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7.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라면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나아가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라며 노동조합을 기득권으로, 지대를 추구하는 집단인 양 규정했다. 

통상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에는 사회통합 등의 내용이 담기는데, 윤 대통령은 노동조합을 사회악처럼 묘사하며 적을 만들고 분열을 조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노동 인식

 



그동안 윤 대통령은 반노동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작년 6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가 0.3평짜리 철제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두고 ‘30% 이상 깎인 임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임금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조선소들은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빨리 불법행위를 풀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모든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며, 하청지회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당시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볼 수 없고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것이다.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왜 자신의 몸을 가두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불법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잣대만 존재할 뿐이었다. 더군다나 20m 고공에서 안전 그물망도 없이 일하는 조선소의 열악한 작업 환경(산업안전보건법), 하청노동자를 향한 폭력행위와 협박(형법-특수상해, 협박) 등 기업 측의 불법행위는 관심조차 없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화물노동자들은 작년 6월과 11~12월 과로·과속 운행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화물노동자들의 최소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의 지속과 적용 직군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이에 윤 대통령은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화물연대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시켜 차주들을 강제로 업무에 복귀시켰다. 서류를 받은 다음 날 자정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되며,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중지 등 각종 불이익을 주겠다며 압박했다. 

윤 대통령이 나서서 불법을 운운하니 안전운임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 정부와의 대화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노동 탄압

 



이러한 윤 대통령의 반노동적 인식 속에 새해 들어서는 전 부처가 경쟁이라도 하듯 노조 때리기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큰 부정을 저지른 듯 노조 회계 점검에 착수했고, 국토교통부는 건설노조가 조폭과 다름없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안에 ‘간첩’이 있다며 ‘압수수색 쇼’를 보여주기도 했다. 

공정위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량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화물연대를 대상으로도 공정거래법(부당공동행위 등) 위반이 있었는지 살피겠다며 조사에 나섰고, 1월 18일 화물연대를 조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우리 헌법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에서 노동자들에게 단결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단결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일종의 독점적 권한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애초부터 자본과 기업에 비해 노동자들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즉, 단결된 노동자만이 기업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활동은 독과점을 규제하는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 

나아가 주요 국가들은 현행법상으로는 자영업자이지만 실질적인 노동자를 특수고용노동자 등으로 명명하며 노동권 보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자영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자로 판단되는 경우 경쟁법(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 국제 노동기구와 주요 선진국들의 일관된 견해다. 작년 9월 유럽연합도 1인 자영 노동자에 경쟁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권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한겨레, 2022.12.29.). 

하지만 한국의 공정위는 이런 국제적 흐름을 무시한 채 각종 법률적 해석을 앞세워 노동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건설노조는 고용노동부의 노조 설립 필증도 발급받은 합법 노조임에도 공정거래법(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을 적용했다.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벌이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수많은 활동이 공정거래법상 담합 및 불법이 될 소지가 크다. 

 

 


‘노사 법치주의’란 없다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사 법치주의’야말로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고 진정으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길”이라며 엄격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말은 거짓이다. 윤 대통령은 노사를 상대로 동등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댈 생각이 없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재벌대기업은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받을 일이 없다. 혹여 재벌대기업들이 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면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법이라도 개정해서 법 위반의 소지를 없애려 하는 것이 현재 윤석열 정부다.

현재 기업 측에서 정부를 상대로 민원을 넣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현장 소장이 처벌 대상이 되고 처벌 수준도 벌금 500만 원 내외였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중대재해는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작년을 돌아보면 대전 아울렛 화재, SPC 계열사 제빵공장 20대 노동자 끼임 사고, 안성 물류창고 붕괴 사고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산업재해 사건이 많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지난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248명·234건) 대비 8명(3.2%)이 증가했다(헤럴드경제, 2023.1.24.).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이 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경제5단체장과 만나 재계가 보완 입법을 요구하는 중대재해법과 관련 “결함이 많다”라며 “기업이 최대한 피해 입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한겨레, 2022.12.12.).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발표에서 “중대재해와 관련한 정책을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자기규율(자율) 예방 및 엄중 처벌’로 전환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현재까지 230여 건의 중대재해 중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11건에 불과하다.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노조를 상대로 몽둥이를 휘두르던 공정위는 기업의 민원 해결 창구가 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개편안에서 공시 대상 내부거래의 금액 기준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50억 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100억 원 이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측은 전체 내부거래 약 2만건(2021년 기준) 중 5,000건(약 25%) 정도는 공시 의무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벌대기업들은 그동안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물품을 통상의 판매가격보다 싸게 판매하는 등의 내부거래를 통해 손쉽게 계열사를 키워왔다. 공정위가 감독해야 할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규모는 줄지 않았다(모든 내부거래가 불법은 아니다). 2020년 기준 대기업집단 71개의 전체 매출액 중 내부거래 금액은 183조 5,000억 원에 달했으며 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 등 5개 집단의 내부거래 규모는 121조 1,000억 원이다.

공시제도는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도록 만들어 부당행위와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장치다. 공정위의 조치는 한마디로 기업의 부당행위, 부정부패를 눈감아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나아가 공정위는 공시 의무 위반 과태료 부과 기준도 완화했다. 현재는 공시 의무 위반을 3일 안에 정정하면 과태료를 50% 감경하는데, 감경 폭을 75%로 높였다. 공시 주기도 늘렸다. 지금은 분기별로 공개하는 8개 항목의 공시 주기를 연 1회로 바꿨다. 

윤석열 정부가 들이미는 법의 잣대란 것이 공정하지 않다. 반노동-친기업의 정책 기조만이 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이며, 노동자의 권익을 실현할 수단인 노동조합을 경제성장의 걸림돌로만 보고 있다. 이는 국민의 대다수인 노동자들을 경제발전의 부속품으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부일 수 없다.

 

 

박영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