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5년 06월 07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307] 북러관계의 현재, 과거, 미래 ①
2025년 6월 1일 북한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은 담화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두고 “진정한 주권 존중과 평등, 정의에 기초한 다극화된 세계질서를 수립해 나가는 국가 간 관계의 정화”라고 표현했다. 2024년 6월 19일 평양에서 북러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후 북러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국제질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러시아의 ‘쿠르스크 해방 전투’에 북한군이 참전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가 놀랐고 그 의미를 분석하느라 분주해졌다. 이에 평양 북러정상회담 1년을 맞아 북러관계를 주제로 현재와 과거,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북러관계의 현재를 보여준 러시아 승전 80주년 기념식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이면 2차 세계대전(대조국전쟁) 승전 기념식을 진행한다. 이날은 1945년 소련이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은 날이다. 이날 러시아는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하며 세계 각국의 지도자를 초대해 친선과 교류의 계기로 삼는다.
2025년 5월 9일 승전 80주년을 전후해서 북한과 러시아는 밀접한 관계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대사관 방문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제와 함께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했다.
최선희 외무상, 조용원·박정천·리히용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노광철 국방상, 김여정·현송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정규 외무성 부상, 김영호 외무성 유럽1국장을 비롯한 당과 정부, 군부의 지도간부가 동행했으며 현장에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와 대사관 주요 성원이 맞이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5월 9일) 전승 80돌을 맞으며 우리 당과 정부, 인민의 축원의 뜻을 (마체고라) 특명전권대사 동지를 통하여 러시아 연방 지도부와 형제적인 러시아 인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사관을 방문하였다”라면서 승전 80돌을 축하했다.
또 “조국과 인류의 운명, 정의를 위해 러시아 인민이 피로써 쟁취한 값비싼 승리의 날이며 러시아 역사에 불멸의 존엄과 영광을 떠올리고 세계 반파쇼, 반침략 투쟁사에 거대한 사변적 의의를 새긴 전승의 5월 9일을 우리 국가와 인민이 조러[북러] 두 나라의 공동의 명절로 간주하며 동맹국의 벗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축하 연설을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위대한 러시아의 성스러운 영역의 한 부분인 여기 러시아 대사관의 구내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승리의 열병 대오가 장엄하게 행진하는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들어선 것과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라며 “5.9절은 러시아 인민의 명절인 동시에 인류 공동의 명절이며 조선 인민의 명절 그리고 나 자신의 명절”이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우리의 참전은 정당한 것이었으며 이는 우리의 주권적 권리 영역”이라며 “우크라이나 괴뢰들이 핵대국의 영토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노골화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그들은 필경 더욱 분별없이 겁 없는 행동에 용감해질 것이고 그러면 미국의 특등앞잡이인 서울의 군대도 무모한 용감성을 따라 키울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무명전사들의 영웅적 삶과 위훈을 상징하는 ‘영원의 불꽃’에 진정할 꽃바구니와 러시아 국민에게 보내는 축하문을 전달했다.
‘영원의 불꽃’은 모스크바 알렉산드롭스키 정원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 있으며 2차 세계대전 전사자를 기리기 위한 시설물이다. 러시아에는 이곳 말고도 주요 도시마다 ‘영원의 불꽃’이 있다.
마체고라 대사는 5월 20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대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대사관 방문을 두고 “대사관 영토는 우리가 대표하는 국가에 해당하므로, 이번 명절에 북한은 러시아에 최고위급 대표단으로 왔다고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사관 직원들에게 한 연설 내용을 읽어보면 의심할 여지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대조국전쟁 승리 80주년은 엄청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사건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명절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이 감동적이고 매우 중요한 연설문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북한 국민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 축하 연설 전문과 축하문 전문, 현장 사진은 여기(https://jajusibo.com/67769)서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과 북한군 대표단의 만남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승전 기념 열병식에 5명의 북한군 대표단이 참석했다. 이들은 쿠르스크 전투에 참전한 북한군의 지도부로 김영복 총참모부 부참모장, 리창호 총참모부 부참모장 겸 정찰총국장, 신금철 총참모부 작전국 처장 등이다. 또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도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열병식이 끝난 후 광장으로 내려와 도열해 있던 러시아군 주요 지휘관과 악수했다. 마지막 순서로 북한군 대표단과 만나 일일이 악수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부참모장에게 “당신의 전사들에게 좋은 일들이 있기를 바란다”라며 악수를 청했고, 김 부참모장이 “위대한 전승절에 대통령 동지에게 열렬한 축하를 표한다”라고 인사하자 두 팔을 벌려 포옹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든 북한군 장병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 대표단을 만나는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이목을 끌었다.
