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4.

2010년대도 벌써 저물어가고 있지만 세계에는 크고 작은 대립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대립 양상은 과거와는 다른 어떤 경향과 특징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세계에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들이다. 이에 세계의 대격변을 주제로 네 번에 걸쳐 자세히 분석해보고자 한다.  
 
1. 대격변의 주요 현상 
2. 여러 현상들의 특징 
3. 대격변의 배경-반미자주국가를 중심으로 
4. 대격변의 배경-미국을 중심으로

 

3. 대격변의 배경-반미자주국가를 중심으로


정세 변화란 정치세력 사이에서 힘의 균형이 바뀔 때 나타난다. 지금과 같은 대격변은 오랜 기간 축적된 힘의 변화로 마침내 우열의 전복이 이루어진 결과다. 이를 구체적으로 하나씩 살펴보자. 

(1) 반미자주국가의 국력 성장

한 나라의 국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많은 이들이 국력이라고 하면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떠올린다. 물론 군사력, 경제력도 국력의 주요 요소다. 하지만 많이들 간과하는 것은 바로 정치력이다. 정치 수준이 높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군사력, 경제력을 올바르고 유효하게 활용해 국력을 강하게 만들고 주변 영향력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정치력, 군사력, 경제력을 중심으로 각 반미자주국가의 국력을 알아보겠다. 

① 북한

북한의 국가 목표는 사회주의 강국이다. 20여 년 전 제시한 이 목표는 “국력이 강하고 모든 것이 흥하며 인민들이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사는 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다른 무엇보다 정치사상강국을 강조한다. 북한은 핵무기보다 강한 게 일심단결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는 현실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나타난다. 

사실 사상 최고 수준의 경제제재를 장기간 겪다보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마련이다. 거기에 미국 정보기관이 민심을 교란하기 위해 집요한 공작을 펼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반정부 라디오방송, 반체제 선전물을 담은 삐라 살포, 공작원 침투 등 미국은 북한의 일심단결을 파괴하기 위한 공작에 집중했다. 2015년 북한에 체포됐다가 2018년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목사는 지난 7월 인터뷰에서 자신이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훈련받았으며 CIA와 국가정보원을 위해 공작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껏 북한에서 민심이 동요한다거나 소요사태가 발생했다는 징후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갈수록 단결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올해 2월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떠나자 북한 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그리워하며 귀국에 맞춰 ‘승리의 보고’를 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직장에 나와 일을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에서는 자기 단위를 모범 단위로 만들어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를 받는 것을 굉장한 영광으로 여기기 때문에 충분히 개연성 있는 보도다.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 오랜 기간 군사력 강화에 국력의 상당 부분을 집중해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 성장했다. 

현재 북한은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모두 실전배치해 4대 핵강국의 반열에 올라 있다. 다른 세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도 개발하지 못한 차량이동식 ICBM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완성은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위협을 막는 것이 대외정책의 최우선순위라고 밝혔다. 

최근 북한은 최첨단 단거리미사일과 초대형 다연장로켓포(방사포)를 연달아 선보이며 핵전력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 개발도 최선두에 있음을 과시하였다. 앤킷 판다 미국과학자연맹(FAS) 국방태세프로젝트 선임연구원은 “4월에 시작된 시험 발사가 북한 미사일 능력에서 상당히 심각한 질적 발전을 보여줬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신무기의 핵심 주제는 생존성, 대응력, 미사일 방어 무력화”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가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 2019년 8월 15일)

북한이 새로운 무기를 연이어 공개하자 미국이 북미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되었다고 반복해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9월 9일 담화를 통해 협상 재개를 수락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최 제1부상은 “만일 미국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해 단순한 협상 재개가 아니라 마지막 협상 기회임을 분명히 했다. 우월한 군사력을 시위한 후 주도권을 쥐고 협상 자리에 미국을 끌어낸 모양새다. 

북한은 미국의 경제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의 방법으로 경제를 발전시켰다. 

