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9.


지난 4월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논란이 남아있다. 바로 선거기간 동안 국민의힘 같은 보수 야권을 편든 언론의 심각한 편파·왜곡 보도 행태다. 

지난 선거기간을 돌아보면 언론은 사실상 국민의힘을 비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하게 비유하면 언론이 보수 야권 후보의 당선에 유리한 발판을 제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다.

단 한 표라도 더 얻어야 승리할 수 있는 선거의 특성상, 선전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언론은 보수 야권에 큰 힘을 실어줬다. 한마디로 지난 재보궐선거 기간 동안 언론은 보수 야권에 유리한 선전을 내보내는 지극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1. 박형준 의혹에 완전히 눈 감은 언론

대다수 기성 언론은 신문, 방송, 종편을 가릴 것 없이 보수 세력을 편드는 듯한 보도를 쏟아냈다. 특히 언론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 적으며, 후보의 의혹을 ‘대리 해명’하는 보도를 내놨다. 이 사실은 선거기간 동안 여러 언론시민단체들이 뭉쳐 함께 활동한 ‘2021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 분석을 살펴보면 드러난다.

박형준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엘시티 특혜분양, 딸의 홍대 미대 입시비리, 4대강 개발을 비판한 시민단체를 불법으로 사찰했다는 등의 수많은 의혹을 받았다. 의혹 하나 하나가 박형준 후보의 자질 검증과 관련된 매우 엄중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미디어감시연대에 따르면 국제신문·부산일보·KBS부산·부산MBC·KNN 등 부산의 지역 언론들을 위주로 박형준 후보 측의 답변을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에 머물렀다.

예를 들어, 3월 17일 홍익대 김승연 전 교수가 박형준 후보 딸이 입시 청탁을 해왔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지역 언론에서는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부산MBC는 박형준 측의 해명을 보도로 내보내면서 끝부분에 “한편 박형준 후보 딸 입시 비리의혹을 제기한 홍익대 김승연 전 교수는 해명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라고 한마디 덧붙이는 정도에 그쳤다. 부산일보와 KBS부산은 김승연 전 교수의 기자회견 소식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

3월 셋째 주에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을 언급한 지역 언론 기사는 총 32건이었다고 한다. 이중 26건은 박형준 후보의 답변이 강조되는 기사였고, 32건의 기사 중 20건의 취재원이 ‘박형준 후보 측’이었다. 언론이 고스란히 박형준 후보의 입장을 실어준 것이다.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형준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이명박 정권 당시 불법사찰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시민단체에서는 “불법사찰을 자행했다면 범죄자고, 사찰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며 박형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지역 언론들은 이 사실을 철저히 외면했고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그 결과 박형준 후보는 지역 언론의 보호망 아래에서 편하게 선거 유세를 할 수 있었다.

의혹 하나하나가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언론의 보도 행태에는 보수 야권의 당선을 바라는 ‘특정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에 충분하다.

2. 오세훈 용산참사 망언 축소 보도

미디어감시연대는 지난 2월 22일~3월 14일 기간 동안 6개 중앙 일간지의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서울시장 단일화 관련 보도 중 70~80% 가량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중심으로 다룬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언론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 간 단일화 소식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디어감시연대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3월 14일 기간 동안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간 단일화 보도는 17건에 머물렀지만, 국민의힘-국민의당 간 단일화 보도는 81건에 달했다. 수치로만 보면 언론이 보수 야권의 단일화 흥행을 팔 걷어붙이고 나선 셈이다.

언론은 보수 야권이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된 뒤에도 오세훈 후보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오세훈 후보와 관련해서는 특이하게도 ‘후보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지 않은 보도’가 눈에 띄었다. 언론은 유독 오세훈 후보가 용산참사를 두고 한 망언만큼은 그대로 받아쓰지 않았다.

“용산참사는 설명을 드리면, 재개발 과정에서 그 지역의 임차인들이 중심이 돼서 매우 폭력적인 형태의 저항이 있었습니다. 그 때 쇠구슬인가요? 돌멩인가요? 이런 걸 쏘면서 저항을 하는, 건물을 점거하고, 거기를 경찰이 진입하다가 생겼던 참사입니다. 이 사고는 과도한 그리고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부터 생겼던 사건입니다.”

