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3월 11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98] 10.10 행사를 통해 본 북한 ①
1. 10.10 행사의 특징
지난 10월 10일 북한은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기념행사를 크고 다채롭게 진행하였다.
10일 0시가 되자 가장 먼저 75돌 경축 열병식을 시작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하였고 각종 군부대와 무기들이 행진을 하였다. 이어 75돌 경축대회, 군중시위, 청년학생 횃불행진, 축포야회,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위대한 향도’를 밤늦게까지 진행하였다.
그 밖에도 이 날을 전후로 조명축전 ‘빛의 조화-2020’, 각종 전시회와 전람회, 기념주화 발행, 각종 도서 출판, 여러 다양한 경축공연 등이 있었다.
이 행사들에는 평양시민은 물론 북한 전역의 많은 공로자들이 경축대표와 참관성원으로 참가하였으며 북한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텔레비전으로 관람하였다.
이날 있었던 여러 행사들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굉장히 현대적이다
북한은 행사 전반에서 현대적 면모를 과시하였다. 특히 열병식을 보면 군인들의 복장부터 재래식 무기, 전략무기까지 모든 것이 현대적으로 새롭게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군인 복장을 보면 방탄모에 달린 야간투시경부터 신형 군화까지, 말 그대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뀌었으며 총도 신형 자동보총에 소음기, 조준경, 레이저표적지시기가 달려 있고 귀에는 개인무선통신기, 팔에는 무선통신단말기를 차고 있었다.
무기는 더욱 주목을 끄는데 특히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ㅅ,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거대한 크기로 사람들을 압도하였다. 미국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신형 미사일들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괴물’, ‘세계 최대’, ‘기존 미사일보다 2~3배 강력해져’라는 분석들을 쏟아냈다.
이처럼 굉장히 현대적인 모습은 군사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했다는 점과 함께 이것을 해낼 경제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비단 군사분야만 발전한 게 아니다. 북한 수해복구 보도 사진을 보면 신형 트럭들을 볼 수 있다. 물론 구형 트럭도 섞여있지만 북한산 최신형 트럭도 종종 볼 수 있다. 대북제재 품목에 트럭도 있는 만큼 신형 트럭은 모두 북한이 자체로 개발하고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제봉쇄 속에서 자력으로 신형 트럭을 개발, 제작할 수 있다는 게 기성 관점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일반적인 나라들은 설계, 설비, 원료, 부품을 모두 자력으로 해결하기보다 여러 나라에서 구해 제작하면서 이를 글로벌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부른다. 그래서 경제봉쇄를 당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낙후하게 살거나 끝내 망할 거라고 생각한다. 봉쇄 속에서도 첨단 기술력을 계속 발전시키고 신형 트럭과 같은 제품들을 생산하는 건 일반 상식 밖의 모습이다.
(2) 규모가 대단히 크고 짜임새가 있다
행사들을 보면 참가 인원과 관람자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크다. 언론은 열병식 참가 군인만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군중시위, 횃불행진 등 여러 행사들에도 이와 비슷한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에는 10만여 명이 출연한다고 한다. 출연 혹은 참가자 수가 이정도면 관람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평양 시민들이 다 나오고 북한 전역에서도 행사 참가를 위해 모여든 모양새다.
물론 사람 수만 따지면 수백만 명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행사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사들은 대부분 맥주축제, 불꽃놀이 축제 같은 먹고 즐기는 상업적 축제다. 북한의 10.10 행사처럼 뚜렷한 정치적 내용을 가지고 수십만 명이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주인으로 참여하는 행사는 없을 것이다.