90년대 심각한 경제위기,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었던 북한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북한 경제 분석을 가장 보수적으로 한다는 한국은행은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남북의 경제성장률이 역전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은 2월에 개성공단이 폐쇄돼 남북교역 규모가 87.7%나 감소한 해다. 북한의 자립경제노선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2018년 11월과 2019년 3~4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로창현 글로벌웹진 뉴스로 대표기자는 한 강연에서 “평양 시내에 차량정체가 심해 택시의 20%를 지방으로 돌리고 승용차 홀짝제 운행을 하다가 주말에는 아예 허가된 차량만 운행하도록 하였다”, “스마트폰에서 나아가 스마트워치가 유행하고 있다”, “지방에서도 북한산 최신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사람들이 가게 앞에 몰려들어 서로 먼저 구매하려는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하였다. 경제가 발전된 나라들의 모습과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19년 9월 9일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4월 사회주의 경제 발전의 새 노선을 밝힌 이후 관광업은 장족의 발전을 거뒀다”면서 지난해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20만 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 단둥에서 평양을 향하는 열차는 표를 구하기 어려우며 평양역 주차장은 관광버스로 매일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이런 경제발전은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해 경제총집중노선을 선언한 후 군사분야에 투입되던 자원이 민간경제분야로 이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31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을 돌아보면서 “인민군적으로 제일 전투력 있는 이 부대에 건설을 맡기기 잘했다”, “전문건설부대 못지않게 건설을 잘하고 정말 힘이 있는 부대”, “스키장에 설치할 수평승강기와 끌림식삭도를 비롯한 설비제작을 모두 주요 군수공장들에 맡겨보았는데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들었다”라고 치하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전문건설부대가 도맡아하던 건설 분야에 일반 전투부대도 투입되고 있으며, 일부 군수공장이 민수로 전환된 것에서 나아가 주요 군수공장도 민수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빠른 경제발전은 대북제재에 매달리는 미국을 더욱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② 중국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은 ‘중국의 꿈(中國夢)’이라는 국정 목표를 제시했다.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국제 사회에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대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갖겠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우뚝 선다’는 화평굴기(和平屈起)의 시대(후진타오 정부)를 거쳐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단기적으로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국민이 기본적 복지를 누리는 사회’,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는 전면적 샤오캉 사회(小康社會)를 완성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2035년까지 경제, 과학 혁신을 이루고 군 현대화를 실현하고 이후 2050년까지 종합 국력을 신장한다는 로드맵도 가지고 있다. 중국은 핵심 방도로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을 꼽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정치력 강화에 상당한 힘을 쏟았다. 

중국 공산당은 2016년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을 ‘당중앙의 핵심’으로 표현하고 ‘당의 영도’를 ‘당중앙의 영도’로 해석해 전통적인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유일영도체제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어 2017년 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을 당장(당헌)에 삽입했으며 2018년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도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삽입했다. 또 국가주석 연임제한 조항을 삭제해 시진핑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다. 

서구에서는 ‘시황제’라고 비하하며 시진핑 주석이 권력욕에 사로잡혀 중국 정치 전통의 집단지도체제를 버리고 권력을 독점한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산적한 중국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오후지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신동아 2017년 9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부패와 정경유착이 심”하며 “권력투쟁이 장난이 아”니라고 지적한 후 “기득권을 깨지 않으면 개혁이 더는 못 나아”간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후진타오 때 너무 약화된 총비서의 권력”이 시진핑 체제에 들어와 강화되었다고 설명했다. 자오후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후진타오는 꿈에도 생각 못한 군 개혁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은 보시라이 사건, 저우융캉 사건 등 각종 부정부패사건에 강경대응을 하면서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이후 2015년부터 공산당은 부정부패에서 나아가 고위간부의 규율 문제, 유일영도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중앙 순시조의 감독도 ‘정치순시’로 명시되었으며 2016년 상반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고위간부 당 기율위반 통보에도 ‘중앙 방침에 대한 자의적인 논의’, ‘개인 세력 배양(파벌 형성)’, ‘비조직적 활동’, ‘당조직 기만’ 등 새로운 표현이 등장하였다. (조영남, 「2016년 중국 정치의 현황과 전망」, 『2016 중국정세보고』, 외교안보연구소, 2016.)

