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8월 27일
기사 제목 : 일본 극우세력 적극 지원한 국정원…사쿠라이 요시코와 앞잡이들
자국민은 적대하고 일본 극우세력을 도운 국정원
지난 8월 10일, MBC ‘PD수첩’에서 <부당거래 국정원과 日극우>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한 뒤 많은 이들 사이에서 충격과 경악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 국정원이 일본 극우세력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이라면 국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PD수첩에 따르면 국정원은 일본 극우세력 편에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활동을 벌여왔다.
PD수첩에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원이 일본 극우세력과 결탁한 정황이 고스란히 나온다. 국정원이 일본 공안에게 정보를 주면 일본 공안이 다시 극우세력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최재익 독도수호연대 대표의장과 윤미향 당시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일본을 찾을 때마다 일본 극우세력 수십여 명이 미리 대기했다. 일본 극우세력의 폭언과 망동은 예삿일이었다. 최재익 대표의장은 “실질적인 살해위협까지 받았다”라고 증언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일본 극우세력의 차량이 갑자기 튀어나왔고, 최재익 대표가 타고 있던 차량의 창문을 일장기로 뒤덮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전 해외공작관은 윤미향 의원을 향해 “그 X 빤쓰까지 다 뒤지라고 해!”라고 한 상관의 통화를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19일, 윤미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일본 공항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리며 “(일본 공항 측에서) 가방을 여기저기 뒤지며 속옷도 뒤지고 꾹꾹 눌러보기도 하고 치욕스러웠다”라고 전했다. 전 해외공작관은 “일본에선 알려주지 않는데 국정원은 너무 쉽게 우리가 보호해야 할 국민들의 정보를 넘겨준다”라며 국정원의 친일, 매국 행위를 지적했다.
최재익 대표의장과 윤미향 의원은 일본을 찾을 때마다 숙소, 행사장 이동 동선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일본 극우세력이 어떻게 알고 미리 와 있었는지 늘 의문이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불법 도청, 사찰로 일본 극우세력에게 정보를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해 PD수첩 제작진은 국정원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라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일 극우세력 잇는 ‘아베 단짝’ 사쿠라이 요시코
지난 2021년 7월 31일, 온라인에서 ‘제8회 일본연구상’ 시상식이 열렸다. 일본의 극우 언론인 사쿠라이 요시코가 이사장을 맡은 국가기본문제연구소(이하 국기련) 측에서 일제의 ‘위안부’ 동원 범죄를 부정하는 이우연 낙성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황의원 미디어워치 대표에게 위안부의 진실을 알린 공로로 특별상과 상금을 전달했다.
황의원 미디어워치 대표는 PD수첩 제작진 앞에서 “사쿠라이 이사장께서 직접 수여하셨다”라며 반겼다. 그들은 현직 일본 총리인 스가 요시히데가 국기련을 통해 자신들에게 축전을 전해온 점을 특히 기뻐했다. 방송에서는 일본 극우세력의 칭찬에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하는 한국 극우세력의 낯 뜨거운 민낯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이처럼 일본 극우세력이 한국 극우세력의 ‘친일 활동’을 응원하고 특별상과 상금까지 건네는 건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한 문제다.
PD수첩은 국기련에 관해 “길거리 극우들과는 격이 다른 정책 극우”라고 설명한다. 특히 국기련 이사장을 맡은 사쿠라이 요시코가 현재 일본의 정책에 상당한 힘을 미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국기련은 이러한 힘을 어떻게 얻을 수 있었을까?
올해로 만 76살, 기자 출신인 사쿠라이 요시코는 우리에게도 극우 성향으로 잘 알려진 산케이신문에 칼럼을 쓰며 극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쿠라이 요시코는 2007년 국기련을 설립해 일본 극우세력을 뒷받침하는 반북, 반중, 반공, 혐한 논리 개발을 본격화해왔다.
사쿠라이 요시코가 대표로 있는 연구기관 국기련. 매체 언론TV(겐론테레비)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는 전직 일본 총리 아베 신조, 현직 총리 스가 요시히데, 전직 방위상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직 경제산업상 아마리 아키라를 비롯해 자민당 고위 관계자들이 종종 얼굴을 비춘다. ‘일본 극우의 마돈나’라고 불리는 사쿠라이 요시코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사쿠라이 요시코는 ‘헌법개정을 실현하는 1000만인 네트워크 아름다운 일본의 헌법을 만드는 국민의 모임’에서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국민의 모임 공동대표로는 미요시 도루(三好達) 일본회의 명예회장도 속해 있다. 일본회의는 아베가 소속된 일본의 초당파 극우 모임으로 평화헌법 개정과 반북, 혐한 정책을 강조해온 일본 극우세력의 거점이다. 사쿠라이 요시코는 이러한 일본회의와도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그런데 이런 사쿠라이 요시코의 위상이 국정원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떨까?
