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8.



1. 러시아가 지고 있나?

1) ‘미-러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쟁의 명칭부터 한번 짚어보자. 언론은 이번 전쟁을 흔히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번 전쟁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지 못한다. 우리는 이 전쟁을 ‘미-러 전쟁’이라고 서술하려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권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세워진 정권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극우 세력이 일으킨 쿠데타로 기존 친러 정권이 친미 정권으로 교체되었다. 이 쿠데타의 배후엔 미국이 있다.

2014년 2월 6일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의 전화통화 녹음이 유출돼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녹음파일에서 두 사람은 누가 차기 총리로 적합한지 우크라이나 정치인을 하나하나 꼽으며 논평하다 전 재무장관 아르세니 야체뉴크를 “알맞은 인물”로 점찍는다. 실제로 친러 대통령이 실각하자 야체뉴크가 새 총리로 지명됐다.

이 사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쿠데타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시카고대학 석좌교수 존 미어샤이머는 미 외교협회지 포린 어페어스 2014년 9~10월호에 보낸 ‘우크라이나 위기는 왜 서방의 잘못인가’라는 기고글에서 이 녹취를 두고 “미국이 쿠데타를 후원한 것은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도 전화통화가 사실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둘째로, 이번 전쟁을 부추긴 것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 전쟁위기를 인위적으로 고조시키는 행동을 했다. 예를 들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월 10일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미국 시민들은 당장 (우크라이나에서) 떠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2월 16일에 전쟁을 개시할 거라며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하기까지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행태에 불만을 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방 지도자들은 내일 당장 전쟁이 날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또한 “러시아에 선제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등 러시아를 자극하는 미국의 행태를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이 날까 봐 조심하는 반면 미국은 러시아를 자극하며 전쟁을 부추기는 모양새였다.

셋째로, 전쟁에서 주로 사용되는 무기는 미국산 무기들이다.

한나 밀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5월 11일 외국에서 지원한 무기들로 전쟁을 견디고 있다며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스팅어 대공 미사일 외에 미국의 155㎜ 곡사포가 전선에서 사용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밀랴르 차관이 언급한 무기는 모두 미국산이다.

지금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추진하는 것도 미국이다. 심지어 미국은 나토 가입국이 아닌 한국에도 공격무기 지원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이 대신 전달하겠다고 하였다. 5월 10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외교안보 라인을 통해 한국의 공격무기 제공 의사를 은밀히 타진”하고 있으며 특히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선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미국이 기대하는 눈치”라고 한다.

넷째로, 우크라이나군이 전쟁에서 간간히 전과를 올리는 것 또한 미국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5월 5일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 덕분에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을 격침하고, 고위 장성을 10여 명 사살할 수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종합하면 미국이 무기 및 물자를 지원하고 정보를 주며 지휘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장기말이 되어 움직이는 형국이다. 이에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도 5월 17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 전쟁은 결국 우크라이나를 무대로 벌어진 러시아와 서방, 더 정확히 미국의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글에서 전쟁의 이름을 ‘미-러 전쟁’으로 붙이려 한다.

2) 나치식 기만선전

언론 보도를 보면 미-러 전쟁에서 항상 우크라이나군이 승승장구하고 러시아군은 패퇴해 쫓기는 신세처럼 보인다. 이런 보도를 보면 궁금한 점이 생긴다. 그게 사실이라면 왜 전쟁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만 벌어지고 러시아에선 일어나지 않는 것인가.

정말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상대로 이긴다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빼앗고 그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전쟁 양상이 벌어져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우크라이나에 들어간 러시아군을 몰아내야 ‘이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사실은 정반대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들어가 그들의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5월 1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대부분을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중부군관구 사령관 대행 루스탐 미네카예프 소장은 4월 22일 “러시아군은 이틀 전부터 전쟁 2단계에 돌입했다”라면서 “러시아군의 임무 중 하나는 돈바스와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러시아는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베르단스크, 크림반도 위쪽에 위치한 헤르손을 점령했으며 현재 미콜라이우, 오데사 등 남부지역 도시에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오데사를 향해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을 발사하기까지 했다. 당시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오데사에 있다가 황급히 방공호로 대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언론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러시아가 지고 있다는 기사로 도배되고 있다. 깊이 관심을 두고 하나 하나 따져가며 비판적으로 분석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패배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과 완전히 다르게 인식하게 만드는 것을 기만선전이라고 한다. 기만선전은 나치의 특기였다. 나치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는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 “대중이란 작은 거짓말보다는 더 큰 거짓말에 속는다”라고 외치며 기만선전을 했다.

나치독일은 기만선전으로 전쟁을 시작해서 기만선전으로 전쟁을 끝마쳤다. 나치독일은 1939년 8월 31일 특무부대에게 폴란드군 제복을 입히고 자국 라디오 방송국을 공격하게 한 다음, 이를 빌미로 폴란드를 공격하였다.

나치독일은 패색이 완연해지고 있을 때에도 신무기 개발을 거의 완료했다거나 승리의 길로 가고 있다고 선전했다. 독일국민들로 하여금 끝까지 전쟁에 적극 참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전쟁 막바지인 1945년 4월에도 괴벨스는 히틀러의 생일인 4월 20일이 되면 독일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라고 외쳤다. 히틀러는 생일 열흘 뒤인 4월 30일 지하벙커에서 자살했다.

