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8.

지난 7월 27일 북한이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행사를 큰 규모로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여러 모습이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무기


전승절을 전후해 북한 국방성은 ‘무장장비전시회-2023’을 열었다. 

7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을 대표로 하는 러시아 군사대표단 성원들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장을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쇼이구 장관에게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 발전 계획에 따라 연구·개발·생산되어 최근 시기 조선인민군이 장비하고 있는 무기 전투 기술 기재들에 대하여 소개”하고 “세계적인 무장 장비 발전 추세와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무장장비전시회장에 전시된 여러 첨단 무기를 둘러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활달한 손짓을 하면서 무언가를 자세히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첨단 무기들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한 보도에도 나오지만 북한의 첨단 무기들은 노동당에서 제시한 계획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노동당 총비서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상이 반영된 무기로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여러 문헌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통해 각종 첨단 무기 개발에 직접 관여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구상하고, 개발을 지도한 무기들이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무기’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이기도 한데 최고사령관이 첨단 무기들에 정통한다면 활용에도 매우 유리할 것이다. 최고사령관이 군대를 지휘할 때 각 부대와 군인들의 장단점과 현황은 물론 여러 무기의 장단점과 특징을 잘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마도 실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기 구상대로 각각의 무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군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 통수권자는 헌법상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2월 25일 미국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전략핵 탄두 규모를 조절해 전술핵처럼 쓰자고 한다거나, 집권 후 10월 14일 출근길 문답에서 순항미사일이 탄도미사일에 비해 위협과 위험성이 떨어진다고 하거나, 11월 24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야외 전시장에서 유도폭탄을 가리켜 “이게 미사일의 일종인가?”라고 질문하는 등 첨단 무기에 관해 뭔가 아는 척은 하지만 실상은 엉터리인 발언들을 계속했다. 군 통수권자가 주요 무기에 관해 잘못 알고 있다면 실전에서 엉뚱한 지휘를 하거나 아니면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에게 휘둘릴 수 있다. 

미군 통수권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에 관해 얼마나 잘 아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평소에 죽은 사람을 찾는다거나, 윤석열 대통령을 ‘룬’이라 부른다거나 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면 그다지 기대가 가지 않는다. 

이번 전시회와 열병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무기는 무인기다. 북한은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을 공개했는데 각각 미국이 자랑하는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MQ-9 리퍼와 크기, 모양 등이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이름도 일부러 4, 9로 맞춘 듯하다. 미국의 주력 무인기 정도는 북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것 아니었을까 싶다. 

 


예전 같으면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이 ‘저건 모형일 뿐이고 실제 날지도 못할 것’이라고 깎아내렸을 텐데 북한이 열병식 직전에 비행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바람에 실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인기와 함께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도 거대한 전체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이제 북한의 열병식은 북한이 신형 무기를 공개하는 연례행사, 전 세계가 주의 깊게 지켜보는 국제행사처럼 되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승절 직후인 8월 3~5일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했는데 북한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초대형 방사포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차량을 대량생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한미 군 당국의 무기 개발과 생산은 더디기만 하다. 

한국군도 일찍부터 무인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무인기 핵심 기술인 엔진을 수입에 의존하다 2020년대에 와서야 국산화를 시작했다. 거기다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부처별 갈등으로 인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안 되고 있다. (「앞서갔던 한국 무인기…튀르키예보다 10년 뒤처졌다, 이유 셋」, 중앙일보, 2023.1.27.)

게다가 무인기를 개발하고도 감사 결과 결함이 발견되면 관련 연구원을 징계해 버려 불만을 품은 연구원들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사설] 감사원, 국산 무인기 개발 발목...국방연구원 이탈 더 심각」, 이슈밸리, 2023.7.31.)

미국 역시 신무기 개발이나 무기 양산에서 점차 뒤처지고 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조선업의 선두를 달렸다. 진주만 공습으로 여러 군함을 잃었음에도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었던 것 역시 막강한 조선업으로 군함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옛말이 되었다. 높은 인건비와 열악한 설비 탓에 미국 조선업은 사양산업이 되었다. 

