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4.

머리말

올해 7월 초 이스라엘은 군대를 동원해 21년 만에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침공했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거주지역을 일방적으로 침탈, 학살하고 있다. 이는 70여 년 동안 계속된 역사이기도 하다. 세 편의 연재를 통해 팔레스타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차례
① ‘학살자 이스라엘’…침공의 배경과 쟁점은?
② 아랍인의 땅…이스라엘의 잘못된 건국
③ ‘미국은 이스라엘 편’…국제사회 반응은?

 

현재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포위된 ‘고립된 섬’ 같은 처지다. 

지도를 보면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내륙에 있고, 가자지구는 바다와 맞닿은 지중해 연안에 있어 서로 떨어진 채로 사방이 이스라엘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서로를 왕래하지 못하도록 군과 경찰을 동원해 수시 검문, 경제 물자 차단까지 일삼고 있다.

지중해 동부 연안에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은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면적과 거의 비슷한 땅이다. 그런데 아랍인들이 수백 년 넘게 거주하던 이 땅의 대부분을 지금은 이스라엘이 차지하고 있다.

 

 

▲ 위 지도에서 초록색 부분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1947년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 건국이 승인된 뒤 터전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처지를 알 수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던 아랍인들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로 밀려났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침탈해 이스라엘 정착촌을 세우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차지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자.

오랫동안 이슬람 세력의 영향 아래 있던 팔레스타인 지역은 이슬람 문화와 전통이 깊숙이 뿌리내린 곳이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오스만 제국에서 팔레스타인을 빼앗아 식민지로 삼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게 된다. 

1917년 11월, 아서 벨푸어 당시 영국 외무부 장관은 유대인 자본가 베이론 로스차일드에게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편지를 보냈다. 당시 패권국이었던 영국이 1차 세계대전에 막대한 자금을 댄 유대인 자본의 눈치를 살핀 것이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타인에는 영국이 빠져나가고 새롭게 패권 국가가 된 미국이 개입했다. 1947년 유엔 총회에서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주도해 ‘유엔-팔레스타인 분할안’ 181호를 통과시켰다.

분할안에 따라서 팔레스타인 전체 면적 중 90%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고작 6%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에게 56.5%에 이르는 땅을 억지로 내줘야 했다. 

아랍인들은 주로 산악, 사막 지대(요르단강 서안지구·가자지구)로 쫓겨났고 이스라엘인들은 땅이 비옥하고 생활하기 좋은 지중해 연안 지대를 독차지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미국의 묵인 아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학살하는 ‘인종청소’ 계획을 벌였다. 기밀이 해제된 이스라엘 측 문서에 따르면 어떤 팔레스타인 마을에는 네이팜탄이 떨어져 통째로 불탔고, 아랍인 어린이가 이스라엘 군의 몽둥이질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학살하려는 의도를 숨기지도 않고 인종청소란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인종청소에 나선 유대인…데이르 야신 마을 학살사건」, 유튜브 채널 ‘역사왕 썬킴’, 2022.3.29.)

2022년 8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947년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50건에 달하는 학살을 자행했다”라면서 이러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홀로코스트(2차 세계대전 시기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에 비유했다.

홀로코스트로 고통을 받은 유대인의 이스라엘이, 70여 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해 나치와 흡사한 짓을 벌여온 점을 규탄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겨눠 자행되는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학살을 고려하면 이런 지적은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2022년 12월 29일 출범한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연립정권은 ‘성경에 나오는 조상들의 옛 땅 가나안을 되찾았다’라면서 팔레스타인을 겨눈 무력 대응이 정당방위라는 논리를 편다. 

올해 3월 19일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아랍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이스라엘 땅에 대한 있지도 않은 권리를 주장했다”라면서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은 없다. 팔레스타인 사람 같은 건 없다”라고 했다.

스모트리치 장관은 성경에 2,000여 년 전부터 유대인이 이 지역에 살았다고 나와 있으니 ‘아랍인이 사는 팔레스타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식의 황당무계한 주장을 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아랍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측이 펴는 주장의 실체는 어떨까.

정의길 한겨레 국제 전문기자는 책 『유대인, 발명된 신화』에서 팔레스타인 땅을 유대인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사기·날조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유대인, 발명된 신화』, 한겨레출판사, 2022.12.28.) 

정 기자는 책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발굴 성과를 제시하며 이 지역에서 과거 유대인이 통일왕조를 세웠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유대인이 로마에 의해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났다는 성경의 내용도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즉. 이스라엘이 과학적 근거조차 없는 성경의 구절을 앞세워 ‘팔레스타인은 유대인의 땅’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정 기자는 “차별과 배제, 박해를 당한 유대인이 자신들의 고난과는 아무 상관이 없던 다른 집단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찾았다는 게 현대 세계에서 유대인과 이스라엘 문제의 본질이자 모순”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의 행태가 유대인을 학살하고 차별한 나치와 다를 바 없다는 진단이다.

팔레스타인이 유대인의 땅이라는 이스라엘의 억지 주장을 도운 것은 서방이었다.

앞서 살펴봤듯 2차 세계대전 당시 서방에 전쟁 자금을 대며 영향력을 키운 유대인 자본은 미국 등 서방 승전국에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세우게 해달라고 했고 이는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좁고 척박한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내몰리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늘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 건국’을 용인한 미국과 서방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계속)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