이처럼 중국은 시진핑 체제 들어 정치력을 강화해 정치 안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군사력 강화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주한미대사로 근무하는 해리 해리스가 미 태평양사령관 시절인 2018년 3월 1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공세적인 군사증강”을 했고 “군사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정면으로 대결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의 이러한 군사력 확장은 미사일·유지 시스템의 현저한 증강, 제 5세대 전투기 능력, 해군의 규모와 능력의 증대 등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국방정책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2013년 11월 공산당 3중전회에서 결정한 중앙 국가안전위원회 설립과 군제개혁이다. 중앙 국가안전위원회는 흔히 중국판 NSC라 부르는데 1990년대 장쩌민 정부가 설치하려다 과도한 권력 집중이라는 비판을 받고 무산된 경험이 있다. 중앙 국가안전위원회를 통해 국가안보와 관련한 수많은 기구와 부서를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군구별로 독립된 인민해방군을 군제개혁을 통해 전략구제로 전환하고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해 육해공군의 명령계통을 통합하였다. 전반적으로 군에 대한 중앙통제를 강화한 이런 일련의 조치는 중국 내분과 혼란을 노리는 미국에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미국을 위협하는 규모로 성장하였다. 

세계은행이 추산한 2018년 중국의 명목 GDP는 13조6082억 달러로 1위인 미국의 20조4941억 달러의 66% 수준이다. 3위인 일본이 4조9709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현재 경제규모에서 미국과 맞설 유일한 나라임을 알 수 있다. 경제성장률도 매우 높고 안정적이다. 2015~2017년 기준 6.9%, 6.7%, 6.9%로 G20 국가 가운데 평균 1위다. 같은 시기 미국은 2.9%, 1.5%, 2.3%, 일본은 1.4%, 0.9%, 1.7%로 비교가 안 되게 낮고 불안정함을 알 수 있다. 또 중국의 무역규모는 4조 달러가 넘어 세계 1위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경제의 성장동력 변화와 중장기 전망」에서 중국 경제의 강점으로 ▲13억 인구의 내수시장 ▲우수한 역사적, 문화적 유산 ▲양질의 노동력, 교육열 ▲높은 저축률과 뛰어난 상업관습 ▲안정적 정치 환경 ▲세계 화교네트워크 ▲다국적 기업의 진출 등을 꼽았다. 또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경제의 최대 장점으로 강력한 정부를 꼽는다. 정부의 경제 정책이 유효하고, 경제주체들이 정부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경제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의 국력을 능가하겠다는 국가 목표를 세우고 정치, 군사, 경제 등 전 영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③ 러시아

러시아의 정치를 알려면 소련 해체라는 매우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이해해야 한다. 강대국 소련-러시아를 후진국 수준으로 무너뜨린 고르바초프, 옐친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현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 바탕이다. 

지금의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다. 2013~2016년 4년 연속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를 기록한 푸틴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이래 3, 4대 대통령을 역임했고 메드베데프가 5대 대통령을 하는 동안 총리를 하며 실권을 행사하다가 다시 6, 7대 대통령을 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초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독일 근무 중 동구권 붕괴를 목격한 푸틴은 강한 러시아 부활을 꿈꾸며 집권했고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지지율이 80% 넘게 치솟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부패의 상징인 올리가르히(공산당 관료 출신 재벌)를 청산하고 석유, 천연가스 수출로 확보한 재정으로 경제와 복지를 재건한 것도 높은 지지율의 비결이다. 

미국이 확대시킨 측면이 있지만 러시아에 부정선거나 독재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한때 마이너스 성장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년 가까운 장기집권 속에서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무너뜨린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부활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대파들도 인정하는 편이다. 또한 ‘푸틴 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는 푸틴 정부의 안정성을 더해준다. 

러시아의 군사력은 서방의 기준으로도 미국과 맞먹으며 사실상 미국을 능가한다. 