최근 유출된 미 해군정보국(ONI)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 능력이 미국의 233배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 미 해군이 군함을 연평균 1~2척 건조할 때 중국은 10~15척 건조했다. 이제 미 해군은 미국 군수업체가 아닌 외국 업체에 군함 제작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스텔스함인 줌왈트급 구축함은 1척에 4조 원이 넘는 돈이 드는 바람에 3척만 건조하고 말았으며 그나마도 어디에 써먹을 곳이 없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2021년 10월 사고로 함수 부분이 대파한 핵잠수함 코네티컷은 미국에서 수리받기 위해 2년 가까이 대기하고 있다. 조선소 작업 효율이 너무 낮은 탓이다. 그나마 조선소 측은 수리에 또 3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고 하였으니 미국의 핵잠수함은 사고 한 번 당하면 5년을 쉬어야 하는 셈이다. (「미국 해군정보국 “中 조선 능력 美 233배”… 한국, 원자력잠수함 확보 절호의 기회」, 주간동아, 2023.7.22.)

 

비운의 군함이 된 줌왈트급 스텔스 구축함.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의 안드레아스 루프렛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의 F-22에 비견되는 J-20 스텔스 전투기를 연평균 120대 생산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J-20 도입량이 미국 전체 전투기 도입량을 앞선 것이다. 이런 대량생산은 전투기 핵심 부품인 엔진을 자체 생산하면서 가능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은 J-20뿐 아니라 J-10, J-11, J-16 등 다양한 하위 기종도 J-20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다. 중국의 연간 전투기 생산량이 미국과 나토를 합친 것보다 많다. (「무서운 속도로 스텔스 전투기 찍어내는 중국… 커지는 美·中 전쟁 경고음」, 주간동아, 2023.7.29.)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포탄 생산 능력도 확인되었다. 

전쟁 직전 미국의 155밀리미터 포탄 생산량은 월 1만 4,400발이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월 2만 발로 늘렸다. 전쟁이 포탄 소모전으로 가면서 우크라이나가 월 9만 발의 포탄을 사용하자 미국은 생산량을 월 9만 발로 늘리려 했지만 공장 증설, 신규 노동자 채용 등의 문제로 2년 뒤에나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뒤에도 전쟁이 계속될지 알 수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할 수가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10배 가까운 포탄을 퍼붓고 있다. 전쟁 직전 러시아의 152밀리미터 포탄 생산량은 월 6만 1,100발이었다. 연간 생산량이 70만 발을 넘기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 전체 연간 포탄 생산량보다 많다. 전쟁 후에는 생산량이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내외 단결 과시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많은 이의 눈길을 끈 것은 러시아의 쇼이구 장관과 중국의 리홍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양옆에서 열병식을 관람한 것이다. 그간 북한의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하고 각각 북한 최고지도자 옆에서 관람한 경우는 없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동시에 양옆에 선 경우는 처음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반미 연대’를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열병식뿐 아니라 7월 27일 0시에 시작한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대공연’ 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양옆에 쇼이구 장관과 리홍중 부위원장이 앉아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위해 연회도 베풀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따로 접견도 하는 등 크게 환대하였다. 특히 전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러시아 대표단을 위해서 두 차례나 연회를 열었고 무장장비전시회장 관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동행하기까지 했다. 러시아에서는 항상 긴장된 표정을 유지하던 쇼이구 장관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옆에서는 밝게 웃으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만큼 북한 체류 기간을 편하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기도 했다. 

북·중·러의 단결과 더불어 북한 내부의 단결 수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열병식 행진을 하는 군인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이나, 열병식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에서 북한 내부가 상당히 안정적이고 탄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병식뿐 아니라 경축 대공연을 비롯한 여러 행사에서도 북한 지도자와 군인, 국민이 하나로 뭉쳐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은 갈수록 심해지는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갈등과 대비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 미국, 유럽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갈등하고 있다. 특히 전황이 어렵고 패전이 다가올수록 갈등 양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나토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 벌어진 설전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왔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설전을 벌였다. 폴란드가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자 우크라이나가 이에 반발한 것이다. 그러자 마르친 프시다치 폴란드 대통령실 국제정책실장이 “폴란드가 최근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위해 해온 역할에 감사하라”라고 하였고 이에 반발해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폴란드 대사를 초치했다. 이튿날 폴란드 역시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를 위협(?)했고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이 “폴란드가 유럽의 진정한 방패”라며 꼬리를 내렸다. 

이 문제는 결국 유럽 내에 ‘언제까지 우크라이나를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 하느냐’는 불만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추종하거나 우호적인 나라들도 슬슬 눈치를 보며 미국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가 대표적인 나라며 최근 이스라엘도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은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한국 내 혼란과 분열상도 심각하다. 