규모만 큰 게 아니라 행사가 짜임새가 있고 수준이 높아 하나의 거대한 거리예술, 행위예술 공연을 방불케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실수 하나 없이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미학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다. 또한 행사 내내 수많은 드론이 날아다니며 촬영을 하고 이를 편집해 행사 기록영상까지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3) 분위기가 진취적이고 자신감 있고 역동적이다
행사 전체에 힘이 있고 절도가 있어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열병식뿐 아니라 군중시위나 횃불행진을 보면 참가자들의 진취적이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축포야회는 행사를 마음껏 즐기면서도 질서가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 지켜보는 사람의 면면을 보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 환호하는 사람, 신이 나서 흥겨워하는 사람, 굳은 다짐의 표정을 짓는 사람, 함성을 지르는 사람 등 다양하다. 하지만 어디에도 무표정하거나 무관심하거나 지루해하는 표정은 없다. 매우 역동적이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흥분해 절제를 잃고 폭주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보통 이런 대규모 행사를 하면 주최측은 질서 유지에 골머리를 썩기 마련이다. 분위기에 취해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사고를 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업적 행사들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선정적으로 흐르거나 퇴폐 향락적 모습으로 변질되기 쉬우며 규모에 비해 수준이 낮거나 지나치게 장사속을 밝혀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북한의 10.10 행사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4) 결론
이런 특징들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10.10 행사는 지상 최대, 최상의 정치행사, 정치축전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행사들과 한번 비교를 해보자.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하는 전당대회나 선거유세가 대표적인 큰 규모의 정치행사다. 체육관이나 운동장 같은 넓은 곳에 수많은 지지자들이 모여 마치 인기 연예인에게 환호하듯 정치인에게 열광한다. 하지만 그 수준을 보면 경쟁자에 대한 비난과 조롱, 무질서와 분열, 계파 갈등,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사치 등 어두운 면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전당대회 무용론이 나올 지경이다. (「주요 정당 전당대회 (8)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 미국의소리, 2020.8.28.)
중국과 러시아도 대규모 열병식을 하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1일 중국은 건국 70주년 행사를 크게 진행했다. 하지만 규모나 다채로운 행사 구성, 예술성 등 여러 면에서 북한의 10.10 행사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홍콩 사태가 행사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를 해왔다. 하지만 열병식 위주의 행사로 역시 북한에 비해서는 규모나 행사의 다양성, 참여도 면에서 모두 못 미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날짜도 6월로 연기하고 규모도 대폭 축소하였다.
프랑스는 지난 2018년 7월 14일 프랑스혁명 229주년 기념 열병식을 야심차게 준비하여 진행하였다. 그런데 행사 중간에 오토바이끼리 서로 부딪혀 넘어지고, 3색 비행구름을 이용해 프랑스국기를 그리려고 하는데 색깔이 틀려 엉터리 국기가 그려지는 등 정부 행사라 보기 힘들 정도의 수준 낮은 열병식이 되었다. 거기다 자유를 상징하는 행사에 군국주의 상징 일본 자위대 욱일기까지 휘날려 망신을 자초했다. (「엉망진창 된 프랑스 열병식…일본 자위대 욱일기까지 등장」, 연합뉴스, 2018.7.16.)
이처럼 수십, 수백만 인파가 모이는 대규모 국가 행사를 수준 있게 하는 건 아무 나라나 할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에 대규모 행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면모
북한 사회를 분석하는 데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국무위원장)의 면모를 알아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 사회의 특성 상 국무위원장이 국가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도 국무위원장의 뜻대로 준비되고 국무위원장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즉, 이번 10.10 행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행사에서 보인 국무위원장의 면모다.
(1) 인민대중제일주의
국무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훌륭한 인민을 섬기고 모시고 투쟁하는 것을 무상의 영광으로 간직하겠습니다”라고 하였으며 “우리 인민을 억척으로 지키고 더 높이 떠받들며 부럼 없이 잘살게 하는 것은 나와 우리 당의 제일사명이고 확고부동한 의지입니다”라고 하였다. 또 “역사의 전능한 창조자인 위대한 우리 인민”이라고도 하였다.
연설 전반을 보면 국민을 모시고 섬겨야 하는 존재로, 자신은 국민의 충복이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으로 지위를 설정하고 있다. 연설 내용의 서술 방식도 자기 활동을 국민에게 보고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에 가면 “나는 모든 당 조직들과 정부, 정권기관, 무력기관들이 우리 인민을 위하여, 인민들에게 더 좋은 내일을 안겨주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며, 정성을 다해 일하도록 더더욱 엄격한 요구성을 제기하고 투쟁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국민 앞에서 결심을 다지는 부분도 나온다.
자기 나라 국민을 최상의 지위에 올리고 자신은 충복, 일꾼으로 자리매긴 것이다.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한명의 악성비루스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임을 굉장히 강조하였다. “세상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오늘의 이 승리는 우리 인민들 스스로가 이루어낸 위대한 승리”라며 국가방역을 올해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로 설명하였다. 여기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절대화하는 국무위원장의 사상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당과 국가의 최대 역점사업이 바로 코로나19 방역이었다. 국무위원장은 2월 29일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4월 11일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 7월 2일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7월 25일 당 중앙위 정치국 비상확대회의, 8월 6일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 8월 13일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 8월 25일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와 정무국회의, 9월 29일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 등 코로나19 방역을 핵심 의제로 한 주요 회의를 여러 차례 직접 주재하였다. 또한 1월 24일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였고 전염병예방법도 개정하였다.
