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1년 03월 04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38]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문재인 정부의 선택
1.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했다
북한이 7월 25일 새로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이 지난 5월에 발사한 미사일과 같은 종류며 사거리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5월 당시에는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외형상 러시아의 이스칸데르와 유사한데 과연 이스칸데르 특유의 비행궤도도 동일한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을 설명하면서 ‘저고도활공도약형 비행궤도’라고 하여 비행궤도도 동일함을 드러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특유의 비행궤도로 인해 현존하는 방어체계로는 요격할 수 없는 강력한 미사일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 후 눈에 띄는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첫째는 미국의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이고 많은 나라들이 그런 미사일을 갖고 있다”면서 “나와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는 매우 좋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 경고하지 않았다”고 하여 별 문제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하였다. 특히 기자가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한국에 대한 경고로 묘사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단거리지만 우리 동맹인 한국·일본 입장에선 단거리가 아니다’라고 묻자 “그들 양측은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래 왔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경고임을 알고 있지만 자신(미국)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2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비무장지대에서 만났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 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약속 파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북한 미사일은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니 문제 삼지 않겠다 ▲우리와의 약속을 어긴 것도 아니다 ▲항상 있어왔던 남북문제일 뿐이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미국의 반응은 매우 독특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발’로 규정하면서 군사적 응징, 경제 제재를 부르짖던 과거의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게다가 동맹관계를 강조하며 한국을 자신들이 지켜줘야 할 나라로 다루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한국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국내 친미 세력들은 여기서 충격을 받은 듯하다. 대표적 친미언론인 조선일보는 7월 29일 기사 「동맹은 뒷전... 미 위협만 아니면 괜찮다는 트럼프」에서 트럼프의 발언이 “동맹은 뒷전인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실체”라고 흥분하면서 이는 “한국이 무력 위협을 받으면 UN 등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 개입한다는 한·미 동맹의 원칙을 담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3조의 취지를 무시한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둘째는 북한의 입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공격형 무기반입과 합동군사연습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부득불 남쪽에 존재하는 우리 국가안전의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초강력 무기체계들을 줄기차게 개발해나가야 한다”며 미사일 발사 배경을 설명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최신무기반입이나 군사 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을 남쪽을 향해 오늘의 위력시위사격 소식과 함께 알린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우 특이하게도 문재인 정부에게 강한 경고를 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2. 문재인 정부의 선택지
물론 북한이 미국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과 무관한 건 아니다. 북한이 지목한 ‘최신무기반입’도 미국 무기 수입이고, ‘군사연습’도 한미연합훈련이며, 주한미군이 한국군을 직접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향후 취할 수 있는 선택지에는 어떤 게 있는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 미국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히 곁들일 것이다.
(1) 북미대화 중재를 적극 추진
문재인 정부는 북미 협상이 타결돼야 평화 국면이 열리고 그 속에서 남북교류협력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재자’를 자처하며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현재까지 이런 입장이 강하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성공하려면 북미 사이에 합의점이 보여야 하고 협상을 하더라도 논의 지점이 형성되어야 한다. 일단 지금 북미 사이의 논의 지점은 북한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안한 조건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민수제재 해제를 동시 이행하는 안이다. 아마 문재인 정부나 미국도 이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사이에 미국이 이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북한에 제안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 제안을 철회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그렇다면 이 제안을 가지고는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할 수 없고 북미 사이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북한은 이미 하노이 제안을 폐기했다고 공식 밝혔다.
하노이 회담이 합의문 없이 끝나자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제안에 대해서 미국 측이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이나 같다”고 하였다. 기회를 줬으나 받지 않았으므로 이런 ‘좋은’ 조건의 제안은 다시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결정적인 선언은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그 무슨 제재해제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적대세력들의 제재해제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결론은 절대적이다. 이제 북한의 협상단은 제재 해제를 위한 협상안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하노이 제안은 이미 폐기된 것이다.