우리는 누구의 편을 들기에 앞서 객관 사실을 정확히 봐야 한다. 리영희 선생은 생전에 “난 애국을 하는 사람이지만 거짓에 입각한 애국은 거부하는 사람”이라며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다. 소위 ‘애국’ 이런 것이 아니다. 진실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리영희 선생의 말처럼 우리는 사실 그 자체를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2. 전쟁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러시아

러시아는 미-러 전쟁의 목표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중단과 탈나치화, 돈바스 지역 독립을 내세웠다. 목표 달성 여부를 러시아의 승패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1) 나토 가입 저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저지는 러시아의 1번 목표였다. 러시아는 이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

3월 16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해결된 영토분쟁이 있는 국가는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없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현재 분쟁 상태에 있으므로 나토에 가입할 수가 없다.

미-러 전쟁이 끝나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전쟁을 끝내면서 우크라이나에 나토에 가입하지 말라고 경고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나토 가입을 시도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국민도 나토 가입 시도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전쟁 초기까지 나토 가입과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뒤에 또 다시 전쟁을 감수하겠다고 나서진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설사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신청하더라도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지 못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승인하면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 전쟁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토가 모두 달라붙으면 러시아를 이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러시아는 핵보유국이다. 지금도 러시아는 나토가 참전하면 3차 세계대전이 될 것이고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가 정말 핵무기를 사용할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러시아가 나토 국가들을 상대로 승리하려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현재 나토 국가들이 미-러 전쟁에 공식적으로 참전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나토가 공식적으로 참전하지 않는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법적인 절차를 중시하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략할 때 유엔총회 결의를 얻는 데 실패했음에도 자체로 다국적군을 꾸려 전쟁을 밀어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말~7월 초 흑해에서 32개국 군대를 모아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는 내용의 ‘시 브리즈 21(Sea Breeze 21)’ 연합해상훈련을 진행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님에도 보호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실전이 벌어지자 미국과 나토는 참전은커녕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도 조심스러워한다. 영국 BBC 방송은 4월 11일 “정확히 나토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전쟁의 확대’이다. 서방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단거리) 사용을 선택하거나, 이번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대륙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라고 보도했다.

종합하면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다시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시도하더라도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겠다는 전쟁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나치 무력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는 러시아가 두 번째로 내세운 목표다. 우크라이나 신나치세력의 핵심은 아조우연대다. 아조우연대는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되어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5월 16일 아조우스탈 부대 지휘관들에게 “스스로 목숨을 부지”하라고 명령하면서 마리우폴에 대한 군사작전을 포기했다. 실제로 이날 아조우스탈에 있던 265명의 아조우연대 부상병들이 러시아에 투항했다. 이로써 아조우연대의 괴멸은 시간문제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동부, 남부 장악 과정

앞서 소개했듯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장악하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을 개시하면서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돈바스지역에는 러시아계의 비율이 38%로 우크라이나 평균 17%의 두 배가 넘는다. 동부지역의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 비율은 93%로 서부지역 5%, 중부지역 26%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러시아가 남동부지역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정말로 러시아 국민으로 되고 있다.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은 5월 중순 국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의 수장 레오니트 파세치니크는 3월 27일 “조만간 공화국의 영토에 관한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이며 주민들이 최종적인 헌법 권리를 행사해 러시아 연방에 합류하는 데 대한 의견을 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르손도 러시아로 귀속될 것으로 보인다. 5월 11일 헤르손주 정부 부수상은 “푸틴 대통령에게 헤르손을 완전한 자격을 갖춘 러시아 일부로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헤르손 화폐를 4개월 유예기간을 거친 뒤 러시아의 루블화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러시아가 동부와 남부 지역을 차지하면 우크라이나는 상당히 곤혹스러워진다. 흑해에 접해 있던 우크라이나는 해안을 모두 잃고 내륙국으로 바뀌며 산업 중추를 잃어서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대 곡물수출국으로 ‘세계의 곡창지대’라고 불린다. 2020년 기준 밀 수출 세계 5위, 옥수수 수출 세계 4위 등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수출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의 98%를 바닷길로 운송한다. 그런데 러시아가 남부지역을 장악하면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길을 잃게 된다.

또한 석유화학·제철·항공산업 등 우크라이나의 산업 기반도 동남부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2012년 기준으로 동남부지역의 5개주가 우크라이나 인구의 32%, 총생산액의 37%, 수출액 44%를 차지한다. 중앙일보는 5월 7일 <푸틴, 우크라 동남부 장악해 ‘노보러시아’ 창설 야심>이라는 기사에서 우크라이나가 동남부지역을 잃으면 “인구도 2,300만 명 수준으로 줄고 국내총생산(GDP)도 3분의 1로 쪼그라”든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주

 

▲2001년 지역별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 비율



4) 러시아의 대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남부를 차지하면 흑해를 장악하게 된다. 흑해에 잇닿아 있는 나라는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 조지아이다. 이들 중엔 러시아에 대적할만한 나라가 없다. 그중 터키는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라서 지금도 러시아와 나토를 중재하고 있다. 러시아가 흑해 제해권을 쥐게 되면 작년처럼 미국이 흑해에서 시 브리즈 21 훈련을 하지는 못할 것이며 아예 흑해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결단코 반대했던 이유는 나토가 동쪽으로 세력권을 확대하는 게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장악함으로서 전선을 우크라이나 서쪽으로 확 밀어버리게 됐다. 그만큼 모스크바가 전선에서 멀어졌다. 나토의 동진을 저지한 걸 넘어 러시아가 서진한 셈이다.

러시아는 제시했던 목표를 상회하는 성과를 얻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느냐를 기준으로 보면 러시아가 대승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계속)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