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5.

[되돌아본 한미정상회담] 3. 미국이 확장억제력을 제공한다면 평화는 없다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열렸습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공동성명을 잘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성과만 강조하는 사이에 심각한 문제들이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마치 남북관계에 적극 협력할 것처럼 오도되고 있습니다.

이에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는 한미정상회담 한 달을 즈음해 이번 정상회담 합의의 위험성과 허구성에 대해 7회에 걸쳐 기획 글을 연재합니다.

 

 

 

 

 


미국이 확장억제력을 제공한다면 평화는 없다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추진의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부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한반도 정세 상황에 새로운 가능성을 남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두 정상이 합의한 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읽다 보면 내용 중 ‘확장억제’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 ‘1.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하였다(President Biden affirms the U.S. commitment to provide extended deterrence using its full range of capabilities)”라며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을 명시했다.

확장억제력이 대체 무엇이기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일까?

 


확장억제력

 


'확장 억제력(Extended Deterrence)'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 전신인 핵우산을 잠시 살펴보고 넘어가자.

핵우산은 적대국이 재래식 무기나 대량살상무기로 동맹국을 공격하면 미국이 핵전력으로 적대국을 타격한다는 전략이다. 즉 동맹국에게 핵무기라는 ‘우산’을 씌워줌으로써 적대국의 공격을 막고 보복 공격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전략은 1978년부터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가 1992년 모두 철수되면서 양국 국방 당국의 정례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명문화됐다.

핵우산 개념은 2005년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까지 매년 명시되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미국으로선 더욱 강력한 방위공약이 필요했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개념으로 만든 것이 '확장억제력'이다.

군사 전략 용어에서 ‘억제력(deterrence)’은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방식으로 상대의 행동을 단념케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억제력을 동맹국에까지 확대 적용한 개념이 ‘확장억제력’이다.

확장억제력은 미국이 보유한 핵우산, 미사일방어, 첨단 재래식 군사력을 동맹국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미사일 방어의 경우 미국의 첨단 미사일 방어망을 배치하거나 이들 방어망과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며 미국의 억제력을 확장해주는 것이다. 첨단 재래식 군사력은 스텔스기 등과 같이 미국이 보유한 재래식 전력을 제공함으로써 억제력을 확장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확장억제전략은 대북 선제 핵타격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의 전략부대에서 일한 군인 또는 기술자들은 미국의 핵무기정책이 선제공격을 상정하고 있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또 미국은 비핵보유국이라 하더라도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지키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확장억제력 제공은 오바마 정부, 트럼프 정부를 거쳐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확장억제력 제공의 의미

 


한반도를 향한 미국의 핵 위협은 해방 후부터 끊이지 않았다.

미국은 1958년부터는 대한민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더욱 강화했다. 1956년 11월 작성된 미 극동사령부의 비밀문서에 따르면 한국은 당시 일본기지와 함께 14개의 핵무기 예비기지로 이미 지정돼 있었다. 이 문서의 ‘무기배치력(WEAPONS DISPOSAL CAPABILIY)’ 목록에는 의정부와 안양리 등 한국의 두 곳이 포함돼 있었다. 미국의 한반도 핵무기 배치는 계속 늘어나 1967년에는 대략 1,000여 기에 육박했다.

델모스 전 민주당 의원은 1975년 5월 30일 미 하원 심의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1,000여 발의 전술핵무기와 54대의 핵 적재기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최성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5년 10월 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된 자료를 통해 확인한 주한미군 핵무기 배치 현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군산의 미 공군기지에 1977년까지 중력탄 192개 등 최소 453개의 핵무기가 존재했고 1985년에는 151개의 핵무기가 한반도 지역에 추가 배치되는 등 1958~91년에 11개 종류의 핵무기시스템이 16곳에 배치됐거나 배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련이 붕괴하던 1991년에 이르러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에 배치한 핵무기를 철수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더 강력해진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 등을 태평양함대와 한반도 인근 미군기지에 배치했다. 미국은 한반도 밖에서 여전히 북한을 겨냥해 핵위협을 가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핵 연구·개발 정책이 미국의 핵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이 제공한다는 확장억제력이 오히려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조장하며 북한이 핵개발을 하도록 만든 셈이다.

2018년 남과 북의 정상이 발표한 공동선언문은 이러한 핵위협을 없애자고 약속하는 데 의미가 있다. 남북은 4.27 판문점선언에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로, 9.19 평양공동선언에는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온 ‘확장억제력 제공’은 오히려 한반도에 핵위협을 만드는 길이다. 미국은 전부터 고수해오던 북한의 일방적 핵 포기를 뜻하는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이용해 확장억제력 제공이 마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것으로 포장하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미국이 오히려 시도 때도 없이 북한을 공격하기 위해 핵전력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시작전권을 거머쥔 미국은 우리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북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한반도의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방법은 2018년 한국과 북한, 북한과 미국이 각각 맺은 합의에 이미 나와있다. 이 땅의 평화는 미국이 핵위협을 멈추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이룰 수 있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인선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