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9.

2022년을 맞아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가 공동으로 신년기획을 준비했다. 세 번째 주제로는 추락하는 민중의 삶과 관련 대책을 다룬다.

 

 

추락하는 민중의 삶, 대책은 있는가

 

 

 

 

 

대선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혹자는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 ‘민주주의 축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민이 단순히 자신을 대리, 대표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것을 넘어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을 집단적으로 토의하는 장이 선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에 뽑힐 대통령을 생각하며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대선이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고, 사회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장이 되기보다는 후보들의 친인척비리, 도덕성 검증 등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선을 두고 ‘정치불신·비호감대선’, ‘차악을 뽑는 선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위태로운 민중의 삶 

 


현재 민중들의 삶은 위태롭다. 자영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2022년에도 위태로운 민중의 삶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국민을 대표하고 책임진다는 정치인들이 한가롭게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우리사회 전반을 개혁하고 대대적인 국정운영의 방향전환 없이는 국민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2021년 우리사회의 키워드 중 하나는 ‘영끌’이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영혼까지 끌어 모아’ 부동산, 주식 등에 돈을 쏟아부었다. 물론 이러한 ‘투자’에는 투기적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바닥에는 ‘이대로 가다간 평생 집을 장만할 수 없겠구나’, ‘이것 말고는 돈을 벌 방법이 없구나’ 등의 불안감이 존재한다. 그만큼 사회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영끌’투자, 코로나19를 대출로 버틴 자영업자 등으로 인해 가계대출은 크게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이 107조5,000억원 증가(증가율 7.1%)했다.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인결과 2020년 8%에 비해서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었지만, 여전히 높다. 가계대출 증가율 7.1%는 명목성장률 6.2%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2020년, 2021년 2년간 늘어난 가계부채는 220조원에 달한다. 

국제금융협회의 세계 부채보고서가 2021년 2분기 기준 전 세계 36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4.2%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65.5%와 비교하면 38.7%포인트가 높은 수치다. 소위 선진국(미국·유럽·일본·영국) 평균 77.2%보다도 훨씬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021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로 2011년(4.0%)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상승률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더욱 큰데, 생활물가지수(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여 가계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산정한 지수)가 1년 전보다 3.2% 상승했다. 이 역시 2011년(4.4%) 이후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은 저금리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통화 당국은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 한다. 더군다나 미국 등 경제위기와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시중에 돈을 쏟아부은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긴축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만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금리 시대의 종식과 긴축 시대의 시작으로 ‘영끌’족을 포함한 국민들의 삶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빚을 늘려야 하는 현실적 문제는 물론 금리인상의 충격을 흡수할 고용이나 소득상황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수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정부 주도의 단기 일자리가 많다. 고용 회복 효과도 임금근로자에게 국한되고 자영업자의 고용지표는 악화되는 상황이다. 2021년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 수는 5만3,000명 감소했다. 

구직단념자도 2021년 62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개편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장기실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는 12만8,000명으로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1년 전보다는 2만3,000명, 2019년보다는 9만5,000명 더 많다. 구직 기간이 1년 이상인 초장기 실업자도 1만3,000명으로 3년 만에 증가했다. 2020년(7,000명) 대비 86% 급증한 수치다. 

소득은 부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통계청 등의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채(2021년 3월 기준)는 6.6% 늘어난 8,801만원, 소득(2020년 기준)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6,125만원을 기록했다. 소득 증가는 근로소득이 아닌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 지원 영향이 컸다. 근로소득 증가율은 1.7%인데 반해 공적이전소득 증가율은 31.7%로 나타났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세금과 사회보험료, 대출원리금 상환금 등)을 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2020년 기준)은 1,000만~2,000만원 미만구간이 14.6%, 2,000~3,000만원 미만구간이 14.0% 순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000만원 미만 가구가 전체 가구의 49.3%를 차지했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대선후보들  

 


이러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선후보들의 행보를 보면 그러한 희망을 찾기는 힘들다. 

