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4.

2010년대도 벌써 저물어가고 있지만 세계에는 크고 작은 대립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대립 양상은 과거와는 다른 어떤 경향과 특징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세계에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들이다. 이에 세계의 대격변을 주제로 네 번에 걸쳐 자세히 분석해보고자 한다.  
 
1. 대격변의 주요 현상 
2. 여러 현상들의 특징 
3. 대격변의 배경-반미자주국가를 중심으로 
4. 대격변의 배경-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다

   1. 대격변의 주요 현상

2차 세계대전 후 지금까지 세계는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특히 소련 해체와 냉전 종식 후 미국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초강대국을 자처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나라가 미국에 굴복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미국의 지배에 순응하지 않고 침략과 약탈에 저항하는 반미국가들은 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 있는 반미국가들의 미국과의 대립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반미국가인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1) 북한

현존하는 나라 중 미국과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하면서부터 북한을 대외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로 지목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전 민주당 정부인 오바마 정부와 달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2017년 1월 9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처음부터 북핵이 최우선순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 3월 4일 「트럼프가 물려받은 유산」이란 기사를 통해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런 위협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끈질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강경책을 사용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북한이) 직면하게 될 것”(8월 8일),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킬 것”(9월 19일)이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항공모함을 투입하고 전략핵폭격기를 동원하는 등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북한은 괌 포위사격, 태평양 상 역대급 핵실험 등을 언급하며 미국을 위협했고 마침내 2017년 11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북미 대결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2017년 12월 28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내용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무역 분야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지만 나는 중국에 대해 관대했다. 내게 무역보다 더 중요한 유일한 것은 전쟁이기 때문”이라며 중국과의 무역전쟁보다 북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나를 돕는다면 무역 문제를 약간 다르게 봐줄 수 있다”고 하여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함을 공개했다. 

아무튼 미국 본토에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올 위기가 닥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2019년 2월 27~28일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6월 30일 판문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다. 계속된 정상회담은 미국이 핵을 가진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는 성격을 갖는다. 즉,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했어도 북미 사이에 대립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으며, 북핵폐기를 요구하며 협상에도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북한은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지 않으면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대미 압박 수위를 거듭 높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압박을 두고 군사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약속 위반은 아니다’, ‘대화를 원한다’며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대결은 지속되지만 미국이 수세에 몰려 후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2) 중국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시기부터 중국을 미국 경제의 걸림돌로 규정하고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중국과의 문제는 뒤로 밀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과 동시에 북중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중국이 북한편이라는 게 확인되자 미국은 곧바로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대폭 추가하면서 시작된 무역전쟁은 몇 차례 미중정상회담과 각종 회담을 통해 타협과 휴전을 반복했으나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대결 수위가 높아가고 있다. 지난 8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적’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고 극단적 발언까지 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승리를 낙관하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는 불만이 미국 내에서 터져 나오는 형편이다. 뉴욕타임스는 8월 6일 보도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없는 무역 전쟁」에서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명확한 전략이나 뚜렷한 목표가 없고, 끝도 보이지 않는 무역전쟁을 해왔다며 비판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도 8월 23일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때문에 좌절했을 수는 있지만 미국 기업이 14억 소비자 시장을 무시하는 건 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응도 과거와 다르다. 과거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방침에 따라 미국의 공격에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주동작위(主動作爲)’, 즉 스스로 주인이 되어 움직여 일을 도모한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세계에 자기 몫을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코노믹리뷰는 8월 26일자 보도 「미중 무역전쟁 격화…애플 ‘새 국면’」에서 “현재 미중 무역전쟁은 난타전이다. 미국이 공격하면 중국이 즉각 대응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에 결코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8월 24일 논평에서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지킨다는 중국의 의지는 꺾을 수 없다”면서 “미국이 기어이 제로섬 게임을 택하면 중국은 끝까지 싸울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마오쩌둥의 시 구절을 따와 “중국이 이처럼 반격할 것이라고 미국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 “미국이 전력을 다해 압박을 가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상상 못 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무역전쟁뿐 아니라 군사적 대결도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이 장기간 대치중인 남중국해 분쟁은 미중 양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들과 대만까지 합세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최근까지도 군대를 동원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면서 대결 양상에 변화가 생겼다. 애초에 TPP는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한 아시아 중시정책의 대표적 사업이었다. 미국이 TPP에서 빠지면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반대급부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 미국학연구센터(USSC)는 지난 8월 19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군이 “위축되어가는 세력”이며 “전략 측면에서 파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첨단 군사체계에 대규모 투자를 한 덕분에 지역의 질서에 힘으로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많이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태평양에서 더는 중국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누리고 있지 못하며, 중국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대결이 격화되고 있지만 대세는 미국의 패배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3) 러시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가 터지자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는 각별한 관계, 아니면 적어도 우호적 관계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욱 격화되고 있다. 

