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9.

'[아침햇살65] 이것이 나라인가① 국민주권과 법치주의의 심각한 훼손'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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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방혁명

검찰, 사법부, 언론이 적폐세력과 하나로 뭉쳐있다고 하면 과거 박근혜 탄핵이나 이후 이명박, 양승태 구속 등 적폐청산 움직임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는 예방혁명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방혁명이란 민중의 분노가 누적돼 임계점에 다다르기 전에 미리 터뜨리는 것으로 기득권 세력의 전통적 지배 방식이며 제국주의가 식민지나 제3세계 국가들에 즐겨 사용하는 전략이다. 압력솥에 불을 계속 떼면 폭발할 수 있으니 미리 김을 빼는 것과 비슷하다. 예방혁명을 하는 이유는 민중의 요구를 적당히 들어주어 체제가 근본적으로 뒤집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예방혁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19 혁명이 부정선거 규탄 시위에서 반독재민주화운동으로, 나아가 통일운동으로 발전하면서 전국민적 항쟁으로 확산되자 매카나기 주한미대사가 이승만을 만나 하야를 요구한 것도 예방혁명의 사례다. 일단 이승만을 물러나게 해 혁명을 진정시킨 다음 5.16 쿠데타로 군부독재를 등장시킨 것이다. 

1979년에 이르러 박정희 유신독재를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다. 특히 1979년 10월 부산에서 시작된 부마항쟁은 곳곳의 경찰서가 불에 타고 유신정권이 계엄령까지 선포해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다. 현지를 시찰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이 체제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기록했다. 이에 로버트 브루스터 미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을 면담한 김재규는 10월 26일 박정희를 사살했다. 

김재규는 재판에서 “내 뒤에 미국이 있다”고 하였고 “내가 (거사를) 안 하면 틀림없이 부마항쟁이 5대 도시로 확대돼서 4.19보다 더 큰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고 하였다. 체제가 근본적으로 뒤집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예방혁명 차원에서 박정희를 제거한 것이다. 미국이 배후에 있다는 김재규의 말에 미국은 펄쩍 뛰며 부인했지만 당시 많은 이들은 박정희 저격에 미국이 개입했을 것이라 여겼다. 박정희가 죽은 후 전두환이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부마항쟁의 요구는 묵살되고 군부독재가 이어졌다. 

1987년 6월 항쟁에서도 예방혁명 차원에서 6.29 선언이 나왔다. 당시 직선제 개헌을 거부한 전두환은 시위 국민을 진압하기 위해 6월 19일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한 유혈진압을 지시했다. 이때 미중앙정보국 출신인 제임스 릴리 주한미대사가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 친서를 들고 전두환을 면담해 계엄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전두환은 노태우를 통해 직선제 개헌을 수용한다는 6.29 선언을 발표했다. 미국이 계엄을 반대한 건 국민 속에서 반미 감정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었던 사정도 한 몫 했다. 아무튼 6.29 선언으로 위기를 모면한 미국과 전두환 일당은 이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를 당선시켜 군부독재를 연장할 수 있었다. 

▲ 6월 29일자 경향신문 1면. © 경향신문

이처럼 우리 역사에는 국민의 저항이 거세게 타오르면서 체제가 근본적으로 뒤집어질 상황이 닥치면 이를 막기 위해 지배세력이 일정하게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항쟁을 무마하는 예방혁명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렇게 보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탄핵에 동의한 것도 예방혁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만약 탄핵을 거부하고 박근혜가 끝까지 버텼다면 촛불혁명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을 것이며 지금처럼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 같은 적폐세력이 온전히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지배세력이 국민의 요구를 일시적으로 일부 수용하는 것은 저들이 국민을 섬기는 집단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을 기만해 분노를 잠재우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다. 

예방혁명은 언제나 지배세력의 역공으로 이어진다. 저들은 결코 순순히 국민에게 권력을 넘겨주지 않는다. 국민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은밀히 혹은 공개적으로 역공을 취한다. 역공은 보통 국민을 분열시키고 탄압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이 하야한 후 박정희 쿠데타로 군부독재가 출현,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주장하던 세력이 철저히 짓밟혔다. 10.26 박정희 암살 후 전두환 신군부가 나타나 광주학살을 저지르며 지역감정을 부추겨 국민을 분열시켰다. 87년 직선제 개헌 후 전두환 일당은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을 사면해 김영삼과 갈등을 빚게 만들고 칼기 폭파사건을 활용해 노태우 군부독재를 세웠다. 