위는 지난 3월 31일, 오세훈 후보가 관훈토론회에서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들의 폭력’으로 돌린 발언이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오세훈 후보의 위 발언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미디어감시연대는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언론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오세훈 후보의 발언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를테면 조선일보가 보도한 오세훈 후보의 발언은 “(용산참사는) 당시 서울시장으로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사례”라는 것뿐이었다. 반면, 조선일보는 용산참사의 책임이 철거민에게 있다고 한 오세훈 후보의 말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미디어감시연대가 “용산참사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떠넘긴 오 후보 발언을 독자가 인지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조선일보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다.

JTBC도 “오 후보가 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일어난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을 철거민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고만 언급했다. KBS, TV조선, 채널A, MBN은 해당 토론회를 보도하면서 오세훈 후보의 용산참사 관련 발언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오세훈 후보가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의 폭력’으로 돌린 시점에서 명백한 사퇴 감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세훈 후보가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윤리를 저버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직접 토론회를 보지 못한 서울 시민들은 선거 당일까지 해당 논란을 자세히 알 기회조차 없었다. 언론이 관련 보도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오세훈 용산참사 망언 지우기’는 여론 왜곡·조작이라고 볼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오세훈 후보가 서울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건 상황에서 당선되면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은 이토록 중대한 오세훈 후보의 하자를 여론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언론의 책임을 단단히 물어야 할 이유다.

3. 언론은 누구의 편에 서는가

지난 재보궐선거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 제2도시인 부산의 시장을 뽑는 중요한 선거였던 만큼 언론은 후보자 검증에 신중을 다했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은 그와 정반대로 행동했고 무책임했다. 이번 선거를 돌이켜보면 ‘언론은 누구의 편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더욱이 대형포털 네이버의 보수 편향성도 심각한 문제로 밝혀졌다. MBC 탐사기획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지난 1월 8일부터 2월 7일까지 한달 동안, 네이버에서 노출된 기사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보수성향 언론의 편향 배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네이버의 사례를 들자면, 중앙일보·조선일보·한국경제 등 보수성향 언론의 기사 노출이 48.0%로 거의 절반에 이르렀다. 반면, 같은 시기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의 포털 노출은 고작 3.6%에 불과했다.

시민들이 뉴스를 보기 위한 ‘관문’ 격인 대형포털에서도 보수성향 언론의 기사를 훨씬 많이 앞머리에 배치한 것이다. 이처럼 선거기간 동안 서울, 부산 시민들은 알게 모르게 보수 야권이 유리한 보도를 많이 접했다.

선거 이후에도 언론의 편파·왜곡 보도는 마찬가지다. 선거 전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돼 집값이 올랐다는 식의 보도를 내놓던 언론은,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오세훈·박형준 후보의 당선으로 재개발이 기대돼 집값 상승이 기대된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냈다.

대표 사례로 4월 2일자 머니투데이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시흥 아파트값, 반년 만에 3억 원 ‘급등’>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는데, 4월 13일에는 <“오세훈 고맙다”…강남 재건축 아파트 호가 2억~3억 원 ‘껑충’>이라는 보도를 냈다. 같은 사안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이처럼 보수 야권의 편을 드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유권자인 우리 시민이다. 그런 점에서 특정 보수 야권의 입맛에 가공된 언론의 보도 행태는 민주주의를 침탈했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태다. 앞으로 1년도 남지 않은 대선 국면에서 언론의 이러한 행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보수 야권이 유리하게 몰고 가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언론적폐’라고 정의해도 좋지 않을까.

기성 언론이 기더기(기자+구더기)를 넘어 대한민국을 좀먹는 ‘암적 요소’로 남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자성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도 행태를 보건대 언론의 뼈를 깎는 자성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촛불 시민이 주도하는 적폐청산·언론개혁이 무척 절실한 요즘이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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