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3월 10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84] 문재인 대통령의 6·25전쟁 70주년 기념사 분석
1. 왜 기념식을 6월 25일에 하는가?
기념사를 분석하기 전에 먼저 왜 한국전쟁과 관련한 기념식을 6월 25일에 하는지부터 돌아보자.
지난해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규정’을 훈령으로 제정해 국무총리 소속 사업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사업추진위원회는 70주년 기념사업의 의의를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기습적으로 불법 남침을 감행하면서 6·25전쟁이 시작됐다. 6·25전쟁은 국군과 유엔군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갔고, 한반도의 전 국토를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100년이 지나도 재건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우리는 잿더미로 변한 불모의 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중략)… 안타깝게도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중략)…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기억’, ‘함께’, ‘평화’의 3대 주제 아래 참전용사와 국민, 22개 유엔참전국 등 국제 사회가 함께하는 추모와 화합, 평화의 장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6월 25일은 북한에게 ‘기습 남침’을 당해 큰 피해를 입은 날이다. 따라서 6월 25일의 의미는 ‘치욕의 날’이며 이날 행사를 한다면 ‘왜 치욕을 당했는지’ 원인을 찾고 다시는 ‘치욕’을 당하지 말자는 각오를 다지는 행사를 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성격의 행사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미8군 2사단 제2공병대대다.
미2사단은 1950년 11월 29일~12월 1일 청천강 인근 평안남도 군우리에서 철수작전을 진행하던 중 중국인민지원군의 포위에 빠져 사단 병력 80%가 사상하는 대패를 당했으며 그 가운데 후퇴 행렬의 맨 마지막에 있었던 제2공병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포위망이 좁혀 오자 대대장은 부대 깃발을 뺏기지 않으려고 기름을 붓고 태워버렸다. 철수 후 공병대 장병은 977명에서 266명으로 줄어 있었다. 대대장 자켈레 중령은 포로로 잡혀 2년 반 뒤에 풀려났다.
제2공병대대는 이후 매년 이 기간에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재현하며 부대 깃발을 태우는 행사를 한다. 당시 치욕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당시)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장병들이 임무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6월 25일이 ‘치욕의 날’이라면 그에 맞는 성격의 행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행사의 성격은 달랐다. 위에 소개한 기념사업회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의 교훈을 찾는 것보다는 전후 복구를 기념하고 참전용사에 감사하며 평화를 염원하는 자리에 가깝다. 상식적 차원에서 보자면 이런 성격의 행사는 전쟁이 시작된 날, 즉 ‘기습 공격을 당한 치욕의 날’ 보다는 전쟁을 끝낸 날(한국전쟁의 경우 정전을 합의한 7월 27일)에 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 내용을 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25전쟁은 오늘의 우리를 만든 전쟁”이라면서 전쟁을 통해 ‘단합’을 이루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킬 힘’을 길렀으며 ‘애국자’들이 나왔고 ‘자신감’도 키웠다고 설명했다. 기념사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6·25전쟁을 승리한 전쟁, 많은 성과를 남긴 전쟁으로 평가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에 “6·25전쟁을 진정으로 기념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논리라면 더더욱 6월 25일이 아닌 7월 27일을 기념하는 게 맞다. 정부 논리대로 6·25전쟁이 북한의 ‘기습 남침’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승리한 전쟁’이라면 전쟁을 멈춘 7월 27일에 축하 행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7월 27일은 엉뚱하게도 ‘6·25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되어 있어 참전유공자를 기리고 참전국과의 동맹을 다지는 행사를 한다. 유엔군사령부는 7월 7일 설립됐고, 이승만 정권이 유엔사에 한국군 작전지휘권을 넘긴 것은 7월 14일이다. 정부는 7월 27일이 유엔군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정부가 7월 27일을 기념할 수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미국의 평가 때문일 것이다. 정전협정에 서명한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1954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나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승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전협정에 서명한 최초의 미군 사령관이 되었다는 부끄러운 이력을 갖게 되었다. 나는 패배감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서 협정 조인을 끝낸 후 형언할 수 없는 좌절감에 빠졌다”라고 고백했다. 미국의 목표가 ‘북한의 남침’을 막는 것이었다면 정전협정은 목표를 달성한 ‘승리의 협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패배한 협정’으로 인식했다면 미국의 실제 목표가 ‘북한을 점령’하는 것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아무튼 미국이 정전협정 체결일을 ‘승리의 날’로 기념하지 못하고, 그에 따라 한국도 7월 27일에 ‘승전’을 기념하지 못한다면 6월 25일에 ‘승전’을 이야기하는 모순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6월 25일을 기념하려면 ‘치욕의 날’로 삼든지, ‘승전’을 기념하려면 7월 27일을 기념하든지 해야지 둘을 뒤섞는 것은 모순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올해도 어색하지만 관성적으로 6월 25일을 ‘승전’의 성격으로 기념했다.