박근혜 탄핵 후에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한 명 탄핵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적폐세력을 완전히 청산하고 사회대개혁을 이루자는 게 촛불혁명의 뜻이었다. 그러나 지배세력은 국민의 관심을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서 돌리기 위한 분열 책동에 매달렸다. 

대표적 사례는 2018년 5월 19일 시작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다. 이 시위는 초반에 대학로에서 열렸고 철저히 여성 참가만 허용했기에 ‘대학로 여성 집회’, ‘혜화역 시위’라고도 부른다. 물론 여성에 대한 차별과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정당하며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위는 성평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 남성을 적으로 돌려 성대결을 부추기고 문재인 대통령을 난폭하게 조롱하는 등 정권 공격과 사회 혼란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이 시위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시위 현장의 불미스러운 부분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는데 한 기자는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기사로 나갔을 때, 자칫 혜화역 시위의 취지가 훼손”될까 우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시위 규모에 대한 보도는 노골적이었다. 일반적인 진보개혁세력의 집회를 보도할 때는 가능한 규모를 축소하던 언론들이 이 시위의 경우 주최측의 과장된 인원수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였다. 

평소 여성운동에 무관심하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던 보수언론들까지 나서서 이 시위를 우호적으로 다룬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시위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데다가 사회 갈등을 부추기며 국민의 관심을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에서 돌릴 수 있는 좋은 소재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적폐세력들은 이재명, 김경수, 조국 등에 대한 수사와 언론을 동원한 대대적인 사회적 매장을 통해 개혁세력의 대표주자들을 하나씩 제거하거나 치명상을 입혔다. 이를 통해 진보민주개혁세력 내에 분열을 일으키고 국민들에게 진보민주개혁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 주었다. 

이처럼 적폐세력들은 예방혁명을 통해 국민을 기만하여 더 이상 투쟁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참다운 진보민주세력과 대중을 괴리시키고 단결을 깨왔다. 이런 지배전략은 오늘에 생긴 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것이다. 다만 촛불혁명 이후 국민의 각성이 높아지면서 뚜렷이 부각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이런 기만책, 분열책에 당해서는 안 됨은 불문가지다. 

4.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과제

(1) 국민이 항상 주인답게 나서야 한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명제는 그냥 이론으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야한다. 국민은 선거 때만 주인이 아니라 언제나 나라의 주인이어야 한다. 대통령이나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청와대와 여당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고 지켜보는 건 주인이 아니라 손님의 자세다. 

박근혜 탄핵도 국민의 힘으로 해냈다. 당시 야당은 탄핵에 미온적인 입장이었고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 뿐만 아니라, 퇴진 후에도 대통령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하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공수처 설치 과정도 마찬가지다. 수백만 국민이 촛불을 들고 검찰개혁을 외치지 않았다면 적폐세력의 공세에 밀려 4+1 협의체도 흐지부지 됐을 것이며 공수처도 눈치만 보다가 무산됐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은 정치인,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깨어있는 국민, 행동하는 국민이 주인이 되어 이끌어나가는 나라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이 주인답게 나서기 위해서는 적폐세력의 농간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적폐세력은 언제나 여론을 호도하고 촛불을 분열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민다. 여기에 경각성을 가져야 한다. 절대 빠져들면 안 된다. 

이번 검찰개혁 정국에서도 보면 평소에 적폐언론을 비판하고 정치검찰을 규탄하던 사람도 특정 사안에서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적폐언론의 보도와 정치검찰의 발표를 그대로 믿어버리는 실수를 쉽게 한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는 식으로 반응하고, 언론이 불법적으로 공개한 검찰의 이른바 ‘청와대 선거개입’ 공소장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심각하다’는 식으로 대한다. 언제까지 ‘논두렁 시계’에 속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적폐세력에게 빼앗긴 뼈아픈 과오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2) 총선에서 친미친일보수적폐세력을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촛불의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지만 국회는 아직 촛불 이전에 있었던 선거로 구성된 낡은 국회다. 촛불혁명이 만들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의 새판에 맞게 박근혜 부역자, 박근혜와 함께 정치한 자들, 예방혁명 차원에서 박근혜 탄핵에 동참했어도 본질이 변하지 않은 자들을 모두 심판해야 한다. 그들은 본질에서 친미친일보수적폐세력이며 분단전쟁세력이다. 