4월 26일 중국을 방문한 김영재 대외경제상도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제재를 백 년 하려면 백 년 하고, 천 년 하려면 해라”, “지금까지 거의 한 세기 동안 제재받고 살았는데 지금 제재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제재하는 게 재밌으면 계속하라”면서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대북제재를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거부한 것으로도 하노이 제안이 폐기됐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남조선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북미 대화에 한국 정부가 낄 곳이 없음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북미 사이의 이견을 조율해보겠다며 북한의 ‘어떤’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그에 상응하는 경제 보상을 맞바꾸는 안을 마련하고 북미 양측을 중재했다. 그 결과가 하노이 회담이었는데 미국이 예정에 없던 일방적인 억지 주장을 하면서 한국 정부가 마련한 판을 깨버렸다. 이러니 북한 입장에서는 더 이상 문재인 정부의 중재안을 고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안은 폐기됐고 이제 북미 회담에 문재인 정부가 낄 곳도 없다. 하노이 제안은 이미 폐기된 것이다.
그렇다면 하노이 이후 북한의 요구안은 무엇일까? 리용호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원래 북한의 요구는 안전담보, 다시 말해 군사 분야 조치이지만 미국의 사정을 고려해 (혹은 문재인 정부의 중재를 고려해) 제재 해제라는 경제 분야 조치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미국이 안 받았으니 이제는 군사 분야 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4월에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월 북중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를 돕겠다”며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으로 안보 문제를 꺼냈다.
이제 비핵화 대 경제보상 안은 폐기됐고 비핵화 대 안전보장으로 협상 의제가 바뀌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첫째는 북미 상호 핵폐기다.
미국이 자국 핵무기를 폐기하면 북한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핵폐기를 위해 자국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핵폐기가 아닌 이상 미국이 핵폐기를 할 가능성은 없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전 세계 핵폐기도 현실 불가능하다.
둘째는 핵동결 대 주한미군철수다.
북한이 핵무기를 더 생산하지 않는 대신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하면서 이미 핵무기 동결 상태에 들어갔음을 언급했다. 핵동결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로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 가능한 게 주한미군철수다.
그러나 아직 미국은 비핵화 대 경제보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 목표를 핵폐기에서 핵동결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설사 목표를 핵동결로 바꾼다 해도 미국이 그 대가로 주한미군철수를 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동북아 패권 유지를 위해 주한미군을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한다.
따라서 북미 협상은 당분간 진행하기 어렵다. 당장 7월 중순에 하기로 한 북미 실무협상도 열리지 않고 있으며, 실무협상이 열리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은 더욱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북미 협상 중재라는 선택지는 적절하지 않다.
(2) 미국에 안보 불안 해소 요청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안보 불안이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에 뭔가를 요청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요청할 수 있는 첫 번째는 미국의 립서비스다. 미국이 한미동맹 튼튼하다, 주한미군을 유지한다,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유지한다는 확언을 해주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립서비스는 안보 불안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북한이 2017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핵우산과 주한미군을 철수하면서 한국에서 발을 뺄 수 있다, 그러면 북한 주도로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실제로 더그 밴도우(Dr. Doug Bandow)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7년 4월 포린폴리시 기고 칼럼에서 “(북한이) 머지않아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분명 동북아시아 힘의 균형이 바뀔 것이다”라면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한 빨리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친미의존세력은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의 립서비스는 이런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립서비스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직접 대응이라고 볼 수 없다. 미래의 우려를 예방하는 의미는 있지만 현재의 안보 불안을 불식할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는 미래의 우려도 해소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국은 자기네 본토만 안전하면 한국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북한 미사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반응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능력을 가진 이상 미국의 이런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지금 무슨 립서비스를 하든 한국의 안보에는 아무런 대책이 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요청할 수 있는 두 번째는 핵전략자산 증강이다. 전술핵무기 재배치, 핵잠수함 배치, 핵폭격기 무력 시위와 상시 배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조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대응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청이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남북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핵전략자산을 전개했다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해 군사행동을 돌입하면 낭패다. 미국 입장에서 핵전략자산 증강 요청은 북한 미사일 문제를 전면적으로, 책임적으로 떠안고 해결하라는 요청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보면 미국에게 안보 불안을 해소해달라는 요청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3) 추가 대북제재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추가 대북제재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없다.
첫째, 미국은 대북 추가제재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탄도미사일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따라서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제재를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상 러시아나 중국이 이번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미국이 상정해야 하는데 미국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추가 대북제재가 파국을 부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1일 미 재무부가 대북 추가제재를 발표하자 몇 시간 만에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고, 다시 몇 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일련의 사건을 통해 미국은 대북 추가제재를 할 경우 북미 협상은 끝장나고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따라서 미국은 유엔에 대북 추가제재 의제를 상정할 수 없다. 미국의 독자 제재를 추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할 수 없다.