먼저 군사적 대립을 보자.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 시리아에서 간접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반군을,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양국은 시리아 문제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2018년 4월 화학무기 논란으로 두 나라가 충돌했다. 시리아 내전 와중에 화학무기가 사용되었는데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는 증거가 없다고 반발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 “시리아에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다. 러시아는 준비하라”고 위협했다. 실제로 미국은 14일 새벽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등에 10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시리아는 러시아제 요격미사일로 미군 미사일의 70% 이상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미군의 공습이 전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실제로 이후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의 승리로 마무리 되는 분위기이며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철군을 논의하고 있다. 

2018년 10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조약 탈퇴를 시사해 새로운 군사 대결을 시작했다. 올해 2월 2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끝내 INF 이행 중단을 선언, 이에 맞서 같은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행 중단을 선언해 6개월 후인 8월 2일을 기해 INF는 공식 소멸했다. 

INF는 1970년대 유럽에서 미국(나토)과 소련 사이에 불붙은 핵미사일 경쟁의 결과 탄생한 조약이다. 1987년 체결된 이 조약은 사거리 500~5500km 지상발사형 미사일을 폐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조약의 기한은 1991년 6월 1일까지였지만 이후에도 양국은 여전히 조약을 준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공식 폐기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 핵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아시아 나라는 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과 일본뿐이다. 미국은 INF 폐기를 통해 동북아시아에서 러시아, 중국과 군비 경쟁을 하려는 것이다. 전 세계는 미·중·러 세 나라의 무한 군비 경쟁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은 일단 러시아에게 유리해 보인다. 미국은 2008년 금융공황 여파로 장기간 신무기 개발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2월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지난 8년 동안 F-35 전투기 단 한 종류를 개발하는 동안 러시아, 중국, 북한 등 경쟁국 및 적국은 34종의 새로운 핵 운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차세대 슈퍼무기를 연거푸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18년 3월 1일 푸틴 대통령은 연례 국정연설에서 핵추진 순항미사일, 신형 미사일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 킨잘, 차세대 ICBM 사르맛, 핵추진 대륙간 수중드론 카년, 레이저포 등을 공개했는데 이 중 일부는 이미 실전배치를 하였다고 한다. 

군사적 대결과 더불어 경제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러시아 제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2013년 4월 시작되었다. 그러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재를 완화 혹은 폐기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해 8월 ‘통합제재법(CAATSA)’을 제정해 제재를 강화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일단 러시아 경제는 국제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에 제재 효과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제재를 역이용해 자국 산업 발전 기회로 삼으면서 중국 등 비서방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제재 속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을 플러스 성장으로 되돌려놓았다. 

또한 유럽연합측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제재에 맞서 러시아도 유럽에 대해 경제제재를 하고 있어 유럽의 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내에서는 대러시아 제재를 6개월마다 연장하고 있지만 매번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2014년 제재 이후 줄어들었던 러시아와 유럽연합 사이의 무역 규모가 2017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는 대결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 이란

중동의 전통적 반미국가인 이란과 미국은 오랜 기간 대립해왔으며 특히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면서 극단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란 핵문제도 북한 핵문제만큼이나 오랜 기간 복잡한 경로를 거쳐왔다. 그러다가 2015년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유럽연합과 이란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하 ‘핵협정’)을 합의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이 합의는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동결, 감축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푸는 내용이다. 

