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4월 21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241] 한국 경제 현황과 과제 ②
(이어서)
3) 흔들리는 택시 산업
지난 2월 서울 택시비가 크게 올랐다. 일반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나 올랐고 기본 거리도 2킬로미터에서 1.6킬로미터로 줄어들었다. 거리 요금도 132미터당 100원에서 131미터당 100원으로 올랐으며, 시간 요금도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올랐다. 할증 시간도 늘어났다. 자정에 시작하던 할증이 밤 10시로 당겨졌고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할증률이 20%에서 40%로 늘어났다.
택시비가 크게 오르면서 손님도 많이 줄었지만 택시업계는 두세 달만 지나면 원상 복귀할 것으로 보았다. 2013년, 2019년에 택시요금을 올렸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서민의 주머니 사정이 생각보다 심각해 아예 택시를 타지 않게 된 것이다. 택시를 타던 사람들은 택시보다 값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할증 시간에는 공유 차량 ‘쏘카’를 이용한다거나, 지하철·버스 막차를 못 타면 친구 집에서 자기도 한다.
법인 택시 기사는 요금은 올랐어도 손님이 줄어서 수입이 그대로인데 회사는 ‘사납금’을 올리려고 하고 있어 오히려 수입이 줄어들 형편이다. 참고로 기사가 자신의 수입 가운데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것을 사납금이라고 하는데 2020년 법 개정으로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90% 정도의 법인 택시 회사가 불법으로 사납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을 닫는 법인 택시 회사도 나타났다. 2019년 출범한 마카롱 택시는 1월 28일 파산 신청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에 기사 부족으로 인해 회사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저녁 시간에 늘어선 빈 택시의 모습은 심각한 경제 상황을 대변하는 듯하다.
4) 물가 폭등
세계가 물가 폭등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한국의 현실도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서도 월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월 5.2%, 2월 4.8%, 3월 4.2%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참고로 2012년 이후로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를 넘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친 경제고통지수는 올해 1월이 1999년 이래 가장 높았다.
실생활에서 물가 폭등을 가장 크게 실감할 수 있는 곳이 식당이다. 식당 처지에서는 밀가루 등 원자잿값이 오른 데다 요리를 위해 필요한 가스, 전기 요금도 크게 올라 음식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매일 식당 밥을 먹어야 하는 직장인의 처지에서는 타격이 크다. 치솟는 외식비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이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이 새로운 인기 식사로 각광을 받는다. 점심시간이면 편의점 도시락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도 보인다.
술집도 마찬가지다. 안주 가격은 물론 술값도 올랐다. 이제는 웬만하면 술을 사 가지고 집에서 먹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또 모텔에서 술을 먹는 새로운 문화도 생겼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새벽에 할증 요금 내가며 택시 타고 집에 가는 것보다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를 사 가지고 모텔에서 편하게 먹고 자고 다음 날 바로 출근하는 게 더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5) 중고차 시장
작년 말부터 중고차 시세가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중고차 업체인 엔카닷컴이 3월 중고차 시세를 분석한 결과 국산 중고차 평균 시세(2020년식 기준)가 전월 대비 4.12%나 하락했으며 수입차도 4.27% 하락했다.
특히 대형차, 수입차 등 고가의 고급 차의 중고차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일단 경기 침체로 대형차 유지가 부담이 된 사람들이 중고차로 많이 내놓으면서 매물이 늘어났다. 거기다 중고차도 대출받거나 할부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금리가 반년 만에 두 배가량 오르는 바람에 중고차 구입 부담이 늘어 수요가 줄어든 것이 겹쳤다.
지난해 중고차 재고량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거래도 크게 줄었다. 중고차 거래 중계인(딜러)은 일단 자기가 중고차를 구입한 후 고객에게 판매하는데 중고차를 살 때 연 10% 금리로 대출받는다. 그런데 중고차가 안 팔리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중계인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전체 중계인 가운데 30%가 폐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 급등에 중고차부터 ‘한파’…“손님 구경할 수가 없어요”」, 한국경제, 2023.1.9.)
반면 소형차, 경차의 경우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경기 침체로 사람들이 타던 차를 바꾸지 않고 그냥 타는 경우가 늘고, 또 반도체 대란으로 신차 출고도 어려워지면서 중고 매물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고차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대출이나 할부 없이 살 수 있는 저렴한 차를 찾다 보니 중고 소형차·경차 가격이 오른 것이다. 그래서 아예 중고차 구입을 포기하고 리스나 장기 렌트로 알아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6) 부동산 시장
지난해 전국 집값이 14년 만에 최대로 떨어졌다. 특히 고가 아파트보다 중소형 아파트 가격 하락이 더 큰데 3월 기준 전년 대비 8.58%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형 아파트는 3.14%밖에 안 떨어졌다. 피해가 부유층보다는 중산층과 서민층에 집중되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집값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규제 완화보다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금리는 오르면서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이 피가 마른다며 아우성친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족’의 성지로 불리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집값은 다른 지역보다도 더 많이 떨어졌다. 노원구의 한 아파트는 2021년 초 5억 5천만 원에서 출발해 1년 만에 7억 2천만 원으로 올랐다가 다시 1년 후 4억 9천만 원으로 떨어졌다. 그 사이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두 배나 올랐다. (「‘영끌’했더니 피 말라요」, 비즈니스워치, 2023.1.22.)
집값 하락은 아파트 미분양 사태로 연결된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의 3분의 1 정도가 미분양 됐다. 미분양 사태는 건설업체 부실로 이어진다. 작년 하반기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가 180건으로 재작년 하반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이는 건설업체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진다. 지난 1월 3일 서울에서 열린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부동산 PF 등 부동산 관련 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월 23일 「2023년 기준금리 예측과 정책 시사점」에서 올해 한국 기준금리가 현 3.5%에서 연말에는 4.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도 위축되면서 부동산 금융 부실도 커질 것이다. 부동산 금융 위기가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