둘째, 문재인 정부도 독자 대북제재를 할 수 없다.
미국의 대북제재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면 모를까 미국이 가만히 있는데 한국 정부가 독자 대북제재를 추가한다면 이는 스스로를 박근혜 정권과 다르지 않다고 선언하는 꼴이 된다. 촛불 민심이 뒤집어지면 문재인 정부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 이를 잘 아는 문재인 정부가 독자 대북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추가 대북제재도 문재인 정부의 선택지는 아니다.
(4) 현무미사일 발사로 맞대응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한국군 미사일 발사 무력시위도 하나의 선택지다.
한국군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과 비슷한 사거리의 현무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23일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현무2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 한국군의 미사일 발사 맞대응은 자유한국당의 지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군의 독자적인 미사일 맞대응은 이후 뒷감당이 어렵다.
미국이 군사대응을 자제하고 있는데 한국이 독자적인 군사 행동을 한다면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을 배제하고 직접 북한과 군사 대결을 하겠다는 신호가 된다. 그럼 북한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단식으로 수위를 높여가며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군사 대응에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군이 단독으로 상대해야 한다.
만약 서해 NLL이든 군사분계선 어딘가에서든 무력 충돌이 발생하거나 북한군의 실력행사가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한국군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주한미군의 도움 없이 한국군 단독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2007년 6월 11일 조갑제닷컴에 기고한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의 「‘제3차 서해교전’ 예상 시나리오」를 보면 주한미군 도움 없이 서해 NLL에서 남북이 충돌하면 한국군이 참패하는 것으로 나온다.
아마 북한은 만약의 충돌 상황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에 기본 시나리오에 대한 암시를 줬을 것이다. 남북 군사 충돌 시 주한미군이 외면하고, 한국군이 참패할 것임을 뻔히 알면서 문재인 정부가 독자적인 군사 대응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특전여단 출신으로 군사 현실을 잘 알기에 무모한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다.
(5) 인내 정책 혹은 무시 전략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굳이 대응하지 않고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한국군의 무기반입과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았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이행한다면 북한의 군사적 대응이 추가될 것이다. 대응 수위도 점점 올라갈 것이다. 이걸 문재인 정부가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을까? 무시할수록 국내 비난이 커질 것이다.
물론 무기반입과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분야 부속합의서에서 이미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자유한국당 등 분단적폐세력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선택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6)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전격 추진
역시 지난해 남북이 합의했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북한이 볼 때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되돌아가려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면 미사일 사태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자유한국당 등 적폐세력의 극렬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미국이 과연 승인 혹은 묵인할 것이냐다. 지금까지 미국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철저히 막아왔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갈등을 각오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든, 아니면 미국을 설득하든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북한이 ‘새로운 길’의 시한을 올해 연말까지로 못 박았음을 다시 떠올려보자. 만약 이 상태로 내년 1월 1일이 되면 북한은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예상하지 못한 군사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며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치명상을 안길 것이다.
북한의 ‘새로운 길’을 막으려면 미국이 ‘핵동결 대 주한미군철수’라는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는 미국에게 나쁠 게 없다.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대가로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 공격의 위험에서 건질 수 있으니 트럼프 정부가 표방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과도 부합한다. 또 주한미군을 철수해도 아직 주일미군이 있으니(물론 주일미군 유지에 대해 북한과 합의를 봐야 한다) 미국이 동북아에서 완전히 손을 터는 것도 아니다. 이 방향으로 가면 한반도 문제는 근본적 대격변으로 전환되며 단거리 미사일 문제는 이에 비해 하위개념이므로 그 전에 뭔가 대책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결심하지 못하면 파국을 피할 수 없을까? 여기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할 지렛대를 찾을 수 있다. “내가 일단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남북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북한의 ‘새로운 길’을 막아보겠다”고 트럼프 정부를 설득하면 충분히 미국의 승인 혹은 묵인을 따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입지를 확보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번영을 실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고마운 지렛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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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를 나열하였다. 이 중에 문재인 정부가 뭘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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