총선에서 이들을 청산하지 않으면 촛불개혁은 역행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들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가장 먼저 공수처 폐기법안부터 통과시킬 것이다. 촛불정부가 식물정부로 전락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아가 정권심판을 앞세워 끝내 문재인 대통령 탄핵 카드를 꺼낼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총선에서 꼭 친미친일보수적폐세력을 청산해야 한다. 지금 적폐정치세력은 어떻게든 총선에서 승리해보려고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 같은 당들을 연달아 만들며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당명을 어떻게 달고 당의 형태를 어떻게 만들든 적폐세력, 박근혜 부역세력이라는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이들을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 

(3) 조선일보를 폐간시켜야 한다

흔히 대형 언론사 사주를 ‘밤의 대통령’이라 부른다. 밤에 인쇄되는 신문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지금이야 인쇄된 신문보다 24시간 새로운 뉴스를 볼 수 있는 인터넷 신문을 더 많이 보지만 여전히 언론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자기 뜻에 맞게 사실을 왜곡하고 편파, 과장 보도를 일삼으며 심지어 가짜뉴스까지 써대면서 여론을 조작한다. 이른바 적폐언론이다. 

적폐언론의 중심이자 기본 거점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가 보도하면 다른 언론이 받아서 보도하고, 적폐 정치인이 인용하고, 그걸 다시 조선일보가 받아서 증폭시킨다. 이게 적폐세력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방식이다. 

이명박근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적폐언론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었다. 그리고 적폐언론은 이들을 미화하고 보호해준다. 권력과 언론이 유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권은 종편을 허용하면서 소유구조 제한 완화, 황금채널 배정, 의무 재전송, 광고 혜택 등 온갖 특혜를 법으로 보장해주었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통해 적폐언론의 심각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들은 적폐검찰, 적폐정치인과 한 몸이 되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전면전에 나섰다. 적폐언론을 청산하는 언론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조선일보를 폐간시키고 적폐언론, 종편에 제공하는 특혜를 모두 폐지해야 한다. 

(4) 특별재판부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촛불의 힘으로 어렵게 만든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공수처에서 아무리 비리적폐인사들을 적발하고 기소해도 사법부가 호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예를 들어 공수처에서 황교안을 내란음모로 기소했는데 재판부가 김성태의 사례처럼 무죄를 선고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지난 1월 19일 양승태 체제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했던 이탄희 전 판사가 민주당에 입당했다. 총선 인재 영입이었다. 이 전 판사는 전부터 정치참여를 제안 받았지만 고사해오다 사법농단 1호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자 정치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법농단은 같은 사법부의 봐주기 판결로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은 판사들이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따라서 공수처만 믿고 기대해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사법부의 적폐 감싸기 판결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양승태에 부역한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 판사 탄핵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거쳐 진행된다. 

그런데 탄핵에 실패하거나 탄핵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계속 국민의 편에 서는 걸 거부한다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 사법농단 사건이 한창 주목을 받을 때 실제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가 흐지부지됐다. 헌정사상 처음이라 논란도 많았다. 하지만 공수처를 설치하고 나면 특별재판부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5) 결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위의 과제들을 가능하게 하는 당면한 과제가 있다. 바로 총선 승리다. 총선 승리 없이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 

총선승리를 위해 먼저 모든 국민은 윤석열 사퇴, 토착왜구 청산을 요구하는 촛불투쟁에 나서야 한다. 지금 적폐세력들의 중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칼을 겨누고 돌진하는 행동대장이 바로 윤석열이다. 적폐언론과 적폐정치인들이 하나같이 윤석열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총선 후 청와대 수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의 명분을 만들 사람도 윤석열이다. 따라서 촛불투쟁은 윤석열 사퇴를 전면에 들어야 한다. 

또한 국민 각자가 여론을 올바로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적폐언론과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세력들에 의해 왜곡된 여론을 바로잡기 위해 각자가 인터넷, 유튜브, SNS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촛불국민의 힘을 온라인 공간에서 시위해야 한다. 

끝으로 모두가 투표에 나서야 한다.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한 명이라도 더 투표를 해야 한다. 촛불투쟁과 온라인 여론 형성의 성과는 결국 투표에서 판가름 난다.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총선에 모두가 참여하여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자.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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