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1.

 

1. 미국 사회의 분열과 대결이 극심해지고 있다

(1) 극한으로 치닫는 정치적 대결

미국 대선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누가 당선되느냐도 관심이지만 그보다는 대선을 둘러싸고 드러난 미국의 진면모에 사람들은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와 선거캠프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일찌감치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표적으로 삼은 트럼프 측은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이 털린 호재를 최대한 활용해 바이든을 공격하였다. 바이든 역시 트럼프의 탈세 논란을 물고 늘어졌다. 두 후보의 싸움은 TV 토론에서 절정을 이뤘다. 대선 후보의 토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지경의 막장 토론에 주최 측은 결국 토론 방식을 바꿔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엔 코로나19에 걸린 트럼프 후보가 비대면 방식의 토론에 반발하면서 2차 TV 토론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극심한 네거티브 선거로 이미 막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트럼프 후보가 투표도 하기 전에 대선 결과 불복을 시사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켰다. 원래 미국 대선은 개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 개표 중간에 승부가 나기 시작하면 낙선예상자가 패배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우편투표가 사기며 선거 조작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선 불복을 암시해왔다. 자신이 대선에서 지면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미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또 우편투표 개표를 기다리지 않고 선거 당일 승리를 선언할 계획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우편투표 개표가 끝나고 트럼프 낙선이 확정되더라도 트럼프 후보와 지지자들이 부정선거 시비를 걸며 미국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갈 수 있다. 

언론의 편파 보도도 논란이다. 미국 언론은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특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많은 유력 언론이 바이든을 편들면서 대놓고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를 자제하고 트럼프에 대해서만 부정적으로 집중 보도하였다. 심지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헌터 바이든 의혹을 모조리 검열, 삭제해버렸다. 언론인의 트럼프 후보에 대한 적개심도 논란이다. 지난 10월 20일 트럼프 후보가 CBS 인터뷰 도중 퇴장해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진행자가 자신을 공격적으로 인터뷰했다는 이유다. 트럼프 후보는 편파적인 인터뷰 영상을 직접 공개하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지자 대립도 심각하다. 양측 지지자가 길거리에서 패싸움을 하는가하면 트럼프 지지 차량이 바이든 유세 버스를 들이받는 일까지 생겼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지지자들 시위에 경찰 특수기동대와 장갑차가 투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폭력 사태와 테러에 대비해 투표소 인근에 무장 병력을 확대 배치하였다. 존 코헨 전 국토안보부 테러리즘조정관은 “지난 34년 간 근무하면서 이렇게 역동적이고 복잡하며 위험한 환경은 본적이 없다”,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매우 심하고,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 있다”라고 하였다. 

 

▲ 난투극을 벌이는 미국인들. [출처: 인터넷] 


미국의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0% 이상이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면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바이든 지지자의 22%, 트럼프 지지자의 16%가 “우리 편이 지면 시위에 나서거나 폭력도 불사하겠다”라고 하였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폭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2) 사회경제적 대립 상황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대립도 심각하다. 

지난 5월 25일 백인 경찰이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를 무릎으로 눌러 살해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나 미국의 인종차별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며칠 전인 10월 2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경찰이 흑인 월터 월리스에 총격을 여러 발 가해 사살해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위가 다시 폭발했다. 성난 군중은 경찰차를 5대나 파괴했고 경찰은 91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정부는 펜실베이니아 주방위군 수백 명을 필라델피아에 투입했고 저녁 9시 이후 통행을 금지하였다. 백악관은 경찰을 옹호하며 “폭도가 설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연방군을 투입할 태세가 돼 있다”라고 하였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 뉴스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71%가 인종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46%는 인종차별이 미국 사회에 고착되었다고 답했다. 

