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6.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기류가 심상치 않다.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은 미국에 모여 삼각군사동맹을 완성하기 위한 모의를 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반대편에 있는 북·중·러는 어떠할까? 지난 7월 27일 북한의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한 자리에 북·중·러가 모였다.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의 우호적 관계를 넘어 한층 관계가 발전했음을 말해준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북중, 북러 관계가 변화하였다


1) ‘동지’ 관계로 발전한 북중, 북러 관계


먼저 북중 관계를 살펴보자. 

중국은 이번 전승절에 리홍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우리의 국회부의장에 해당)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와 북한 정부는 7월 26일 중국 대표단을 환영하는 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성남 노동당 중앙위 부장은 환영 연설을 통해 “중국 인민이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에서 이룩하고 있는 성과들에 대하여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하였고, 리홍중 부위원장은 답사로 “중국 측은 조선[북한] 측과 함께 두 당, 두 나라 최고영도자들께서 이룩하신 중요 공동 인식을 견결히 관철하여 중조[북중]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며 두 나라 인민에게 행복을 마련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과 발전에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27일 0시를 기해 시작한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대공연’에서 리홍중 부위원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시진핑 국가주석이 보낸 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언제나 중국 인민과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27일 강순남 국방상은 열병식 연설에서 중국 대표단을 향해 “반제자주, 사회주의를 위한 공동의 투쟁 속에서 피로써 맺어진 전투적 우의와 친선의 정”을 안고 왔다며 환영하였다. 이날 저녁 국가연회가 열렸고 여기에 중국 대표단이 초대되었다. 연회 연설자들은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형제적 중국 인민과의 친선 단결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하였다.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 대표단을 접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날로 중화인민공화국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가고 있는 데 대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형제적인 중국당과 인민이 시진핑 동지의 현명한 영도 따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꿈을 반드시 실현”하리라 확신하였다. 노동신문은 북중 양국이 “사회주의 건설을 힘 있게 다그치면서 긴밀한 전략·전술적 협동을 통하여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며 친선과 동지적 협조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 끊임없이 승화 발전”시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하였다. 

이어 중국 대표단은 29일 김일성 주석 생가가 있는 만경대를 방문했다. 리홍중 부위원장은 방문록에 “조선 인민의 위대한 수령이시며 중국 인민의 친근한 벗이신 김일성 주석이 그립습니다”라고 남겼다. 

보도를 종합하면 사회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양국은 시종일관 ‘형제적’, ‘동지적’ 관계를 강조했고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긴밀한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북러 관계를 살펴보자.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7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대표단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쇼이구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선물도 교환하였다. 또 국방 분야의 관심사와 국제·지역 안보 정세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진을 보면 쇼이구 장관이 매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은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날 국방성이 주최한 ‘무장장비전시회-2023’에도 함께 참석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쇼이구 장관에게 직접 신형 무기들을 설명하였고 세계적인 무기 발전 추세와 발전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에 맞서 두 나라의 자주권과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고 한다. 

그날 저녁 북한 국방성이 마련한 환영 연회에서 강순남 국방상은 “두 나라 군대가 미국의 강도적인 세계 패권 전략에 단호히 맞서 국권 수호, 국익 사수의 원칙에서 상호 협력과 협동을 가일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으며 쇼이구 장관은 답사에서 “조선인민군은 …중략… 세계에서 제일 강한 군대”라고 하였다.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쇼이구 장관을 위해 마련한 연회 자리에서 쇼이구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선물을 전달했다.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리병철 원수는 환영 연설에서 쇼이구 장관을 “가장 가까운 전우이며 형제”라고 불렀으며 북러 관계를 “불패의 전우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 “진정한 동지, 전우”라고 하였다. 쇼이구 장관도 화답 연설에서 “조선인민군은 …중략… 세계에서 제일 위력한 군대”라고 하였다. 

