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9.

[되돌아본 한미정상회담] 6. 한미정상회담을 향한 각계 비판의 목소리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열렸습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공동성명을 잘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성과만 강조하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들이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마치 남북관계에 적극 협력할 것처럼 오도되고 있습니다.

이에 주권연구소와 자주시보는 한미정상회담 한 달을 즈음해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위험성과 허구성에 대해 7회에 걸쳐 기획 글을 연재합니다.

 

 

 

 

 

한미정상회담을 향한 각계 비판의 목소리

 



지난 5월 21일(현지 시각) 한미정상회담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정상회담을 마친 다음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귀국하였고 24일 아침부터 언론은 호평 일색의 분석기사를 쏟아냈다. 미디어오늘은 5월 24일 기사 <“질적 변화” “승부수” 한미정상회담 성과 호평한 언론>에서 언론의 이런 보도 양태를 다루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한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비판적 목소리를 다루지 않았다. 여기에서는 사회 각계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소개한다. 

 



진보적인 정당, 단체들의 목소리 

 



진보당은 5월 22일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존중,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 논평에서 ‘한미 동맹의 강화와 한반도 평화는 공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세부 내용을 아래에 덧붙인다.

 

 

공동성명에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동맹의 억제 태세 강화, 합동 군사 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남북, 북미 간 약속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천적인 행동들을 보여줘야 한다. 그 첫걸음은 대북제재 해제, 한미 연합군사훈련 영구 중단,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전국민중행동(준)은 5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위험천만한 묻지마 대미추종외교’라고 규탄했다. 

구체적으로는 “대북제재 이행, 북한 인권, 대북접근법 완전 일치 조율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미일 3국 협력이 언급돼 있다”라며 “결국 문재인 정부는 미국 그리고 침략자인 일본과 함께 동족을 적대시하는 한미일 동맹의 길로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택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대미 추종외교의 대표적 사례”라며 “대만해협까지 언급해 최대교역국인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처장,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위원장,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 김승만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등도 한미정상회담을 비판하는 발언을 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굴욕적인 한미정상회담 규탄 ▲한미일 군사동맹 약속한 한미정상회담규탄 ▲반북반중 대결정책 한미정상회담 규탄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한국진보연대는 5월 24일 발표한 성명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한미동맹 강화를 재확인한 굴욕적인 한미정상회담을 규탄한다’에서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했다. 

 

 

‘쿼드참여’에 대한 직접적 언급만 빠졌을 뿐 정치. 군사. 경제 모든 영역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편입할 것을 확약한 회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가동도 요원해졌다. (중략) 보기 좋은 문구만 들어갔을 뿐, 현재 ‘파탄의 원인과 해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말의 성찬(盛饌)’에 지나지 않는 공동성명이었다. 

국익과 민족의 이익을 저버린 채 얻은, 기대 이상의 성과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굴욕적인 한미동맹’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반중, 반북 전선을 고착시키고 동아시아 평화를 파괴할 한미동맹을 강력히 규탄한다.

 

 

미국은들어라 시민행동은 5월 25일 화요행동에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적대를 강화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미종속과 동족적대를 강제했다”라고 하면서, 미국에 “대북적대를 당장 없앨 것”, “한국사회의 자주성을 유린하는 대미종속을 당장 멈출 것”, “문재인 정부에게 동족적대를 강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는 5월 26일 ‘우리민족끼리의 길을 포기하고 끝없는 사대예속의 길을 선택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이번 2021년 한미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한미동맹 강화와 대조선 대중국 대결정책이 반영된 회담이었다”라며 “이로 인해 대조선 대중국 견제와 포위를 위한 한미일군사협력이 강화될 것이며, 한반도 주변은 사실상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어 남북과 조미 사이의 대결국면이 더욱 첨예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국민주권연대는 5월 24일 발표한 논평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진전이 없는 실망스러운 회담이었다’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 입장을 밝혔다. 

 

세상 사람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판문점 남북 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합의에 기초해서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고 방향전환하여 상호존중과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협력하는 방향으로 새출발 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이런 바람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아니 오히려 기존의 적대정책을 더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미관계 차원에서도 대단히 굴욕적인 회담이었다. 한미 정상은 “우리의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나가기로 합의하였다”라고 발표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완전한 일치’는 트럼프가 말하던 ‘승인’과 ‘완전히 일치’한다.



그리고 공동성명에 어떤 내용이 들어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정치적으로 ‘인권’을 거론해선 안되고, 그 자리에 “북미 연락 사무소를 설치하고 차차 북미 수교로 나가기로 했으며 한국이 이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라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한다.