빈부격차도 심각하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부유층의 재산이 크게 오른 반면 대다수 미국인은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결과 최상층 부자 50명의 재산(2조 달러)이 하위 1억6500만 명의 재산과 맞먹는다고 한다. 또 미국 상위 1%의 자산은 34조2천억 달러로 전체 가계자산의 30.4%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상위 1%가 차지하는 자산 비율은 23%에서 32%로 늘어났지만 하층 50%의 자산 증가는 0이었다. 빈곤 인구가 4천만 명에 달하며 1300만 아동이 굶주림에 시달린다. 이런 빈부격차는 사회 불안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 사회의 심각한 인종차별과 빈부격차는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보건영역에도 격차를 만들었다. 특히 미국의 영리 위주 보건의료체계는 미국인의 수명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2004년 기준 미국 빈민가의 남성은 부유층 지역 여성보다 평균 수명이 무려 40년이나 짧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빈곤층에게 보건의료혜택이 거의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사망자 수치와 비교해 지난 1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미국 내 사망자 수는 백인의 경우 12%, 중남미계는 53.6%, 흑인은 32.9%, 아시아계는 36.6%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백인만 피해가는 모양새다. 심지어 흑인 거주지에서는 장비가 부족해 코로나19 검사를 못하고 백인 거주지에서만 진료를 하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정웅기, 「한국 언론이 ‘美 코로나 위기’에 대해 말하지 않는 세 가지」, 프레시안, 2020.5.4.)

(3) 급기야 내전까지 언급

이처럼 미국 내부에서 무척이나 심각한 갈등과 대결이 펼쳐지다보니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10월 12일자 국민일보 기사 「미국 대선 이후 ‘내전’…최악 시나리오, 현실이 될 수 있다」에 따르면 “트럼프·바이든 지지자들 모두 자신이 미는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불복해 총격전 등 국내 테러를 벌이고, 이에 상대방 진영도 반격에 나서면서 미국이 내전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10월 7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내전을 모의한 혐의로 남성 13명을 체포해 미국인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3월 18일 미국의 뉴스위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부를 마비시키는 경우 군대의 극비 계획」(Exclusive: Inside The Military's Top Secret Plans If Coronavirus Cripples the Government)이라는 글을 실었다. 이 글에 따르면 미군은 코로나19가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 대법원을 마비시킬 것에 대비한 극비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요인들을 워싱턴 D.C. 외부 비밀 장소에 대피시키고 계엄을 실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만약 미군의 이런 조치를 쿠데타로 여기는 미국인들이 민병대를 꾸려서 ‘트럼프 복귀’를 주장하며 미군과 교전한다면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 난투극을 벌이는 미국인들. [출처: 인터넷] 


물론 미국 내에서 실제 내전이 발발할 가능성은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전에는 반미진영에서나 나오던 이야기가 이제는 미국 내에서 심심찮게 공론화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도 유포되는 상황이 되었다는 점에서 결코 간단히 넘길 문제는 아니다. 

과연 미국은 대선 이후 펼쳐질 심각한 분열 상황을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까? 조지 프리드먼은 올해 2월 펴낸 『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The Storm Before The Calm)를 통해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국가적 갈등은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분열의 원인이 아닌 결과일 뿐이며 미국 내 계층 간 대립,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의 대립, 인종 대립 등이 최소 10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의 혼란이 사라지거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국의 혼란이 향후 어떻게 될지 살펴보기 위해 먼저 미국 내부 상황을 분석해보자. 

2. 미국 내부 상황

(1) 문제는 경제다

미국 내부에 기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은 경제다. 미국은 돈이 중심인 사회다. 돈이 사회의 주인이 되었으며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며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는 게 하나의 사회 풍조가 되어있다. 정당한가 부당한가를 판가름하는 것도 결국 성공해서 돈을 벌었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것이 그들의 철학인 실용주의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1992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빌 클린턴 후보의 선거 구호) 같은 게 통한다.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도 돈이 중요하지만 박근혜 탄핵 과정을 보면 확실히 정치의 영향력이 더 크다. 그런데 미국은 경제가 결정적이며 미국 사회를 분석하려면 경제문제로 분석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독점자본이 국가를 장악한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초기 자유경쟁 시대를 거쳐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독점이 진행되고 양자가 금융독점자본으로 유착해 독점자본주의 단계가 된다. 이후 독점자본이 국가를 장악해 국가독점자본주의가 된다. 

따라서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미국 사회 내부를 분석해보자. 

