 그리고 간신히 48초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1억 달러나 ‘상납’했는데 고작 48초의 대화를 나누며 굴욕을 당한 윤 대통령은 행사장을 빠져나오며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보더니 문제의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욕설을 내뱉었다. 나중에 가서 국제 문제로 커지자 대통령실이 나서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다’, ‘미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다’는 식으로 무마하려 애썼다.
이 ‘날리면’ 사태로 윤 대통령의 기질을 확인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정치니, 외교니, 동맹이니 이런 건 다 필요 없고 일단 기분이 나쁘면 그 자리에서 화풀이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다.
이번에 북한 무인기 사태 때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윤 대통령은 사건 당일인 12월 26일 낮 12시 12분 전화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보고를 받았다. 합동참모본부가 처음 무인기를 포착한 게 오전 10시 25분께이므로 약 2시간 가까이 지나서 대통령이 보고받은 셈이다. 아마 윤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나름의 지휘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논란의 ‘확전 불사’ 발언이 실제 있었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평소에도 ‘선제타격’, ‘주적은 북한’, ‘압도적 대응’ 같은 말을 즐기며 자신의 호전성을 드러내 왔다. 이번에도 대북 강경 대응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지휘를 받느라 국군이 윤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당일 오후 8시 20분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김성한)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실시간 대응을 했다”라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합참에서 일괄 설명할 것이라고 하였다. 대통령실은 작전과 관련해서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윤 대통령은 군이 자기 지휘도 안 따르지, 미국은 강경 대응을 하지 않고 북한 눈치를 보지,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무인기에 대응해 무엇을 했는지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엉뚱하게 대통령실에 개가 어슬렁거리는 사진을 배포하고 저녁에는 만찬을 열어 술을 마시는 ‘반항’을 한 것 아닌가 싶다. ‘날리면 2탄’인 셈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의 정신연령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라는 자각도 없이 기분이 나쁘면 아무 데나 화풀이하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자학 수준의 투정을 부리고 반항하는 자에게 계속 국정을 맡겨도 되는지 심히 걱정이다. 이 정도면 장난감 가게에 드러누워 울고불고 떼쓰는 아이와 뭐가 다른가.
2) 만약 문재인 정부였다면
만약 북한 무인기 사건이 문재인 정부 때 벌어졌다면 대응이 어떠했을지 예상해보면 지금 상황을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일단 사건이 발생한 즉시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책 논의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경보를 울려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대국민 발표를 통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작전 지휘를 했을 것이다. 원래 군사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이런 공정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역시 작전 지휘가 막혔을 것이다. 주한미군이 직접 지휘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런 일은 많았다. 2004년 7월 서해에서 한국 해군이 북한 경비정에 경고사격을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합참은 북한 경비정에 경고 방송을 했으나 응답하지 않아 사격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중이라고 3차례나 응답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해군이 경고사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계5029·서해NLL 총격때도…군 당국, 거짓말하고 숨겼다」, 한겨레, 2017.6.1.)
노무현 대통령은 이 사건을 군 통수권자인 자신에 대한 군의 항명으로 인식하고 진상 조사에 나섰으며 책임자 문책도 예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은 ‘항명’이 아닌 ‘부주의’였다면서 사건을 덮어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힘당)조차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다. 돌이켜보면 주한미군의 지휘 아래 일어난 일이라서 청와대가 더 이상 군을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고 사건을 덮은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북한 무인기에 관하여 대통령이 더 이상 지휘를 할 수 없다고 해서 문 대통령이 윤 대통령처럼 화를 내며 미국을 들이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국민 발표를 하면서 위기관리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3) 윤석열을 진압한 미국
무인기 사태 당일 윤 대통령의 기괴한 행적은 많은 이들의 비판 대상이 되었다.
국힘당의 유승민 전 의원은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은, 출근길에 새로 입양한 개를 데리고 집무실에 온 것과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송년 만찬을 한 것”이라며 “국군 통수권자가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을 직격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의 글은 조·중·동이 중요하게 보도하였다.
반면 민주당은 사건 당일인 26일에는 북한과 국군만 규탄하고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다음날인 27일에서야 윤 대통령을 언급했지만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에 수도권 상공이 유린당하고 국민이 불안에 떠는 그 7시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라며 평이한 수준의 지적에 그쳤다. 민주당은 북한 규탄에 더 무게를 두었다가 올해 1월로 넘어오면서 정부 비판으로 무게를 옮겼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교수까지 역임한 유승민 전 의원을 흔히 ‘미국통’으로 부른다. 조·중·동도 미국의 뜻을 대변하는 언론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윤 대통령이 미국을 들이받는 행동을 두고 경고를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경고가 통했는지 윤 대통령도 더 이상 기괴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28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26일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에 대해 “처음에는 솔직히 좀 답답하다가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됐다”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분석은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다만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윤 대통령의 언행을 주목하면 진실의 실마리에 어느 정도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계속)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