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0.

최근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해당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연일 부실 급식 논란이 터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가 있는 나라로 대부분의 남성이 군대에 갑니다. 이렇기에 군대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에 대해 군대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범죄를 비롯해 갑질 횡포, 부실 급식, 사건 축소·은폐 등으로 군대에서 장병들의 인권침해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군대 안의 올곧은 민주주의 구현과 장병들의 인권 개선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이에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는 지난 2월 1일 국방부 판결문 열람 서비스에 공개된 판결문을 바탕으로 기획 글 5편을 연재합니다. 

 

 

 

 

 

3. 군대 내 상해 피해

 

 

1) 군대 내 상해 피해 현황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접수된 군 인권침해 관련 진정 사건이 405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중 폭력·가혹행위가 30.1%(122건)로 가장 많았고, 생명권 침해가 13.9%(56건), 언어폭력이 11.1%(45건)로 뒤를 이었다.

군대 내 상해와 관련된 판결문을 보기에 앞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군대 내 상해 현황을 잠시 살펴보자.

JTBC는 2021년 5월 “(군대 내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아들이 다섯 달째 걷지 못하고 있다”라는 한 아버지의 호소를 보도했다. 피해자는 2020년 11월 얼차려(군대에서 군기를 잡는 명목으로 육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로 어깨동무하고 쪼그려뛰기를 했었는데 (발목에서) 뚝 소리가 나면서 다쳤다.

인근 군 병원에선 민간 병원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단 소견이 나왔지만 소속 부대의 답은 꾀병일 수 있으니 병가를 보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친 뒤 두 달이 지나서야 민간 병원에서 파열된 인대를 재건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해당 부대는 “MRI 소견서가 없으면 병가를 갈 수 없다고 한 적이 없다”라며 “자세한 것은 국방부에 문의하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소위 말해 ‘빽’이 없으면 안 돼요. 어디 누구를 통해서든 외부에서 뭔가 얘기가 들어가야 그때야 조치가 되는 거예요”라며 치료 하나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군대의 현황을 비판했다.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여전히 군대 내 상해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고등군사법원 판결문을 보면 실제로 군 복무 중 상해를 입은 것으로 책임자가 기소 및 처벌된 사례는 드물다. 해당 피해자의 부대 선에서 처리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판을 하더라도 재판부가 잘못을 제대로 가려내지 않고 신속히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이야기할 사례들 외에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고통과 치료 비용은 피해자 가족들의 몫이 되는 사례가 많음을 짚고 넘어간다.

 

2) 사례1 : 안전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책임자의 잘못은 없다?(2017노429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중위)은 소속 대대 가설소대장으로서 통신선로 신설, 보수 등을 업무로 담당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7년 8월 4일 일병 3명, 상병 2명과 함께 관련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에는 사다리를 이용한 공중 선로작업이 예정되어 있어 추락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있었다. 특히 지붕이 무너지기 쉬운 슬레이트로 만들어졌고 오래되어 만약 그 위에 올라가 작업할 경우 낙상사고의 위험이 있었다.

피고인은 병사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상급자였지만 병사들이 작업에 앞서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잘 착용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일병)는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평소대로 선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러나 지붕이 무너져 피해자는 그대로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피해자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 경막외 출혈,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후두 두개골 출혈 등 치료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다쳤다.

1심 재판부(보통군사법원)는 피고인에게 주의규정 위반과 과실을 근거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고등군사법원)는 무죄를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이 주의규정을 알려줬더라도 피해자가 지붕 위로 올라갈 것을 예상할 수 없었고 피해자의 상해 결과도 이와 무관하다는 취지였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안전모를 대신해 방탄모를 착용했더라도 추락사고 대비를 이유로 안전장치를 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선로작업의 담당자인 피고인이 주의 의무를 철저히 하지 않은 것과 낙상 사고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것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3) 사례2 : 폭발사고로 3명이 죽고 4명이 다쳐도 책임회피를 일삼는 군 당국

 


2017년 8월 18일 강원도 철원 육군 5군단 사격장에서 K-9 자주포 추진체가 폭발해 장병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조사위)를 꾸려 2017년 12월 26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 당국은 사고 원인이 ‘기계적 문제’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K-9 자주포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와 제조사인 한화 측은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 자신들의 참여가 배제되었다며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사건의 진상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부상 후 치료 과정에서 순직한 위 모 병장의 아버지는 “군 당국과 장비제조사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우리 아들들이 왜 죽었는지 아직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라고 군 당국의 행태에 비판을 가했다.

당시 부상자 중 한 명인 이 모 병장은 전신 55%에 화상을 입었다. 이 병장은 치료를 위해 전역을 미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몸 상태와 심경을 담은 글을 올리며 군 당국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 병장은 “사고가 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다”라며 “치료 과정에서 몇 번을 기절하면서 생사를 오갔다”라고 토로했다.

 

4) 상명하복의 조직, 군대

 

 

군대는 범죄를 군대 내에서 자체적으로 다룬다. 군사경찰이 조사하고 군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군사법원의 군판사가 판단하는데 이들 모두 국방부의 지휘를 받기 때문이다.

또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장교가 재판장을 맡는 경우가 있어 법적 전문성과 재판 독립성에 한계가 있다. 군 법무관 출신인 한 판사는 “일반 장교들은 아무래도 자기 부대에서 일어난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군대 내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요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하나의 예로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구타·성추행하고 피해자에게 가글액을 강제로 마시게 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유발한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군사법원은 폭행과 PTSD 유발의 인과관계가 없다며 상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고 상습폭행만을 인정해 가해자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가벼운 처벌을 내려 문제가 되었다.

피해자가 “구타 사실을 신고하겠다”라고 하자 가해자는 피해자를 군 공중전화 앞으로 끌고 가 “신고해봐라. 죽여버리겠다”라며 협박과 폭행을 했다고 한다. 그로 생긴 피해자의 멍자국이 명확히 확인됨에도 군사법원은 보복범죄와 상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더해 1심 재판 과정에서 군이 수사기록 열람·복사를 요구하는 피해자 측의 요구를 ‘가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며 불허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군 내부의 폭력과 가혹행위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명하복식 지휘권이 군 내부를 장악하며 최대한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심지어 2015년에는 육군보병학교 장교 2명이 훈련을 받다 ‘익사’ 했는데도 ‘군은 책임 없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 당시 육군 보병학교는 훈련계획과 달리 숨진 두 소위와 동료들이 스스로 결정해 물에 들어간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결국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밝혀졌다. 

이처럼 군대 내부에는 군인의 부상·죽음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악습’이 퍼져 있다. 더 늦기 전에 이러한 군대 분위기를 뿌리부터 바꿔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라도 군대에 간 가족, 친구의 부상·죽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인선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