정부가 제 기능을 못 해 숱한 참사가 이어지자 사람들은 ‘무정부 상태’라며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도지사까지 ‘내가 간다고 바뀌나’라는 말을 공공연히 내뱉으며 참사 현장을 무정부 상태로 만들고 있다. 잼버리대회 사태는 ‘무정부 상태’의 결정판을 보여주는 듯하다. 또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민심은 흉흉하고 정부는 장갑차와 무장 경찰을 곳곳에 배치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1년 넘게 30%대에서 헤매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는 ‘이대로는 망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힘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은 거의 전멸하는 등 참패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동안 신당 창당이나 탈당은 없다고 선을 긋던 이준석 전 대표조차 신당 창당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여의도 정가에는 ‘총선 공천 부적격자’라는 괴문서가 떠돌며 비윤, 반윤 세력을 긴장시키고 윤석열 대통령조차 신당 창당을 생각한다는 주장이 나올 지경이다. 

 

 

초강경 논조


강순남 국방상은 열병식 연설에서 “이제는 조선반도[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여 핵전쟁이 기정사실이며 시간문제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지금 이대로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며 나간다면 우리 국가의 무력행사가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에 한해서는 방위권 범위를 초월하게 된다는 것을 엄중히 선포”한다고 하였다. 특히 미국을 향해 “자기의 멸망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강 국방상의 연설은 최근 나온 북한의 입장 가운데 가장 강경한 논조다. 하지만 다른 북한의 발표문들도 이에 못지않게 강경하기는 마찬가지다. 

7월 들어서 나온 것들만 살펴봐도 10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라고 하였고, 같은 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는 “미국 간첩 비행기들이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침범하곤 하는 우리 경제수역 상공 그 문제의 20~40㎞ 구간에서는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 14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는 “미국이 우리를 건드린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며 …중략… 매우 상서롭지 않은 일들이 미국을 기다릴 것”이라고 하였고, 17일 김여정 부부장 담화는 주한미군을 철수한다고 해도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20일 강 국방상 담화는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가 우리 국가핵무력정책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논조의 강경함과는 별개로 한미 군사 행동을 내려보는 듯한 표현도 눈에 띈다. 강 국방상은 연설에서 “하지만 지금 이 시각도 미제 호전광들과 윤석열 역적패당은 과대망상적인 ‘힘의 논리’를 제창하며 감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으로 조선반도 지역에서 사상 초유의 핵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하여 핵협의그룹 가동이나 전략핵잠수함 입항을 ‘장난질’이라 불렀다. 북한은 지난 5~6월에 있었던 한미연합 합동 화력격멸훈련을 두고도 ‘불장난’이라고 하였다. 한미 군사 행동이 자기들에게는 ‘장난’ 수준으로 보인다는 투다. 

한미 군사력을 내려보는 모습은 열병식에 참여하는 군인들의 표정에서도 드러난다. 원래 북한 열병식에 행진하는 군인은 무척 진지하고 긴장된 표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행진하는 군인들이 하나같이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열병식의 원래 목적은 강력한 군사력을 시위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적을 향해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나라 열병식이든 행진하는 병사들이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북한 열병식 행진이 무질서하고 흐트러진 것도 아니다. 실수 하나 없다. 짐작할 수 있는 건 전쟁이 나도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기 때문에 웃는 것 아닐까 정도다. 

전쟁이든 외교든 기세 싸움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초강경 논조와 한미를 내려다보는 태도는 매우 인상적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군사 행동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조심스럽다. 북한이 군사 행동을 할 때마다 규탄의 목소리를 내면서 꼭 ‘대화를 바란다’는 말을 끼워 넣는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이 ‘규탄’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강 국방상이 전승절 연설에서 매우 강경한 발언을 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7월 20일 강 국방상의 담화에 대해서는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이 “이 같은 발언(담화)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며 “우리는 북한을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이 아니다”라고 전략핵잠수함 부산항 입항을 변명했다. ‘북한의 위협은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식의 강경 대응을 하지 않고 수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지난 2월에도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강력한 경고를 날리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언제나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증진하려고 한다”라면서 “한국에 관한 한 우리는 매우 진지하다”라고 하였다. 북한의 경고를 진지하게 대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미국이 사태 확산을 우려해서인지 북한을 향한 말을 대단히 절제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인상적이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