러시아 대사관 축하 연회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8일 저녁 양각도국제호텔에서 축하 연회를 마련했다.
150명 이상이 참석해 성대히 치러진 이날 연회에는 북한 측에서 박정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중앙위원회 비서,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국방상 등 당과 정부의 간부들과 성, 중앙기관, 무력기관 일꾼들이 참석했고 러시아 대사관 측에서 마체고라 대사, 알렉세이 바르투소프 국방무관 등 대사관 직원들이 참가했다. 또 북한을 방문한 벨라루스 정부 대표단도 참석했다.
대사관은 “손님들은 대조국전쟁 시기 소련 국민의 영웅적 위훈을 담은 사진들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의 군대를 공동의 노력으로 몰아낸 러시아, 북한 군인들의 전투적 우의에 대한 최근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별도로 전시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노광철 국방상은 축하 연설에서 “러시아의 위대한 조국전쟁 승리는 나라의 존엄과 명예를 사수하고 인류를 파멸의 운명으로부터 구원하였을 뿐 아니라 행성에 자유와 평화의 기류가 흐르게 하는 데 거대한 공헌을 한 세계적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또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진 조러 친선의 훌륭한 전통이 오늘 두 나라 수뇌분들의 각별한 관심 속에 특유의 불패성과 생활력을 남김없이 과시하며 비상히 높은 경지에서 날로 승화 발전되고 있”다고 하면서 “조선인민군은 앞으로도 국가의 주권과 안전, 영토 완정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 군대의 행동을 변함없이 지지 성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부정하고 나치주의를 부활시키며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려는 서방의 책동을 규탄”하면서 “어제도 그러했지만 앞으로도 러시아를 타승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머지않아 해방된 지역과 마을에 북한 영웅들의 아름다운 기념비가 세워지고 복원된 거리와 광장에 그들의 이름을 딴 곳들이 생겨날 것으로 믿는다. 그들의 영웅적 업적은 러시아 국민의 기억과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에게 적대적인 진영에선 쿠르스크주에서 현대전의 실제 경험을 쌓은 조선인민군이 훨씬 더 강해진 것을 두고 비명과 탄식이 나오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하여 내일 인터넷에서 내 연설문을 읽게 될 한국인들과 적대자들에게 말하고 싶다”라며 “현대전의 경험과 기술은 매우 귀중하다. 그것은 조선인민군을 더욱 강력하고 전투 준비가 된 군대로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과 적대국에서 먼저 걱정해야 할 것은 그것이 아니다. 조선인민군 장병들이 용감성과 희생성, 완강성과 우리의 공동 위업에 대한 충실성을 지니고 러시아를 위해 싸운 것처럼 만약 때가 되면 자신의 조국을 위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쿠르스크주를 통해 러시아와 북한은 2024년 6월 19일 북러조약에 명시된 대로 동맹국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확인했다. 이는 우리가 공동의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새로운 정의로운 세계 질서 구축이라는 하나의 공동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평가했다.
마체고라 대사의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과 상당히 깊은 신뢰 관계를 쌓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 학생들의 연해주 공연
북한 만경대학생소년궁전 학생소년예술단이 승전 80주년을 맞아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 초청으로 2~12일 러시아 연해주를 방문했다. 김성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끄는 학생소년예술단은 학생 45명을 포함해 총 6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러시아 방문을 맞이한 옐레나 브론니코바 연해주 문화·기록보관부장관 겸 부총리는 “소련군이 북한 애국자들과 함께 일본의 점령에 맞서 싸웠다”라며 양국 공통의 역사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오늘날 북한 군인들이 특별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우고 있다”라며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양국의 단결”을 강조했다.
