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9월 11일
기사 제목 : [특집] 미어샤이머 “북한 비핵화 불가…북한 핵무기 갖는 것 타당해”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가 지난 8월 30일 ‘2023 한반도국제포럼’ 기조 강연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꺼낸 이야기가 세간에 주목받고 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강연에 들어가기 앞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3가지 근거로 설명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를 하나씩 살펴보려고 한다.
북한은 위험한 지역에 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매우 많은 국가가 지난 18년 동안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였다. 다양한 경제적 압력을 가하기도 했고 외교 수단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끔 만드는 데서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라고 현 상황을 먼저 지적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이어 진전을 이루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북한이 위험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큰 위협을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핵무기라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라고 짚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다. 기본적으로 러시아, 중국, 일본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미국까지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에 있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북한은 이런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위험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하므로 자신의 생존에 대해서 걱정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어떻게 하면 이 늑대를 자신의 영토에서 몰아낼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러시아, 중국, 일본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고 미국은 1945년 이후부터 주한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면서 북한을 압박해왔다. 특히 미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북한을 겨냥해 갖가지 군사적 행동을 보이며 북한을 적대시해왔다.
2000년대 들어와선 미국, 한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가한 데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대북 제재를 통과시키는 데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했다.
지난해 한국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한국, 일본이 하나로 더 굳게 뭉치고 대북 적대 정책의 강도가 높아졌다. 또 연합군사훈련의 목적이 북한을 괴멸하겠다는 공격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북한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며 “북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위험한 세상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하느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어 가장 타당한 선택은 궁극적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핵무기’다”라며 “북한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즉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처럼 지금까지 북한의 관점에서 위협이 될만한 상황이 지속되어 왔기에, 특히 미국이 주도해 북한을 압박하며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움직임이 계속되었기에 북한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궁극적 억지력인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중·러 협업은 불가능
미어샤이머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위해서 미국, 중국, 러시아의 협업이 중요하다면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며 “3국이 함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미국이 압력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내 생각에는 이러한 압력으로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보호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몇 해 전만 해도 미·중·러가 대북 제재에 함께 하며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 규탄 및 제재 권고 결의안인 825호(1993.5.), 1695호(2006.7.)에 찬성한 바 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2006.10.)를 시작으로 1874호(2009.6.), 2087호(2013.1.), 2094호(2013.3.), 2270호(2016.3.), 2321호(2016.12.), 2356호(2017.6.), 2371호(2017.8.), 2375호(2017.9.), 2397호(2017.12.) 등 10번에 걸친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찬성했다.
하지만 2017년 11월 29일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북·중·러 간 지도자들이 만나면서 서로의 관계가 좋아졌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기점으로 유엔 안보리 회의 자리에서 북한 비핵화를 요구하기보다 북한을 제재하려는 미국을 강력히 규탄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2017년 12월 14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압박을 가하면 북한은 핵무기 개발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2000년대 들어 미국이 국제사회를 동원해 부과해온 대러시아 제재와 대중국 제재가 2018년 이후 급격히 늘어나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협업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미국이 압력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해주며 오히려 미국을 규탄하고 있으므로 북한 비핵화는 앞으로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핵무기 보유국들조차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목도한 핵무기 포기의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1990년대 초반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게끔 굉장히 부단한 노력을 했다”라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지금처럼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어샤이머 교수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핵무기 포기 의지를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미국, 인도, 이스라엘 등 그 어느 국가도 핵무기 포기 신호가 없다. 현재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국가 중에서 가장 강대국인 미국조차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왜 우리가 기대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국제사회가 사실상 인정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프랑스, 영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9곳이다. 그리고 이 나라 중 북한에 대해서만 비핵화, 핵 폐기 등을 언급하며 압박하는 상황이다.
지난 시기 리비아는 대내외의 안보적 위험에 대응하여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다 핵 개발 계획을 철회하면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믿고 핵 폐기를 했다가 약속한 경제지원은 거의 받지도 못하고 내전을 빙자한 미국의 공격에 무너졌다. 리비아의 대내외 안보적 위험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즉 핵무기를 어느 한 국가라도 가지고 있는 한 핵보유국들은 섣불리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처럼 북한을 압박해온 미국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과 3가지 근거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이인선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