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8.

[되돌아본 한미정상회담] 5. 한반도 평화에 한걸음도 다가가지 못한 한미정상회담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열렸습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공동성명을 잘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성과만 강조하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들이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마치 남북관계에 적극 협력할 것처럼 오도되고 있습니다.

이에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한미정상회담 한 달을 즈음해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위험성과 허구성에 대해 7회에 걸쳐 기획 글을 연재합니다.

 

 

 

 

 

한반도 평화에 한걸음도 다가가지 못한 한미정상회담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였다.”
-지난 5월 21일 나온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중에서.

 



남북, 북미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지난 5월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을 받았다. 기존 정권과는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을 만들었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혹시나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을지, 남북대화를 강조해오던 문재인 정부가 미국 정부를 설득해 새로운 대북사업을 제시할지에 대한 일각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무너졌다. 한미정상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기존의 대북제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남북관계를 진척시킬 만한 발언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도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례로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5월 23일(이하 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대북제재 해제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라며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전혀 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대화를 원한다며 대북제재 이어가는 바이든 정부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겉으로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북미관계 개선을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대북제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월 21일 의회에 송부한 통지문을 통해 2008년 6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발동되거나 확대된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권 출범 이후 첫 대북제재 행정명령 효력 연장 조치다.

방한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 역시 21일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으로 알려진 미국의 새 대북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다”라며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계속 이행될 것”이라며 북미 대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은 없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북한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도 지속되고 있다. 

한미일 3국이 참가하는 다국적 연합공군훈련인 ‘레드플래그’가 6월 10일부터 진행되었다. 지난해 8월 미 공군 단독으로 실시된 이후 다시 다국적 훈련으로 진행됐다. 

8월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는 규모 축소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 측의 명확한 입장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군에게 코로나19 백신 55만 명분을 제공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그동안 코로나19 등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던 한미연합훈련을 실기동훈련을 병행해 정상화하기 위한 수순 아닌가 하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백신외교’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근본문제’ 해결 보다는 ‘미국의 승인’을 우회할 우회로 찾기에만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백신외교’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4일 공개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소통’이 ‘상호 신뢰’로 이어졌다며 북한과의 대화 수단으로 ‘백신 외교’를 꼽았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6·15 남북정상회담 21주년 기념식’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교류 협력을 시작하고 이산가족 화상 상봉과 같은 작지만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전 지구적 위협인 코로나19 등 보건 의료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하고 식량·비료 등 민생 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적 인도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6월 7일 정례브리핑에서 2025년 골프 세계선수권 남북 공동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최근 발언에 미국 국무부가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논평을 낸 데 대해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대북제재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근본문제’부터 풀어가기 보다는 ‘미국의 승인’ 하에 할 수 있는 것만 해보겠다는 것이다 



일관된 북한의 대미‧대남 메시지



하지만 북한의 미국과 한국에 대한 입장은 명확해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북남관계에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려는 입장과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일체 중지하며 북남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해나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철회되고, 남북간 ‘근본문제’를 푸는 노력이 있어야 남북미 대화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2일 담화에서 미국이 대북대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23일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3월 남측을 향해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며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대북제재의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한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백남주 자주시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