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4.

20대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서 대선 후보 선출 시기가 다가오던 지난 2021년 6월, 이른바 ‘윤석열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논란이 터졌다.

지난 2021년 6월 19일, 신한국당(국힘당 전신) 사무처 당직자 공채 1기로 김무성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장성철 시사평론가는 본부장 비리가 정리된 ‘윤석열 X파일’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장 평론가는 윤석열 X파일에 본부장 비리에 관한 여러 내용이 정리돼 있다며 “(윤석열 당시 국힘당 대선 경선 후보가) 현 집권세력(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장난질을 치기 너무 좋은 먹잇감이 될 것 같다”, “여러 가지 방어가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후 2021년 11월 24일, 진보 성향 언론 열린공감TV는 장 평론가와 다른 경로로 입수한 윤석열 X파일 내용을 보도하면서 본부장 비리가 최소 137건(본인 71건-부인 38건-장모 28건 등)에 이른다고 전했다. 

본부장 비리는 그 내용이 워낙 방대해 책 한 권으로 정리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의혹으로만 남아 있거나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덮인 사건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 부실수사’ 사건을 중심으로 다루려 한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 부실수사

 

 

 

 


주요 언론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알고 보면 대장동 사건의 ‘시작’에는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있었다.

때는 윤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중수) 2과 과장이었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수 2과는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 대출(아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진행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부산저축은행이 수만여 명의 국민이 맡긴 예금으로 부동산 투기세력 등에 수천억 원대 불법 대출을 일삼다가 파산한 사건이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에 목돈을 맡겼다가 돌려받지 못해 말 그대로 집안이 망한 사람들이 많았고, 삶을 비관하다가 숨진 이들도 있었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사건을 추적해온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는 지난 2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대장동 일당이 제외된 것과 관련해 “당연히 수사 대상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2011년 윤석열 주임 검사가 이끄는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입건조차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성남시 대장동 개발에 눈독을 들이던 김만배 씨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은 부산저축은행에서 1,800억 원에 이르는 불법 대출을 받았다. 대장동 일당으로는 검찰과 오랫동안 교류해온 법조기자 출신 김만배 씨를 비롯해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 등이 속했다. 위 인물 중에서 조우형 씨는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중수 2과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는 윤 대통령이 30여 년 동안 친하게 지내온 박영수 변호사가 조우형 씨의 변호를 맡았다. 이와 관련해 뉴스타파는 윤 대통령이 당시 대장동 일당의 죄를 덮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래는 윤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덮은 정황이 담긴 음성파일 내용 일부다.

 

 

김만배 : “얘가 다른 기자를 통해서 찾아와. 조우형이가 나를…”
신학림 : “조우형이 찾아온다고?”
김만배 : “응. (조우형 씨가) ‘형님, 제가 이렇게 수사받고 있는데 다른 기자분들이 해결 못 해주는데... 형님이 좀 해결해 주세요’ 그래서... ‘그래? 그런데 형이 직접 (검찰에) 가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중략) 그 당시에 윤석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박OO이 주임 검사야. 그래서 내가 박영수(변호사)를 소개해줘.”
신학림 : “아, 조우형한테?”
김만배 : “응. 박영수 변호사를…”
신학림 : “나름대로 거물을 소개해 줬네.”
김만배 : “왜냐하면 나는 형, 그 (검찰의) 혈관을 다 아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중략...

김만배 : “윤석열이가 ‘니(네)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
신학림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김만배 : “응. 박OO (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신학림 : “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
김만배 :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
신학림 :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김만배 :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
-지난 2021년 9월 15일, 김만배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한 대화 중에서.(뉴스타파, 2022.3.6.)

 


실제로 중수 2과는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70여 명을 무더기로 구속, 기소했지만 조우형 씨 등 대장동 일당은 쏙 빼서 무혐의 처리했다. 대장동 일당이 불법으로 대출받은 1,800억 원도 잘못을 묻지 않았다. 대장동 일당을 봐준 것도 모자라 1,800억 원까지 고스란히 챙길 수 있도록 ‘배려’해준 셈이다.

당시 윤 대통령이 박영수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봐주기 수사’를 지시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장면이다.

대장동 일당은 중수 2과 수사팀이 자신들을 봐준 결과로 챙긴 1,800억 원을 종잣돈 삼아 성남시 대장동 땅을 사들였다. 당시 약 92만제곱미터에 이르는 대장동 부지에 5,904세대가 들어서는 대형 아파트 단지 개발 논의가 오갔다.

결과적으로 대장동 일당이 투기를 할 수 있도록 종잣돈 1,800억 원을 확보하게 도운 윤 대통령은 대장동 일당의 ‘은인’, ‘1등 공신’이나 다름없는 행위를 한 셈이 됐다.

한편, 대장동 일당은 2015년 김만배 씨를 중심으로 대장동 개발 수익을 관리하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를 설립했다. 화천대유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던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해, 박영수 변호사 등 이른바 ‘50억 클럽’ 인사들에게 많게는 수십억 원이 넘는 목돈과 아파트 등 이익을 나눠줬다. 이는 정황상 대장동 일당의 불법 대출을 무마해준 대가로 건넨 ‘뇌물’로 보인다.

여기서 돈의 흐름을 더 따라가면 윤 대통령의 아버지인 윤기중 전 연세대 명예교수까지 이어진다.

지난 2019년 4월 30일, 김만배 씨 누나 ㄱ 씨(화천대유 최대 주주)는 급매물로 나온 윤 전 교수의 집을 19억 원에 구매했다. 당시는 서울중앙지검장인 윤 대통령이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민감한 시기였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은 ‘김만배 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 (아버지의) 집을 산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알겠나’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당시 윤 대통령과 국힘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은 홍준표 전 의원은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우연의 일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황상 ㄱ 씨가 윤 전 교수의 집을 사준 건, 윤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대장동 일당을 봐준 뇌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또 이와 다른 경로로 김만배 씨가 윤 대통령에게 뇌물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만배 씨는 “윤석열이는 형(김만배)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 “윤석열 영장 들어오면 윤석열은 죽어” 같은 말도 했다. 자신에게 ‘윤 대통령을 날릴 패’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열린공감TV, 우상호 민주당 의원 등이 공개한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중에서.)

YTN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2년 12월 9일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를 둘러싼 재판에서 남욱 씨는 ‘윤석열 대통령 밑에 있는 검사들 중에 김만배 씨에게서 돈 받은 검사들이 워낙 많아서 수사를 못 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면 먼저 대장동 일당을 수사에서 봐준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윤 대통령부터 파헤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봉지욱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개발의 종잣돈은 서민들의 피눈물이었습니다”라며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왜 10년 전 일까지 끄집어내냐’고 말했지만, 철저히 끄집어내서 수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은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시켜 민주당 인사들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만들어 국힘당 측에 건넸다는 고발사주 의혹, 자신과 친분이 있는 윤대진 검사장의 형과 건설사 삼부토건에서 뇌물을 받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지시 의혹 등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는다.

윤 대통령은 이미 2022년 3월 2일, 대선 TV 토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진상규명을 포함한 ‘대장동 특검’을 추진하자고 하자 거부한 바 있다.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지금은 자신의 잘못과 치부를 덮으려 검찰 권력을 악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권을 향해 ‘윤석열 검찰공화국-윤석열 검찰왕국’ 같은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도 전부터 숱한 비리 의혹을 받아왔다. 이런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또 어떤 중대한 비리를 저지를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윤 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