그런데 2018년 5월 8일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이란이 협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유럽연합은 근거가 없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은 이에 아랑곳 않고 곧바로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였다. 특히 11월 5일 2차 이란 제재를 단행하면서 이란 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도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에 유럽연합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2019년 들어서는 정규군대인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해 갈등을 키웠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 핵협정 일부를 단계적으로 중단했고 미국은 이란 공습 준비에 들어갔다. 5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이란이 싸우길 바란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24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폭격을 당하더라도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월 들어서는 이란 근해에서 유조선이 공격당하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이란이 미국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은 보복공격을 하려고 하였으나 전면전을 우려해 포기하였고 대신 하메네이 라흐바르(이란의 최고 지도자)를 제재하였다. 7월 18일에는 미국이 이란 무인정찰기를 격추했고 전쟁 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항공모함과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B-52 폭격기 편대 등을 투입해 이란을 위협하는 한편 경제제재를 통해 이란을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전쟁 불사를 선언하며 미국의 위협에 맞서고 있다. 나아가 핵개발을 할 수도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을 쉽사리 공격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이란은 이라크나 시리아보다 훨씬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와 관계도 긴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동맹체인 ‘호르무즈 호위 연합’을 만들고 있다. 혼자서는 상대하기 어려우니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만 참여한 상태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 독일 등은 참가를 거절하였다. 결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7월 29일 미국의 한 강연에서 “(호르무즈 호위 연합 구성이) 기대했던 것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맞고 있지만 미국이 쉽사리 공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강력한 반미국가로 최근까지 미국과 전쟁 직전까지 가는 치열한 대결을 했다.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부국이지만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인해 빈부격차가 극에 달했던 나라였다. 그러다 1999년 집권한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 자본의 약탈 배격, 석유 국유화, 사회주의와 빈곤퇴치 정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쫓겨난 미국 석유자본은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을 줄이고, 베네수엘라 내 친미세력을 지원해 쿠데타와 폭동을 사주했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미국의 의도는 쉽사리 먹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3년 차베스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설상가상으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석유수출로 유지되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공략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경제압박을 시작한다. 특히 2017년 9월 마두로 대통령이 석유 가격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표시하자 미국은 달러를 지키기 위해 초강력 경제제재를 시행한다. 

베네수엘라는 경제 위기 속에서 2018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대선 때 얻은 득표율 50.6%보다 17.2% 포인트나 오른 67.8%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하지만 야당들은 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여기에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대통령 권한을 인수한다고 선언하면서 혼란이 가중되었다. 과이도는 2002년 차베스 정권을 전복하려는 쿠데타가 일어났을 당시 시위를 주도한 인물로 이후 미국에 건너가 교육을 받았다. 그는 2007년에도 베네수엘라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해 미국의 내정간섭을 유도했다. 

과이도가 누군지 아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20%도 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2천만 달러 이상을 지원하겠다고도 하였다.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은 ‘5000명 병력 콜롬비아 파병’이라 적힌 노트를 일부러 사진에 찍혀 언론에 유포했다. 베네수엘라에 군대를 투입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다른 친미국가들도 과이도 정부를 인정했다. 마두로 정부는 사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규정하고 미국과 단교를 선언, 전면 대결에 나섰다. 

4월 30일 과이도 의장은 수십 명의 군인을 앞세워 군사봉기를 시도했다. 이에 호응해 미국도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다며 마두로 정부를 위협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군부는 마두로 정부를 확고히 지지하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4,500명의 병력을 사열하며 군부 장악력을 과시했다. 과이도 의장은 제헌의회로부터 면책특권을 박탈당했고 함께 했던 수십 명의 군인들은 브라질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트럼프 정부는 과이도 의장에게 실망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월 19일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황에 트럼프가 인내도 흥미도 잃었다”며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뗄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최근까지도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조치는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전쟁 직전까지 가면서 쿠데타를 사주하는 등 심각한 대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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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주요 반미국가와 미국의 대립 양상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이들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으며 현재 국제 질서를 보여주는 특징이 담겨 있다. 이는 다음 시간에 살펴보도록 하겠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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