(2) K형 경제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자는 ‘K’다. 상승 따로 하락 따로라는 것이다.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주식시장으로 대표되는 금융경제는 상승세에 있지만 GDP 같은 실물경제는 하락세에 있다. 주식시장 안에서도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기업들은 강세지만 나머지는 약세를 보인다. 자본가와 백인,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의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덜 받고 빨리 회복했지만 흑인, 여성, 비정규직 등은 경제적 타격이 크고 회복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경제의 승자와 패자가 나뉨에도 트럼프는 “나스닥 지수가 16번 최고 기록을 깼다”라면서 자신이 경제를 살렸다는 식으로 내세운다. 또 폐쇄(셧다운) 조치가 풀려 일부 노동자가 직장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9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되찾았다”며 진실을 숨기고 있다. 실제로는 코로나19로 실직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복직을 못했으며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이 ‘건당알바’로 추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K형 경제는 굉장히 불안하고 기형적인 경제다. 경제는 실물을 토대로 금융이 형성되고 금융이 다시 실물 성장에 투입되는 식으로 선순환 발전을 해야 정상이다. 생산이 발전하는 데 기초해 주가가 올라가야 건강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실물이 쪼그라드는데 주가는 오르는 전형적인 거품경제의 함정에 빠졌다. 자본이 안정적인 투자처를 못 찾고 개인도 희망이 없어 결국 주식시장에 몰려 잔뜩 거품이 생겼는데 이걸 경제 활황이라 부르는 건 어불성설이다. 

거품경제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경제가 호황인 듯 보여도 내부에서는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고 언제든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대란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가 상존하는 경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경제, 언제 재앙이 분출할지 모를 생화산 경제다. 

(3) 기형적 경제의 요인

미국 내 경제가 기형적인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정책적 문제다.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달러를 마구잡이로 찍어내 독점자본가를 통해 유통시켰다. 이른바 양적완화다. 이 돈은 실물경제에 투자되기보다는 주식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으로 넘어갔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3월 25일 발표한 글 「[아침햇살71] 코로나19와 경제위기①」blog.naver.com/jukwon-research/221872052996에서 자세히 다뤘다. 

둘째는 주식과 파생상품 등 유령경제가 횡행하는 문제다. 

주식은 원래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기 위한 투자금을 모으는 용도로 출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예측해 수익을 올리는 수단이 되었다. 물론 기업의 미래가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주식시장에서는 온갖 사기와 조작, 작전이 이루어지기에 주식시장은 건전한 투자공간이라기보다는 투기장, 도박장에 가깝게 변질됐다. 파생상품은 이런 도박 성격이 더 강하다. 

금융기관들은 이런 투기성, 도박성을 감추기 위해 다양한 금융기법들을 동원한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영업권, 인적자본 등 무형자산으로 기업 가치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주목을 받는다. 기존에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본, 매출, 순이익, 재무건전성 등이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기본 지표였는데 이것만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주식시장을 설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주가꿈비율(PDR: Price to Dream Ratio)이라는 기상천외한 지표도 만들었다. PDR에 따르면 기업의 실물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클수록 기업의 미래가 밝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제 자본가들은 공장 짓고 물건 팔아 돈 버는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버리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주식투자와 파생상품 투자에 매달리고 있다. 이들은 경제가 활황일 때도 돈을 벌고 불황일 때도 돈을 번다. 실물경제와 분리되어 실체가 없는 유령 같은 경제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 경제는 이제 유령경제가 주축이 되었다. 2008년 금융공황 당시 미국 자동차 회사 GM은 자동차 판매보다 GMAC이라는 금융 자회사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냈다. 자동차기업이 자동차야 어찌되든 주식투자만 잘 하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유령경제가 성장할수록 사기와 조작도 성장한다. 최근 미국을 충격에 몰아넣은 니콜라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소·전기 트럭 전문 회사 니콜라는 첨단 미래 유망기업,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으며 엄청난 주식을 팔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수소차 기술력이 전혀 없고 언덕 내리막길에서 굴린 트럭으로 홍보영상을 찍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연히 주가가 폭락, 사흘 만에 36%가 떨어졌다. 개미들이 죽어나가고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었지만 공매도 업체이자 의혹을 폭로한 힌덴버그 리서치의 설립자 네이선 앤더슨은 언론 인터뷰에서 “거액을 벌어들였다”라고 자랑했다. 꼭 사기가 아니더라도 대다수 최고경영자(CEO)들은 주가를 어떻게 올릴 것이냐를 중심에 두고 기업 경영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들에게 쫓겨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령경제가 횡행할수록 미국 경제는 점점 기형화된다. 

