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3월 10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86] 격랑 치는 북미대결 (2)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월 7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6일 전인 7월 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비건 부장관이 이르면 7월 초 방한해 한국 정부의 중개로 판문점에서 북한과 접촉을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떠난 다음날인 7월 10일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이하 담화)를 발표하였다. 아마도 비건 부장관이 방한 후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 같고 그에 대해 북한이 직접 답신을 주지 않고 담화를 발표하여 공개적으로 대답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건의 방한 일정과 북한이 발표한 담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서 북미대결 과정에 대해 굉장히 중요한 지점들을 찾아볼 수가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그동안 궁금했던, 트럼프가 빠졌다는 북한에 대한 사랑의 실체를 찾아보자.
트럼프가 북한에 낚였다
트럼프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사랑한다는 식의 표현을 많이 써왔다. 이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이번 과정에 좀 더 윤곽을 그릴 수 있다.
잠시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북미정상회담 과정을 묘사한 부분을 살펴보자. 두 정상이 처음 만나 가벼운 인사와 환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질문이라면서 “진심으로 정말 현명하고, 매우 비밀스럽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He saw Kim as really smart, quite secretive, a very good person, totally sincere, with a great personality)라며 극찬했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은 “정치인들은 배우와 같다”라고 답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낚였다”(hooked)고 판단했다.
볼턴의 표현을 빌리면 한 마디로 트럼프가 북한에 빠진 사랑은 ‘북한에 낚인 것’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 아마 여러 객관 정황을 볼 때 볼턴의 평가가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일단 볼턴이 묘사한 과정을 좀 더 생각해보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을까?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만약 질문을 했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진심으로 정말 현명하고, 매우 비밀스럽고, 훌륭한 인품을 지닌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라는 식으로 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상을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것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예컨대 2019년 4월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백악관 레드카펫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망신을 당했다. 아베 총리가 레드카펫 위로 올라가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멈춰”(Stop)라고 제지해 한쪽 발만 간신히 걸치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분개한 건 물론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당했다. 2017년 3월 메르켈 총리를 백악관에 초대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작부터 냉랭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기자들이 두 정상에게 악수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며 “악수할까요?”라고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을 향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인상을 쓴 채 메르켈 총리를 무시했다. 독일 언론들은 앞 다퉈 트럼프 대통령의 무례함을 지적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놓고 볼 때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 것과 같은 인물평을 다른 나라 정상에게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했던 인물평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똑같이 했다면 문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상상해보자면 아마 감지덕지하며 고맙다고 답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반응을 보인다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낚이는 것이 된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을 받고 고마워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트럼프 대통령의 인물평대로 ‘좋은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따라줘야 한다. 만약 거부하면 “내가 전에는 좋게 봤는데 알고 보니 나쁜 사람이군”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그에 상응한 대가(체벌)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체벌이 무서워서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정치인들은 배우와 같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극찬’에서 각도를 비켜서는 태도를 취했다. 이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목격한 모습과도 비슷하다. 당시에도 두 정상이 만나서 악수를 나누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웃으며 악수한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고개를 돌려 기자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가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예의 있게 악수하면서도 외면하는 모양새였다.
다시 돌아가서 트럼프 대통령이 ‘극찬’하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개의치 않고 비켜서는 모습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트럼프가 주도권을 잡았을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는 “내가 이렇게 극찬했는데 이 평가가 달라지지 않도록 북한이 잘 따라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북한은 전전긍긍하게 되는 상황이다.
둘째, 트럼프의 ‘극찬’에 대해 북한이 “응, 알았어”라고 받아주면서도 “당신이 원하는 나와의 좋은 관계를 나도 해주고 싶다. 하지만 당신이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 만큼 선의로 대하면 좋은 관계가 유지되지만 적대시하면 나도 사랑을 받아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니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지만 만약 나를 적대시하면 좋은 관계가 깨지니 주의해라, 이런 상황이다.
첫째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낚은 것이며 둘째의 경우는 반대다. 그런데 지금 사태 전개를 보자. 비건 부장관의 방한과 북한의 담화 내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낚였다는 볼턴의 평가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북한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답을 했다.
일단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가능성이 낮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여지를 두었다. 그러면서 “명백한 것은 조미수뇌회담이 누구의 말대로 꼭 필요하다면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라고 하였다. 또한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도 없는 미국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입장변화에 대해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라는 새로운 구도로 설명했다. 즉,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는 것과 북미협상을 재개하는 것을 맞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미국은 비건 부장관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굉장히 간곡하게 요청을 한 것 같고 북한은 ‘미국이 바뀌면 회담을 할 수 있지만 안 바뀔 것 같다’고 답을 한 것이다. 즉, 미국의 간청을 북한이 거절한 모양새다. 미국이 북한에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볼턴 얘기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낚였다고 볼 수 있는 하나의 객관적 지표가 아닐까 싶다.