2.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의 GDP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습니다.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1) 민족보다 체제를 우위에 둔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체제대결의 관계로 보고 있다. 민족적 관계로 보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민족보다 체제를 우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통일을 생각할 때도 체제통일을 생각한다. 체제통일은 곧 흡수통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흡수통일론자라 할 수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체제를 강요할 생각이 없다고 하였다. 과거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적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겉으로 아니라고 해도 대통령이 공식 연설문에서 노골적으로 ‘체제경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면 본심이 다 드러났다고 봐야한다. 그것도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 있는 가운데 굳이 체제경쟁 이야기를 꺼낸 것은 본인의 확고한 신념이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자기 속마음을 상당히 솔직히 이야기했다고 보인다. 민족보다 체제가 중요하며 우선한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본심이며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족적 관점이 있었다.
(2) 체제 평가의 기준이 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체제대결의 기준을 돈에 두고 있다. GDP와 무역액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어 한 나라를 평가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부자나라냐 가난한 나라냐’다. 굉장히 천박한 기준이다. 국제무대에서 다른 나라와 외교를 할 때도 저런 기준으로 그 나라를 쳐다봤을 것이라 생각하면 국민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어떤 나라, 어떤 체제를 평가할 때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선, 국민주권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대외적으로 자주권을 행사하는가, 강대국에 휘둘리지는 않는가,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또 대내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이것이 가장 선차적이고 중요하다. 경제보다도 우선한다.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치욕으로, 수난으로 여기는 이유는 경제가 망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주권을 강탈당해서 백성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난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권이 없는 식민지 백성은 상갓집 개만도 못하다’(亡國奴不如喪家之犬)고 하였다.
이처럼 한 민족, 한 나라에 있어 주권이 제일 소중하다. 주권이 없는 나라와 민족은 생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나라와 민족을 평가할 때 첫 번째 기준을 주권, 즉 대외적으로 자주권을 행사하고 대내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느냐로 봐야 한다.
다음으로, 민생을 봐야 한다.
국민의 생활이 어느 정도로 보장되는지는 그 나라, 그 체제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여기서 민생 수준을 볼 때는 경제력, 즉 경제규모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평등 수준이다. 경제의 관점으로만 보면 평등이 중요하지 않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평등이 더 중요하다.
과거 민란이 발생할 때도 보면 나라가 가난할 때보다 사회적으로 불평등할 때 일어나곤 했다. 나라 전체가 가난하면 오히려 힘을 모아 국난을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생긴다. 하지만 나라의 부가 소수 기득권층에게 집중되면 사회가 분열하고 혼란스러워진다.
민생의 중요한 영역으로 의식주와 보건, 교육 등 5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5가지를 모든 국민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느 정도로 골고루 누리는지, 그리고 전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끝으로, 사회의 안정된 정도를 봐야 한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느냐는 그 나라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다. 분열과 대립, 혼란이 일상적으로 존재하고 갈수록 증폭되는 사회는 발전된 사회로 볼 수 없으며 미래도 어둡다. 반면 사회가 안정적이고 국민이 단결하는 나라는 어려움이 닥쳐와도 이를 이겨낼 힘이 있다.
이렇게 어떤 나라, 어떤 체제를 평가하자면 국민주권, 민생, 사회 안정 등 3가지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개인에 적용하면 어떤 사람이 가장 우수하고 발전한 사람, 성공하고 승리한 사람,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인지도 알 수 있다.
첫째, 국민주권 실현에 기여한 사람이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대외적으로 자주독립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셔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를 봐도 독립영웅을 가장 우대하고 존경한다. 대내적으로는 민주화운동가가 존경받는 사람이다.
둘째, 땀 흘려 일하고 이를 통해 자기 생활을 발전시키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노동을 하지 않고 피폐하게 산다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사람은 천박하고 나쁜 사람으로 평가한다.