국정원과 일본 극우세력의 부당거래 의혹이 연합뉴스 일본어판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일본 포털 검색창이 한동안 사쿠라이 요시코라는 이름으로 들썩였다.
그 이유는 사쿠라이 요시코가 국정원에서 북한과 관련한 기사, 방송 소재를 받아 일본에서 지금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는 충격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정원 전 해외공작관은 국기련과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국정원이 사쿠라이 요시코에게 한) 최고의 접대는 북한 정세에 관한 브리핑을 해주는 거였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브리핑에 들어가는 내용은 국가정보원이 입수한 자료만 있는 게 아니에요. 북한과 관련되어 있는 군, 경찰 모든 정보 활동을 하는 국가조직이 입수한 모든 정보를 축약하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선별해서 브리핑해주는 거예요.”
그러자 사쿠라이 요시코는 8월 20일 언론TV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PD수첩이 방송을 날조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진실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거창한 예고와 달리 공개된 해명 영상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사쿠라이 요시코 측이 내놓은 해명이라고는 MBC가 좌익 방송이라는 색깔론뿐이었다.
이러한 해명은 사쿠라이 요시코 측에서 MBC와 PD수첩을 향해 사죄와 정정 보도를 요구한 점을 떠올리면 궁색한 해명이 아닐 수 없다.
PD수첩은 국정원 직원인 홍형이 국기련 이사장인 사쿠라이 요시코와 연구원 니시오카 쓰토무 등을 한국 국정원 내부, 국방대학교에 초청하는 ‘안보관광’을 제공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사쿠라이 요시코가 홍형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과 접촉해 받은 북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지위에 올랐다는 의혹이다. 국정원은 홍형이 국정원을 퇴직하고 국기련 객원 연구원으로 옮겨간 뒤에도 공작금을 지원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사쿠라이 요시코는 해명 방송에서 ‘연결고리’로 지목된 홍형의 이름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사쿠라이 요시코 측에서 PD수첩이 제기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려 했다면 홍형의 존재를 숨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사쿠라이 요시코로 대표되는 일본 극우세력에서 ‘해명 같지 않은 해명’을 내놓으면서 스스로 의혹에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친일과 반민족의 역사‥국정원은 오늘도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PD수첩에서 국정원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강연을 마친 뒤, 몇몇 국정원 직원들이 자신에게 다가와 “위안부합의에 상당히 관여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2015 위안부 합의 추진 과정에 국정원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PD수첩에서는 박근혜 정권 당시 이병기 국정원장 지휘 아래 국정원에서 ‘TF팀’을 꾸려 위안부 문제 합의를 밀어붙인 정황이 그려졌다. 2017년 외교부가 발표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에도 국정원 개입을 확실하게 명시하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정원의 뿌리는 해방 뒤 첩보 부대에서 군 장교를 지낸 박정희와 김종필이 세운 중앙정보부다. 박정희와 김종필, 두 사람 다 하나같이 악명 높은 친일파 출신이다. 1960년대 들어 박정희와 김종필은 5.16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장이 됐고 일본의 전쟁범죄를 묻지 않는 굴욕적인 한일기본협정을 밀어붙였다.
PD수첩은 중앙정보부장 김종필이 한일기본협정 추진을 위해 한국을 찾아온 A급 전범 고다마 요시오를 극진하게 대접하고 육군사관학교의 사열을 받게 해줬다고 전했다. 사쿠라이 요시코를 비롯한 일본 극우세력에게 안보관광을 제공한 국정원이 절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박정희 정권의 친일 적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국정원으로선 우리 국민을 핍박하고 일본 극우세력의 편을 든 건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 8월 19일, 피해자인 윤미향 의원은 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한 ‘국정원 불법 해외공작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소리 높였다.
“저는 MBC PD수첩을 보고 나서 너무나 참담했고 굴욕감을 느꼈다. 정부의 공안기관으로 인해서 제가 생명의 위협에 놓일 수도 있었구나 하는 그런 것을 PD수첩 방송을 보면서 느꼈다. 저한테 그리고 정대협에 진행되었던 국정원의 공안조작, 부당거래 그 중심에는 바로 2015년 한일합의가 있었다.”
그러면서 윤미향 의원은 “자국 국민들의 혈세로 움직이는 국정원이 한국의 국민들을 보호하고 한국의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일본 정부에 유리하고 일본 극우에게 유리한 활동이나 이익을 주는 일을 했다는 것은, 이것은 명백히 국가가 나서서 국가 차원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막 진상규명의 닻이 올랐다. 일본 극우세력과 연계한 국정원 공작의 ‘일부’를 밝힌 PD수첩의 방송은 출발점일 뿐이다. 국정원과 일본 극우세력의 연계와 관련해서는 밝혀져야 할 진실이 숱하게 남아 있다. 앞으로 국정원을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여론이 더욱 높아질 듯하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