이날 열린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 기념 보고대회’에서 리일환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연설하였는데 쇼이구 장관을 향해 “우리 정부와 인민은 미국의 패권에 반기를 드는 나라들의 편에 확고히 서서 그들과 한 전호에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쇼이구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축하 연설을 대독하였다. 푸틴 대통령은 “현시대의 위협과 도전들에 직면하여 친선과 선린, 상호 방조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귀중히 여기고 풍부화해 나가는 것은 특별히 중요”하다고 하였다. 

노동신문은 “반제자주의 한길에서 굳건히 맺어진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우호 관계”, “동지적이며 친선적인 분위기”,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 등의 표현을 쓰며 양국 관계가 긴밀함을 강조했다. 

보도를 종합하면 양국은 ‘전우’, ‘동지’ 관계이자 미국에 맞선 ‘전략적’ 관계에 있으며 ‘상호 협력과 협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한때 북한을 압박했던 중러


이번 전승절에서 북·중·러가 워낙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과거 역사를 모르면 원래 그런 관계인 줄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중러는 2006년 10월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를 시작으로 2009년 1874호, 2013년 2087·2094호, 2016년 2270·2321호, 2017년 2356·2371·2375·2397호 등 10번에 걸친 대북 제재 결의안과 그전에 있었던 대북 규탄과 제재 권고 결의안인 825·1695호에 찬성하였다. 물론 일부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제재 수위를 낮추는 등 북한에 유리한 주장을 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제재에 찬성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중국은 2006년 북한의 핵시험을 ‘제멋대로(悍然)’인 행위라고 표현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시 중국은 ‘혈맹 관계’라는 표현 대신 ‘정상 국가 관계’라는 표현을 쓰며 북한과 거리를 두었다. 또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시험 이후 중국 공산당 기관지가 사설을 통해 북한을 비판하였고 중국 정부는 독자적 대북 제재를 실시하기도 했다. (주재우, 「중국의 대북제재 참여 배경과 원인의 담론」, 『국제학논총』 24집, 계명대학교 국제학연구소, 2016, 98~99쪽.)

중러 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충실히 따랐다. 

예를 들어 2017년 발의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2019년까지 본국으로 철수해야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 비자 할당을 줄이고 기존 비자 기한을 1년으로 단축하며 연장을 불허해 북한 노동자를 압박했다. 2017년 12월 12일 러시아 노동부는 2018년 북한 노동자의 노동 이민 할당(쿼터)을 배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2018년 3월 북러 경제협력위원회 회의에서 로두철 북한 부총리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약 4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일했는데 올해에는 제재 때문에 절반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며 러시아 측의 협조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했다. 러시아 측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에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 수는 2016년 2만 7,417명에서 2017년에 2만 3,892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2018년에는 8,845명으로 3분의 1 가까이 줄었으며 2019년에는 7,465명으로 더 줄었다. 참고로 2020년부터는 통계가 없다. (이애리아·박수성,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북한 노동자 현황 연구」, 『현대북한연구』 25권 2호, 북한대학원대학교 심연북한연구소, 2022, 189~193쪽.)

애초에 러시아 극동 지역에 북한 노동자가 간 것은 북한의 외화 획득 목적도 있지만 러시아에도 절실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극동 개발을 주요 정책으로 내건 푸틴 정부 처지에서 인구가 희박한 극동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북한 노동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연해주의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북한 노동자였다. 그런데 러시아는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 북한 노동자를 철수시켰다. 그러다 철수 기한 직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5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는 철수하지 못하고 러시아에 잔류하게 되었다. 

중국 역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충실히 따랐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전혀 동참을 안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하자 중국은 곧바로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북 제재 이후 북한과 중러의 교역량은 대폭 줄었다. 특히 유엔 역사상 최강의 제재라던 2016년 2270호 결의와 이후에 나온 더 강화된 제재들은 북한의 무역망을 철저히 끊어놓았다. 북한 무역 상대국 1, 2위였던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참여는 북한 경제를 완전히 고립하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북중, 북러 연간 교역량 변화는 다음과 같다. 


