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 2022년 12월 02일
기사 제목 : [윤석열 퇴진 23가지 이유 ⑤] 미사일이 민가에 떨어질 뻔했는데도 ‘오리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어언 6개월이 되었다. 하루걸러 사건 사고로 가득한 시간이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연한 일인가 싶다가도 대한민국 현실이 이렇다는 것에 참담할 따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선제타격이니 킬체인이니 3축 체계니 읊어대며 북한을 상대로 전쟁 놀음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의 상황을 종합해보았을 때 오히려 위협받은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일본과 시도 때도 없이 군사훈련을 벌인 데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포사격 등을 도발이라며 미사일들을 쏴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미사일이 다른 데로 날아가거나 폭발하거나 어디로 간지도 모르게 사라지는 상황들이 벌어져 대한민국의 안보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달 강릉 현무-2C 미사일 추락 사건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가 퇴진해야 하는 다섯 번째 이유를 얘기한다.
윤석열 정부, 강릉 현무-2C 미사일 추락 숨기다
지난 10월 4일 한밤중 강원도 강릉에서 화염과 함께 폭발음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신고와 제보가 잇따랐다.
윤석열 정부와 미국은 4일 심야부터 5일 새벽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훈련에는 한국군 현무-2C 2발과 에이태킴스(ATACMS) 2발, 주한미군의 에이태킴스 2발 등이 동원됐다. 먼저 한국군의 현무-2C를 쏘고 이어 나머지를 순차적으로 발사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무-2C 2발 중 1발이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 인근 기지 내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 쏜 에이태킴스 2발 중 1발은 위치 신호가 끊겨 어디로 날아갔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특히 현무-2C 미사일이 발사지점으로부터 전방이 아닌 후방으로 약 1킬로미터 날아가 자칫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탄두가 발견된 곳의 남쪽 약 700m 지점에 민가가 있었고 미사일 추진체가 발견된 곳 인근에는 유류 저장고와 군 생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훈련 장소 인근 주민들에게 당시 훈련한다는 안내조차 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후에도 주민들에게 재난 문자조차 발송하지 않은 채 이를 은폐하려 했다.
4일 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강릉소방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신고도 막 들어오고 이래서 현장에서 확인했는데 자세한 내막 같은 경우는 거기(군 당국)서 더는 안 알려줬다”라고 밝혔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해 다룬 보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트위터에서는 “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야 잠을 자든가 말든가 하지”, “원래라면 ‘[속보] 강릉에 의문의 폭발 발생’ 같은 짧은 줄과 SNS발 해당 사진 하나라도 기사가 올라오는데 왜 잠잠한가”라는 등 답답함과 불안함을 토로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군 당국의 공식 설명을 담은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건 5일 오전 7시 이후였는데 이는 정부의 보도유예(엠바고) 요청 때문이었다. 합동참모본부는 앞서 4일 오후 출입 기자들에게 비공개로 훈련 내용을 공유하며 5일 오전 7시 이후에 보도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미사일 추락 사고가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언론사들에 훈련과 관련한 내용을 5일 오전 7시까지 일절 보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합참은 언론에 이미 보도한 관련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압력도 넣었다. YTN은 5일 미사일 폭발음이 담긴 제보 영상을 공개하면서 “확인에 나선 취재진에게 군 합동참모본부는 ‘사격훈련’이라고만 밝히면서 정확한 확인을 위해 아침 7시까지 보도를 늦춰 달라고 요청했다. 보도유예 요청은 YTN을 비롯한 모든 언론사에 이뤄졌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 당시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무얼 하고 있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7시간 45분 만인 5일 오전 6시 45분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첫 보고를 받았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7시간 30분이 지나도록 몰랐다면 그 자체로 문제고, 알았다면 그것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도 책임자 문책도,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안보는 구멍, 국민 생명과 안전은 오리무중
윤석열 정부는 애당초 전쟁이 나도, 인명 피해가 나도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생각조차 없는 것이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현무-2C 미사일 추락 사고와 에이태킴스 실종 사건에 이어 지난 11월 2일 충남 보령 대천사격장에서 개최한 ‘2022년 유도탄 사격대회’에서도 미사일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1발은 비행 중 공중 폭발했고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은 사격 전 오류가 발견돼 발사 취소되기도 했다.
공군 관계자는 11월 3일 “발사 전 천궁 유도탄이 비정상으로 확인돼 예비탄으로 교체 후 사격했는데 발사 후 10여 초간 약 25㎞ 비행 후 레이더와의 교신 불안으로 자폭했다”라고 설명했다. 천궁과 같은 요격용 유도무기의 경우 레이더와의 교신 불안 상태가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면 자폭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어 관계자는 공군 “패트리엇 첫 번째 발은 정상적으로 발사됐는데 두 번째 발은 발사 준비 과정에서 사격통제레이더에 ‘폴트’(오류)가 떴다”라며 “주변 안전을 위해 바로 발사를 취소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11월 2일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윤석열 정부와 군 당국은 국민을 대피시킬 생각도 없이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사일만 쏴대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이 미사일도 오류투성이였다. KF-16 전투기에 탑재한 ‘스파이스2000’ 유도폭탄 2발 가운데 1발이 목표 설정 오류로 불발됐다. F-15K 전투기의 ‘슬램-ER’ 미사일은 장착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 때문에 2발 중 1발만 쐈고, 다른 1발은 뒤따르던 ‘예비기’에서 발사했다.
사실상 잇따른 발사 실패로 윤석열 정부가 북핵·미사일에 대비한다며 내세우는 ‘3축 체계’를 대표하는 무기들이 모두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안보 공백 상황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부르짖으며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으로 지키는 정부라면 이와 같은 일들이 발생했을 때 철저한 조사와 책임 규명에 팔 걷고 나설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어떠한 조사도, 책임 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 생명과 안전에 관심 없다는 것은 이미 올해 발생한 참사들에서 드러났다. 장마로 강남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가 났을 때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윤석열 대통령과 당국자들은 국민을 지키지 못한 자신들의 책임을 돌아보지 않았다.
다시 말해, ▲미사일 사고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 ▲국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을 쉬쉬하며 은폐하려 했던 점 ▲국민 생명과 안전을 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안보 불안을 계속 부추기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윤석열 퇴진이 평화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윤석열 정부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 안보와 국민을 위한 길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인선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