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7.

[되돌아본 한미정상회담] 4. 인권문제 언급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다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열렸습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공동성명을 잘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성과만 강조하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들이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마치 남북관계에 적극 협력할 것처럼 오도되고 있습니다.

이에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한미정상회담 한 달을 즈음해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위험성과 허구성에 대해 7회에 걸쳐 기획 글을 연재합니다.

 

 

 

 

 

지난 5월에 발표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중에는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라고 북한 인권과 관련된 사항이 담겨 있다. 북한은 자국의 인권에 관련한 사항은 내정 간섭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으나 또다시 양국의 공동성명에 이 부분을 명시한 것이다. 일반적이고 의례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이 반발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이와 같은 문구를 넣은 것은 매우 의도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인권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인권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인권은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누리는 권리이지만, 미국은 자국을 반대하는 국가나 세력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나아가 군사적 공격이나 경제 봉쇄의 명분으로 이용해왔다. 

냉전 시대에 미국의 인권 공세는 주로 사회주의 국가에 집중되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소련의 인권 문제를 자주 제기하였다. 미국은 소련의 시베리아 수용소, 반체제인사 문제, 유태인 이주허용 문제, 종교의 자유 등을 지적하면서 소련을 인권 문제 국가로 끊임없이 공격하였다. 

미국은 2000년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부터 중동지역의 인권 문제를 이용하였다. 반미국가에 대하여 인권 문제로 군불을 때고, 독재‧비민주주의로 시비를 걸고,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군사적 침공을 하는 것이 미국의 수법이다. 미국은 이라크, 리비아 등에서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권을 회복시켜주겠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켰으나 이율배반적으로 그 나라의 인권과 생존권을 최악의 상태로 만들었다.

미국의 인권 공세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된 나라는 북한이다. 미국은 지난 70여 년 동안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으로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제재를 해왔다. 동시에 인권결의안 채택, 인권법재정 등 수시로 인권 문제를 들먹였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주장에 근거되는 정보들이 대부분 탈북자들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인권 문제는 악의적인 탈북자들에 의해서 허위 날조 되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인권 공세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인권 가치 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미일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G7회담에서 적극적으로 세계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미국이 갑자기 진짜 세계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 인권 중시 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것은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아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관계에서도 인권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5월에 발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4월 28일, 북한의 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을 사상전, 심리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은 이와 같은 행위를 가장 중대한 적대적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5월 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떠들어대는 인권 문제란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말살하기 위하여 꾸며낸 정치적 모략”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에게 있어서 인권은 곧 국권”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우리를 건드리면 다친다는 데 대하여 알아들을 만큼 경고했다. 미국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경거망동한 데 대하여 반드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과 미국은 현재 전쟁 상태이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상태로 보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작은 위협이 전면전으로 비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행하는 것은 결국 전쟁을 하자는 행위로 인식될 수 있다. 미국은 전쟁할 의도가 아니라면 입을 닫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이번 양국의 북한 인권 개선 합의로 당장 대북전단금지에 장애가 생겼다. 대북전단은 박상학을 비롯한 일부 탈북자들이 살포하고 있으나 실제로 미국의 북한인권단체들이 뒤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조종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은 대북전단살포를 사상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대응 조치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 국회가 지난해 말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존권을 위해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키면서 대북전단살포와 관련하여 일정 부분 해소가 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미국 의회 내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청문회를 열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는 미명하에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양국이 북한 인권 개선에 동의하였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북전달살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북한 인권 개선 합의로 대북전단살포로 인한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인권에 대하여 논할 자격이 있는가?



다른 나라의 인권 개선에 대해서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은 정작 자신들의 인권은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총기 사고, 세계 최대의 수형자 수, 인종차별과 갈등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방역마저 실패한 최악의 인권 국가이다.

중국 국무원 정보국에서 발간한 ‘2020년 미국 인권침해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만1500명이 총기사건으로 숨졌는데 매일 110여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총기 사고가 심각하다. 또, 세계에서 감옥 수형자가 가장 많은 국가도 미국이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한 해 감옥에 갇혀 있는 수형자는 1994년 이래 150만 명가량이 된다고 한다. 이는 미국인의 200명당 한 명꼴로 감옥에 있는 수치이다. 현재 수형자는 캐나다의 네 배이고, 영국의 다섯 배이며 일본의 열네 배이며, 캘리포니아 주만 하더라도 수형자의 수가 15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 2021년 3월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95%가량의 미국인이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인종 갈등도 심각하다. 또, 최근 동양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AAPI(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춰라’라는 이름의 단체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월 말까지 두 달간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 신고는 모두 503건 접수됐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응에도 최악의 나라로 꼽힌다. 미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전 세계 확진자수의 25%를 차지하고, 사망자 수는 전 세계 사망자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방역 대응이 엉망이다.

우리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면 다른 사람의 잘못을 나무란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자국의 인권이 좋지 못하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인권을 논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국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도 ‘우리의 인권을 걱정하기 전에 자신의 인권부터 돌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론



인권은 모든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고 전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자국의 이익에 따라 기준이 바뀌는 미국식 인권은 가짜 인권이다. 미국은 아직도 자신들의 민주주의, 인권이 세계 국가들의 척도로 생각하는 착각과 오만에 빠져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미국은 자국의 인권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민주주의 후진국에 불과하다. 민주주의, 인권 후진국인 미국이 세계 인권의 표준이 될 수도 없고 세계 인권에 대해서 왈가불가 논할 자격도 없다.

북한 인권 문제 소동은 결국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산물이다. 미국의 북한 인권 공세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인권 공세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반대해야 한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겐 평화가 최고의 인권이다.

 

임옥현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