국무위원장은 “남들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방역안정 형세를 유지”하였다고 하였는데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 0명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굉장히 특출한 사례다. 지금도 미국은 하루에 4만 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고 400여 명이 죽고 있다. 현재 누적 확진자는 8백만 명을 넘겼고 사망자도 20만 명이 넘는다. 전 세계적으로는 확진자가 4천만 명에 육박하며 사망자도 1백만 명이 넘는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대한민국도 누적 확진자가 2만5천 명이 넘고 사망자도 444명(10월 20일 기준)이나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잘 대처했지만 피해가 적다고 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3차 세계대전에 비견될 정도로 희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확진자 0명은 크게 평가할 만하다.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말 중에 ‘한 사람의 생명은 우주보다 무겁다’는 말이 있다. 어찌 보면 국무위원장이 이런 관점에서 자기 국민을 대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올해 최대 사업이자 이번 연설에도 가장 무게가 실린 게 바로 자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문제였다. 국무위원장은 “인민들 한 사람 한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며 전체 인민이 건재하고 건강해야 당도 있고 국가도 있고 이 땅의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여기에 절절함이 묻어 있었다.
국무위원장은 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를 복구하느라 고생한 군인과 수도당원사단 등에도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재해복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9월 초 태풍 마이삭에 의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국무위원장은 피해 현장에서 평양 당원에 공개서한까지 써서 함경도 파견 자원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북한은 재해복구를 위해 전 국가가 떨쳐나서 들끓고 있다. 군인과 평양시 당원 등이 재해지역에 가서 단기간에 새 집을 지어주고 있다. 북한 언론을 보면 연일 재해복구 소식이 지면을 채우고 있다.
보통 다른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재해가 발생하면 현장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현지 주민을 위로하지만 한두 달 지나면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만다. 정치인도 더 거론하지 않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아 국민은 상황을 알 수 없게 된다.
지난 9월 태풍 마이삭은 한국에도 큰 피해를 줬다. 특히 울릉도는 사상 초유의 피해를 입어 정세균 총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부는 9월 15일 울릉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울릉도 피해복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론은 피해액이 얼마고 예산이 얼마고 정부지원금이 얼마인지 등 돈 얘기만 한 번씩 소개해줄 뿐 더 이상 피해복구 상황은 보도하지 않는다. 울릉도 주민들은 복구도 복구지만 소외감에 더 가슴이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오죽하면 한 주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울릉도도 대한민국 땅입니까?”라며 절규하였다.
사실 북한은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자랑할 업적이 많았다. 올해 들어서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 등 크고 작은 성과들이 많았다. 특히 북한은 10월 10일까지 평양종합병원을 완공해 세계 앞에 내놓겠다는 목표를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재해가 발생하자 재해복구에 모든 것을 집중하느라 평양종합병원을 완공하지 못했다. 이를 보면 국무위원장은 국가를 운영하는데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치적을 쌓는 것보다 실제 국민의 생활편의와 생명안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실속 중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장의 연설에서 또 주목할 부분은 북한 군대와 무력의 성격을 규정한 부분이다. 국무위원장은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입니다”라고 하였다.
보통 무력이라고 하면 국가의 힘을 과시하는 공격용을 먼저 떠올린다. 세계 최강을 자처하는 미군을 생각해보자. 미국을 쳐들어간 적으로부터 미국 국민을 지키는 모습은 상상이 안 된다. 그저 세계 곳곳에서 미군이 침략과 파괴를 하는 장면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런데 국무위원장은 북한의 무력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수단이라고 강조하였다. 국무위원장은 “국가와 인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건드리거나 위협을 줄 수 있는 세력은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제일 확실하고 튼튼한 국가방위력으로 규정”하였는데 물론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군사적 능력’은 최첨단 핵미사일일 것이다. 국무위원장의 시각에서는 최첨단 핵미사일도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는 성격을 갖는다. 철저한 인민대중제일주의라 할 수 있다.
(2) 사랑이 많은 정치인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자기 국민에 대한 사랑을 풍부하게 표현하였다. 군인들을 두고 “이 영광의 밤에 그들 모두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하였고 “자기들이 맡은 피해복구건설임무를 완수하고도 사랑하는 집이 있는 평양행을 택하지 않고 스스로들 또 다른 피해복구지역으로 발걸음들을 옮긴 애국자들, 마땅히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우리의 핵심들, 나의 가장 믿음직한 수도당원사단 전투원들”이라는 표현도 하였다.