군사적으로 ‘연합방위태세’를 운운할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간 상호 핵감축을 실현하여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주변 지역의 비핵지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라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안보리 결의’를 거론할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한반도와 태평양 지역에서 어떤 국가도 소외됨이 없는 공동 경제협력을 추진하겠다”라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한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5월 27일 논평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미국의 이해가 일방적으로 관철된 불공정한 합의!’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바이든 정부의 이해가 전면 관철된 반면 문재인 정부의 이해는 구색 맞추기로 끼어 들어간, 미국 일방적 우위의 불평등한 합의다. 한국이 미국에 건넨 보따리는 크고 확실하나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보따리는 보잘것없고 불확실하며 문재인 정부가 얻어낸 작은 성과마저 무위로 만들어 버릴 뇌관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바이든 행정부 손에 대북 제재와 인권문제 등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지속, 강화할 수 있는 고리를 쥐어 주고, 군사 분야와 함께 한국의 경제, 통신, 보건 분야 등을 미국 쪽에 줄을 세워 미중 패권 경쟁에 동원하기 위한, 전적으로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합의다.



진보 지식인들의 목소리



미국 조지아대학의 박한식 명예교수는 6월 10일 주권방송 대담 프로그램 박한식의 선을 넘다에 출연해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겉만 멀쩡한 속 빈 강정 같은 회담’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지금 한미의 대북정책으로는 관계 개선이 어렵다’, ‘이산가족 문제 언급은 미국의 이미지 쇄신용’이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8월 한미훈련은 막아야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경기도가 주최, 6·15경기중부본부가 주관한 ‘2021년 명사 초청 대담’에 출연해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공동성명의 문구는 거의 다 미국이 작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미국의 전략이나 정책의 기조가 면면히 아주 곳곳에 스며있다. 제가 이걸 몇 번 읽으면서 약간 좀 위험하다, 아니면 우리가 좀 계속 주시하면서 우려가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되겠다 라고 하는 게 22가지 정도 됐다.

공동성명을 보면 문구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기조가 지금하고 크게 (다르지 않고) 평화나 대화, 협상을 이끌 만큼 그렇게 돼 있지 않다. 북한이 진짜 요구하는 (중략) 본질적인 문제, 근본문제 이런 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합동군사준비태세 유지가 중요하다고 밝힌 부분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고려해서 한미연합전쟁훈련을 유보한다든가 하지 않겠다고 한다든지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들어간 것 같다.

남북관계를 미국과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전히 조정된(영어로 in lockstep) (입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돼 있다. 이것은) 발을 완전히 자물쇠로 채워서 묶어서 간다는 의미다. (중략) 총평을 하자면 과연 우리가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라든지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 합의사항들을 포함했는지 의문이 되는 그런 상황이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라고 하는 이 부분에서는 이건 거의 한국과 미국이 같이 미국의 전략에 따라서 행동하겠다. 또는 그것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쿼드문제라든지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경쟁과 견제, 특히 대만 문제 같은 것은 정말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굳이 이렇게 대만이라고 하는 단어를 갖다가 꼭 써야 됐는지.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지난 5월 24일 ‘김용민 브리핑 용터뷰’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외교적 해법이 이야기된 측면이 있어서 반갑게 생각한다면서도) “그 뒤에 곧바로 미국의 강성 기조의 입장이 같이 나왔다. 북이 관심 가질 만하지 않다.”, “북한은 ‘적대 정책 철회 없이 비핵화 회담 없다’고 천명했었다. (대화 재개) 회의적으로 본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5월 22일 SPN 서울평양뉴스의 ‘한미정상회담 관련 전문가 분석(종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한 마디로 미중의 전략적 대결 속에서 바이든의 동맹강화 정책에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화답한 한미정상회담이었다고 본다.

미사일 지침 이게 꼭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야기할 의제인지 잘 모르겠다. (중략) 이런 것은 낮은 차원에서 조용히 정리하면 되는 것이고 진짜 중요한 주권의 문제라면 전작권, 방위비분담금, 유엔사, 정전협정에 대해 우리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했다고 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공동선명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언급되었다지만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

제재에 대해서는 한마디 없이 ‘남북대화와 협력 지지’도 늘 하는 립서비스 이상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북한 인권 언급과 인도적 지원 언급을 북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쿼드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에 대한 분명한 언급은 없지만 사실상 쿼드 참여를 시사하는 대목처럼 보이는 부분이 적지 않다.

남북관계, 한반도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후속 조치와 노력이 필요하다. 단세포적인 성과주의에 빠질 때가 아니라고 본다.



이와 같이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보도하지 않았지만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기로에 선 지금 비판적인 목소리를 새겨듣고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신은섭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