중러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할 때도 한목소리로 규탄하였다. 예를 들어 2012년 12월 12일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발사하자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곧바로 “북한이 국제 사회의 보편적 우려 속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하였고, 러시아 외무부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무시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이었음에도 비난한 것이다. 

한편 2015년 12월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취소 사건은 당시 북중 관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시 중국은 공연 배경 화면에서 핵, 미사일을 빼라고 요구했고 현송월 단장이 “토씨 하나도 고칠 수 없다”라며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급히 철수해 버렸다. 

2017년 4월 25일에는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을 맞아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며 중국이 인민해방군 10만 명을 북중 국경지대에 배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국은 북중 국경지대에 각종 미사일을 배치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2018년 2월 8일 자 논평 「무엇을 얻어보려고 비루한 참견질인가」에서 “훈시질에 여념이 없는 중국의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은 세계 면전에서 고립 배격당하고 있는 트럼프 패나 아베 일당 그리고 시대 밖으로 밀려난 남조선 보수 나부랭이들과 꼭 같이 놀고 있다”라고 중국을 맹비난했다. 북한의 노동신문이 ‘중국’ 국명을 거론하면서 직접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처럼 불과 5~6년 전만 해도 북중, 북러 관계는 결코 지금처럼 우호적이지 않았으며 상당한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3)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과 극적인 변화


2017년 11월 29일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5형 시험 발사를 성공한 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전까지 핵개발과 질적으로 다른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는 측의 처지에서 보면 이제 ‘핵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고 완성된 핵무기를 ‘폐기’해야 하는 과제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북중, 북러 관계는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북한과 중국은 2018년 3월 7년 만에 북중정상회담을 열었으며 이후 1년 반 사이에 무려 5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2019년 6월에는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4년 만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 방문을 앞둔 2019년 6월 19일 이례적으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실어 북한의 노선과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그해 9월 3일 평양에서 열린 북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을 이어 나가기로 하였으며 리용호 외무상은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9년 4월 25일 8년 만에 북러정상회담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의 보장 메커니즘은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북한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 “북한 노동자 문제는 인도주의, 권리 실현 등의 문제가 있으며”, “조용하고도 (유엔의 결정과) 비대립적인 여러 옵션이 있을 수 있다”라고 하여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에서 일할 방법을 찾겠다고 하였다. (이애리아·박수성, 앞의 글, 189~190쪽.)

이후 중러는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였다. 2019년 12월 마침내 중러는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미국의 반대로 채택은 되지 않았지만 중러가 대북 제재에 부정적임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후에도 이런 시도는 계속됐다. 

2021년 10월 29일 중러가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나흘 후인 11월 2일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의 가역 조항을 적시에 가동하고 경제와 민생 분야의 일부 제재를 조정해야 한다”라며 “이는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가역 조항’이란 북한의 행동에 따라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2017년 12월 22일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는 북한의 행동 여부에 따라 대북 제재를 강화·수정·중단·해제하도록 되어 있다. 중국은 “북한이 최근 여러 비핵화 조처를 한 만큼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중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중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 제재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를 소집한 미국에 맞서 북한을 옹호하고 미국을 규탄하였다. 중러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 회의는 번번이 결렬되었다. 나중에는 미국도 안보리 회의 소집을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의소리 보도들. [출처: VOA]


이런 북중, 북러 관계의 극적인 변화는 이번 전승절 70주년을 계기로 완전히 꽃 피웠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승절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는 대부분 핵무기였다. 그간 중러가 북한을 압박한 이유가 바로 핵개발이었지만 중러 대표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양옆에서 함께 핵무기들을 관람하였다. 쇼이구 장관은 아예 핵미사일을 향해 경례하며 경의를 표하기도 하였다. 이는 중러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속)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