미남 선생님을 사랑하는 여고생
트럼프는 북미 관계를 사랑 얘기로 풀었는데 너무 정치적 언어로만 평가하면 건조하고 팍팍할 수 있으니 통속적이고 낭만적으로 비유해보자.
지금 북미 관계는 미남 선생님과 이 선생님에 대해 사랑에 빠진 여고생의 관계 정도로 비유해볼 수 있다. 여고생은 사랑에 빠진 나머지 틈만 나면 ‘사랑해요’를 남발하고 심지어 선생님 집에까지 찾아가 만나달라고 떼를 쓴다. 이 경우 선생님이 취할 수 있는 태도가 3가지 있다.
첫째, 선생님이 자기 신분을 망각하고 “그래 나도 사랑해”라고 답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선생님은 학생에게 책잡히게 되며 학생의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빠진다.
둘째, 선생님이 “학생이 선생님한테 그러는 거 아니다”라며 매몰차게 거절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학생이 실의에 빠져 학교생활을 망칠 수가 있다.
셋째, 선생님이 “그래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해라”라며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위치를 정확히 지키는 경우다. 이런 경우 학생은 선생님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자기를 향한 사랑의 심리를 가지고 바른 학생이 되도록, 공부 열심히 하도록 이끌어 주는 선생님이야말로 탁월한 선생님이다.
지금 상황이 딱 세 번째 상황 같다. 학생(트럼프 대통령)이 선생님을 그렇게 사랑한다고 하니 선생님은 학생에게 공부(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열심히 하라고 가르치는 형국처럼 보인다.
또 학생이 자꾸 초인종 누르면서 만나달라고 간청하니 선생님이 직접 나가기는 좀 그렇고 대신 집안사람 한 명이 창문을 열고 학생을 향해 “선생님이 네가 공부(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고 전하란다”라고 답해주었다. 담화는 마지막에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라고 마무리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런 의미다. 학생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처럼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는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선생님 집 앞에서 초인종 눌러대며 선생님을 향해 오물을 던지고 괴롭히는 행동(한미연합훈련 실시, 전략무기 반입, 불량국가 운운, CVID 주장 등등)을 계속 하면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 수도 있다. 예컨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7월 7일 취임 1년에 즈음한 영상메시지에서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라고 지칭하였다. 또 같은 날 미국-일본-호주 3국 국방장관 공동성명에는 북한에 대해 모든 범위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수 없는 폐기’(CVID)를 달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이를 매를 버는 언행으로 볼 수도 있다.
북한은 담화에서 “미국은 대선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선물을 받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이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맞다들려 곤혹을 치르게 되겠는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때 없이 심심하면 여기저기서 심보 고약한 소리들을 내뱉고 우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념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그러한 사건들의 유무에 대한 그 어떤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만 미국이 우리에게 발신하는 갖가지 위험한 압박성 언동들을 우리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경고하였다.
그러면서 또한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 동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 그저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하였다. 즉, 대북적대정책을 하지 않으면 회초리 맞을 일도 없다는 말이다.
독립기념일 DVD의 의미
한편 담화 뒷부분을 보면 “며칠 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국내 언론들은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 수수께끼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이 말에 담긴 의도를 알고자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행사 영상을 북한에 선물하는 게 즐겁고 자랑스러울지, 아니면 부끄럽고 주저될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아마 국내 언론은 미국을 숭배하는 시각에만 길들여져 있어 객관적 판단을 못 하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독립기념일에 자신의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접전을 보이던 바이든과의 지지율 격차가 6월 들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0%p 이상의 격차가 나면서 역대 미국 대선의 경험으로 볼 때 뒤집기는 불가능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다급해진 트럼프 캠프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했던 유세를 재개했다. 주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6월 20일 재개한 오클라호마주 실내체육관 BOK센터 선거유세는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100만 명이 유세 참가 티켓을 신청했다”고 트윗을 날렸고, 선거캠프 측도 약 10만 명 정도 몰려들 것으로 예측하고 야외 유세를 계획했다. 하지만 정작 유세는 2만 명 규모의 유세장을 채우지 못했고 특히 2층 자리 대부분은 비어있었다. 지역 소방서는 6100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K팝 팬들이 유세 입장권 수만 장을 신청해놓고 유세장에 나타나지 않는 방식으로 보이콧 운동을 했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 유세 후 잠복기를 지나 유세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였다. 유세장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유세를 통한 반전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다시 반등을 노렸다. 수도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축제를 준비하고 사상 최대 규모인 1만 발 불꽃놀이 축제를 준비했다. 내무부는 30만 명 이상의 군중이 모일 것으로 기대했다. 또 전날엔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전야제를 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5만 명이 넘는 등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행사를 강행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마스크 착용은 권고지 필수는 아니다”며 안일한 발언을 하는 반면 워싱턴 D.C. 시장은 행사 참석을 재고해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결과적으로 워싱턴 D.C. 행사에는 작년에 비해 참가자가 “충격적일 만큼 드물었”다. (「미 독립기념일, 트럼프의 대규모 행사 독려에도 대부분 축소」, 뉴시스, 2020.7.5.) 여러 지역에서도 독립기념일 기념식을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인종차별 항의시위도 독립기념일의 분위기를 어둡게 하였다. 방화, 약탈도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화가 난 트럼프는 러시모어산 연설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두고 “역사를 말살하려는 무자비한 캠페인”, “미국 독립혁명을 타도하려고 고안된 좌파 문화혁명”이라며 비난했다.