푸틴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군사력 강화 정책이다. 경제 형편이 어려운 속에서도 국방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구형 전략무기를 최신형으로 계속 교체하면서 러시아의 군사력은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미사일만 놓고 비교해보자. 미국이 미니트맨 III 한 가지 ICBM을 운용하는데 반해 러시아는 R-36M, 토폴-M, 야르스, 사르맛 등 다양한 종류의 ICBM을 운용하며 대부분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를 뚫을 수 있다. SLBM 역시 미국은 트라이던트 II 한 가지를 운용하는 반면 러시아는 시네바, 불라바 두 가지를 운용한다. 또 러시아의 요격미사일들은 미국의 요격미사일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 미 국방부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성능개선을 위해 러시아제 S-300 미사일 부품을 비밀리에 사들였으며, 일부 상원의원들은 패트리어트 방공시스템을 S-300으로 대체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창과 방패 모두 미국보다 우월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군사력을 키운 결과 러시아의 대외 영향력이 확대됐다. 러시아의 군사력이 강화되자 소련 해체 후 러시아와 미국·유럽 사이에서 갈등하던 구소련 소속 독립국가들이 러시아 편으로 돌아서는 효과가 나타났다.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미국을 압도하는 전력을 보인 후 중동지역의 여러 나라들이 미국 대신 러시아와 손을 잡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력은 아직 취약한 부분이 있지만 풍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세계 1위의 광활한 영토가 갖는 장점이 있다.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조사기관에 따라 이란을 1위로 보기도 한다), 석유 생산량 세계 1위, 곡물·감자 생산량 1위다. 러시아 경제의 강점 중 하나는 과학기술력이다. 러시아는 과학기술 수준이 높으며 특허 등록 활동 세계 15위, 인터넷과 우주항공산업 등 첨단기술분야 공기업 집중도는 세계 8위, 과학기술자 등 고급인력 확보는 세계 3위다. 

이런 잠재력이 있기에 경제위기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경제제재를 자국 산업을 발전시킬 기회로 역으로 활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018년 집권 4기 취임식을 앞두고 2025년까지 세계 5대 경제대국이 되겠다고 발표한 것도 주목된다. 

미 주간지 ‘US 뉴스 앤 월드리포트’는 2017년 자체 집계한 국력 순위를 발표했는데 1위가 미국, 2위는 러시아, 3위는 중국이었다. 미국 내에서도 러시아의 국력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이란은 미국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강한 국력을 가지고 있다. 

이란 정치는 신정체제와 공화제를 결합한 매우 독특한 체제로 되어 있다. 국민이 선출한 88명의 이슬람 율법 전문가 회의 의원이 선출하는 라흐바르는 이란 국가원수이며, 종교지도자로 종신직이고 대통령보다 우위에 있다. 다당제에 대통령 직선제를 선택해 정권교체도 종종 일어난다. 이런 독특한 정치 체제는 안정 속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란에서 종종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지만 사회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정치혼란과 내분을 유도해 상대국을 무력화시키는 미국에게는 무척 까다로운 체제인 셈이다. 

이란은 지역 군사강국이다. 

이란은 매우 독특하게도 공화국군과 혁명수비대, 2개의 군대를 가지고 있다. 최고지도자인 라흐바르 아래에 최고사령부가 있고, 최고사령관이 공화국군과 혁명수비대, 경찰을 지휘한다. 공화국군과 혁명수비대에 각각 총사령관이 있다. 아시아경제 2019년 5월 15일자 보도 「트럼프가 '12만'으로 안된다는 이란의 군사력, 어느정도일까?」는 “(이란은) 중동국가 중 가장 강력하고 전쟁경험이 풍부한 정예병력을 보유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이란 군대의 강점은 이슬람혁명을 지키자는 강한 사명감으로 군대의 사기가 높다는 데 있다. 또한 미사일 개발도 상당 수준에 올랐는데 각종 중거리,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미군 항공모함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란의 미사일 개발에 북한의 지원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19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강습상륙함 복서를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는 미군 함정을 정밀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드론으로 미군 함정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미사일로 명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란은 2019년 8월 22일 러시아 S-300을 넘어 S-400의 성능에 가까운 요격미사일 바바르(Bavar)-373을 공개했다. 

이란 경제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충분히 이겨낼 만큼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 현재 라흐바르인 하메네이는 이란력으로 새해가 시작된 올해 3월 21일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해는 미국과 유럽이 정치, 경제적으로 이른바 ‘전례 없는 제재’를 가했지만 우리는 이런 어려움에 강하고 굳건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은 있지만 미국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란의 여러 지하자원 매장량 세계 순위를 보면 천연가스 2위, 석유 3위, 아연 1위, 구리 2위 등이다. 인구 8천만 명으로 내수시장 규모도 크고 서아시아 교통의 요충지로 제조업과 물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2016년 7월 22일 제41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이란의 잠재적 국력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3~4배 가량 강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이란은 미국의 정치, 군사, 경제적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국력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 중동 정책이 갈수록 난항을 겪고 있다. 

