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3년 02월 10일
기사 제목 : [아침햇살223] 2023년 1월 남·북·미 결산②
(이어서)
2. 미국
1) 정치
미국 정계는 현재 전·현직 대통령·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으로 무척 시끄럽다.
지난해 8월 미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해 기밀문서를 무려 11상자 700쪽 분량이나 발견했다. 바이든 민주당은 트럼프를 맹비난했고 트럼프 측은 정치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11월 18일 이 문제를 다룰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한편 중간선거를 6일 앞둔 지난해 11월 2일 바이든 대통령 측이 바이든 개인 사무실에서 기밀문서를 발견했다. 부통령 시절 입수한 기밀문서를 개인 사무실에 보관한 것이다. 바이든 측은 문서를 국립문서보관소에 넘기고 연방수사국에도 보고했지만 중간선거를 의식해 이 사실을 숨겼다. 이어 12월 20일에도 바이든 변호사들이 델라웨어주 바이든 사저에서 기밀문서를 발견해 법무부에 보고했다. 이 역시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1월 9일 바이든 개인 사무실에서 기밀문서를 발견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 바이든은 “문서 발견 소식에 나도 놀랐다”라며 발뺌하였다.
이로써 민주당, 공화당은 공수를 교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으로 공화당을 맹공격하던 민주당은 역공당하게 되었다. 공화당은 당장 특검을 주장했고 법무부는 12일 로버트 허 메릴랜드주 연방검찰청 전 검사장을 특검으로 임명했다.
이런 와중에도 12, 14일에 바이든 사저에서 기밀문서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1월 20일 연방수사국은 바이든 사저를 13시간 동안 압수수색해 기밀문서 6개를 또 찾아냈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 사저를 압수수색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바이든은 취재진을 피해 도망 다녔다.
그런데 이번에는 펜스 전 부통령 자택에서도 10여 건의 기밀문서가 발견되었다. 펜스 측은 곧바로 문서를 연방수사국에 반납했으며 1월 24일에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바이든 민주당은 반격의 기회를 잡고 ‘기밀문서 유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로 몰고 가고 있다.
한편 연방수사국은 2월 1일에도 바이든의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별장을 압수수색했다. 기밀문서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수색이 이어질 것임을 보여주었다.
향후 특검 결과에 따라 대통령 탄핵이나 전직 대통령·부통령 처벌도 가능한 상황이라 미국 정계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도 혼란스럽다. 미 하원은 남북전쟁 이후 가장 긴 과정을 거쳐 1월 7일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의원을 하원의장으로 선출했다.
원래 미 하원은 2년마다 의장을 선출하는데 본회의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야 한다. 투표 방식은 각 의원이 기명으로 의장이 되기를 원하는 의원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특이하게도 지목 대상은 의장 후보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렇게 해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미국이 민주당-공화당 양당 체제로 굳어진 후에는 보통 한 번의 투표로 다수당 원내대표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올해 연방 하원은 공화당 의원 222명, 민주당 의원 2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공화당이 내세운 의장 후보인 매카시 전 원내대표가 선출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매카시가 과반 득표를 못 해 무려 15차례나 투표를 반복했다. 공화당 내 반란표가 많게는 21표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하원에서 2번 이상 투표를 거친 경우는 1923년 이후 100년만이다.
공화당의 반란표는 공화당 내 극우 조직인 프리덤 코커스가 주도했다. 흥미로운 건 원래 프리덤 코커스가 친트럼프 강경파로 출발했는데 정작 트럼프가 지지하는 매카시를 반대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들에게 직접 전화해 매카시 지지를 호소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들이 매카시 지지를 거부한 이유는 매카시가 민주당에 타협적이라는 것이다. 극우 정치인인 트럼프를 지지해 모인 집단이 어느덧 트럼프보다 더 극우 강경 성향을 보이게 되었다.
공화당 지도부도 통제하지 못하는 이들 세력의 부상은 미국 정치가 혼란에 빠져 있음을 잘 보여준다.
2) 경제
1월 미국 고용보고서는 예상을 뛰어넘어 6개월 만에 고용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실업률도 5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였다. 바이든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상태가 강하다”라며 기뻐했다.
그런데 금융가의 반응은 반대로 나타났다. 원래 미 연준은 물가상승을 잡는 게 급선무라서 이를 위해 금리를 올렸다. 금리를 올리면 투자가 줄어서 고용 속도가 느려지고 실업자가 늘어나 물가상승이 멈춘다는 게 미 연준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금리를 올렸음에도 실업자가 줄었다. 따라서 미 연준은 실업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늘어날 때까지 금리를 더 높이기로 했으며 2월 기준금리도 0.25%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주가는 더 내려갔다. 고용이 늘어난 것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실업자가 늘어나면 주가가 올라가는 기묘한 구조다.
아무튼 1월 고용동향을 보면 미국 경제에 파란불이 들어온 것으로 여길 수 있으나 현실은 또 다르다.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았던 거대 정보기술 기업, 이른바 빅테크에 감원 바람이 불었다. 1월 한 달간 4,700개의 전문직 일자리가 사라졌다. 또 아마존 1만 8천 명, 알파벳(구글) 1만 2천 명, 마이크로소프트·메타(페이스북) 1만 명, 세일즈포스 7천 명, 델 6,650명, 줌 1,300명, 이베이 5백 명 등 여러 기업이 감원을 예고했다. 15년간 계속해온 사업 확장을 멈추고 긴축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정보기술 대기업의 감원 규모는 20만 명에 달한다.