셋째,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앞뒤가 다른 사람, 안하무인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은 부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이 세 가지 기준이 개인을 평가할 때도 적합한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 식으로 개인을 평가하자면 돈 많은 사람이 가장 성공하고 승리한 사람, 존경받는 사람이 된다. 이 기준에서 보면 한국에서 가장 우수하고 존경받을 인물은 이건희, 이재용 부자다. 백범 김구 선생이나 민주화 열사보다 이들이 더 성공한 인물이어야 한다. 이런 재벌들이 사회를 이끄는 리더며, 재벌의 입장을 대변하는 미래통합당과 적폐언론 기레기들을 중심으로 이 사회가 굴러가야 한다. 과연 이런 견해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돈 중심의 평가가 얼마나 잘못이고 천박한지 금방 알 수 있다.
(3) 대결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체제경쟁은 끝났다’고 이야기했을 때는 남북관계가 체제대결을 해야 하는 관계며, 체제대결을 통해 뭔가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남북이 대결을 통해 어느 한 쪽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한국의 체제가 이겼다고 한 것은 북한 체제가 붕괴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걸 목표로 한다는 의미도 된다. 다시 말해 ‘이미 우리 체제가 이겼는데 북한은 왜 아직도 붕괴하지 않고 있나. 이제 그만 체제를 포기하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3.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랍니다”,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고,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평화는 분단고착화, 2개 국가론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이 땅에서 평화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다. 분단 때문에 평화가 깨졌으므로 통일을 해야 평화도 이룰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노선이다. 다른 하나는 분단을 유지하고 더욱 고착하는 평화다. 평화공존론이라고도 한다. 이런 주장은 한국과 중국이 과거 적대적 관계였다가 수교를 맺고 사이좋게 지내듯 남과 북도 별개의 국가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것이다. 분단고착화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사이좋은 이웃’이란 주변의 다른 나라들에게나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네티즌들은 ‘애인 사이에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하면 그건 헤어지자는 말이다’라고 비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기념사를 통해 자신이 분단고착화론자라는 점을 솔직히 드러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처음 분단고착화론을 언급한 건 아니다. 지난 2018년 3월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주지 않고…”라고 하여 파문이 인 적이 있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체제대결론과 ‘장기간 평화 후 통일’을 결합해서 생각해보자.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북한 체제가 붕괴하고 자본주의로 변화하면 통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임을 알 수 있다. 분단고착화론과 동시에 체제통일론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체제통일이 안 되면 분단고착화로 가며, 북한 체제가 붕괴하면 통일을 이루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평화’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4.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정전체제를 종전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북한이 나서라는 뜻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위 발언은 마치 자신은 합의를 이행하려고 하는데 북한이 이행에 나서지 않아 종전이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남북 합의들을 지키지 않아서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까지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 남북정상회담들의 실무를 총괄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9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남북정상간 있었던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역지사지 해보면 쉽게 입장이 드러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역지사지해서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국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북한이 분노할 만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최소한 앞으로 남북 합의들을 잘 지키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없이 북한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하였다. 마치 북한이 남북 합의를 지키지 않아서 지금의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이야기 하였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박근혜식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황당해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게는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합의를 지키지 않고 대북전단 뿌려가며 북한 체제 붕괴를 추진하였다. 이걸 놓고 볼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합의는 북한의 손발을 얽어매고 한·미 당국의 대북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체제대결의 수단일 뿐이다.
5.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도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군은 어떤 위협도 막아낼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반드시 평화를 지키고 만들어갈 것입니다”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굳건한 한미동맹”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2022년까지 워싱턴에 추모의 벽을 완공해 “위대한 동맹”을 영원히 기념하겠다고 하였다.
그간의 언행으로 이미 정평이 났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철저한 한미동맹론자다. 미국의 힘으로 한국 체제가 발전했으며, 미국의 힘으로 북한 체제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미국의 ‘승인’을 철저히 받을 때 대한민국이 평화를 이루고 흡수통일도 이룬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승인’을 받는 기구인 한미워킹그룹도 문재인 정부가 제안해서 만들었다. 2018년 10월 31일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 간담회에서 “워킹그룹은 한국 쪽에서 먼저 만들자고 제안해서 수개월간 준비해왔다”라고 실토했다.
다시 정리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분단고착화론에 기초해 평화를 유지하고 이 기간에 북한 체제를 계속 공격해 언젠가 북한 체제를 붕괴시켜 흡수통일을 이루는 것이며 이것을 모두 미국의 힘을 빌려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도 미국의 ‘승인’ 정책에 굴종할 것임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은 철저한 친미사대굴종주의자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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