또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이 광장에 모인 것을 두고 “왜서인지 지켜냈다는 이 감격의 기쁨에 눈앞이 흐려지고 모두가 건강하신 모습을 뵈오니 ‘고맙습니다’ 이 말밖에 할 말을 더 찾을 수 없습니다”라며 격정을 터뜨렸다.
국무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인사를 보냈다.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정히’란 진정으로 꼭, 맑고 깨끗하게, 조심스럽게 다루어 깨끗하고 온전하게, 정성을 들여서 매우 곱게, 이런 뜻이다.
국무위원장은 세계 인류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지금 이 시각도 악성비루스에 의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보내며 진심으로 두 손 모아 마음속 깊이 모든 사람들의 건강이 제발 지켜지고 행복과 웃음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였다.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하루 만에 위로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정치지도자 가운데 이런 식으로 자기 국민과 세계 인류에게 많은 사랑을 표현하는 지도자는 거의 없는 듯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이런 걸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렇고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다. 국무위원장의 가슴 속에는 사랑이 참 많은 것으로 보인다.
(3) 겸손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하늘같고 바다 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 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전체 인민의 신임 속에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위업을 받들어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극히 겸손한 표현이다.
국무위원장은 방역 성과나 재해복구 성과도 모두 국민의 공으로 돌렸다. 국무위원장이 직접 수차례 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내놓고 현장을 방문하고 호소했음에도 이런 것은 묻어두고 오직 “훌륭한 인민” 덕이라고만 하였다. 그래서 연설 전반에서 여러 차례 “고맙습니다”를 반복하였다.
국무위원장은 자신을 낮추는 데 습성화된 듯하다. 지난 7월 27일 ‘조국해방전쟁 승리’ 67주년을 맞아 열린 제6차 전국노병대회에서 국무위원장은 연설을 하기 전과 후 연단 옆에서, 그리고 대회장을 떠나기 직전 문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4) 진정을 터놓기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오늘 이 자리에 서면 무슨 말부터 할까 많이 생각해보았지만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오늘 이렇게 모두가, 우리 인민 모두가 무병 무탈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한명의 악성비루스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하였다.
자기 국민에게 진정을 터놓는다. 가식이나 꾸밈없이 자기 심리상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대단히 솔직하다. 이는 북한이 지난 9월 25일 보낸 통지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시었습니다”라고 하였는데 보통 국가 지도자는 ‘유감이다’, ‘안타깝다’ 등으로 에둘러 표현하지 ‘미안하다’라고 직접적으로 사과하지 않는다. 그런데 국무위원장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고 과감하고 솔직하게 사과하였다.
국무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사실 연초부터 세계적인 보건위기가 도래하고 주변상황도 좋지 않아 고민도, 두려움도 컸습니다. 허나 우리 인민은 억척같이 뻗치고 일어나 당과 국가가 취하는 조치들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따라주며 자신들의 운명을 완강히 지켜냈을 뿐 아니라 활기 넘친 모습으로 모진 고난과 시련을 강의하게 이겨냈습니다”라고 하였다. 지도자가 진정을 터놓고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국민이 지지하고 따르는 모습이다.
(5) 결론
북한이 공개한 이번 행사 영상을 보면 국무위원장 연설 중에 군인이 눈물을 흘리고 국민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있다. 인민대중제일주의, 많은 사랑, 겸손, 진정성, 이런 면모로 인해 국무위원장과 군인, 국민이 서로 통하는 것 같다.
그 연설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 중에도 ‘가슴이 찡하다’, ‘감동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한반도에 평화가 실현되고 종전선언도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 국민에게도 진정이 통한 것 아닌가 싶다. 트럼프 대통령도 입만 열면 관계가 좋다고 하는데 진정이 통한 것 아닐까?
이번 열병식을 보면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했고 이를 두고 미국에서도 ‘세계 최대’니 ‘괴물’이니 하는데 그런 무기를 가진 지도자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건 굉장히 독특하다. 세계 최대 국방비를 소비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입만 열면 중국에 대한 증오를 쏟아낸다. ‘국민의힘’ 당이 권력을 쥐고 막강한 힘을 소유하면 진보세력을 말살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증오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이 얘기하는 ‘괴물’ 무기를 가지고도 증오의 표현은 단 한 마디도 없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굉장히 주목할 면모로 보인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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