대기업의 대량 해고 속에서 고용 확대가 이루어졌다면 고용의 질이 떨어졌다고 추론할 수 있다. 양질의 정규직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과 단기 알바가 채우는 것이다.
미 경제학자들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 시각) 71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을 확률이 61%에 이르며 응답자의 75%는 경기 연착륙이 힘들다고 봤다. 또한 2분기부터 실업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의 자문을 받는 유니버스 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스피츠나겔은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명백한 시한폭탄이 다가오고 있다”, “1920년대 후반보다 경기 충격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하였다. (「美헤지펀드 “美경제, 대공황보다 더 심한 침체 겪을 것”」, 연합인포맥스, 2023.2.1.)
3) 사회
2023년 1월 한 달 동안 미국에서는 무려 52건의 총기 난사 사건(총격범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사상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1,606명이 사망하였다. 이는 1월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 ‘총기 폭력 기록(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통계는 다음과 같다.
■ 총기 난사 사건: 52건
■ 사망자: 1,606명
■ 부상자: 2,756명
■ 어린이 사상자: 66명
■ 10대 청소년 사상자: 436명
■ 총기 사고: 131건
■ 총기 자살: 2,112명(추정)
몇 가지 대표적인 총기 사건을 살펴보자.
1월 6일 버지니아 항구도시 뉴포트뉴스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교사를 권총으로 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교사는 중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또 21일 LA 인근 몬터레이 파크의 춤 교습소에서 70대 노인이 총을 난사해 무려 1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미국이 충격에 빠졌다. 사건 발생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 하프문베이 외곽 농장에서도 7명이 사망하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1월 3일에는 선거에서 패배한 정치인이 상원의원에게 총기를 휘두르며 보복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뉴멕시코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공화당 후보 솔로몬 페냐가 앙심을 품고 4명의 ‘킬러’를 고용해 선거관리인과 민주당 정치인들의 집에 총격을 가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린다 로페즈 뉴멕시코주 상원의원의 자택을 습격할 때는 자신도 자동소총을 들고 합류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지만 정치인도 총기 사건 범인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미국은 이미 내전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3. 북한
1) 정치
북한은 1월 1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한 해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북한 언론은 연일 관련 해설 기사를 내보내며 전체 국민이 전원회의 결과를 잘 알도록 하였다.
북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동당 지역위원회들이 각급 당 조직을 동원해 전체 일꾼, 당원, 근로자를 전원회의 사상과 정신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학습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평안북도의 경우 도당위원회가 1월 2일 화상회의를 열어 도당 일꾼, 행정일꾼, 시·군당 부장 이상 일꾼에게 전원회의 교양을 하였으며 정치사업 자료를 제작해 각급 당 조직에 배포하였다.
지역별 결의대회도 열렸다. 특히 평양시 궐기대회는 5월1일경기장에서 10만여 명의 당원, 근로자, 청년학생이 모여 진행되었다.
또한 10~13일 기간에 평양시와 각 도당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열려 전원회의 결정 관철 대책을 토의하고 과제들을 결정하였다.
17~18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가 열려 지난해 결산과 올해 예산을 확정해 전원회의 결정을 국가 차원에서 이행할 대책을 마련하였다. 북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회의에서 별다른 이견이나 진통은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말 법정 처리시한과 정기국회 회기를 모두 넘기면서 여야 대치 끝에 겨우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한국이나, 야당이 정부 부채 한도 상향을 반대해 파산 위기에 빠진 미국의 모습과는 다르다.
이처럼 1월 한 달 동안 북한은 올해 국가가 나아갈 방향인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는 데 당, 정부, 국민이 모두 동의하고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였다.
2) 경제
북한은 1월 17~1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규모라고 한다. 참고로 한국 정부의 예산은 올해 0.05% 줄어들었다.
전체 예산의 45%는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 생활을 개선 향상시키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또 15.9%는 국방비로 사용한다.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대폭 늘어난 분야는 농업이다. ‘새 시대 농촌혁명 강령’에 따른 농촌 진흥을 위한 사업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14.7%나 올랐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통해 2020년을 기준으로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 1.4배 이상, 인민소비품 생산 1.3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균 경제성장률이 7%인데 이 정도면 중국보다 더 빠른 성장을 하는 셈이다.
북한 언론 보도를 보면 새해 첫 한 달 동안 여러 부문의 산업이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한다. 정체불명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한 조·중·동의 보도와는 정반대다. 북한 경제의 실제 현황은 현재 우리로서는 확인할 수 없으며 북한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3) 사회
북한 노동신문은 1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일꾼들에게 “서로 돕고 이끄는 아름다운 미풍이 국풍으로 되게 하고 사람들 속에서 집단주의 정신을 높이 발양”시키는 문제와 관련한 가르침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전체 국민이 서로 돕고 이끌며 화목하게 살아가자는 내용을 자주 보도하였다.
최대 비상 방역 기간에 주민들이 서로 의약품과 생필품을 나누었던 사례,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해 진출한 사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도와준 사례, 자식이 없는 노인을 친부모처럼 모신 사례 등을 북한 언론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실제 북한 국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사회의 면모를 보기 위해서는 민간 교류를 재개해야 하며 북한 소식도 변조 없이 볼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통일부가 북한 방송을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개방하겠다고 하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반년 넘게 시간이 지났지만 통일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사업 추진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 방송을 소개하던 통일TV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방송 송출을 거부당하는 일까지 생겼다.
아무튼 북한의 1월을 돌아보면 정치 사회적 혼란이나 갈등, 경제적 비관을 찾아보기 힘들다.
(끝)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