학생소년예술단은 5일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분극장, 9일 블라디보스토크 중앙광장(혁명전사광장), 10일 아르툠 ‘우골시코프(광부)’ 문화궁전에서 공연했다. 공연은 「세상에 부럼없어라」 등 북한 노래와 「카츄샤」 등 러시아 노래, 연주, 무용과 서커스 등 다양한 종목으로 진행됐다.
코제먀코 주지사는 공연장이 만석이었다고 전하며 “대조국전쟁 승리 80주년이 되는 시기에 예술 사절들을 보내준 김정은 동지에게 최대의 감사를 표한다”라고 인사한 뒤 “예술단의 이번 방문은 두 나라 지도자들에 의하여 훌륭히 발전하고 있는 러북 친선이 세대를 이어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또 “예술단을 맞이한 기쁨으로 연해주가 설레고 있다”, “성악과 무용은 물론 기악과 서커스까지도 모든 종목이 하나같이 완벽하다”라고 평가했다.
안톤 볼로시코 연해주 의회 의장은 “꼬마 배우들의 뛰어난 예술적 재능과 기량은 관람자들의 심금을 틀어잡았다”라며 “관중들의 열렬한 재청, 그칠 줄 모르는 박수갈채는 공연 성과에 대한 축하뿐 아니라 이들을 키워낸 훌륭한 교육 제도에 대한 감탄과 찬양의 표시”라고 말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과 청소년들도 “북한 학생소년들의 공연은 예술을 전공하는 연해주의 교원, 학생과 부모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정말이지 모든 종목이 우리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교과서다”, “한 방울의 물에 우주가 비낀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 어린이들의 뛰어난 재능 속에 북한의 우월한 교육 정책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또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북한 학생소년들의 공연이 정말 훌륭하다”, “어린이 예술의 최고다”, “국가의 배려 속에 세상 부러움 없이 자라는 북한 어린이들의 밝고 명랑한 모습, 행복한 미래를 공연을 통해 실제로 보게 되었다”, “소리 색깔도 곱고 공연 수준도 전문가 수준이다”, “이처럼 훌륭한 어린이들의 공연을 일생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겠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코제먀코 주지사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청소년, 어른 할 것 없이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보여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큰 선물이자 기쁨의 향연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조율되어 있어 아름다움이 극대화되었다. 이런 공연은 처음이라 너무 좋았다”, “러시아 노래를 너무 잘 불렀다. 마치 꿈 같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매우 재능이 있고 연습을 통해 숙달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멋진 아이들이었다. 자랑스럽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의 평가가 나왔다.
한편, 학생소년예술단은 5월 4일 청소년 행진 ‘승리의 증손자들’에 참석했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했던 가족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 행진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승리의 증손자들’은 이러한 행진의 일종으로 참전 군인의 증손자인 청소년이 주도하는 행사다. 이번 행진에는 1,500여 명이 참여했다.
브론니코바 부총리는 “연해주 아이들도 창작 교류에 나갈 것이다. 북한 아이들이 와서 러시아 노래를 불렀던 것처럼 우리도 갈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주요 노래들을 배울 수 있도록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대표적으로 「세상에 부럼없어라」 등 가장 애국적이고 의미 있는 노래가 있다”라고 밝혔다.
국가 간 어린이, 청소년 교류는 여러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이 국제 교류를 통해 상대국을 이해하고 호감을 느끼게 되면 부모를 비롯해 주변 어른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어린이, 청소년이 상대국에 우호적이고 친숙한 감정을 가진 채 자라서 사회에 자리 잡으면 민간 교류의 기반이 되어 양국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2025년 초 마체고라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상한 러시아군 병사 수백 명이 북한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의 자녀들이 2024년 여름 북한 동해안에 있는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밝혔다.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는 북한에서 가장 좋은 야영소로 꼽힌다. 마체고라 대사는 당시 아이들의 북한 체류와 관련된 치료, 돌봄, 식사 등 모든 비용이 무료였고 러시아에서 비용을 부담하려 하자 북한 관리들이 “진심으로 불쾌해하며 거부”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북러 어린이, 청소년 교류는 양국의 신뢰 관계나 친밀도가 일반적인 나라 대 나라의 외교 관계를 훌쩍 뛰어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