윤석열 국힘당 후보는 반노동, 친기업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를 비현실적인 제도로 평가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킨다”라며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노동자 3명이 바닥 다짐용 롤러에 깔려 숨진 안양시 사고 현장을 찾아서는 “시동장치를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라며 책임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쉬는 게 좋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며 ‘반노동’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윤 후보는 서민들을 단지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듯한데, “극빈자나 못 배운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른다”, “없는 사람은 불량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라는 그의 발언에서 이러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에게서 새로운 노동비전을 찾기란 어렵다.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등으로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고, 일자리 자체가 불안정해 지는 상황에서 윤 후보에게 노동권 보장 등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윤 후보는 “앱으로 직장 구하는 시대가 온다”, “사회복지사들도 코딩을 배워라”라는 등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미 앱으로 구직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황당하기 그지없었고, 사회복지사들은 “사회복지에 코딩이 왜, 어디에 필요한 것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조언한 것 같다”라며 “코딩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그 현황이 어떤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오마이뉴스, 2022.01.21.).  

윤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각종 규제완화와 민간 건설사 위주의 공급확대로 전형적인 집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윤 후보는 주거문제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적 세제’로 지목하며 세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양도세·종부세 등을 완화하는 세제 공약을 내놓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적용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세금 부담이 줄어들면 집 부자들은 더 많은 집을 보유하려 들 것이고, 집 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반노동’은 아니더라도 ‘비노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내걸었던 소득주도 성장, 비정규직 감축 등의 굵직한 공약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후보가 노동현안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소년 노동자 출신인 이 후보가 노동 정책을 주요하게 들고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문제에 더 방점을 둬야 하는데 지금은 부동산으로 두들겨 맞다 보니까 거기에만 매몰되고 있다” 등의 지적이 나온다(한겨레, 2021.12.26.).

이러한 비판 속에 1월 26일 이 후보는 노동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오늘 제시된 공약은 구체성이 보이지 않는 두루뭉술한 방향만 언급됐다”라며 “노동공약을 얘기하며 당사자인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논의할 틀에 대한 제시는 보이지 않고, 그냥 후보자의 선의를 믿고 힘을 실어 달라는 주문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관련해서는 이 후보의 개혁의지 후퇴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 후보의 부동산 대표공약은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 도입 등으로 기본적인 증세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더니, 현재 제시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 방향은 전형적인 보수적 방향인 규제완화와 공급확대다. 

이 후보는 1주택자의 보유세 완화, 취득세 완화, 공시가격 인상 속도 조절, 종부세 부분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등 부동산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국토보유세 도입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향이다. 

 


희망은 있다

 


현재까지 이들 대선후보들에게서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국가지도자로 인해 우리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는 사람도 많지 않아 보인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선이 즐겁지 않다. 

물론 희망은 있다. 바로 국민들이다. 우리 국민들은 부조리에 맞서 직접 사회를 개혁하고 변화시켜 왔다. 4.19, 5.18, 6월 항쟁, 박근혜 퇴진 촛불 등 한국사회의 주요한 변혁은 정치인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직접정치로 만들어져 왔다. 

국민들이 직접 나섰을 때 서민들의 생활여건도 좋아졌다. 일례로 87년 6월 항쟁과 이어진 노동자 대투쟁으로 인해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가 크게 개선된 바 있다. 

국민을 대리한다는 정치인들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남은 방향은 한 가지다. 국민이 직접 나서는 것이다. 국민들이 기득권정치 청산, 사회대개혁을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덧붙여 보수양당 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노동자, 서민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군소정당들이 있다. 일례로 진보당은 “노동중심 사회로 대전환”을 기치로 주4일제, 최저임금 15,000원, 국가고용책임제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토지공개념도입+건설원가아파트’로 부동산 정책의 대전환을 공약하고 있다. 

이러한 진보정당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진보정당들의 공약을 민주당 등이 수용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백남주 자주시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