미국의 고질적 문제인 총격 사건도 독립기념일을 피해가지 않았다. 독립기념일 연휴 동안 총격 사건으로 뉴욕에서 63명이 사상, 시카고에서는 17명이 죽고 63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나이트클럽에서도 총격 사건으로 2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 또 미국 전역에서 6명의 어린이가 총격에 사망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총격 사건으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다치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에 따라 약 1천 명에 달하는 주방위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마디로 지난 독립기념일 연휴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을 무산시킨 좌절의 기간이었다. 현재로서는 바이든을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 담화에서 갖고 싶다고 한 독립기념일 DVD는 뭘 해도 대선에서 승리할 반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몰골을 지적한 것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승리하기 위해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계기는 오직 하나, 북한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를 이루는 것밖에 없음을 암시해준 것이다.
물론 북미정상회담을 하려면 북한이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를 내서 대북적대정책 철회라는 “결정적인 입장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러면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재선에 성공할 계기를 마련해줄 선물을 줄 의향이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대북적대정책에 매달리며 압박을 가하고 특히 8월에 한미연합훈련을 한다면 이번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죽을 쑨 것 이상의 “정치적으로 재앙거리가 될”,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선물”을 선사할 수 있다는 측면까지 담아서 이번에 답을 주었다.
그래서 DVD 이야기 직후에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었다”는 문구가 나오는 것이다. 북한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즉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해서 북미회담이라는 선물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열리는 길을 택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는?
그렇다면 이 담화를 접한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는 어떨까? 물론 어디까지나 추론을 해볼 수밖에 없다.
첫째, 이번 담화에서 양국 정상 사이의 관계가 좋다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했으므로 굉장히 기뻤을 듯하다.
미남 선생님이 자기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여고생 마음이 얼마나 콩닥콩닥 하겠는가.
둘째, “쓰레기 같은 볼턴”이라는 표현을 두고 ‘볼턴을 쓰레기라고 하다니, 완전 내 스타일이야. 역시 우리는 통해’라며 쾌재를 불렀을 수 있겠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의 걸림돌로 전면에 나선 볼턴과 한 판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북한이 볼턴에 대해 자기 심리와 똑같은 표현을 해줬으므로 굉장히 기뻤을 것이다. ‘볼턴, 봐라, 넌 북한이 얘기했듯 쓰레기야!’라고 속으로 외쳤을 수도 있겠다.
사실 자기를 철저히 따르며 오직 ‘승인’ 받은 일만 하겠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조차도 이 정도는 못했다. 볼턴은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에 비유하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는 볼턴과의 싸움에서 별다른 우군 역할을 못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볼턴을 ‘쓰레기’라 부르며 강력히 공격하였다. 앞으로 북한의 대미강경행보가 모두 볼턴 때문이라고 덮어씌울 수 있어 트럼프 입장에서는 매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심지어 자기가 사랑해 마지않는 미남 선생님이지 않는가.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선생님한테 사랑을 받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는데 과연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할지, 전략무기 반입을 중지해야 할지, 아니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워낙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이다보니 ‘확 이번 기회에 주한미군을 철수해서 선생님의 사랑을 확실히 쟁취할까?’라는 생각까지도 할지 어떨지는 지켜봐야 하겠다.
이와 관련해 볼턴은 7월 10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방수권법이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앞서진 않”으므로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감축 혹은 철수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실체가 있다”고 우려했다.
기회가 되면 다음 글들에서 몇 가지 주제를 더 살펴보겠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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