셋째는 부익부빈익빈이 구조화되었고 점점 극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 개미가 거대자본가를 이길 수 없음은 물어보나 마나다. 거대자본가는 자금여력이 많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자신들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 투자를 해 주가를 올리고 개미가 붙어 주가가 더 빠르게 오르면 다시 주식을 팔아 이익을 보는 일은 손쉬운 일이다. 이런 뻔한 이치를 알면서도 개미가 늘어나는 이유는 자본가의 편에 있는 언론이 열심히 투자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나는 일확천금 개미를 부각해 희망이 없는 서민과 청년들을 유혹한다. 그렇게 가난한 자들이 부자의 곳간을 채워주는 일이 계속된다. 

(4) 개선 가능성

미국 경제가 개선되려면 위의 세 가지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첫째, 미국 정부는 경제정책을 바꿀 수 없다. 

부자 위주의 경제정책을 서민 위주로 바꿔야겠지만 국가를 장악한 독점자본가들이 이를 허용할 리가 없다. 독점자본가의 특징은 탐욕스럽고, 절대 자신의 탐욕을 버리지 않으며, 서민을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독점자본가 중에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다. 예를 들어 부자증세를 통해 불평등을 줄이자는 워런 버핏 같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개별 현상에 불과하며 전체 독점자본가를 움직일 수는 없다. 버핏세 제안이 나온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미국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둘째, 유령경제를 없앨 수 없다. 

미국에서 주식시장을 규제하고 파생상품을 단속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이미 유령경제는 미국 내 모든 산업, 모든 자본과 얽혀있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공황이 발생했을 때도 파생상품이 원흉으로 찍혀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파생상품을 없애자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유령경제는 중하층 서민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신기루 역할도 한다. 다른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개미들은 자기도 언젠가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꿈을 꾸며 유령경제에 뛰어든다. 사막에서 갈증으로 쓰러질 것 같다가도 신기루를 보고 뛰어갈 수 있는 것처럼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서민들은 유령경제를 보며 희망을 갖는다. 만약 이들에게서 유령경제를 제거하면 다른 생각, 이를테면 경제정책을 바꾸자거나 경제체제를 바꾸자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미국의 독점자본가들은 이런 일을 용납할 수 없다. 

셋째, 부익부빈익빈의 경제구조를 절대 바꾸지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독점자본가는 무한한 탐욕을 속성으로 하기에 절대 자기 것을 남에게 나눠주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경제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경제를 개선할 수 없으며 점점 더 악화될 일만 남았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졌다. 물론 코로나19는 하나의 기폭제일 뿐이며 미국 경제는 애초에 2020년을 전후로 심각한 충격이 예견되고 있었다. 그래서 독점자본가들이나 정부 관료들은 차라리 코로나19가 터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해 경제가 무너질 지경이 됐는데 그 책임을 코로나19에 떠넘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내용 역시 「[아침햇살71] 코로나19와 경제위기①」에서 자세히 다뤘다. 

많은 사람들이 현 경제난을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08년 금융공황 당시 ‘월가를 점령하라’, ‘자본주의는 끝났다’,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를 들고 폭발적인 시위가 일어났는데 지금은 당시보다 경제가 더 어려움에도 독점자본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없다. 

코로나19는 경제구조를 더 기형적으로 만들 것이다. 재택근무, 대량 해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와 비정규직의 건당알바화 등 양극화를 심화시킨 현상들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에도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각광을 받게 된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 등의 발달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물론 기술발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이런 기술발달의 수혜를 독점자본가가 고스란히 가져가며 노동자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 경제구조의 문제다. 인공지능이나 정보통신기술 등과 연결된 산업은 취업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따라서 실업문제 해결이나 노동자 서민의 가계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안 된다. 반면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수록 독점자본가에게는 새로운 수익 원천, 소득 기회가 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새롭게 부상한 택배업을 보자. 지금은 택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택배노동자를 인공지능 드론과 무인화물차가 대체할 것이다. 지난 8월 31일 미 연방항공청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인 아마존의 드론 무인택배를 승인했다. 아마존은 이미 드론 시범배송에 성공한 상태다. 아마존에 이어 월마트도 드론 시범배송에 들어갔다. 드론과 함께 자율주행차를 통한 택배 사업도 연구 중이다. 한국도 내년부터 세종시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무인 우편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수많은 택배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독점자본가는 자기 이익만 극대화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택배노동자의 처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문제는 노동자 서민의 소득이 줄어들면 기업이 만든 상품이 팔릴 수 없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기업도 망하고 독점자본가도 파산하는 길이다. 이런 걸 보면 미국 경제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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