(2) 반미자주국가의 전략 발전

반미자주국가의 국력 상승과 함께 미국을 상대하는 전략이 발전한 것도 중요한 변수다. 

지난날 반미자주국가들 중에는 미국에 대한 공포나 환상 때문에 잘못된 대응을 해서 결국 패배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소련은 미국의 핵전쟁 위협에 꼬리를 내리고 후퇴하면서 반미국가들에게 미국에 대한 공포와 환상을 심어주었다. 2002년 이라크의 경우 미국의 경제제재와 전쟁위협에 무릎 꿇고 무기사찰을 수용해 자신의 군사력을 모두 드러낸 뒤 끝내 미국의 공격을 받고 무너졌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침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리비아의 경우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와 경제지원 약속을 믿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한 뒤 2011년 내전이 발발, 미군의 지원을 받는 반군에 의해 붕괴했다. 미국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환상에 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반미자주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공포와 환상을 버리고 원칙적이고 비타협적인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핵전쟁 위협 앞에 핵개발로 맞섰으며, 경제제재에는 자립경제, 자력갱생으로 맞섰다. 미국은 경제제재 해제나 경제보상을 언급하며 어떻게든 북한의 핵을 폐기하려 했으나 북한은 미국이 하는 만큼만 자신들도 한다는 동시행동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했다. 2018년 들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선핵폐기’를 절대 수용하지 않았다. 2019년 들어서는 ‘연내’라는 데드라인까지 설정하며 미국을 압박, ‘리비아 해법’을 주장하던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마침내 해임시켰다. 

30년에 걸친 북미핵대결을 보며 많은 반미자주국가들이 미국을 상대하는 전략을 배웠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해오던 공갈협박과 사기행각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군비경쟁 위협에 흔들리지 않고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2001년 미국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탈퇴하자 러시아는 자신들도 요격미사일을 개발하겠다고 선언, 미국을 능가하는 요격미사일을 개발해버렸다. 2019년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파기하자 푸틴 대통령은 8월 6일 안전보장회의에서 “러시아 역시 똑같이 금지 미사일 개발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맞섰다. 러시아는 단거리미사일인 이스칸데르를 중거리미사일로 얼마든지 개량할 수 있기 때문에(미국은 이스칸데르가 중거리미사일이지만 일부러 사거리를 줄여 단거리미사일로 위장했다고 본다) 중거리미사일 경쟁에서도 러시아가 앞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경제제재에 역경제제재로 맞섰다. 경제제재에 동참한 나라들에 대한 농수산물·식료품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또한 경제제재를 자국 산업발전과 경제구조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고 하였다. 미국의 경제제재에 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무역전쟁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도발이 ‘강자의 여유’가 아니며 경제위기에 몰린 미국의 발악임을 파악하고 장기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겁을 먹기는커녕 여유 있게 나오자 미국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는 등 오히려 미국이 당황하고 있다. 

이란 역시 미국에 대해 원칙적이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2018년 6월 11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을 ‘상습적 협상 파괴 사령관’이라고 부르며 이란 정부는 미국을 믿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2019년 4월 22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자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하며 미국을 위협했다. 미국의 전쟁위협에 맞서 드론으로 미국 함정을 근접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고 탄도미사일 지하공장인 ‘언더그라운드 시티’ 사진을 공개하며 언제든 전쟁에 준비되어 있음을 시위했다. 

베네수엘라 역시 미국의 전쟁위협과 쿠데타 시도에 흔들리지 않고 마두로 대통령이 군부 행사를 주최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반미자주국가들은 미국의 위협에 초강경 대응으로 맞서며 미국의 구도를 번번이 깨뜨리고 있다. 또 경제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자립경제를 강화하는 한편 반미자주국가들 사이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맞서고 있다. 이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고 있으며 반미자주국가들이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되었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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